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만이 자주 쓰이기는 한다만 말씀言 말씀語 (Words)

어떤 분 블로그의 덧글에서 본 것. 블로그 주인님과 이 덧글을 단 분 모두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의미에서, 출처는 밝히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 글을 흥미읽게 읽던 중에 웬지 좀 눈에 밟히는 곳이 있어서... "~~다만"이라는 말은, 반말체가 아닌지요. 전체적으로 경어로 글을 쓰고 계셨는데 중간에 반말이 섞인 것 같은데. 딱히 제가 그것때문에 기분이 나빠진건 아닙니다만, 요즘 웹 돌아다니다가 저렇게 쓰는 경우를 하도 많이 봐서 뭔가 문법이 바뀌기라도 한건지 궁금해져서...

언젠가부터 살펴보고 싶었던 말이라 메모해 놓고 있었는데, 비슷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었나보다. 나도 요즘 웹 돌아다니다가 저렇게 쓰는 경우를 하도 많이 봐서, 나는 뭔가 문법이 바뀌기라도 했나 하는 의심보다는, 어디 무슨 드라마에서 저런 말투가 갑자기 많이 나오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 사람이 많기는 했다만, 저희는 인파를 뚫고 들어갔죠. (X)
  • 음식은 값이 비싸기는 하다만, 맛은 참 좋아서 가볼 만합니다. (X)
  • 날씨가 따뜻해서 좋기는 하다만, 지구가 더워지는 것 같아 걱정도 됩니다. (X)
  • 노무현에 실망하는 사람이 많기는 하다만, 아직도 지지하는 사람도 있다. (△)
  • 눈이 펑펑 오기는 했다만,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는 나는 갈 데가 없다. (△)

어떤 상황에서 조건을 붙여 한정하고(영문법에서는 '양보') 반대되는 뜻이 이어질 것을 암시하는 어미 '-다만' '-하다만' '-한다만'은 -합니다, -해요와 같은 높임말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며,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투나, 자기 스스로 하는 말투에서 쓰이는 말이다. 해라체, 해체, 하게체, 하오체, 해요체, 합쇼체 같은 높임말의 등급 중에서 맨 아랫쪽 두 단계 정도가 '-다만'과 겨우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그 경우에도 분위기에 맞게 쓰기가 참 어려운 말이다.

경어체에 관계 없이 두루 쓸 수 있는 말은 '-지만'이다. 딱히 문법이나 어법에서 그렇다고 지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만지만, 말의 쓰임새가 그렇게 되어 왔다. 어떠한 말이 어떤 경우에 어떻게 쓰이나를 참고할 수 있는 것은 사전의 용례다. 사전을 찾아보면, '-다만'은 반말투의 용례만 나와 있으며, '-지만'은 높임말과 낯춤말 예가 두루 나와 있다. 물론 '-습니다만' '-합니다만'은 높임말체에서 얼마든지 쓰일 수 있고.

따라서, '-다만'은 친한 친구에게 쓰는 편지나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글처럼, 자신과 비슷하거나 낮은 사람을 마주 대하여 직접 이야기하는 경우에 주로 쓸 수 있다. 블로그 글에서는, -합니다, -해요처럼 존칭 어미를 쓰는 글에서는 물론이고, 그냥 하다체를 쓰더라도 독자를 염두에 둔 글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신문 잡지에서 '-하다만'을 찾아 내시면 커피 사 드린다. 대신 '-하지만' 계열로 쓰면 틀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1. 네가 친구인 나에게 욕을 했다만, 나는 그냥 참겠다. (O)
  2. 아들아, 네가 군에 입대하고 나서 마음이 좀 쓸쓸하기도 했다만, 이제는 괜찮으니 걱정 말거라. (O)
  3. 그가 친구인 나에게 욕을 했다만, 나는 그냥 참았다. (△) (이렇게 억지로 쓸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어색하다. 1과 다른 점은, 1이 상대(2인칭)에게 하는 말인 데 비해 3은 제3자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4. 동생이 군에 입대하고 나서 마음이 좀 쓸쓸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괜찮습니다. (O)
  5. 그런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널리 인정을 받고 있지는 못하다. (O)

따라서 이 글의 제목은 수정되어야 함.

뭐, 역시, 말에는 사회성 역사성이 있어요, 난 그렇게 쓰면서 살래! 하시면 그냥 패쑤-.


[덧붙임] 예문을 약간 넣고 OX 표시, 밑줄 표시

 

덧글

  • intherye 2006/12/22 05:41 # 답글

    저 역시 온라인 상에서 "~습니다만" 같은 표현을 자주 쓰는 편입니다. :D 궁금해져서 이리저리 찾아보니 deulpul님과 비슷한 의문을 가진 사람이 질문을 올렸더군요.

    http://www.korean.go.kr/06_new/question/qna_view.jsp?idx=36553

    대인관계에서 존대말이 엄격했고 구어가 주를 이뤘던 과거에는 "~다만" 같은 어미가 버릇없게 들릴까봐 경어와 함께는 잘 쓰이지 않았던 상관관계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최근 기껏 군대 등에서나 쓰이던 합쇼체가 온라인 문어 문화 속에서 발달하면서 요즘에는 비교적 널리 쓰이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군대 얘기 나와서 말씀인데, 조만간 "~지 말입니다"를 통채로 어미로 인정해도 될 것 같지 말입니다.)

