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와 쥐, 노시개와 쥐박이 때時 일事 (Issues)

대통령을 조롱하는 일이 '국민 스포츠'가 된 적이 있다. 오래 전도 아니다. 불과 몇 년 전, 노무현 재임 때다. 노무현을 놓고 국민, 언론, 기업인, 보수 정치인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겁고 신나게 씹고 조롱했다.

일반 국민은 둘째치고 한나라당 의원이며 기업 총수 같은 자들이 어떻게 했나를 잠깐만 회상해 보자. 예컨대 한나라당 김병호는 공식 자리인 한나라당 당직자회의에서 "시중에 노대통령과 개구리가 닮은 점이 다섯 가지 있다. 올챙이 적 시절을 생각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며 가끔 슬피 운다 등이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박주천 사무총장도 이를 받아서 맞장구를 쳤다(<동아일보> 2003-08-23 08면).

많은 신문들, 특히 보수 신문들은 이 사태를 보도하는 척하면서 1~5 항목을 구체적으로 밝혀 개구리 담론을 확대 재생산했다. 예컨대 <동아일보>의 최규철은 칼럼에서 "최근 시중에 나도는 대통령을 빗댄 개구리 농담 중에 '때때로 슬피 운다'는 대목이 끼어들 정도가 됐다"라고 썼다(<동아일보> 2003-08-28 06면). 심지어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말하지도 않은 6번 항목까지 친절히 찾아 밝혀 주었다(<서울신문> 2003-08-23 04면).

또 당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라고 버젓이 말했으며, 김무성은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한국일보> 2003-09-08 03면).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는 국민이 (노무현 대통령을 뽑는) 바보짓을 했다면서 청와대를 지칭해 "우물안 개구리들"이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경향신문> 2004-01-17 04면).

이렇게 하여 노무현은 개구리로 자리잡았다. 개구리는 점점 자라 노시개로 발전했다. 노시개라고 들어봤어? 노무현 시발놈 개새끼의 줄임말이래. 수근대다 못해 밖으로 내질렀다. 기업 사장들은 기업인끼리 모인 회식 자리에서 이 '노무현 시발놈 개새끼'의 약자를 건배 구호로 외치기도 했다.

노무현 조롱의 압권은 한나라당 의원이 직접 공연한 연극 <환생경제>였다. 여기서 한나라당 현직 국회의원들은 노무현을 노가리로 빗대어놓고 "불알값" "육실헐놈" 개잡놈"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 등의 욕설을 퍼부으며 비하했다(<한겨레> 2004-09-01 23면).

앉아서 욕만 하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듣자니 현 정부는 이명박 밑에서 정권 친위대 역할을 맡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이는 경찰을 내세워, '탄핵' '쥐박이' 조중동' 같은 말이 들어간 인터넷 메세지를 조사하고 있단다. 국민의 의견 표현에 대해 조사하고 검열하여 처벌하겠다는 발상도 기가 막히지만, 저희들은 일찌기 공식 자리에서 온갖 욕설과 조롱 신나게 해놓고, 이제 일반 국민이 어이없는 정국 상황을 보다 못해 비아냥한 것을 조사하고 잡아가겠다는 것이다. 너무나 파렴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저희들이 개구리 운운하는 것은 괜찮고 국민이 쥐 운운하는 것은 안된다는 말인가.

국민의 개인 의견 표현에 탄핵이라는 말이 들어갔다고 감시하고 조사한다면, 공당의 정치인으로서 탄핵 운운하며 즐겁게 박장대소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탄핵까지 시킨 한나라당 의원들은 모조리 총살형에 처해야 할 일이 아닌가.

불리한 여론을 막으려고 기를 쓰는 사정은 잘 알겠다. 그러나 그렇게 용쓸 힘 있으면 욕 안 처먹도록 일을 제대로 하는데 써야 할 일이다. 머리가 액세서리가 아니라 무언가를 생각하는 도구라면 그런 방향으로 움직여야 마땅하다. 머리가 액세서리인 분들은 그저 짓밟고 잡아가두고 억압하는 방식으로 뭔가를 풀고 싶어하지만, 그런 방식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묘혈을 파는 것임을 잘 모른다. 정부는 국민이 매일 거리로 쏟아져 나오지 않고 인터넷에서 욕이나 하고 있음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고마워해야 한다. 생각이 모자라 이를 계속 억압한다면 국민을 위해서도 불행이지만, 정권을 위해서도 큰 불행이다.

