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야, 들어보거라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유야, 네게 '안다'는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다."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論語> 爲政)

유(由)는 공자의 제자이니, 성은 중(仲)이요 자는 자로(子路)이다. 자로가 용맹을 좋아하여, 그 알지 못하는 것을 억지로 안다고 하는 것이 있으므로 부자께서 고하여 말씀하시기를 "내가 네게 아는 도를 가르쳐 줄 것이라" 하신 것이니, 다만 아는 것은 안다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은 알지 못한다고 할 일이다. 이와 같이 하면 비록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스스로 속이는 폐단은 없을 것이며, 또한 그 아는 것을 해하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유가 이를 바탕으로 구하면 알 수 있는 이치가 있을 것이다. (주희(朱熹)의 주석)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낯선 경험을 많이 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낯선 말은 I don't know였다. 어디서나 흔하게 나와서 더 낯설었다. 선생님도, 스승님도, 개론 교과서에 이름이 등장하는 대가도 너무나 스스럼없이 이 말을 내놓았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말을 들을 때 오히려 지적 신뢰가 생기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이 때 드는 느낌은, 저 사람은 아는 것은 정말 확실히 알고 있구나, 하는 믿음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속이는 가림막이 될 뿐더러 (自欺之蔽), 자기가 진실로 알던 것까지 해하게 된다 (害基爲知).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정으로 소중하다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밖에.

열을 가지고 백, 천을 보이는 것이 우러름을 받고 숭상되는 세일즈 만능의 세상에서,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답하기란 참 어렵다. 또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답하는 사람을 참으로 아는 사람으로 보아주는 사람도 드물다.

그래서, 스스로를 경계하는 자경문(自警文)이다.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덧글

  • 보드라우미 2007/03/10 01:40 # 답글

    모르는 것을 솔직히 모른다고 인정하는 태도가 보편화된 문화라...... 참 부럽네요.
    아이 돈 노우에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군요!
    소크라테스도 그랬다지요? 난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것이 어렵고도 대단한 일이지요.
    정말로 무식한 사람들은 자신이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니까요.
    사태가 심각하지요. ^^;;; 그러면서 자신이 다 안다는 듯한 착각에 빠져있으면 더 큰일이지요.
    저도 자경문으로 삼아야겠군요.
  • capcold 2007/03/10 03:05 # 답글

    !@#... 이런 맥락에서 한층 더 나아가면, "I might be wrong (so prove me wrong)"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좌우명 가운데 하나.
  • Charlie 2007/03/10 03:42 # 답글

    옳으신 말씀입니다. 누가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듯하군요. :)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요즘 계속 답답했던 부분이었어요. 전 'I know'에 지쳐있었거든요. 트랙백 해도 될까요?
  • 대나무 2007/03/10 14:39 # 답글

    그런데 종종 내가 진짜로 모르는 건지 아니면 질문을 단순히 잘못 이해한 것인지 금방은 파악하기 힘든 문제도 있더군요. 첫 질문만 듣고는 모르는 문제 같았는데 이후 진상을 확인해보니 제가 잘 아는 것인 경우도 있었거든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확실히 말하는 태도가 필요하지만 트러블 슈팅으로 먹고사는 몸이라 처음부터 모른다고 하기보다는 진상을 최대한 파악해서 아는데 까지는 알려줘야 하기에 ㅎ
    물론 위에 쓰신것과는 또 다른 상황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 deulpul 2007/03/11 18:43 # 답글

    보드라우미: 저는 그렇게 느꼈지만, 그렇게 보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또 이짝 넘들 모두가 그렇다고 볼 수도 없겠죠. 행운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capcold: 말씀대로 한층 더 나아간 것이라, I don't know보다 훨씬 어려운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인 줄은 알지만 실제로 참 잘 안되는 것 중 하나죠.

    Charlie: 물론입니다.

    대나무: 네, 좋은 말씀입니다. 결국 저 말은, 탁구공 넘기듯 일상적으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상황이라기보다 다른 사람과 지식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을 말하는 쪽에 더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물어보는 뜻을 명확히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자신이 해결이 될 수 있을지 점검해 보는 과정은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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