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광고와 식역하 지각 갈硏 궁구할究 (Study)

간접광고 범죄, 공공의 적은 누구인가?

돈을 받고 텔레비전 드라마에 간접 광고를 허용한 제작 관련자가 구속된 사건에 대해 분석한 <오마이뉴스> 기사다. 스트레이트 뉴스는 예컨대 드라마 간접광고 대가 ‘돈 PD’ 구속. <오마이뉴스> 기사는 이 사건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 보려고 한 것 같은데, 조금 잘못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기사는 "1959년의 뤼르네(Ryrne)와 1970년 하킨스(Hawkins)의 실험"을 언급하며, 이 실험들이 간접 광고의 효과를 보여준 사례이며 업계가 간접 광고에 적극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실험(Ryrne는 Byrne의 오기인 것으로 보임)은 이른바 식역하 지각(subliminal perception) 혹은 식역하 광고(subliminal advertising)의 효과를 실험한 것으로, 간접 광고와는 관련이 없다.

식역하 지각은 사람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극에 노출될 경우 그에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이며, 간접 광고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특정 상표의 소품을 상표가 그대로 드러나게 노출시켜 광고 효과를 노리는 방식을 말한다.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다.

가장 큰 차이는 시청자에게 직접 상품 브랜드를 노출시켜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효과를 얻는 간접 광고와는 달리, 식역하(識閾下) 지각 혹은 식역하 메시지란, 글자 그대로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영역 밖의 형태로 자극을 주는 것이다. 혹은 물리적으로 알아챌 수 없는 방식으로 자극이 제공된다고도 할 수 있다.

예컨대 식역하 지각 실험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1957년 제임스 비카리(James Vicary)의 '서브리미널 영사기'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 비카리는 이 영사기를 이용하여, 스크린에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관객이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짧은 순간(3천분의 1초)에 "코카 콜라를 마셔라" "팝콘을 먹어라" 라는 슬로건을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노출시켰다. 그는 이 메시지의 영향으로, 실험을 실시한 극장의 팝콘과 콜라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놀랍고도 기상천외한 메시지 전달 방식은 학계와 사회 모두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매스컴 학자, 특히 광고학자들은 실제로 식역하 광고가 효과가 있는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실험해 보았다.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말하는 "1959년의 뤼르네(Ryrne)와 1970년 하킨스(Hawkins)의 실험"도 그 중 하나다.

호킨스의 실험은 비카리의 '극장 실험'을 좀더 제한된 실험 환경에서 재현한 것으로, "COKE" 라는 식역하 자극을 주었더니 피실험자의 갈증이 더 커졌으나, 브랜드 선호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Hawkins, D. (1970). The effects of subliminal stimulation on drive level and brand preference.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7, 322-326.)

번(Byrne)의 실험은 짤막한 영화를 상영하면서 매우 짧은 시간에 "beef"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번은 역시 제한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했는데, 이 자극에 노출된 피실험자는 특별히 쇠고기를 선호하거나 쇠고기란 말에 반응하지는 않았으나, 자극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배가 고프다고 말한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Byrne, D. (1959). The effect of a subliminal food stimulus on verbal response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43(4), 249-251.)

두 실험 모두, 식역하 자극이 메세지와 관련한 직접적인 효과가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기보다, 무언가 영향을 미치는 것 같기는 하다는 점을 보여준 정도라고 보아야 하겠다. 식역하 지각을 검증하는 작업은 여러 학자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실험으로 시도되었으나, 일관된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식역하'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였다. 결국 식역하 자극이 분명한 메시지 전달 효과를 보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데 학계의 의견이 모아졌다.

