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포 소녀

근래에 본 한국 영화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다세포 소녀>. 흥행 실적도 그리 좋지 않고 비평도 썩 좋지는 않다는데, 나는 정말 재미있었다. 예전에 <친구>를 보면서, 한국 영화 어느 새 이렇게 컸구나 했던 때가 생각날 정도였다. 한 영화 검색 사이트에 보니 네티즌 평점이 10점 만점에 2점이다. 지독히도 평가 절하됐다. 남들 평가야 어떻든, 개인적으로는 한국 영화의 문 한쪽을 열어젖힌 영화라고 생각한다.

원작이라는 만화도 대충 둘러보았다. 아직도 만화계에 윗도리(아이디어, 주제)와 아랫도리(그림, 표현)의 괴리가 남아 있음을 깨우쳐 준다. 좋은 아이디어가 좋은 그림으로 뒷받침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어떤 평에서는 "교사와 전교생이 모두 섹스에 탐닉하고 있는 쾌락 고교 '무쓸모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별종 학생들의 엽기적인 애정행각(?)를 그린 학원 코미디"라고 규정해놨던데, 아무리 봐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사실은 어떻게도 줄거리를 간추릴 수가 없다.

인상적인 몇 장면들:

1. 엔딩 크레딧에서 모든 선생님: 이재용 (이 한 마디 때문에, 영화 끝나자마자 바로 다시 돌려 보아야 했다.)

2. 교실 한 가운데 걸린 교훈: (교장 사진 아래) 지켜보고 있다!

3. 무종교반 급훈: 종교를 갖지 말자!

4. 처음 영화가 시작되는 장면에서 영어 선생님이 교탁에 쓴 글: understanding each other

5. 기독교반 칠판에 쓰인 글: 말세의 증거 - 쓰나미, 카트리나

6. 기독교반 급훈: 예수천국 불신지옥

7. 교훈: 쓸모있는 인간이 되자 / 교명은 무쓸모고 (無쓸모高?)

8. 교실 뒤에 걸린 게시판 중 "연예가 NOW": 다세포 소녀 대박, '가을로' 후반 작업 등.

9. 조폭 왕칼언니와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가 처음 만난 호텔: Braza Hotel (실제 장소 협찬은 Plaza Hotel)

10. 칠판에 적힌 '떠든 사람': 정정훈 한필남 (정정훈은 촬영감독, 한필남은 분장 담당자)

11. 고궁길 요들송 장면: (20초 정도 되는 씬인데, 연출력이 돋보이는 명장면. 계산된 것이지만 기막히다. NG가 몇 번이나 났을까 궁금하다. 압권은 야쿠르트 아줌마와 맨 오른쪽의 고딩. 춤추는 고딩의 엄숙한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세상 시름이 사라진다. 얼굴이 꼭 ┑- 와 같이 생겼다. 혹은 이런 것 같기도 하다.)

12: 안소니가 두눈박이의 남성성에 실망하며 부르는 노래 가사: 정녕 계급의 벽은 뛰어넘을 수 없나 / 물질의 풍요함으로 아픈 영혼 달래리 (가사는 좋았는데 음악이 좀 약했다.)

13. 흔들녀 선풍 보도한 신문 사이드 톱: Mr. Dong 내한공연

14. 가난소녀가 광고 촬영할 때 의상 담당자의 딱 한 마디 명대사(와 표정): "이 바닥 무섭거든." (대종상에 엑스트라 부문이 있었다면 단연 수상감)

15. 완전히 실패한 장면: 시청앞 광장 지하의 '에로틱 렐름교' 부분과 운동장에서 이무기와 겨루는 부분. 전자는 할 말 없고, 후자는 그래픽은 봐줄 만한데 아무리 유치함을 모티브로 한 영화라도 지나치게 유치해졌다.

어쨌든 만드신 분들 모두 고생하셨다는 인사가 절로 나오는 영화다. 실은, 만드는 사람들도 신나고 재미있게 작업하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지만.

덧글

  • 2006/11/05 21: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6/11/06 05:04 # 답글

    네, 저도 봤는데, 제 쪽에서 정리가 잘 안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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