미국판 비밀 수용소 미국美 나라國 (USA)

어느 날 한밤중에, 갑자기 들이닥친 중무장한 사내들에 의해 쥐도새도 모르게 끌려간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도착한 곳은 이 세상에 아무에게도 알려져 있지 않은 고립된 수용 기관. 세상의 이목을 철저히 피한 이 비밀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언제 어떠한 고문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언제 이곳을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평생을 이곳에서 썩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곳에 갇혀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가둔 사람 말고는 아무도 없다. 재판도 없고 변호사도 없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시대, 혹은 전체주의 경찰 국가에서나 있을법한 일을 일등국가 미국의 최고 정보 기관이 벌이고 있단다. 세계 곳곳에 테러 용의자를 무단으로 잡아 가두는 비밀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이 <워싱턴 포스트> 에 의해 폭로됐다.

'블랙 사이트'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수용소는 태국과 아프가니스탄, 동유럽 몇몇 나라에 감춰져 있다고 한다. 동유럽 국가의 수용소는 공산정부 시절 수용소로 썼던 곳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단다.

CIA 와 부시는 국가 안보를 내세워, 이 수용소에 대한 의회의 조사를 가로막아 왔다. 그 결과, 이 수용소에 대해서는 도무지 아무 것도 알려져 있지 않다. 누가 잡혀 있는지, 어떤 심문 방법이 동원되는지, 언제 풀어주는지, 그 결정은 누가 내리는지 아무 것도.

게다가 CIA 는 이러한 수용소의 존재 여부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당연히 그래야겠지. 해외에서 자국의 이익을 돌보기 위한 불법 비밀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 엄청난 비난과 소송 세례를 당할 테니까. 다 드러나 있는 아부그라이브나 관타나모 같은 수용소에서도 기막힌 고문과 학대가 벌어지는 판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어지지 않으랴.

인권 관련 단체는 이들 수용소가 명백한 테러리스트가 아닌 '테러 용의자' 나 '테러 가능자' 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장기 구금할 수 있음을 걱정한다. 공개적인 수용 기관이라면 힘든 일이겠지만, 아무도 모르니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미국 안에서 이같은 비밀 수용소를 운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CIA 가 외국 이곳저곳에다 이런 수용소를 몰래 운용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물론 이런 여우짓은 수용소가 있는 나라들에서도 역시 불법 행위다. 그 나라들도 최소한 명목상으로라도 형사범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고문과 잔혹한 처벌을 금지한 유엔 협약 가입국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은 비밀 수용소의 존재 여부를 해당 국가 대통령이나 최고 정보책임자에게만 귀뜸해주고 입단속을 철저히 시키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아 왔다. 물론 해당 국가의 친미 지도자들이 미국의 성질을 거스를 수도 없었을 게다.

지난 10월에 부통령 딕 체니와 CIA 국장 포터 고스는 의회에 특별 요청을 냈었다. 의회가 준비하고 있는 새 법안, 즉 미국 소유의 수용 시설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수감자들을 잔혹하고 불명예스럽게 다룰 수 없도록 규정한 새 법안에서 CIA 소속 요원은 빼달라고 요청한 것. 거꾸로 말하면, CIA 요원은 포로나 수감자들을 잔혹하고 불명예스럽게 다룰 수 있도록 면죄부를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현재 CIA 요원들은 CIA 내부에서 공인한 '고급 심문 기술' 을 미국 밖의 수용 시설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중 일부는 유엔이 정한 고문 금지 협약에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미국 군사법에서조차 금하고 있는 것들이다.

매카시의 공산주의 타령의 21세기 버전인 테러리즘 타령은 그 선임자가 그랬듯이 모든 정상적인 법치의 기반을 흔드는 무소불위의 주문이 되어 가고 있다. 저희들은 하루에도 수십명씩 눈도 깜짝하지 않고 죽여나가면서, 뒷통수 한 대 맞더니 얼마나 화들짝 놀랐는지, 법치주의고 나발이고 다 집어치우고 노골적으로 달려든다.

비록 범법자라도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근대 민주 법치주의의 근간 중 하나다. 그 대척에 선 것이라면 마녀 사냥이나 사형(私刑) 따위가 될 것이다. 안으로 자국민에 대해서는 손에 시뻘건 피를 묻히고 있는 뻔한 살인자까지 풀어줄 정도로 고급 사법 제도를 운영하면서, 밖으로는 재판이고뭐고, 제네바 협약이고 나발이고 다 집어치우고, 수틀리면 무조건 잡아 가두고 폭탄을 쏟아붓고 하는 걸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의 국가 정신은 세상을 일류 국민과 이류, 삼류, 기타 저열한 열등 국민들로, 또 인권도 알뜰하게 보살펴야 할 일등 국민의 인권과 깔아뭉개도 괜찮은 열등 국민의 인권으로 구분하여 생각하고 있음에 틀림없는 것 같다.


미국 헌법 수정조항 6조

모든 형사 소송에 있어서, 피의자는 신속하고 공개적인 재판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범죄가 벌어진 곳에서 선택된 공정한 배심원단의 평결을 받을 권리가 있다. 또 피의자는 자신이 무슨 이유로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통지받을 권리가 있으며, 자신에게 불리한 증인과 대질을 요구할 권리, 자신에게 유리한 증인을 얻기 위한 절차를 요구할 권리, 변호사로부터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

(In all criminal prosecutions, the accused shall enjoy the right to a speedy and public trial, by an impartial jury of the State and district wherein the crime shall have been committed, which district shall have been previously ascertained by law, and to be informed of the nature and cause of the accusation; to be confronted with the witnesses against him; to have compulsory process for obtaining witnesses in his favor, and to have the Assistance of Counsel for his defence.)


 

덧글

  • Hikaru 2005/11/04 10:13 # 답글

    강대국의 폭정이에요. 예외란 있어선 안되는데, 정말 화가 나요.
  • 덧말제이 2005/11/05 07:18 # 답글

    저희들은 하루에도 수십명씩 눈도 깜짝하지 않고 죽여나가면서, 뒷통수 한 대 맞더니 얼마나 화들짝 놀랐는지 <- 정말 딱 맞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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