    하긴 그러고 보니 "-ㅂ니다만" 말고 다른 존칭어미는 붙이기가 곤란하군요. 하게까지는 그냥 "하다만"으로 쓸 수 있을 것도 같고, 하오까지도 어떻게 "-소만"으로 쓸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해요에는 도리가 없네요. @_@

    그런데 쓰다 보니 "-습니다만"이 아니라 "-하다만"만을 두고 말씀하시는 것 같기도 하네요;; 단순히 존칭어미를 빠트린 경우네요;; 그런데 그런 경우가 자주 있나요?
  • deulpul 2006/12/22 06:29 # 답글

    아, 제가 가졌던 문제와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예컨대,

    [네, 그런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만, 잘 안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경우에서처럼, -습니다만, -ㅂ니다만은 존칭 어미 '-습니다'나 '-ㅂ니다' 뒤에 '만'(마는)이 붙은 꼴로서,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완벽하게 조응합니다. 그러나 위에 드린 대답을 다음과 같이 해보겠습니다.

    [네, 그런 경우가 자주 있다만, 잘 안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게 위에는 털오바 입고 아래는 빤쭈만 걸친 이상한 모양이라고 말씀드렸던 거에요, 하하-.
  • 덧말제이 2006/12/22 06:30 # 답글

    아, 그렇군요.
    역시 영문법 뿐 아니라 국문법도 제대로 모르는 게 많아요. 저 같은 경우 진짜 모르고 써왔어요(쉽게 고쳐질까 모르겠네요).
    deulpul님은 어찌 이리 아시는 게 많은지... ^^;
  • deulpul 2006/12/22 07:15 # 답글

    앗.. 대체 지금 몇 시입니까... 그 부러운 새벽형 인간이신가봐요... 하하-.
  • Charlie 2006/12/22 07:30 # 답글

    문법을 안다기 보단 그냥 음.. 좀 이상하게 읽히네.. 정도로 언제나 그냥 넘어가고는 했거든요. 저도 "~~지만" "~~했습니다만" 의 유형을 잘 쓰는데, 너무 많이 쓰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피해갈 방법이 별로 없더라고요...;;;; 조언을! :)
  • deulpul 2006/12/22 08:22 # 답글

    말씀하신 -하지만, -했지만, -했습니다만, -합니다만 등은 큰 문제 없이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말과 어울려 어색하지도 않고, 많이 쓰면 엄벌에 처한다는 법도 없고요, 하하-. 다만, '-하다만'은 하대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 우유차 2006/12/22 09:13 # 답글

    우리 말이 가장 어렵습니다. 역접을 자주 쓰는 사람이라 뜨끔, 하고 갑니다.
  • deulpul 2006/12/22 09:52 # 답글

    헛, 이런... 덧글 다신 세 분이 모두 약간의 오해를 하신 듯하니, 정말 우리말이 가장 어려운 모양입니다.

    에또... 다시 한번 정리하면, 단순히 역접 관계를 많이 쓴다거나, -했지만, -하지만, -했습니다만 따위를 많이 쓴다고 해서 문제될 리 없죠. 문제는,

    -하다만! -한다만! -했다만!

    이게 되겠습니다. 제가 쓴 글 제목을 보세요. 무지하게 건방지고 밥맛 떨어지지 않습니까? 이런 말은 상대나 읽는 사람을 낯추는 경우에 주로 쓰이는 것이므로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게 취지였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질문 하시면, 선리플 후감상인 것으로 생각해 버리겠어욧! 하하... 흑.
  • Hikaru 2006/12/22 12:08 # 답글

    경기도에서 나고 자랐는데, 어릴 적엔 제대로 구사하던 문법도 크면서 이리저리 영향을 받는지, 사투리에 억지 문법에 틀린 맞춤법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습니다요~
    다행히도 이 글을 보기 전까지 '-다만'은 후배들이나 동생들에게 짐짓 어른 흉내를 낼 때에만 썼던 것 같아요. 하지만 후배건 동생들이건 들으면서 '나보다 얼마나 어른이라고!' 싶어했을 것도 같습니다. ^^; 좀 더 신중하게 써야지 싶어요.
  • deulpul 2006/12/23 07:54 # 답글

    원래 경기도 말이란 게 말에 별다른 특징이 없어서, 강한 억양에 쉽게 영향 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동향이라서 잘 알죠-. 말씀하신 경우는 딱 맞는 상황이어서, 그리 문제될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요? 말씀이 좀 문어투나 상궁체로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하하-.
  • young026 2006/12/23 14:52 # 답글

    '-다만'도 위의 '-ㅂ니다만'과 같은 형태 아닌가요? '-다 + 마는'이라고 생각하는데요.
  • deulpul 2006/12/23 21:00 # 답글

    구조는 같지만 쓰임이 다릅니다. 밥 먹어라와 진지 드세요가 구조는 같지만 쓰임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했다)와 -ㅂ니다(했습니다)가 다른 정도랄까요. 아랫사람에게 낮춰 말할 때 쓰이는지라, 실제 어감으로는 이보다 더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 young026 2006/12/24 00:48 # 답글

    제 말이 그 말입니다만.^^;
  • deulpul 2006/12/24 04:11 # 답글

    오, '제 말이 그 말이다만...' 이 아니군욧!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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