학계의 관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메시지 전달 방식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안고 올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것은 식역하 지각 보고가 나오자마자 광고업계에서 큰 반응을 보인 것과 관련이 있다. 생각해 보자. 아무도 모르게, 아무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서 상품 판매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면 놀라운 광고 수단이 아니겠는가. (비카리의 '실험'에서는 팝콘 판매량이 무려 57.5%나 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예컨대, 진로가 <한반도>의 제작사인 KnJ엔터테인먼트와 협의하여, 영화 중간중간에 관객이 전혀 알 수 없는 짧은 순간에 '참이슬'을 계속 쏴주었다고 해 보자. 영화가 끝나고 극장문이 열리자마자 극장 주변의 술집에서 참이슬은 동이 날 것이다. (브랜드 선호 효과까지는 없다고 했으니 참이슬은 아니더라도, 술 판매량은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놀라운 일이 아닌가. 관객(소비자)이 모르는 상태에서 어떤 자극을 주어 행동까지 하게 만드는 광고 방식은, 결과적으로 사람을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업적 의도대로 조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걱정은 상업적 악용에서 그치지 않는다. 만일 차기 대권 주자인 이X박이 한 영화사와 짜고, 영화를 상영하는 동안 스크린에 '이명X'을 계속 쏴주었다고 해보자.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순간 그도 대통령으로 저절로 등극하게 될지 모른다. 혹은 '뉴라이트' 세력이 영화사와 짬짜미를 하여, 영화 중간중간에 '516 혁명'을 계속 노출시켰다고 하자. 사람들은 쿠데타라는 말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혹은 조지 부시가 우익 영화사의 협조를 얻어, 인기 영화에 'Iraq WMD'이라는 말을 집어넣었다고 하자. 영화를 본 미국인은 모두 저도 모르게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가 있는 것으로 믿어버릴지 모른다.

비카리의 보고가 나오자마자 사회 각계에서 조지 오웰의 <1984>를 거론하며 우려한 것은 이 때문이다. 결국 서구 여러 나라는 식역하 지각을 이용한 광고를 금지시키는 법안을 채택했다. <오마이뉴스> 기사의 내용과는 달리, 이러한 방식은 오늘날 다양한 법안과 규제를 통해 금지되어 있다. 무엇보다, 그 효과 자체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광고주가 이런 위험한 시도를 하기도 어렵다.

혹시 나도 모르게 이러한 식역하 메시지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하긴, 금지를 하든말든 우리는 항상 비슷한 자극에 노출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처 충분히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각종 정치 구호와 슬로건들, 신문 기사 행간에 숨어 있는 수많은 은밀한 메시지들, 예컨대 정치면에 깔려 있는 이데올로기적 편견, 경제면에 깔려 있는 '억울하면 돈 벌어', 사회면에 깔려 있는 '억울하면 출세해' 따위의 메시지에 우리는 무방비 상태로 항상 노출되어 있고 조종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서운 일이다.

간접 광고는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싸움의 기술>을 보면서, 의도하지 않고서는 나오기 어려운 각도로 '잎새주'의 상표가 계속 등장하는 데 자극받았음을 고백한다. 백윤식이 정말 맛있게 먹는 그 술이 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소주를 별로 즐기지 않으면서도, 언젠가 한국 수퍼에 갔을 때 두 병 샀다. 내가 잎새주를 산 것은 오로지 <싸움의 기술>, 특히 백윤식 때문이다. 그 두 병은 아직도 먹지 않고 아끼고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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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비단풀 2006/12/02 01:09 # 답글

    <오마이뉴스>를 읽어보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이 글을 그쪽에 송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간접광고나 '식역하' 작업이 노릴 수 례들을 재미 있게(?) 들었군요.
    그런데 이른바 조중동마냥 마구 직접 들이대는 것들은 어떻게 봐야 할는지,
  • intherye 2006/12/02 01:17 # 답글

    조금이 아니라 큰 실수 같습니당. -_-a
  • deulpul 2006/12/02 06:16 # 답글

    비단풀: 말씀대로, 사소한 실수보다 의도한 사악함을 더 경계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사치인 듯...

    intherye: 기자란 흔히, 특정 분야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사람보다는 폭넓은 분야를 아는 대신, 얇게 아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주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trade off의 한 형태이며, 일종의 직업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 (그 부정적 영향은 조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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