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 아니고 실화입니다 섞일雜 끓일湯 (Others)

아고라가 아니라 아'구라'군요.

지난 6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친구를 만나 맥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졌습니다. 전철이며 버스가 끊겼습니다.

저의 집은 의정부입니다. 예전에는 종로 5가에서 '총알 택시'를 탔습니다. 위험하기도 하고 실제로 사고가 난 적도 있지만, 심야에는 싸고 빠르며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없어졌다네요. 의정부에 아파트가 엄청나게 들어서면서, 그냥 서울 외곽쯤이 되어서, 서울 택시 타고 그냥 들어가면서 메타기대로 돈을 내면 된답니다.

그래서 택시를 탔습니다. 운전사는 마흔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였습니다.

이건나: 지금 시내 좀 풀렸습니까? 광화문께나 또 막혀 있지 않으려나요?
운전사: 글쎄요, 요즘에는 저녁이면 아예 그쪽으로 안 가거든요. 오늘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이건나: 그참, 큰일이네요. 어쨌든 좀 빨리 마무리되어야 할텐데...
운전사: 손님, 그거... 촛불시위 잘 아세요?
이건나: 네? 뭐 별로... 하도 기가 막히니까 거리라도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운전사: 아... 그런데 '고대녀'가 누굽니까?
이건나: 아, 어떤 고대 여학생인데요, 왜요?
운전사: 아까 탄 손님들이, 고대녀 이야기를 하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해서요, 누군가 했죠. 저야 하루종일 이렇게 차 타고 돌아다니니 그런 소식도 잘 모르고 손님 통해서 얻어듣고 하죠.
이건나: 아, 그 고대 여학생이 말이죠...

이렇게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대화는 저의 집 근처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동부간선도로를 한참 신나게 밟아 올 때 운전사 아저씨의 부인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잠깐 대화가 끊긴 것을 빼고 말이죠. 저는 지금(당시) 상황이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어처구니없는 것인지, 시민들이 왜 분노하고 있는지, 그런데도 돌도 화염병도 던지지 않고 즐겁게 의사 표현하는 시민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이야기했습니다. 아저씨는 잘 들어주셨습니다. 그러는 동안 집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이건나: 아, 여기 세워주시면 됩니다.
(메타를 보니 2만6천 얼마가 나왔습니다. 3만원을 내밀었습니다.)
이건나: 여기 있습니다.
운전사: 아... 저, 2만원만 주세요.
이건나: 네?
운전사: 그냥 2만원만 내세요.
이건나: 아니 왜요... 메타대로 받으셔야죠?
운전사: 아뇨, 좋은 이야기 많이 들었으니 값을 내야죠. 좋은 이야기 해줘서 진짜 고마워요.
이건나: 아니... 그래도 어떻게...
운전사: 자, 얼른 돈 내고 들어가서 자요.

운전사는 시원시원하고 대찬 성격의 아저씨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조용하고 소시민적인 느낌이 나는, 흔한 우리 이웃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밤을 새며 피나는 노동을 한 대가 중에서 6천원을 더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잘 압니다. 그래도 아저씨는 '말값'을 치르고 2만원만 받겠다고 고집했습니다. 저는 그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2만원만 내고 내렸습니다.

저를 개인적으로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저 말 잘 못합니다. 그래서, 이 심야 특별 할인은 어눌한 제 말에 대한 말값이 아니라, 민심(民心)이라고 보아야 정당한 것이었습니다.

구라 아니고 정말 제가 겪은 일입니다.

 

덧글

  • 닥슈나이더 2008/08/08 09:10 # 답글

    택시타면 요즘에는 mb욕하시는 분들 많죠.....

    심지어 어떤 택시 아저씨는 시위대에 1시간동안 길이 막혔지만..
    그래도 해야할 일이라고 하시는 분들까지 있었다능....
    (제가 택시를 쫌 자주 탑니다..ㅠㅠ;;)
  • deulpul 2008/08/08 13:14 #

    10%대 지지율이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미리내 2008/08/08 09:59 # 삭제 답글

    민심의 이반이 확실히 느껴지는 체험을 한 두가지씩은 모두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저들은 극소수 불순분자라고 자기최면에 빠지죠. 그러다가 어느날 덜컥수에 빠져버리는 게 아닌가 합니다.
  • deulpul 2008/08/08 13:14 #

    10%대 지지율이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름모를 2008/08/08 10:34 # 삭제 답글

    택시타면 촛불시위대 욕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도 촛불시위하고 오는 길에 논쟁에 논쟁이 붙어서 싸우다 중간에 내린 적도 있다고 하는 군요.
    지난 대선이나 교육감선거 결과를 봐고 그렇고.. 온라인상에서야 문국현이 최고고 우파교육감은 인기가 최악이지만 오프라인상에서야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 deulpul 2008/08/08 13:16 #

    10%대 지지율이긴 하지만 지지하는 사람도 있긴 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긁적 2008/08/08 13:11 # 답글

    음?? 그렇지만 트랙백하신 그 문제의 글은 정말 구라같습니다. (.....)
    다만 들풀님께서 만나신 그 분은 정말 멋지신 분이군요. 간지 쩝니다. d-_-b
  • deulpul 2008/08/08 13:17 #

    진실은 본인만이 알겠죠? 혹시 출국금지시키고 벌금 때리고 마일리지 쌓겠다고 협박하면 진실을 털어놓을지도...
  • 2008/08/08 14:1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08/08 23:26 #

    어머! 반갑습니다. 곧 메일 쓸께요-.
  • 자그니 2008/08/08 14:51 # 답글

    전 택시 안에서 논쟁 붙으면 항상 합의를 봅니다...(응?)

    87년 생각난다고 얘기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이 얘기를 안하고 싶어도 안할 수가 없는게, 제가 타는 택시는 대부분 촛불 집회 끝나고 새벽에 돌아갈때 타는 택시외에는 없어서...;ㅁ;
  • deulpul 2008/08/08 23:26 #

    자그니님은 시원시원하게 성격이 좋으실 것 같아서, 합의(?)도 잘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견이 많이 다르면 그냥 입 닫고 가는 경우가 많은 저로서는 부럽습니다.
  • 2008/08/09 02:0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08/10 04:33 #

    아아 반갑습니다. 저희는 지역 감정 좀 가져도 되지 않을까요? 하하-. 사실 돈 더 달래서 줄 때도 있고 나온 대로만 주고 내릴 때도 있었습니다. 저도 좀 혼란스러웠죠. 올맨은 대체 이상하군요? 지난 5월에 분명히 문 닫은 것을 봤는데, 아는 선배도 서너 달 전에 갔다고 하시고...
  • 2008/08/11 23:00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08/12 00:06 #

    바쁠텐데 연락 줘서 반갑네. sweet 좀 해도 돼. 체질이 되면 더 좋고... 하하-.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