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한 봉지는 이인용? 섞일雜 끓일湯 (Others)

아는 분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며 새 라면을 사왔다. 이름하여 '기름에 안튀긴면'. 기름에 튀기지 않아 느끼하지 않고 지방도 일반 라면의 16분의 1인 1그램밖에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한국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한국 라면이 떨어지지 않는다. 8~10봉지에 1달러 하는 미국 라면도 있고,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김치사발면도 봤지만, 역시 한국에서 날아온 한국 라면이라야 제 맛이 나는 것 같다. 물론 값은 한국보다 비싸다. 신라면 같이 많이 팔리는 라면은 700원 정도로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조금만 입맛에 변화를 주면 1달러 가까이 육박한다. 지역에 따라 약간 다르겠지만.

여하튼 이 삼양 '기름에 안튀긴면'도 값으로는 좀 비쌌는데, 지방과 칼로리가 적다고 하니 라면류 중에서는 비교적 웰빙족이라 할 수 있겠다. 얼마나 적어서 그런가 하고 봤더니 봉지에 340칼로리라고 적혀 있다. 다른 건 어떤데 그런가, 하고 살펴보다가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신라면 봉지에는 240칼로리, 짜파게티에는 250칼로리, 1000원 정도 하는 감자면에도 240칼로리라고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기름에 안튀겨 칼로리가 제일 적을 것 같은 '안튀긴면'이 일반 라면보다 훨씬 더 칼로리가 높다니?

칼로리를 줄이겠다면서 칼로리가 더 많은 라면을 사온 사람을 놀리다가, 다시 한번 라면 봉지들을 보고 또다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신라면을 비롯한 다른 라면에는 다음과 같이 써 있었기 때문이다.

Serving Size 2 oz (56g)
Servings Per Container About 2


그러니까, 신라면은 56그램 반 개가 한 사람 용이고, 한 봉지는 두 명이 나눠 먹어야 하는 양이라는 것. 이런 대전제 아래, 그 밑의 영양표는 라면 절반을 기준으로 작성되어 있다. 따라서 신라면 봉지에 써 있는 240칼로리는 절반의 칼로리. 한 개 다 먹으면 결국 480칼로리가 된다 (아래 사진).



칼로리는 그렇다치고, 고작 100그램 안팎의 라면 한 봉지를 두 사람이 나눠 먹어야 한다고 적어놓은 측의 생각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으로는,

1. (한국에서는 어떻게 표시되고 있는지 모르므로) 미국넘들이나 미국에 사는 한국넘들의 밥통(=식사량)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 미국넘들이나 미국에 사는 한국넘들도 한국에 사는 한국넘들만큼 먹고, 실제로는 대체로 더 많이 먹는다.

2. 라면 한 봉지가 2인용이라는 글은 작게 쓰고, 라면 절반의 칼로리를 고딕체로 굵게 써 두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라면 한 봉지의 칼로리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 꼼수. 나도 홀랑 넘어갔다.

안튀긴면은 한국 시판용을 직수입한 것 같았는데, 삼양이었다. 이것과 비교한 신라면, 짜파게티, 감자면은 모두 미국 수출용 포장이었으며, 농심이었다. 미국 수출용 삼양 라면이 (있다면) 어떻게 표기하고 있는지는 다음에 한국 수퍼를 가면 자세히 관찰하겠거니와 (혹시 부엌에 삼양 라면 보관하고 계신 해외동포께서는 알려주시면 감사), 지금 시점에서는 이같은 과소평가나 꼼수가 농심의 전략이 아닐까 하는 의심.

어쨌거나, 라면 한 봉지를 둘이 나눠 먹으라니 너무하다. 두 개 끓여 후루룩 먹고 밥 말아 먹는 연부역강한 청춘들이 들으면 얼마나 화낼 일인가.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해 주는 것도 좋지만,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하셔야지.

 

덧글

  • 마른미역 2006/07/29 16:03 # 답글

    아무리 봐도 2번이군요. 너무 얄팍한데요;;;
  • 언에일리언 2006/07/29 19:14 # 답글

    저번에 기불이님이 저런 포스팅 한적 있습니다. 2번을 위해 의되적으로 그렇게 한다고...그때 이오공감에도 올라갔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우유차 2006/07/29 21:05 # 답글

    에- 라면에 밥 말아서 둘이 나눠 먹는 것까지 염두에 둔 거 아닐까요?
    아참, 라면 포장의 내용 관련해서는 모기불 님도 글을 쓰신 적이 있답니다. :D
  • deulpul 2006/07/30 04:36 # 답글

    마른미역: 라면 자체도 점점 얄팍해지는 것 같습니다. 식욕이 늘어나는 건가...

    언에일리언: 그랬던가요? 요즘 귀찮아서 '글쓰기 전 검색의 생활화'를 잘 안했더니 그렇게 된 모양이네요. 역시 다작은 집중도를 떨어뜨리나 봅니다.

    우유차: 그럼 중량에 라면 국물 무게까지 포함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 Hikaru 2006/08/03 17:58 # 답글

    아.. 라면을 먹어야겠어요. 배고파요.ㅋㅋ
  • deulpul 2006/08/05 06:19 # 답글

    틀림없이 2인분 드실거죠?...
  • 저녁놀이 2007/02/14 21:21 # 답글

    칼로리가 아니라 나트륨 때문입니다. 라면한봉지면 1일 성인 권장 나트륨 섭취량을 훌쩍 넘어가지요.
  • deulpul 2007/02/15 22:53 # 답글

    아, 나트륨 양이 너무 많아서 둘로 쪼개 놓았다는 말씀이신 거죠? 정말 신라면 Serving Size (절반)에 들어있는 sodium은 일일 권장량의 44%나 되네요. 여기에, 김치에 들어 있는 소금까지 더하면... 하지만, 생각해보니 국물을 모두 다 마시지 않으면 라면에 들어 있는 나트륨을 모두 섭취하지는 않게 되는 셈인 것 같습니다. 여하튼 칼로리 때문이든 나트륨 때문이든 둘로 쪼개 놓은 것은 현실적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 과객 2007/07/29 12:04 # 삭제 답글

    미국 내 최대 라면 업체는 일본 니신(Nissin, 인스턴트 라면을 세계 최초로 만든 기업)입니다. 이네들의 대표 라면인 Top Ramen은 일본 특유의 소식 문화 때문인지 85g밖에 안되는데도
    Serving per container 2 로 표시합니다.

    이놈들이 이미 예전부터 이렇게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제품들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미국 시장에서는..
  • deulpul 2007/08/10 03:11 # 답글

    말씀대로, 이미 전례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으면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따르기도 쉽지 않을 듯합니다. 그런데 좀더 영양학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도 싶네요. 니신사의 라면부터 말이죠... 정보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맹꽁 2008/07/03 13:38 # 삭제 답글

    http://review.empas.com/view/238832/desc/1
    찾아보니 한국에서 파는 농심감자면의 칼로리 표시는 1봉지를 1인분으로 계산했네요. 480kcal.

    나트륨을 줄여서 건강에 신경을 쓰면 도저히 먹을 만한(?) 맛을 낼 기술이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 deulpul 2008/07/24 09:31 #

    헉... 농... 농심입니까? 하하-. 감자면은 칼로리 총량이 480인데, 미국 영양표에는 2인분으로 나뉘어 있어서 240이 된 것이겠죠? 링크해 주신 내용을 보니 한국에서는 딱히 1인분인지 2인분인지를 표시하지 않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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