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먼 엄한 쓰지 말고 애먼 쓰세요

'마데' 꿀

비단풀님의 윗 글을 이곳 오두막까지 불러온 것은, 술 드신 뒤(?) 하시는 넋두리도 좋지만, 맨 끝에 붙은 한 줄 때문이다.

'애먼 놈의.'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본 중에, 저 말이 저렇게 정확하게 쓰인 것은 거의 처음 보는 것 같다. 너무도 반가워, 숙취로 고생하시든말든 앞에서 넙죽 절이라도 드리고 싶다.

별로 관계없는 제3자나 제 3의 것이 엉뚱하게 얽혀들 때 쓰는 저 말을 수많은 사람들이 '엄한' 이라고 잘못 쓴다. 예컨대,

괜시리 엄한 사람들 잡고 설치지 말고
그 메서드가 적절한 클래스를 찾아들어가지 못하고 엄한 클래스에 들어가 있다는
일본쪽에서 워낙 엄한 배너들을 많이 봐서
썬은 10000명을 클베로 뽑는다는 엄한 소리를 공언해놓고 있고요.
만화카페에서 '엄한 짓' 을 하는 커플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공개용 트루타입폰트를 사용한다. 괜히 엄한 상용폰트 건드리지 마시길
계획과는 달리 엄한 짓을 하면서 결국 어찌어찌해서 밤을 새긴 했다
설치 예상 시간 3시간; 같은 엄한 상황이 발생한답니다.
우리는 사실 전철 역을 지나쳐서 엄한 지하철 역에 갔다가

(이상 구글 검색이 0.28초만에 찾아낸 것들)

지름길(?)로 다닌다고 다니다가 정말 엄한 길로 빠져버릴 때가 있다
다마고치가 한창 유행할 당시, 엄한 타이밍에 등장해서 엄청 푸대접받았던
뭐 더 엄한 망상을 하자면
저렇게 엄한 데서 삽질하는 것까지
어째서 나는 이 탕수육 소스를 보면.. 엄한 생각밖에 안날까
다들 너무 찐하고 엄한 애정행각들을 올리시니
드릴이 엇나가면서 엄한 문짝 옆에 흰 벽을 지나가고 말았다
괜히 엄한 상상만 되는

(이상 이글루 검색이 이글루스 블로그에서 찾아낸 것들)

엄한, 엄하다는 말은 위엄있고 딱딱하게 잡도리하는 태도를 말한다. 쓸데없는, 관계없는, 혹은 엉뚱한의 뜻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그 뜻으로 써야 할 말은 '애먼' 이다.

애먼[애ː-]
ꂴ①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억울하게 느껴지는. ¶애먼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다/애먼 징역을 살다/정작 죄진 놈들은 도망친 다음이라 애먼 사람들이 얻어맞고 나동그라졌다.≪송기숙, 암태도≫ ②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엉뚱하게 느껴지는. ¶애먼 짓 하지 마라./해야 할 일은 제쳐 놓고 애먼 일을 붙들고 있다. (한컴 사전)

애ː먼[관형사]
1.엉뚱하게 딴. ¶애먼 사람을 붙잡고 하소연하다. 2.애매하게 딴. ¶어쩌다가 애먼 죄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empas 사전)

어먼... 이건 애먼의 경상도 사투리란다. 그래도 전혀 다른 뜻인 엄한 보다는 낫다. 여하튼, 이런 잘못은 말을 글로 배우지 않고 입말로만 배우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 엄한이 아니라 애먼입니다. 너무 엄한 바람일지 모르나, 애먼 엄한 쓰지 마시고 엄하게 애먼으로 쓰세요. 헷갈리시면 그냥 이렇게 외우세요: 애먼 엄한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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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 2,834천원 2012-03-03 13:20:25 #

