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는 괄호로 비워두고 짧을短 생각想 (Piece)

그러니까 이 새로운 족속들은, 사지(四肢)만 구비해 있고, 제오체(第五體-머리통, 얼굴)가 있어야 할 자리는 괄호(括弧)로 비워두고 있다는 그런 얘긴 것이다.

(...)

클클클, 헌데 이 경우엔, 더 시들게 하면, 청중을 패싹 더 곯게 할수록, 더 농도 짙은 흥행이 되고 있는다? 경이러람. 예 들어진 진본은, 그의 입내로 청중을 시들게 하고, 예 들어진 가본은, 같은 입내를 빌려, 청중을 더욱 푸러 우거지게 한다. (...) 이렇게 되어설람, 처음엔 다만 '무엇의, 또는 누구의 헛것' 이기만 하여 '뚤파' 라고 알려졌던 것이, 그것대로의 한 물질적 몸을, 얼굴을 꾸미게 되다가, 그가 벗어든 모자 속에 담기는, 칭송과 박수갈채와, 환성과, 지폐의 두테에 비례하여, 저런 화환을 바친 그 당자들의 존경이며 선망도 받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대중(군중)' 이라는, 살찐 어미가, 그 유방에서 흘려내는 젖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젖은, 얼마나 기름지고 동력적인지, 이 젖에 먹여지면, 죽었던 나자로도 살아 일어나며, 반대로 그것이 써져 독(毒)이 된 걸 먹으면, (잘못된 풍문의 정체를 살펴볼작시라) 탐무즈 같은 대신도 죽어 쓰러진다. 아으, 뚤파라는 한 무면(無面)의 초인(超人)이, '대중' 이라는, 꿈꾸지 않으면 못 자는, 한 기름진 잠의 아랫도리를 열고 일어나, 그 품에 안겨, 그 기름진 유방을 빨고 있도다.

(...)

그것(대중)을 이루는 각 개인은 시퍼렇게 깨어 있다 해도, 그 깨어 있음들의 총체(대중)는 하나의 용광로에 비유되기 때문인 것, (...) 글쎄 그 '용광로' 는, 그것 자체로서는 아무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그저 비등할 뿐이기 때문인데, (...) 그것이란 그러니 무엇이겠는가, 하나의 거대한 무아(無我) 자체, 집단적 무아, - 그것을 그러면 '비등하는 잠' 이라고 말고, 무엇이라고 일러야겠는가. 저것이 나 짜라투스트라를 공포로 떨게 하는 것은, 그렇다, 저것은 저것 자신의 '자아가 없다' 는 것, 게다가 그것은 (그것의 '집단성' 에 의해) 몹시 중력적인, 그리고 횡적인, 거대한 힘이라는 것, 그것의 까닭이다.


물신주의에 빠진 대중의 허위 의식을 탁월한 골계로 잡아내고 있는 박상륭의 <산해기(山海記)> (1999, 문학동네) 부분 발췌 (pp. 180-189). 첫번째 단락은 약간 다른 문맥. 가는 김에 한 단락 더 하고 간다.

아하, 그리하여 알겠도다, 알겠는 것은, 어찌하여 이 관중께 대갈통이 붙어 있지 않았는지, 그것은 의문해할 것도 아니었던 것을, 그것을 의문 끝에 알겠는도다. 보, 포아, 포아람, 저 투사들이 발로 차고, 뒹굴리며, 엉덩이나 가슴팍으로 받아내고 있는, 저 둔탁하게 구르는 공을 보아람, 보, 포아람, 그, 그것이 무, 무엇이냐? 크흐흐, 여러 여러 개의 한 머리통, 클클클, 여러 개의 한 머리통, 그것이(단수) 누구들(복수)의 머리통인지, 눈뜨고 보아람! (p. 196)

즉슨, 그 떨어져 나온 '대갈통' 들은 '선수' 들의 손끝 발끝에서 놀아나며 일차원의 세상에서 유희되고 있다는 것이렸다.

(*** 무릎만 열심히 치느라 깜빡 잊을 뻔했다. 이 책을 이 먼 데까지 보내주신 분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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