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 많이 먹는 것이 아닐까 섞일雜 끓일湯 (Others)

적게 먹던 시절에 대한 향수는 우리 시대의 주요한 공감대 중 하나다. 먹을 음식이 없어서 적게 먹어야 하던 시절이 그리울 리는 없다. 하지만 먹을 음식이 차고 넘치는데도 일부러 적게 먹어야 하는 지금, 온갖 달고 푸짐한 음식이 우리를 유혹하는 지금, 어쩔 수 없이 과거를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왼쪽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2004년 8월호에 실린 기사 '우리는 왜 이렇게 뚱뚱한가?(Why are we so fat?)'에 함께 실린 그림이다. 이 그림은 우리가 흔히 먹는 패스트푸드가 지난 몇십 년간 얼마나 커졌는가를 잘 보여준다.

첫 번째 그림은 버거킹이다. 1954년에 버거킹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와퍼는 2.8온스(79g)에 202칼로리였다. 지금은 4.3온스(122g)로 늘었으며 칼로리도 50% 이상 증가했다. 시각적으로는 크기가 큰 차이가 나는데도 칼로리가 몇 배로 늘지 않은 것은 토마토나 피클 같은 야채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뱃속으로 들어가는 양은 크게 늘어났다.

두 번째는 맥도널드의 감자튀김인 프렌치 프라이다. 지금의 감자튀김은 맥도널드 프랜차이즈가 등장한 1955년에 비해 무게나 칼로리가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지금 돌아보면, 저렇게 작은 감자튀김을 먹고 간에 기별이나 갔을까 싶은 양이다.

세 번째는 허쉬 초콜렛. 밀턴 허쉬(Milton S. Hershey)가 세운 작은 캔디 회사가 캐러멜 사업을 접고 초콜렛에 집중하기로 한 1900년에 나온 초콜렛과 지금의 초콜렛이 비교되어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지금의 초콜렛으로 보여준 것은 7온스(198g)짜리 대형 초콜렛이며 1900년의 초콜렛은 2온스(57g)짜리다. 그러나 지금도 허쉬 초콜렛 바의 기본 사이즈는 1.55온스(44g)로 230칼로리다. 다만 포장 단위가 커지면서 대용량 소비를 자극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요즘은 5파운드(2.27kg)짜리 초대형 허쉬 초콜렛까지 나오는 판이니 말이다.

그 다음은 코카 콜라. 코크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병 디자인이 처음 선을 보인 1916년의 콜라는 6.5 fl.oz.(192ml)인데 비해 최근의 콜라는 16 fl.oz.(473ml)로 부쩍 커졌다. 이에 따라 칼로리도 두 배가 훌쩍 넘었다.

마지막은 극장에서 살 수 있는 팝콘이다. 1950년대의 팝콘은 세 컵 정도, 174 칼로리다. 요즘 극장에서 살 수 있는 대형 팝콘은 21컵 포장에 버터까지 바르면 1,700 칼로리에 이른다. 호머 심슨이 잘 먹는 그 사이즈인데, 혼자 먹기는 버겁지만 사람에 따라 다 먹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물론 이 비교에 등장하는 현대의 상품들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 중에서 큰 것들을 뽑아 놓은 듯하다. 자의적인 선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위에 말했듯, 포장의 단위가 점점 커지고 있다든가, 우리가 많이 먹는 것에 얼마나 익숙하거나 관대해지고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과거에 비해 많이 먹고 있다는 것, 그 많은 경우 '지나치게' 많이 먹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현재의 우리가 1910년대나 1950년대 사람보다 일을 더 열심히 하고 몸을 더 많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앉아서 하는 일이 훨씬 더 늘어났으며 몸을 움직일 기회가 훨씬 적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더 많이 먹고 더 적게 움직이는데 비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인류는 [대량 생산 -> 가격 하락 -> 과잉 소비 -> 비만 -> 의료비 증가] 의 연쇄 속에서 시달리다, 인위적으로 늘어난 수명을 현대병에 시달리는 기간으로 채우고 인생을 마치는 과잉 영양의 덫에 이미 빠져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미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scanned)

덧글

  • 카스미 2008/08/14 02:15 # 답글

    2.27kg? 웬만한 아이 몸무게로군요. 덜덜
  • deulpul 2008/08/14 02:25 #

    엄청나죠? 전에 저걸 한번 사볼까 하다가, 다 녹기 전에 먹을 자신이 없어서 관뒀습니다. 대략적인 크기는 www.candyfavorites.com/Hershey-5-Pound-Milk-Chocolate-Bar-pr-588.html 에서 짐작하실 수 있음...
  • deca 2008/08/14 02:33 # 삭제 답글

    지구 다른 곳에서 굶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는 건 식상할까요?
  • deulpul 2008/08/14 02:44 #

    위에 '인류는...' 이라고 쓴 부분은 그런 점에서 완전히 잘못됐습니다. '인류 일부는' 이라고 표현했어야 했습니다. 일깨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08/08/14 07:5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08/14 12:23 #

    사실 저도 하나를 다 먹는 경우가 드물긴 합니다. 위대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자책하는데, 위란 게 자꾸 늘리면 늘어나기도 하는 모양이에요...
  • 2008/08/14 09: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08/14 12:24 #

    글쎄요... 논란이 있는 것은 분명한 말 같아서 그냥 빼버렸습니다. 지적 고맙습니다.
  • flying mia 2008/08/14 22:35 # 답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더 크고, 더 자극적이고, 더 좋지 않은 것에 열광하는 걸까요ㅠ
  • deulpul 2008/08/15 14:39 #

    에... 보기 좋은 햄버거가 먹기도 좋다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뭔가 크고 푸짐하면 더 먹음직스럽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크게 만들어 놓으면 섭취량이 대체로 늘어나는 것도 사실인 듯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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