참고로, 한나라당 인간들이 개구리 발언을 했을 때 당시 정부와 여당의 반응은 어땠던가.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개구리 운운하며 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데 대해서도 "발언의 자유가 있다"고 비아냥거리며 오히려 "개구리 같은 사람들"이라고 대응했거나(<세계일보> 2003-04-29 05면), "국정 발목잡기 수위가 도를 넘었다"라면서 '한나라당의 구태정치 6개월'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등 역공을 전개했다고 한다(<동아일보> 2003-08-25 04면).

귀가 짧은 탓인지, 막말을 일삼은 한나라당 인사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개구리' '노무현 시발놈 개새끼'라는 말을 했다고 하여 잡아가고 구속한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봐야 노무현이 개구리이며 노시개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덧글

  • 2008/08/19 21:0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히치하이커 2008/08/19 22:47 # 답글

    이놈이나 저놈이나 신자유주의의를 추종하는, 저 같은 인생에겐 별 도움 안 되는 치들인 건 알겠는데 적어도 저놈들은 말이라도 조금은 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놈들은 말 자체가 통해 먹질 않으니...
  • deulpul 2008/08/20 05:17 #

    아주 명확하고도 간명한 촌철살인성 코멘트였습니다.
  • rince 2008/08/19 23:01 # 삭제 답글

    한나라당은.....기억상실증 환자들이거든요....기억에 없을듯 합니다 ㅠㅠ
  • deulpul 2008/08/20 05:18 #

    아니 명색 보수가 옛것을 잊어버리면 뭐 어디로 가자는 겁니까!
  • -A2- 2008/08/20 00:03 # 답글

    누가 뇌용량 2mb들 아니랄까봐 지들이 실컷 욕하던건 다 잊어버렸네요.
  • deulpul 2008/08/20 05:19 #

    그럼 결국 기억상실증은 저용량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대세... 긴하지만, 역시 이기적 악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 자그니 2008/08/20 00:17 # 답글

    ...사실인가요...-_-;;;; (세상에)
  • deulpul 2008/08/20 05:20 #

    근거없는 괴담입니다, 어떤 분들이 보시기에는.
  • ymir 2008/08/20 00:28 # 삭제 답글

    (반쯤 반어법이지만)그래도 다행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저들이 그나마 '티 안나게 조심해서' 일을 진행할 만큼의 사려도 없다는 점에 대해서요. 이제야 드디어 내 세상 왔다고, 팔이 빠져라 휘두르며 활개치는 저 모습을 숨길 생각조차 안 한다는 데에 일말의 안도감을 느낍니다.

    만일 저들이 조금 더 치밀하고 조금 더 사려깊고,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도록 철저하게 그늘에 가려진 곳에서 모든 일을 처리한다면, 우리는 5년 뒤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요.
  • deulpul 2008/08/20 05:27 #

    천박한 것이 좋은 점은, 천박성이란 숨길래야 숨겨지지 않고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겠죠.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치들이라 아주 다행스럽습니다. 예컨대 일본넘들이 일제 강점기에, 초기에는 헌병 경찰을 동원해 '무단 통치'를 10년 실시하다가 삼일운동으로 앗 뜨거라 하면서 '문화 통치'에 들어간 뒤 수십 년을 말아먹은 지혜를 저치들이 배울줄 몰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거 참고할까봐 좀 걱정도 됩니다만.
  • LaJune 2008/08/20 02:37 # 답글

    바보라서 다행인거야... 네요. on_
  • deulpul 2008/08/20 05:28 #

    윈-윈 상황이네요. 저이들은 바보짓 하면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국민은 저이들이 바보짓으로 스스로 무덤을 열심히 파고 있으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아아 희망의 대한민국!
  • LaJune 2008/08/20 14:08 #

    win-win인데 전 왜 슬프죠. ;ㅅ;
  • 쯧쯧 2008/08/20 16:19 # 삭제 답글

    이래서 反한나라당 진영이 바보취급 당하는 거죠.

    >국민의 의견 표현에 대해 조사하고 검열하여 처벌하겠다는 발상도 기가 막히지만, 저희들은 일찌기 공식 자리에서 온갖 욕설과 조롱 신나게 해놓고, 이제 일반 국민이 어이없는 정국 상황을 보다 못해 비아냥한 것을 조사하고 잡아가겠다는 것이다.

