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메일, 발송 날짜 위장 서비스 개시 섞일雜 끓일湯 (Others)

이런 안타까운 경우는 누구나 있을 것이다:

1. 앗차! 어제는 그녀의 생일이었다. 생일 축하 이메일을 보냈어야 하는데,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 전화도 못했다. 앞으로 한 달은 토라져 있을 것이다. 어쩌면 좋을까.

2. 교수님에게 제출해야 할 레포트 마감이 벌써 이틀이나 지났다. 겨우 다 쓰긴 썼는데, 지금 보내면 제대로 받아 주실지도 의문이고, 받아 주신대도 마감을 넘겼으므로 점수가 많이 깎일 게 틀림없다. 어쩌면 좋을까.

3. A 쇼핑몰 사이트에서 사은품 행사를 한다. 쇼핑 경험을 간단히 써서 이메일을 보내면 선착순으로 상품을 준다고 한다. 엄청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이므로 선착순에서 앞순위에 오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있다. 지메일(gmail.com)이 해결해 준다. 지메일은 오늘 기상천외한 새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른바 자의적 시간 조정 메일(Gmail Custom Time)이다. 서비스의 핵심은 이메일 발송 시간을 과거에 보낸 것처럼 위장해서 발송해 준다는 것. 바로 지금 작성해 보내는 이메일에 과거의 시간이 찍혀 발송되는 것이다.

따라서, 4월1일 오전 10시에 이메일을 보내면서 3월29일 오전 10시에 보낸 것으로 위장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조정된 이메일은 메일 수신자의 인박스에 가짜 시간을 기준으로 정렬된다. 말하자면 이틀을 되돌려 3월29일 오전 10시에 보낸 것으로 설정해서 보내면, 메일 수신자의 인박스에서 3월29일 오전에 받은 이메일 사이에 낑겨 들어가는 것이다. 완벽한 위장이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장치가 더 있다. 메일 수신자가 이 이메일을 읽었는지 아닌지도 발신자가 설정해서 보낼 수 있다. 지메일에서는 읽지 않은 이메일은 굵은 글씨로 나오는데, 이를 마음대로 설정해 보낼 수 있다는 것. 말하자면, 시간을 거슬러올라가서 과거의 메일 리스트 중에 자리잡으면서, 이미 읽은 것처럼 보이게까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메일 수신자로서는 "틀림없이 처음 본 이메일인데 어느 새 들어와서 내가 읽기까지 했네? 내가 깜빡 잊었나보군!"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 그녀에게 생일 축하 이메일을 보냈다고 우기자. 그녀가 부정하면 이메일을 열어 보라고 한다. 그녀의 이메일 인박스에는 내가 제 날짜에 보낸 축하 메일이 분명히 들어 있을 것이다. 교수님은 레포트가 마감 전에 제대로 들어온 것으로 보아 주실 것이 틀림없다. 특히 수많은 메일이 몰리게 마련인 시점이므로 완전 범죄를 이룰 수 있다. 또 일정한 기간 동안 이메일을 받아서 선착순으로 상품을 주는 경품 행사라면 1등은 따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 물론이다. 무엇보다, 이메일이라는 소통 수단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시간을 마음대로 위장할 수 있다면 많은 물의가 벌어질 수 있고, 법적인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길 여지는 충분하다.

그래서, 지메일은 시간 위장 이메일을 쓸 수 있는 횟수를 1인당 1년에 10회로 제한해 두었다.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1년에 열 번만 쓰라는 것이다. 되돌릴 수 있는 시간도 2004년 4월1일까지로 제한을 두었다. 이 날은 지메일이 등장한 날이라고 한다.


자,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정하는지 볼까? 메일 작성 페이지에 들어가면 수신자 이메일 주소와 제목을 쓰는 칸 밑에 "Set custom time" 이라는 버튼이 있다. 이 드롭다운 메뉴를 펼치면 1시간 전, 6시간 전, 기타 시간을 지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아니, 그렇게 되어 있어야 한다. 새 서비스 설명 페이지에는 분명히 위처럼 버튼이 작동하는 그림이 나와 있다.

