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갤런에 75센트 하던 시대 섞일雜 끓일湯 (Others)

인생 끝무렵에 선 노부부의 삶을 세밀하게 그린 영화 <황금연못 위에서(On Golden Pond)>를 눈물콧물 쏟으며 본다. 연기를 하는 것인지 그들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캐서린 헵번과 헨리 폰다는, 이 영화의 주연 배우에게 필요한 모든 점을 자연스레 구현하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 노먼(헨리 폰다)이 모터 보트에 연료를 넣는 장면이 나온다. 화면에 나온 주유기에는 휘발유값이 갤런당 67센트라고 되어 있다. 67센트! 리터로 환산하면, 3.78리터에 67센트니까 1리터당 17.7센트, 160원 정도다. 그림에서 보듯, 보트에는 29갤런 정도가 들어갔고, 노먼은 19달러를 내야 한다. 그런데, 젊은 점원은 주유기를 보고 "38달러 되겠습니다" 하고 말한다. 액면의 두 배를 달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1981년 작품. 아래 그림에서 보듯, 1979년에 시작된 2차 오일 쇼크가 최고조에 이르던 시점이다 (그림에서 보라색 줄과 점). 휘발유값은 불과 두 해 사이에 몇 배로 뛰었다. 값이 너무 급작스럽게 폭등하였으므로, 주유 기계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노먼이 기름을 넣던 주유소의 기계처럼, 당시 많은 주유기는 갤런당 휘발유값을 99.9센트까지 표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폭등하는 기름값은 1.00달러 선을 훌쩍 넘어섰고, 기계로 값을 표시하고 매기기가 어려워졌다. 따라서 주유소들은 궁여지책으로, 실제 휘발유값의 절반을 주유기에 표시해놓고 값은 두 배를 곱해서 매기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노먼의 보트에 들어간 휘발유값은 기계에는 19달러로 나왔지만, 실제로는 38달러어치였던 것이다. 갤런당 값은 1달러 34센트 정도.




주유기 숫자가 휙휙 올라가는 것을 들여다보던 괴팍한 노인네 노먼은 지갑을 꺼내면서 "내가 너희들(점원)만할 때는 갤런당 12센트였다구!" 하며 시비를 건다. 12센트! 오일 쇼크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휘발유값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이런 불평을 할 만하다.




윗 그림은 1986년의 휘발유값이다. 최근에 내가 일하는 도서관에서는 80년대 중반에 작성된 이 지역의 부동산 재평가 사업 보고서들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한 상가를 대상으로 한 평가서에 첨부된 사진에 그 곳 주유소 일부가 찍혔다. 레귤러는 74센트, 무연 휘발유는 75센트 선이다. 휘발유값이 <황금연못 위에서>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지역 차이도 있겠지만, 오일 쇼크로 뛰었던 국제 원유가가 안정되어 휘발유값이 떨어진 때문이다. 이 시기는 윗 그래프에서 녹색 줄과 점으로 나타난다.

휘발유값은 어느 새 3달러를 훌쩍 넘기고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지금은 3달러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 이 밑으로는 잘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 카트리나 때처럼 급히 오를 때는 3달러가 주는 심리적 충격이 컸었는데, 이제 사람들은 매우 둔감해진 것 같다. 매도 자꾸 맞으면 덜 아파지는 것이다. 그런데, 매달 크레딧카드 지불 명세서를 점검하다 보면, 알게모르게 쑥쑥 오르는 휘발유값이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에는 휘발유값 항목은 눈에 걸리지도 않고 휙 지나갔는데, 지금은 툭툭 걸린다. 아, 옛날이여.


※ 그래프: Wiki
 

덧글

  • Charlie 2007/07/02 05:54 # 답글

    아 옜날이여.. $1.00 넘었다고 불평하던 때가... 어제같은데 말입니다.. 흑흑
    가득채우고 콜라 한병 사먹은 다음 거스름돈까지 받던 시절은 가고....
    이젠 $5어치 넣으면 차가 '너 뭐했냐?'라고 그러는것 같아요.;ㅁ;
  • deulpul 2007/07/03 09:51 # 답글

    그 옛날이 대체 언제입니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제 옛날과 Charlie님 옛날이 다른 게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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