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프로젝트 1: 벌레 두二 바퀴輪 (MCycle)

프롤로그

젊은 남자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평원을 시원스레 달린다. 달리는 그의 머릿속에 과거의 불행과 불운이 흑백 장면으로 하나씩 스쳐 지나간다.

  1. 아버지가 뭐라고 소리치며 따귀를 때린다. 모터사이클을 달리는 청년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나는 내 아버지를 용서한다."
  2. 어떤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며 주춤주춤 뒤돌아본다. 모터사이클 청년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나는 여자들을 용서한다."
  3. 화가 난 상사가 서류 뭉치를 집어던진다. 모터사이클 청년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나는 내 상사를 용서한다."
  4. 모터사이클이 달리는 길 한가운데에 움푹 패인 구덩이가 있다. 모터사이클 청년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나는 정부를 용서한다."
  5. 이발사가 히죽 웃으며 면도날을 들고 다가온다. 모터사이클 청년은 콧수염 사이에 난 흉터를 핥으며 중얼거린다. "나는 내 이발사를 용서한다."
  6. 길 옆에서 시동이 안걸려 낑낑대는 한 모터사이클 라이더를 지나친다. 청년은 중얼거린다. "나는 내 과거를 용서한다."
  7. 저 멀리 지평선으로 사라지면서 그는 말한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용서한다. 나는 신이 된 기분이다."
(한 모터사이클 광고에서)






벌레

모터사이클, 오토바이, 뭐라고 부르든 이것은 오랫동안 나의 꿈 중 하나였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철없던 10대에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20대가 된 뒤에 어쩌다 뒤늦게 바람이 났다. 모터사이클은 옷솔 사이를 비집고 은밀히 기어들어오는 좀벌레처럼 머리나 가슴 어딘가 한 구석을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점점 저항하기 어려운 꿈으로 자라났다.

꿈과 현실은 다르다. 내가 오토바이 이야기를 꺼내면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펄쩍 뛰었다. 펄쩍 뛰는 정도는 나와 친한 정도에 비례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가족일수록 기를 쓰고 반대했다. 나는 좌절했다. 냉장고 문짝에다, 언젠가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자동차 박람회에서 얻어온, 잘 생긴 모터사이클 포스터 하나를 붙여놓은 것이 나의 유일한 저항이었다.

그래도 벌레는 완전히 죽지 않고, <이지 라이더>와 <비트>를 보며 쓰러지는 나의 동경을 숙주로 하여 몇 해를 조용히 났다. 그리고 2005년 초, 갑자기 이 벌레는 꿈틀거리며 내 살을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다. 초봄의 어느 날, 동료와 둘이서 맥주를 마시다가, 나는 내가 얼마나 간절하게 라이딩을 원해 왔는지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나는 살을 비집고 나오려는 벌레를 억지로 억누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신 그의 변태에 순응하여, 나는 소박한 모터사이클 프로젝트를 세웠다.

핑백

덧글

  • 사은 2007/05/13 06:38 # 답글

    모터사이클, 정말 멋진 이름이지요. 위에 언급해주신 광고도 참 멋지고요. 자유와 바람의 상징? 이탈? 그런 것들을 이루어낼 수 있게 해줄 것만 같은 것이 오토바이가 아닌가 합니다. 들풀님의 모터사이클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될는지, 기대됩니다. ^^
  • 덧말제이 2007/05/13 07:52 # 답글

    와~
    대신 안전 운전하세요. ^^
  • laystall 2007/05/13 08:59 # 답글

    '-세웠다', 이후의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2005년 초봄에서 07년 초여름인 지금까지, 어떤 길을 달리셨나요? :)
  • 시노조스 2007/05/13 11:39 # 답글

    요즘 거의 하루종일 탑니다.
    8. 나는 끼어드는 택시를 바라본다. "택시는 용서 못하겠다"

    http://sino.egloos.com/3120654 [요즘 운전하면서 느끼는 것.]
    http://sino.egloos.com/3096609 [무서운 도로.]

    무슨 제 블로그 광고 덧글처럼 되버렸는데, 요즘 오토바이 타면서 느끼는거에요.
    아직 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서 저도 deulpul님이 올린 사진 같은 타입의 오토바이 하나 사고싶습니다. 애들 타고 다니는 이쁘장한 스쿠터나 경주용처럼 생긴건 안끌리더군요. 저런 타입. 할리데이비슨 타입의 오토바이 엄청 끌립니다. ^^;
  • Jayhawk 2007/05/13 18:04 # 삭제 답글

    전 고등학교 시절에 VF(TN이 아닙니다)를 탔습니다. 말그대로 Very Fast 였고, 혼다엔진이 좋았습니다.
    저희 집에서 저의 학창시절, 딱 하나 거부(표현이 잘 안떠오르는 군요)한 것이 바로 '오도바이 끌고 다니는 것'이였습니다. 심지어, 공부하라는 얘기 조차 없던 부모님께서, '오도바이' 타는 걸 무척 거부하셨죠.
    전 다시 한번 VF를 타고 싶습니다.

  • 2007/05/14 12:2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7/05/16 14:27 # 답글

    사은: 네! 기대해 주세요-.

    덧말제이: 고맙습니다. 명심할께요.

    laystall: 진짜 달린 길보다 다른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마음으로 달린 길을 소개할까 합니다. 달릴 길은 아직 많이 남아서요... 하하.

    시노조스: 저, 정말... 살벌하군요. 저도 한국에서라면 좀더 심사숙고했을 것이고, 반대도 더 컸을 겁니다. 시노조스님도 안전운전 + 방어운전까지 철저히 하시기를 바랍니다.

    곽수정: 도보고행승이 있었으니 주행고행승도 없으리라는 법은 없죠? 문제는 고행이 아니라는 점이... 좀...

    Jayhawk: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읽은 책 중의 하나에는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집에 청소년이 있어서 모터사이클을 타겠다고 하면 말려라. 말려라. 말려라. 말려라. 그래도 안들으면 차라리 차를 사줘라. 그래도 안들으면 할 수 없다. 이런 단계에 있는 애들은 안사주면 자기가 알바라도 해서 산다. 모터사이클을 인정하되, 대신 앞으로 내가 쓸 이야기를 모두 읽게 만들어라."

    VF, 타보지는 않았지만 잘 알고 있습니다. 매력적이죠. 앞으로 나오겠지만, 저도 시노조스님 취향인데, 요즘에 스포츠형 바이크는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벌레가 한 마리가 아니었던 모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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