    ... </a>난 개인적으로 용서가 안 되는 것 맞습니다. '6,000천원, 2,834천원'은 족보도 없는 국적 불명의 숫자 표기 방식입니다. 이런 표기 방식은 물론 영어식 숫자 표기를 빌려 와 그대로 쓰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영어에서는 숫자 단위가 일(ones) > 십(tens) > 백(hundreds) > 천(thousands) > 백만(millions) > 십억(billions)... 의 순서로 되어 있죠. ... more

덧글

  • 덧말제이 2005/11/05 07:49 # 답글

    아... 엄한이 애먼을 잘못 쓴 거군요.
    전 엄한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을 처음 봤을 땐 그냥 엄한을 잘못 쓴다고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이젠 하도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러려니 하고 있지만. 그리고 가끔은 저도 썼을지도...)
  • Supasize 2005/11/05 08:56 # 삭제 답글

    만날(맨날)도 그렇고.. 애먼은 상대가 못 알아들을까봐 쓰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 mammam 2005/11/05 12:14 # 삭제 답글

    근데 그게 어법에 안 맞는다는 거 대부분 사람들이 잘 알고 있지 않나요? dc 같은 데서 뜬 유행어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니깐 일부러 의미를 꼬아서 재미삼아 쓰는 말 있잖아요.
  • ways 2005/11/05 13:02 # 답글

    엄한은 사투리로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고향이 전라도 출신인데 부모님, 조부모님까지 다 엄한 소리 말라고 맨날 하시니까요 ^^a 하지만 역시 표준어를 알고 이를 존중? 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죠 ^^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 지웅 2005/11/05 13:10 # 삭제 답글

    이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거네요
    잘 알고 갑니다, 감사감사!
  • 2005/11/05 14:45 # 삭제 답글

    위의 ways 님 덧글을 보고 혹시.. 해서 찾아보니, 앰한(애매한), 애먼이 아주 약간 의미는 달라도 동시에 쓸 수 있고, 전라사투리에서는 이 앰한을 엄한, 이라고 발음하는 것 같습니다.
    http://www.ganada.org/2002/data/read.cgi?board=right_ba&y_number=235&nnew=2

    표준어 규정에 어긋나기도 하고, 양쪽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 '엄한'은 안쓰는게 좋을 수도 있지만, 사투리라고 하니 이게 또 정이 가는 표현으로 다가오는걸요 ^^;
  • Hikaru 2005/11/05 17:38 # 답글

    저도 가끔 '엄한'을 쓰면서 어쩌다 엄한.이 되었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는데.. 사투리였군요. 애먼.. 애먼.. 꼭 써먹어야겠어요^^
  • 가짜집시 2005/11/06 00:07 # 답글

    이 경우엔 사전에 '엄하다' 의 새로운 뜻이 추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애먼'과 '엄한'은 느낌이 다른 말이고, '엄한'을 '애먼' 으로 무조건 바꿔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 serpina 2005/11/06 00:25 # 삭제 답글

    전 부모님이 경상도분이라 엄한(어만)하고 말씀하셔서 그게 표준어인 줄 알고 지금까지 살았습니다 OTL 뭔가 엄청난 걸 안 기분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 이나시엔 2005/11/06 09:28 # 답글

    저희 집도 전라도 인데 부모님은 '애먼' 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애먼이 사투리인줄 알았죠;
    음 트랙백 하겠습니다-
  • 아크몬드 2005/11/06 11:37 # 삭제 답글

    뜬금없는 소리지만.. 삼국을 신라가 통일했다면 '엄한'이 표준어가 되었을 텐데..
  • 씨로아 2005/11/06 21:21 # 삭제 답글

    .....그러면 삼국은 누가 통일한거죠?
  • 2005/11/06 22:46 # 삭제 답글

    서울 와서 가장 이상하게 들렸던 말이 '엄한'이었습니다. 은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쓰이고, 그렇다고 국어 사전에는 관련된 뜻도 없고.. 오늘에서야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감사합니다. :)
  • 케타로 2005/11/08 14:26 # 삭제 답글

    아크몬드님과 씨로아님의 만담 쵝오-_-b
  • marlowe 2005/11/15 16:49 # 답글

    좋은 글이군요. 링크신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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