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 수표에 대한 질문 중매媒 몸體 (Media)

미국 정부가 경기를 자극한다는 명분으로 국민들에게 나눠주기로 한 현금 수표(이른바 economic-stimulus rebate check)가 곧 발송될 모양이다. 4월28일부터, 사회보장 번호 끝자리가 00-20인 사람을 시작으로 하여 수표가 배달될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바로 그 날, 학과에 이런 이메일이 공지로 떴다.

"We're looking for folks who have received their checks. If you or any colleagues have gotten yours already and wouldn't mind answering a few questions about what you might do with the money, please give me a call or e-mail me as soon as you get this."

이 이메일을 보낸 사람은 AP 기자다. 사람들이 이 돈을 어떻게 쓰려고 하는지와 관련한 기사를 쓰려고 하니, 수표를 받은 사람은 즉시 연락을 해달라는 부탁이다.
공지 이메일이 나간 지 서너 시간 뒤에, 한 교수가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역시 공지로 올렸다.

"이 요청이 정말 AP를 위한 것인가? 이런 개떡같은 기사를 쓰겠다고 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우리가 그 돈을 갖고 어떻게 하겠냐고?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이라크에 퍼다 버린 돈을 갖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를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적은 금액의 수표는 그에 비하면 눈꼽만큼도 안된다. 큰 그림을 놓치고 지엽적인 것만 좇는 언론을 보니 짜증이 난다.

게다가, 이 사례는 어떤 이슈에 대한 엘리트의 틀짓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 수표가 "경제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란 말이지? "대선의 해에 나눠주는 뇌물"이 아니라? 이런 점에 대한 기사는 어떤가? 이런 점이 "그 돈 갖고 무엇을 하시겠습니까?"보다 훨씬 중요하지 않은가?

한 가지 더 있다. 정 경제에 자극을 주고 싶어서 재원을 마련했다면, "이것을 사회적으로 더 가치 있고 더 생산성 있는 방법으로 쓰는 길은 무엇인가?" 그 돈이 실질적으로 경제에 자극이 되면서도 건설적이고 중요한 목표를 위해 쓰이도록 언론이 요구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잘히 쪼개 국민에게 나눠주는 대신, 더 많은 교사를 고용한다든가 교육 기자재를 산다든가 학교를 더 짓는다든가 등등 말이다. 국민에게 직접 나눠주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국민은 십중팔구 외국에서 수입된 조잡한 물건을 사는 데 이 돈을 쓸 것이며, 그로써 무역 적자를 악화시키고 쓰레기 매립장이나 더 필요하게 만들 뿐이다. 경제를 자극한다면, 대체 어떤 경제 활동을 자극하자는 것인지에 대한 기사는 어떤가?"


가면 갈수록 블라디미르 일리치의 외양을 닮아 가고, 연구실에 밥 말리의 대형 포스터를 걸어 놓고 있는 이 교수의 언론관에서 나는 별로 잘못을 찾지 못하겠다.

덧글

  • 2008/05/02 06: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누리 2008/05/02 07:41 # 답글

    멋진 교수님이시군요.
  • 닥슈나이더 2008/05/02 08:27 # 답글

    교수님의 메일을 우리나라 주요 언론사의 기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
  • deulpul 2008/05/07 15:32 # 답글

    비공개님: 하하-.

    누리: 그렇죠?

    닥슈나이더: 소 귀에 경읽기죠. 아니, 광우병소 귀에 경읽기랄까.
  • 요괴 2008/05/16 17:02 # 답글

    뭐.. 이 AP기자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미 많다는 거. 제가 다니고 있는 대학에서도 모 교수님은 매일 경쟁력 없는 자에게 1원의 임금을 더 주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를 말씀하신답니다. 억울하면 정규직 되라. 이거겠죠. 뭐, 제가 보기에는 그 말을 하느랴 매일 진도를 못나가는 바람에 국제관계책을 들고 왔다갔다 하는 100명의 학생들의 수강료나 시간이 더 아깝습니다만, 게다가 정교수가 그런 말을 하는 건 어쩐지 설득력이 없죠.
  • deulpul 2008/05/16 18:07 # 답글

    그래서 듣고 보고 생각하며 살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맥락은 좀 다르지만, 역시 경제학은 우울한 과학인 모양입니다. 그.. 그런데 경제학자가 아니라 국제관계학자입니까? 경쟁력 없는 교수에게 학생 1백 명이 1분의 시간을 주는 일은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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