오호… 신기하군, 하며 메일 작성 페이지를 들어가 보자.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시간을 조정하는 버튼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몇 번이나 시도해 보았지만, 버튼은 찾을 수 없다.

지메일은 아직도 베타다. 베타라서 에러가 생긴 것일까. 새 서비스를 개시하려면 충분히 시험해 보고 할 일이지.

… 할 즈음에서, 우리는 갑자기, 이 서비스가 4월1일부터 개시되었다는 점을 불현듯 떠올리게 된다. 아울러, 새 서비스를 설명하는 페이지에 크게 붙어 있는 March 31의 포스에 눈을 돌리게 된다.

아아, 나는 구글에게 멋지게 속아 넘어갔구나.

이미지: 구글 Custom Time

덧글

  • Charlie 2008/04/01 16:27 # 답글

    간절하게 바래왔던 서비스군요! 당장 지난 발렌타인데이때 못보냈던 메일을 보내야겠습니다~
    (..)
  • 2008/04/01 16:5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LaJune 2008/04/01 17:43 # 답글

    애교스런 거짓말을 위해서는 좋은 기회네요...라는 생각을 하며 읽다가 헌데 오늘 날짜가..... (.....) 어째 그렇지 않을까 싶기는 했습니다만.
  • deulpul 2008/04/01 18:22 # 답글

    Charlie: 저도 쓸 데가 많은데... 10개로 제한한 것은 너무해요.

    비공개님: 아, 그랬네요. 사용자에게 재미를 주려는 노력들이 가상합니다. 자기네도 만들면서 재미있었을 듯 싶습니다.

    LaJune: 애교가 아니라 저... 정말 목숨을 살리는 중요한 서비스가 될지도 모릅니다. 저 같이 잘 잊어버리는 사람에게는... 하하.
  • 붉은아침 2008/04/01 20:14 # 답글

    만우절 이벤트인가??
  • deulpul 2008/04/02 00:12 # 답글

    네, 그렇습니다. 서비스 설명 페이지 맨 밑에 'Terms' 'Privacy Policy' 'Program Policies' 링크가 한 줄 있는데요. 흔히 잘 안 읽어보게 되는 이 링크로 들어가면 만우절 농담이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정말이었으면 참 유용하게 악용할 수 있을 걸 그랬네요.
  • 푸른마음 2008/04/02 18:25 # 답글

    오오.... 당장 못낸 레포트부터 (ㅋㅋ)
  • JIYO 2008/04/02 22:47 # 삭제 답글

    혹시나 하면서 읽었는데 역시나로군요.
    아, 구글 정말 귀여워요. *>_<*
  • 히치하이커 2008/04/02 23:15 # 답글

    하하하. 혹시나 했는데...역시나네요.
    한국 구글은 사투리 번역 서비스를 내놓았다죠. (웃음)
  • deulpul 2008/04/03 02:56 # 답글

    푸른마음: 10개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하하-.

    JIYO: 구글은 각 나라마다 각기 다른 이벤트를 진행한 모양입니다. 한국의 '사투리 번역 서비스'도 재미있었고, 호주에서는 하루 뒤의 문서를 미리 검색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네요. 복권 당첨 번호나 운동 경기 승부를 미리 알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쇄도했다는...

    히치하이커: 네, 그것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참 손이 많이 갔을텐데, 대단해요. 역시, 이런 일은 만드는 사람도 재미있었겠지만 말이죠.
  • 오카베 린타로 2018/12/16 13:59 # 삭제 답글

    아니 저것은..! D메일!!!!
  • deulpul 2019/01/14 13:01 #

    아득한 예전에 이런 일도 있었군요. 하지만 여전히 필요한 서비스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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