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어야 할 또 한 이유 미국美 나라國 (USA)

코메디언에게는 아이디어가 생명이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바보짓을 하면서 웃길 수도 있지만, 그것도 아이디어가 있고 나서다. 코메디언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렇게 나오는 아이디어 중에는 빛나는 보석들이 있다. 그저 웃음을 쥐어짜내는 허허로운 말장난이 아니라, 무릎을 칠 수밖에 없는 날카로운 풍자가 그 보석들이다.

아래는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에 나왔던, 미국 코메디언 크리스 락의 스탠드 업 코메디 중 한 장면이다. 여기서 락은, 총기 규제(gun control)가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총기 규제보다 총알 규제(bullet control)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기가 막힌 익살이다.



'총기 규제'를 할 필요가 없어요. 정작 필요한 게 뭔지 아세요? 바로 '총알 규제'죠. 총 대신 총알을 규제해야 한단 말이죠. 네. 총알. 모든 총알은 한 개에 5천 달러로 값이 매겨져야 해요. 한 개에 5천 달러. 총알 한 개가 5천 달러라면, 죄도 없는데 어이없게 총에 맞아 죽는 희생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구요.

누군가가 총에 맞아 죽으려면 5천 달러 이상의 죽을 짓을 해야 하죠. "내가 저 자식 머리에 거금 5천 달러짜리 총알을 박아넣어야 하나?" 총알이 5천 달러나 하니까, 누구를 죽이기 전에 먼저 잘 생각을 해야 해요. "내가 이 총으로 네 머리를 날려 버릴 거야. 내가 총알을 살 수만 있다면 말이지. 내가 직장을 하나 더 구하고 돈을 저축하면, 넌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 내가 총알을 월부로 사지 않도록 기도해야 할 걸."

(You don't need no gun control. You know what you need? You need some "bullet control." We need, man, we need to control the bullets. That's right. I think all bullets should cost 5,000 dollars. Five thousand dollars per bullet. You know why? 'Cause if a bullet cost 5,000 dollars, there'd be no more innocent bystanders.

Every time somebody gets shot to death he must deserve. "Should I put this 5,000-dollar bullet in his head?" And people think before they kill somebody for a bullet costs 5000 dollars. “Man, I will blow your fucking head off, if I could afford it. I’ma get another job, I’ma start saving some money and you’re a dead man. You better hope I can't get no bullets in layaway.")


정말 기막히지 않은가. 어디다 총질을 한 번 하려면 최소한 5백만 원 이상의 대가가 생겨야 한다. 길거리에서 총을 들고 살인 강도짓을 하려면 5백만 원 이상을 휴대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물색해야 한다. 살인 강도가 사라지는 것이다. 값비싼 총알을 놓고 강도들끼리 치고받는 부수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다.

이런 방안에 대해, 미국총기협회(NRA)처럼 총을 못 가지고 못 쏴서 환장한 집단은 별로 항의할 수가 없을 듯하다. 왜? 이들이 총기를 소유해야 할 명분으로 구두선처럼 내세우는 주장은, 총이 있어야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됐네. 총만 있으면 됐으니 총알이 비싸도 괜찮잖아? 총알 비싸다고 난리친다면 총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총 쏘고 싶어서라는 게 입증되잖아?

게다가, 자기네 주장대로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킨다는 엄청난 이유가 걸려 있다면 5천 달러가 문제겠어? 총알이 비싸다고 징징댄다면, 그렇게 죽고 못 사는 것처럼 말하던 가족의 안전이 고작 5천 달러 값어치도 안된다는 게 입증되잖아?

NRA의 반 오바마 캠페인은 성공할까

대통령 선거를 앞둔 NRA 사이트가 아주 요란하다.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를 미국민의 안전을 해치는 테러리스트쯤으로 다루고 있다. 오바마가 작은 차이이긴 하지만 계속 우위를 유지하며, 11월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자타가 공인하는 이 미국 최대 로비 단체는 오바마 저지 투쟁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NRA는 그 거대한 규모에 어울리게, 웹사이트도 조직에 맞게 다양한 독립 서브 사이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정치 로비 분야를 담당하는 NRA-ILA (Institute for Legislative Action) 사이트의 대문에는 오바마의 일그러진 사진을 올려 두었다. 오바마가 헌법 수정 조항 제2조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붙였다. 기사들도 '오바마와 제2조 권리를 파괴하려는 시도', '오바마에 내재한 은밀한 위험', '오바마에 반대하는 사냥꾼들', '급진적인 오바마와 바이든' 등으로 전방위 공격을 시도한다.



그것도 모자라, 오바마만 씹는 사이트를 아예 따로 만들었다. GunBanObama.com 인데, 여기서도 역시 오바마의 일그러진 사진들을 모아 플래시로 띄웠다. 사탄이나 이블을 연상케 하는 묘사다. 그 옆에는 오바마가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총기 반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실어, 총기 옹호론자들을 자극한다.