    대체 어디서 누가 이런 소리 한다고 잡아간답니까. 현실을 제대로 인식 안 하고 유언비어나 퍼뜨리니까 한나라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다른 정당을 지지 안 하는 거죠.
    좀 정직하게 살면 덧납니까.
  • 장재천 2008/08/20 17:46 #

    http://ydhoney.egloos.com/3725133
    넵. 경찰서에서 오랬던데요?
  • 쯧쯧 2008/08/20 21:42 # 삭제

    장재천/
    자 이제 잡아갔다는 글을 보여주시죠.
  • 장재천 2008/08/20 22:12 #

    '잡아간다'를 혹시 검은 옷의 양복들이 들이닥쳐서 끌고간다는 의미로 생각하시는 건지?;
  • deulpul 2008/08/21 03:22 #

    조사가 아니라 정식으로 수사하고 출두 요구한 사례 있습니다. 장재천님이 알려주신 ydhoney님뿐 아니라 30대 주부 사건을 모르시지는 않으실 테고요. 이런 사건은 소수만이라도 있어서는 안되는 겁니다.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칠링 효과를 낳기 때문이죠. 이게 그들이 의도하는 바라고 생각됩니다만.

    조사한다고 자료 요구하고 변죽 울리면서 실제로 잡아가지 않는다면 더욱 문제죠. 잡아가면 실제로 법을 따져야 하고, 그 경우 무분별한 수사, 입건이 설 땅이 별로 없음이 명백하므로, 그저 조사한다고 설레발쳐서 국민을 협박하고 입막음을 하려는 저의를 그대로 드러내는 꼬라지이기 때문입니다.

    출두 요구가 '잡아갔다'가 아니므로 괜찮다시면 너무 2mbish하시달밖에. '잡아가겠다'와 '잡아갔다'에 대한 혼동은 보너스.
  • ydhoney 2008/08/21 10:54 #

    쯧즛 님 안녕하세요. 서울남부지검까지 다녀왔는데 이 정도면 잡혀갔다가 온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겠습니까? :-D 이 정도면 문국현 대표가 겪고 있는 수준과 유사한 수준인것 같은데요. ^^
  • 클래식노바 2008/08/20 16:34 # 답글

    정말 자기네들이야말로 올챙이적 시절을 모르나보군요. 한나라당의 실태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노통시절에 자기네들은 온갖비판이란 비판 정말 노가리부터..열우당..등등 여러가지 정말 저질스러운 욕설이란 욕설..저급스러운 비판이란 비판은 다해놓고는 오히려 우리는 정당취급도 못받았다..이러지 않나?!

    그리고 위에 쯧쯧님,당당하면은 로그인해놓고 댓글다시죠? 아무리 봐도 알바로밖에 안보이는군요. 유언비어라고 그랬는데 뉴스에서도 이미 대통령비판만 해도 경찰서에 끌려간 분들 있습니다. 이글루스에서도 뵌적이 있고요. 참,어이없습니다. 국민들이 다른정당을 지지안하는게 아니라 지지할 정당이 없는겁니다. 그놈이 그놈이라면서..
  • deulpul 2008/08/21 03:26 #

    오죽하면 같은 편끼리 "우리 좀 너무하지 않아?" 하는 반응이 나왔더랬죠. 보수 언론이 한나라당 떨거지들을 품위 없다고 까댔으니까요. 우리 같은 시정잡배도 아니고 높으신 분들이 뭐여, 도대체...
  • 無名공대생 2008/08/20 19:06 # 답글

    國개論은 眞理입니다.
  • deulpul 2008/08/21 03:38 #

    그래서 삼복이 다 끝날 즈음에 국경일이 하나 있는 것인가요... 하하-.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약간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건 언제 좀 정리해봐야 할텐데...
  • 질투가면 2008/08/22 12:24 #

    승리의 국개론
  • 까칠한노리 2008/08/20 23:13 # 답글

    새삼..... 저것들이 우물안 개구린거 모르는 사람 없겠죠 (..픕;;)
  • deulpul 2008/08/21 04:51 #

    자기들.
  • 쥐박이미워 2008/09/02 16:11 # 삭제 답글

    진짜로 쥐박이를 박멸하고 싶어요.
  • deulpul 2008/09/03 00:48 #

    세스코에 문의하십시오.
  • qfq 2011/05/22 23:16 # 삭제 답글

    노무현 언론 탄압 기억 안나시나...
  • qfq 2011/05/22 23:18 # 삭제 답글

    무척 그립습니다. 노찡 아니 노무현 대통령님..
    현정부의 독재... 죽음의 강, 구제역사태,미국 경제살리기등
    비리비리한 맹박이 하늘은 왜이리 무심한지
    리.. 세상이 멸망하나 봅니다. 따라서 김대중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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