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프로젝트 2: 모색 두二 바퀴輪 (MCycle)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기 시작하자, 온 몸을 스멀거리는 벌레들을 참지 못한 라이더들이 거리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겨울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이 즈음에 등장하는 라이더는 순수한 피를 가지고 있는 존경스러운 사람들이다. 바람은 아직 차고 매섭다. 길은 군데군데 눈 녹은 물이 그대로 있고, 그보다 더 위험한 미끄럼 방지용 모래도 드물지 않다. 이런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온 라이더라면 그가 갖고 있는 모터사이클에 대한 열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계절로만 보면 좀 무모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열정과 무모함, 이것은 모터사이클에 언제나 함께 따라다니는 두 그림자가 아니던가.

모색

M 프로젝트를 세운 뒤 가장 먼저 해야 한 일은 우선 내가 접근할만한 바이크들에 대한 치밀한 조사였다. 접근성이란 비용과 기계의 덩치를 아울러 말하는 것이다. 언젠가도 썼지만, 나는 뭘 시작하기 전에 한참을 뒤지는 습성이 있다. 도서관에서 모터사이클과 관계된 책들을 한아름 빌려왔다. 내 컴퓨터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즐겨찾기' 에는 '모터사이클' 폴더가 하나 생겼으며, 그 안에 하나 둘씩 링크가 늘어갔다.

옛날부터 나는 이른바 '뿅카' 로 불리는, 정우성이 타는 그 스포츠형 바이크보다는, 허리와 목을 뻣뻣이 곧추세우고 타는 크루즈형이 더 좋았다. 미국에서 팔리는 거리 주행용 오토바이들은 대체로 크다. 그 중에서도 크루즈형이 더욱 그렇다.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오토바이는 150cc지만, 미국에서는 그 정도 배기량의 도로 주행용 바이크는 찾기도 힘들다. 크루즈형 모델에서 250cc급이 서너 종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뒤로 훌쩍 뛴다. 600-750cc 정도가 기본이고 1,000cc급도 흔하며 1,200-1,500cc 정도 되어야 고배기량 오토바이로 친다. 가장 높은 기종이 1,800cc급이다. 할리는 엔트리가 883이다. 엔트리라고 하기도 좀 그렇지만.

배기량이 일반적으로 높다는 것은 쌩초보자인 나에게 두 가지 문제를 안겨 주었다. 하나는, 높은 배기량에서 나오는 힘을 적절히 제어해 길들이기가 (혹은 내가 길들여지기가) 쉽지 않으며, 또 바이크의 무게가 엄청나다는 점이었다. 육중한 체구의 바이크를 hog(돼지)에 빗대어 부르기도 하는데, 그 주인들도 hog와 비슷하게 육중한 체구를 가진 경우가 흔하다. 동양 표준형(?) 체구를 가진 쌩초보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너무 폭발적이다. 덩치 좋은 미국넘들도 낑낑대는 무거운 바이크들은 일찌감치 선택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두 번째 문제는, 배기량이 크니 당연히 값도 비싸다는 점이었다. 가뜩이나 주변 눈치 봐가며 살금살금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데, 폭발적 기종을 사느라 폭발적으로 지출을 하면 온갖 물의가 폭발적으로 일어날 것이 틀림없었다. 결국 새 넘들은 애써 외면하고, 3-4년쯤 된 넘들을 집중적으로 찾았다.

하긴 값도 값이지만, 많은 모터사이클 전문가들이 초보 라이더에게 저용량의 중고 모터사이클로 라이딩을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두 바퀴 탈것은 잘 자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운전자가 초보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면허증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크롬 번쩍이는 새 차를 몰고 나와서 자빠뜨리기라도 하면, 모터사이클 여기저기 흠집 난 것이 자기 몸에 상처 난 것보다 더 아프고 안타까울 것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차량과 뒤섞여 거리를 달리는 모터사이클은 안전과 직결된 기계. 큰 부담없이 다룰 수 있는 넘으로 시작하면서 주행 기술을 익히라는 권고가 보편적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모터사이클을 타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오토바이와 끈끈한 정서적인 유대를 맺고 있으며, 따라서 모터사이클을 제몸처럼 아끼고 관리한다는 점이었다. 이건 불행한 점이기도 했는데, 같은 이유로, 중고라고 해도 값이 많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서너 달을 은밀히 조사 분석한 끝에, 나는 초보자용 250cc에 머물러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정도 배기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혼다의 Rebel 250과 야마하의 Virago 250이었다. 모두 베스트셀러로, 열혈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기종들이었다. 둘 모두 공냉식, 체인 구동형으로, 기계적 구조가 간단하고 관리에 필요한 노력이 최소한이라는 점도 매력이었다. Rebel은 인터넷에 사용자 포럼까지 조직되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Virago 250은 야마하의 크루즈 라인업에서 막내였는데, 배기량으로 보면 그냥 막내라기보다 완전 늦동이쯤 되는 기종이었다. 바로 위의 형이 650cc다. 기계적 안정성은 혼다쪽이 더 나은 것 같았고, 디자인은 V-트윈 엔진을 달고 있는 야마하가 훨씬 나았다. 모터사이클에서 디자인은 엔진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라이더들은 모터사이클로 자신을 '선언' 하는 경향이 있으며, 다른 말로 하면 폼생폼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근처의 딜러샵과 ebay.com, 지역 신문의 classified 광고를 뒤지는 지루한 작업이 시작됐다. 딱 마음에 드는 넘은 참으로 찾기 어려웠다. 기종과 값이 적당하다 싶은 것들은 코네티컷, 플로리다, 애리조나같이 아득히 떨어진 곳에서 나왔고, 가까운 데서 나오는 것들은 너무 오래된 넘들이거나 너무 새 것들이었다.

지루한 작업이긴 해도 매우 행복했음도 아울러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이 즈음에 나는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지루하고도 불안한 기간을 쉽게 이겨낸 것은 모터사이클과 나를 얼기설기 조합하여 완성한 한 장의 가상 이미지에서 나오는 힘 덕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 혼다, 야마하 (야마하 Virago 250은 2008년부터 V Star 패밀리에 편입되어, V Star 250으로 나오고 있다.)

모터사이클 프로젝트 1: 벌레

덧글

  • 2008/04/01 13:5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04/01 16:08 # 답글

    하하, 오랜만-. 원래 그 두 가지는 서로 양립이 잘 안되지. 여행을 기준으로 보면 딱 그래. 음, 이 글은 벌써 서너 해 전에 메모해 둔 것을 정리하는 것임. 시간 참 빨리도 가네. 메일 쓸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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