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가고 그림만 남아 섞일雜 끓일湯 (Others)

이 그림 기억나?




간판이 그대로 있네. 낯익은 간판이. 검은 바탕에 흰 영문자를 세로로 써 넣은 길쭉한 간판이 건물 높은 곳에 그대로 매달려 있는 거야.

간판이 달려 있다는 것은 업소가 그 자리에서 영업중이라는 뜻이게 마련이잖아? 그러나 없어졌다고 하지 않았던가? 언젠가, 이 곳에서 저 술집 이야기를 잠깐 했더니, 이제는 없어졌다고 어떤 분이 알려주셨단 말이지. 그게 벌써 두어 해 전 일이거든. 그랬다면 간판이야 진작에 없어졌어야 하는 일 아냐?

건물 밑에서 간판을 올려다보며 반가움 반, 의구심 반으로 어리둥절하고 있다가 3층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어. 계단을 오르려는데, 마침 어떤 아주머니가 나를 앞서서 올라가네. 계단을 올라, 나는 3층의 그 익숙한 문 앞에 섰는데, 아주머니는 4층으로 계속 오르는 거야. 4층은 내가 알기에 살림집이거든.


"저... 죄송합니다만, 여기 카페 없어졌습니까?"

"네? 거기 찾아 오셨어요? (위를 향해) 아무개야! 3층 바뀌었지? (윗층에서 내려오는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 이윽고 나를 향해) 네, 없어진 지 한참 됐을걸요? 누가 들어왔더라... 한번 열어보세요."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하고 나를 내려다 보았지. 그 눈빛이 '뭐 하는 놈이지? 수상하네...' 하는 경계의 그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찾아왔나본데 없어져서 안됐다. 무슨 사연이나 있는 듯 한데...' 하는 쪽이어서, 잠깐이라도 고맙더라구.

아주머니가 4층으로 오르는 계단 위에서 내려다 보는 가운데, 나는 그 천국의 출입문을 살면시 열어 보았어. 굳게 닫혀 있어서 잠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손쉽게 열리는 거야.




그 집은, 문을 열면 바로 벽이 보이고 왼쪽으로 길쭉한 공간을 지나야 홀이 나오는 구조였지. 문 열자마자 보이는 벽이 옛날과 비슷한 거야. 이상하다... 하며 고개만 디밀어 왼쪽을 보았거든. 그랬더니, 역시, 바뀌었더군.

옛날 테이블이 있던 쪽으로 웬 칸막이가 둘러쳐 있고, 그 안에는 얼핏 보기에 사무실 같은 분위기가 났어. 무슨 기획 회사 같은 작은 간판이 붙어 있었던 것도 같은데, 워낙 짧은 시간이라서 잘 기억은 안 나네. 거기 사람도 몇 있었는데 눈도 마주치지 않았거든.

이상하지? 왜 간판을 3층 출입구 밖에 붙이지 않았을까? 아직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서일까? 그러나 새 공간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옛 공간이 정녕 사라졌다는 확인 때문에 새삼 아쉬운 거야.

"바뀌었죠?"

"네, 무슨 사무실 같은데요."

하고 나서, 나는 아주머니에게, 전의 술집 주인이 어디로 갔나 물어볼까 하고 잠깐 생각하다 말았지. 새로 바뀐지도 잘 모르고 있는데, 떠난 사람의 거취를 알 리가 있겠냔 말이지.

인사를 하고 터벅터벅 내려오다 보니, 급하게 올라올 때 보지 못했던, 옥호가 붙어 있던 벽이 보이데. 글자를 떼어낸 벽의 흔적이, 마치 스텐실을 한 듯 선명했어.




이상하다. 왜, 없어진 지 몇 해나 됐는데 건물 밖의 간판은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일까. 계단 위 그림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일까. 헛헛한 마음 속에서나 그대로 붙어 있다면 이해가 되겠는데 말이지. 이 브라더스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덧글

  • 2008/05/18 21:4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05/21 13:53 #

    바로 그래. 세대를 지나면서도 보존되고 있는 공간을 바라기에는 도시가 너무 빨리 자라는 것일까. 추억을 간직하기는 참 어려운 세상이네.
  • 2008/06/02 17:1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06/02 19:55 #

    넵, 그렇답니다. 아, 도깨비 말고 올맨 말이죠, 하하. 오랜만에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목소리 들으니 좋습니다-.
  • 지니 2009/07/24 23:39 # 삭제 답글

    그쪽이 또 나를 울멱이게 하는군요 어쩌면 우리는 그곳에서 보았을지도 모르겠군요 후배말로는
    가게가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서 오래 비워놨다더군요 올해 3월달에 한국가서 신촌 우드스탁에서
    음악 좀 듣고 그곳도 주인이 바뀐것같더군요 (잘은 모르지만)그곳사장이 현수씨 선배이거든요
    명륜동 우드스탁이 건대앞으로 옮겼다해서 또 그곳에서 술 마시며 현수씨사진보며 잘가라고 인사했어요 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내곁을 떠날까? 사는것은 아무것도 아닌것 같아요
    새벽에 올맨에서 듣던음악들을 기억해봅니다 비가 내리치던 장마철 눈이 와서 그야말로 하얗던그 겨울 가게 문닫고 우리멤버들이랑 멱던 감자탕 인제는 돌아갈수없는 시간이 되고 말았군요
  • deulpul 2009/07/27 00:22 #

    그러셨군요. 저는 혹시나, 지금은 없어졌어도 언젠가 다시 생길지도 모른다 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영영 어렵게 되었군요. 마음 속에 간직하던 고향집 하나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제 글이 괜히 마음을 다시 아프게 해 드린 게 아닌가 싶어 죄송합니다. 그 분은 이제 음악과 함께 행복하게 생활하실테니, 지니님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시고 힘 내시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그 곳에서 지지고볶던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담아 두겠습니다.
  • 지니 2009/08/05 03:25 # 삭제 답글

    요즘은 음악이 어디가 좋은가요?
  • 2010/07/25 04: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7/29 05:05 #

    저처럼 그곳을 좋아하던 분을 만나게 되어 저도 놀랍고 반갑습니다. 저 위의 지니님 말씀처럼, 저희는 모두 오며가며 한 번씩 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먹은 것 확인한다고 화장실 문 잠그어 놓고 못 들어오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그 취중에 뒷처리는 깔끔하게 열심히 했습니다... 는 농담이고요, 지금도 그곳에서의 기억을 모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지 않아서 많이 아쉽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 같네요. 비록 없어졌지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행복한 술집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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