오바마가 가장 강력한 총기 반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허...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나온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이시여, 부디 총알 하나에 5천 달러씩 값을 매겨, 기업 프렌들리한 차원에서 총알 제조업자도 굽어살펴 주시옵고, 총이 있어야만 안심하고 잘 수 있는 약한 영혼의 소유자들이 좀더 높은 사명감으로 가족을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아멘.

덧글

  • 에바 2008/10/09 15:41 # 답글

    와하하하, 많이 웃었습니다. 총알 규제법안 생각보다 설득력 있네요.
    그러고 보니,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페일린이 총기협회 회원이더군요. 척 봐도 진영이 갈리네요.
  • deulpul 2008/10/10 08:32 #

    페일린이 픽업된 한 상징적인 이유기도 하죠. 서바이벌 게임으로 대통령 뽑았으면 오바마-바이든이 졌을 겁니다. 늙은 매케인 때문에 중반 혼전을 겪긴 하겠지만.
  • 2008/10/09 16: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10/10 08:32 #

    언제나 좋은 생각은 실행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죠...
  • 은혈의륜 2008/10/09 22:10 # 답글

    근데 이 시점에서 총알 하나에 5천달러라고 하면 지금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총알부터 어떻게 처리 해야할듯 ㄱ-
  • deulpul 2008/10/10 08:34 #

    음... 졸지에 억만장자 되는 깡패들이 등장하는군요. 뭐 잘 됐습니다. 망해가는 월 스트리트 대체 세력으로 양성화하는 것이죠. 가뜩이나 매케인-페일린이 월 스트리트의 부패한 세력(?)을 공격하는 마당이기도 하고...
  • sandmeer 2008/10/09 23:55 # 답글

    아하하 5천달러짜리 총알, 진짜 좋은데요. ^^
  • deulpul 2008/10/10 08:49 #

    크기로 보면 금보다 비싼 셈인데요... 저 크리스 락의 풍자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앞으로 재산 형성은 모두 총알 매입으로. 첫돌 선물은 9mm탄 하나, 결혼 축의금은 나토탄 하나. 너무 활수한 건가...
  • foog 2008/10/10 09:01 # 삭제 답글

    그럼 앞으로 총알이 US달러를 대체하겠네요! :)
  • deulpul 2008/10/10 09:16 #

    음... 다른 나라에서도 생산할 수 있으니 그건 좀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저가를 유지하고 있는 외국으로부터 밀수가 극성을 부릴 것도 예상되는군요. 총알에 대한 특수소비세가 면세되는 군경용 탄환이 유출되는 사태도 벌어질테고, 미군도 한국군처럼 총 쏘고 나서 탄피 챙기는 삽질을 할지도.
  • 자그니 2008/10/13 01:48 # 답글

    총알 하나 5천이면.. 갱단의 새로운 밀수 시장이 나타날듯 합니다;;;
  • deulpul 2008/10/16 10:57 #

    아니면 군수업은 황금알을 낳는 새 업종... 총알이 5천이면 대포알은 대체 얼마...
  • 쩌비 2008/10/13 10:47 # 답글

    요즘 미국 대선판은 비방만 난무하는것 같은데 말이죠. 미국은 정책대결구도라고 말하던 이들의 근거가 뭔지??
  • 자그니 2008/10/13 13:50 #

    매케인이 수세에 몰리자 비방전까지 손에 댄거에요...
  • deulpul 2008/10/16 10:57 #

    그런 듯 합니다. 오바마를 테러리스트로까지 연결시키는 꼴이, 꼭 어느 나라 붉은 색 떡칠을 연상케 하는군요.
  • 심플리스트 2008/10/16 14:03 # 삭제 답글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담배 때문에 생기는 어마어마한 사회적 의료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담배 가격을 최소 몇 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
  • deulpul 2008/10/16 15:11 #

    아, 사실은 이 글 쓰면서 처음에 떠오른 생각 중 하나가 담배값이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도 잠깐 쓴 적이 있지만(http://deulpul.egloos.com/860251), 저는 담배값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접근을 차단하려는 방식에는 반대합니다. 담배의 중독성, 흡연 인구의 특성, 담배 산업의 구조 등을 고려하면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 듯 해서요. 진정 담배의 개인적, 사회적 해악을 염려한다면 단순히 값을 올리는 방안이 아니라 흡연을 규제하는 다양한 노력부터 제대로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담배 산업에 대한 적절한 규제라든지... 안 하겠죠, 물론. 농담에 넘 심각했나요? 하하-.
  • 2008/10/24 10:1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10/24 10:38 #

    아아, 이런 응원을 해 주셔서 얼마나 힘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인사로 하신 말씀이겠지만, 정말 힘이 나는군요. 말씀하신 글은 얼마든지 인용하여 쓰셔도 괜찮습니다. 보통, 출처를 밝혀 주시면 자유롭게 가져다 쓰실 수 있음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2008/10/24 11:3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커컥 2012/01/09 21:45 # 삭제 답글

    해석 감사합니다 크리스록을 국회로ㄱㄱ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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