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위의 남자가 부러운 이유 섞일雜 끓일湯 (Others)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 번이다. 이 한 번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재미있고 의미있게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나는 언제나 허영호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완벽하게 일치시킨 삶을 살고 있는 듯 해서다. 본인은 자기 삶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 수 없지만, 옆에서 보기에 그는 참 행복한 인생을 사는 운 좋은 사람인 듯하다.

우리 인생은 저 세 가지 일 사이에서 서성대며 흘러간다. 셋은 차치하고 둘이라도 일치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없거나 해서는 안 되고, 할 수 있는 일은 하기 싫거나 해서는 안 되며, 해야 할 일은 하기 어렵거나 하고 싶지도 않다. 그 중 하나씩을 따로 셈해 따진다면, 해야 하는 일을 하느라 인생이 허비되는 경우가 태반이며,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며 살면 그나마 중급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최근 까마득하게 높은 빌딩 밖에서 외줄타기 이벤트를 벌여 유명해진 프랑스 엔터테이너 필리페 페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줄 위의 남자(Man on Wire)>가 나왔다. 영화는 미처 보기도 전에 극장에서 내려갔다. 이 사람에 대해 잠깐 훑어보다, 이 작자도 참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페티는 지금은 9/11로 사라진 뉴욕의 쌍둥이 빌딩 꼭대기 사이에 줄을 걸고 가로지르는 묘기 이벤트를 벌여 단박에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됐다. 당시 빌딩은 아직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횡단 허가를 내줄 리 없으므로 페티는 몰래 일을 진행했다. 결국 불법인 셈이었다. 그가 이벤트를 시작하자마자 경찰이 쫓아 올라와서 내려올 것을 종용했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긴 막대기를 들고 빌딩을 오갔다. 그는 두 빌딩 사이를 약 45분에 걸쳐 여덟 번 횡단했다. 그 동안 춤도 추고 가벼운 점프도 했다.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을 수밖에 없던 경찰도 손에 땀을 쥐었다. 자존심 상한 경찰이 헬리콥터를 띄우겠다고 경고하자 페티는 줄에서 내려왔다.

그가 옥상 난간으로 돌아온 뒤, 경찰은 그를 수갑 채워 경찰서로 끌어갔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사람이 페티의 묘기를 지켜 보았으며, 언론은 뉴욕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 놀라운 묘기를 대서특필해 보도했다. 그 덕분에 페티에게 적용된 혐의는 대부분 기각되었다. 판사는 페티를 처벌하지 않는 대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을 하라는 봉사 명령을 내렸다. 페티가 봉사 행위로 선택한 공연은 센트럴 파크의 연못 위에 줄을 걸고 또다시 외줄타기를 한 것이다.

누군가가 페티에게,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였냐고 물었다. 페티는 "나는 오렌지 세 개가 있으면 공중돌리기(저글링)를 합니다. 높은 탑을 보면 줄을 매고 걷습니다. 그게 이유입니다."

산을 왜 오르느냐고 물었더니 산이 있기 때문이라던가. 좋아서 하는 일에 다른 무슨 이유가 있으랴. 페티는 쌍둥이 빌딩 거사를 준비하는 데 6년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일을 은밀히 하나씩 준비해 나가면서 얼마나 재미있고 행복했을까.

좋아서 하는 일이 재능도 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밥벌이까지 되고 하면 오죽 좋을까. 페티나 허영호처럼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정도는 언감생심 바라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좋아서 하는 일을 하기란 도무지 쉽지 않고, 좋아서 시작했는데 싫어지는 어이없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뭘 좋아하는지도 몰라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생 즐겁게 살기가 만만치 않다.

덧글

  • deca 2008/10/12 16:04 # 삭제 답글

    이 영화, 다행이도 아직 저희 동네[좀 멀리 가긴 해야하지만]에서는 하고 있군요. 새 영화들에 밀리기 전에 보러 가야겠습니다. 인디 전용극장이 세 개나 되어도 워낙에 쏟아져 나와서들 놓치는 경우가 참 많아요.
  • deulpul 2008/10/16 10:38 #

    전 DVD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모양입니다...
  • 새녘 2008/10/12 18:25 # 답글

    좋고 싫음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은 괴로워지더라고요. 그냥 마음을 바꿔먹고 눈높이를 좀 낮춰서 지금 현재를 즐기는 게 가장 즐겁게 사는 방법인 것 같아요. 그치만 사실 즐겁게 살기보다는 즐거워 보이게 사는 것을 선택할 때가 많죠.
  • deulpul 2008/10/16 10:41 #

    그게 참 어렵습니다.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다 해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하고 긍정적으로 풀어지는 경우도 있고 '현실에 불만을 품고...' 하고 부정적으로 풀어질 수도 있고 말이죠. 또 말씀대로, 즐겁게 사는 것인지 즐겁게 사는 척 하는 것인지 것도 아니면 내가 즐거운 것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는 상황인 것인지... 그게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삶인 모양입니다.
  • 긁적 2008/10/12 21:45 # 답글

    쩝. 멋모르고 신존재증명하다가 신님하한테 낚인 느낌이랄까요 -_-;;;;;;;;;;
    (퍼덕퍼덕퍼덕)
    천국가서 하나님 대면하면 따질거 많습니다.
    신님께서 절대 못 막는 조커를 두 장이나 들고 있어서 문제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 재능도 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밥벌이까지 된다면 킹왕짱이겠지요 ㅠ.ㅠ...
  • deulpul 2008/10/16 10:46 #

    당연한 일이지만, 인생 길게 봐야 하니 계속 모색해 보자구요. 50대에 새로 시작해 성공하는 사람도 많잖습니까. 세상이 하나님께 따지고 바랄 것으로 가득 차 있음은 <브루스 올마이티>의 이메일 계정으로도 입증됐죠...
  • 자그니 2008/10/13 00:51 # 답글

    쟁이...라면 항상 그런 걸요... :)
  • deulpul 2008/10/16 10:50 #

    쟁이로, 혹은 장이로 사는 것이야말로 저 셋을 일치시키는 삶의 한 형태가 될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센스쟁이... 이런 거 빼고요.
  • deca 2008/10/13 10:18 # 삭제 답글

    앗, 들풀님... 트랙백이 두 개나 붙었네요. 걸어놓은 후에 수정을 해서 그랬나봅니다. 하나 지워주세용... 죄송합니당...OTL.
  • deulpul 2008/10/13 10:47 #

    네-. 처음 걸 지웠습니다. 감상문도 잘 읽었습니다. 정말 말콤 맥도웰과 비슷하군요. 저는 처음에, 얼굴이 참 인상적이다, 프랑스적으로 생겼다... 고만 생각했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좀 있다 뵈어요-.
  • 배정남 2008/10/13 19:38 # 삭제 답글

    when will this movie come to korea?
  • deulpul 2008/10/16 10:53 #

    글쎄요? 별로 돈 되는 영화가 아니라서 극장 개봉될지도 의문?
  • 배정남 2008/10/13 19:38 # 삭제 답글

    when when when?
  • deulpul 2008/10/16 10:54 #

    몰라 몰라 몰라요. 검색 강추.
  • 쇼업 2008/10/25 19:13 # 답글

    그러나 실제로는, 좋아서 하는 일을 하기란 도무지 쉽지 않고, 좋아서 시작했는데 싫어지는 어이없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뭘 좋아하는지도 몰라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생 즐겁게 살기가 만만치 않다.

    '뭘 좋아하는지도 몰라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경우'는 그렇다 치지만
    '좋아서 시작했는데 싫어지는 어이없는 경우'도 있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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