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식스팩, 조 더 플러머로 업그레이드 미국美 나라國 (USA)

20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Joe)들이 연일 화제입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 새라 페일린이은 뜬금없이 조 식스팩(Joe Six-pack)을 들고 나와 논란를 일으키더니, 존 맥케인은 버락 오바마와의 마지막 대선 토론에서 아주 작정하고 조 더 플러머(Joe the Plumber)를 끄집어 냈습니다.

맥케인은 오바마가 며칠 전, 오하이오 주에서 한 백인 남성과 가진 대화를 상기시키며,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국민은 세금 등쌀에 시달려 사업이고 뭐고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백인 남성의 이름이 조였습니다. 조로 대표되는 미국 중산층의 표심을 놓고 맥케인과 오바마는 치열한 세금 논란을 벌였으며, 이 와중에 조는 무려 26번이나 언급됐습니다. 이라크 전쟁이 불과 여섯 번 언급된 데 비하면, 이 날 토론의 주인공은 배관공 조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셈이 됐습니다.

이 덕분에 조는 일약 스타가 됐습니다. 두 후보의 토론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송사 위성 중계차 몇 대가 오하이오 톨리도 외곽에 있는 조의 집으로 달려가 인터뷰를 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그는, 며칠 전에 오바마 면전에서 배짱 좋게 들이댄 것 때문에 이미 상당한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감명 받은 우파 언론이 그 동안 그를 여러 차례 소개하고 인터뷰도 가지며 우려 먹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공화당으로서는 해맑은 얼굴을 한 시민이 오바마를 날카롭게 비판해 주었으니, 돈 주고도 못 살 호재였던 것이죠. 페일린이 말한 두루뭉술한 의미로서의 조 식스팩이 피와 살을 가진 구체적인 인간 조도 플러머의 모습으로 등장한 셈입니다.




그럼 배관공 조는 누군가. 그의 이름은 새뮤얼 조셉 위젤바커(Samuel Joseph Wurzelbacher)라고 합니다. 미들 네임에 조가 있긴 하지만, 그가 조로 불리웠는지 샘으로 불리웠는지는 찾을 수가 없군요. 어쨌든 조라고 합시다. 떡대가 좋은데다 머리까지 박박 밀어서 상당히 거시기하게 보이는 조는 올해 서른 네 살의 배관공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배관공이 아니라 배관공 시다입니다. <워싱턴 포스트>가 오하이오의 배관업계 관련 명단을 뒤졌는데 그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배관공 자격증도 없고 등록도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나 그가 등록된 게 하나 있습니다. 공화당 당원 명부입니다. 그는 공화당원이었습니다. 뭐, 그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지난 일요일 오전, 그는 집에서 13살짜리 아들과 한가하게 풋볼 공을 던지며 놀고 있었습니다. 그 때 오바마가 유세를 하러 나타났습니다. 이웃들이 열광하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상한 조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아무도 곤란한 질문은 하지 않는군. 내가 이 순간을 기다려 왔지. 이 자들이 얼마나 헛소리를 하는지 본때를 보여 주겠어." 이건 나중에 인터뷰에서 그가 자랑스럽게 한 말입니다.

조와 오바마가 나눈 대화 내용은 이곳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조: 뭐 하나 물어보자. 내가 지금 배관업 가게를 하나 차리려고 하거든? 근데 그거 차리면 소득이 25만 달러가 넘을 것 같아. 그럼 너 정책에 따르면 지금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거 아냐?

오바마: 그렇긴 한데, 잘 봐야 해. 25만까지는 그대로고 그 이상 부분에 대해서만 세금이 쥐꼬리만큼 더 붙는 거거든? 게다가 종업원들에 대한 의료보험비 등으로 환급도 된다구.

조: 그래도 어쨌든 세금 더 내야 하는 거 맞잖아?

오바마: 그렇긴 한데, 이런 점도 있어. 미국 자영업자 중에서 소득 25만 넘기는 사람은 5%밖에 안 된단 말이지. 나머지 95%가 그렇게 돈을 못 벌어. 내 정책대로 하면 돈 잘 버는 5%는 조금 세금을 더 내지만 나머지 95%는 세금이 오히려 깎여.

조: 아, 그건 됐고, 어쨌든 내가 세금 더 내는 거 맞잖아? 15년 동안 배관공으로 죽어라 일하고 이제 좀 먹고 살려는데 왜 세금을 더 채가겠다는 거야?

오바마: 야, 머리가 있으면 생각 좀 해봐라. 너가 지난 15년 동안 죽어라 일할 때 25만 달러 이상 벌었냐? 아니잖아? 그니까 너가 그렇게 죽어라 일할 때와 같은 상황에 있는 절대 다수 사람에게 혜택을 좀 주겠다는 거야. 옛날 생각 안 나냐? 수입 25만 달러 이상 나오면 상위 5%로 잘 나간다는 이야긴데, 좀 함께 잘 살면 안되겠니?

조: 넌 일률 과세(flat rate)를 지지하는 것 같군.

오바마: 이런 멍청하기가 서울역 앞에 그지없군. 일률 과세를 적용하면 너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거든? 어쨌든 중요한 건, 돈 잘 벌면, 집세 낼 돈이 없어 허덕이는 웨이트레스한테 팁 좀 줘도 되는 거 아냐? 좋은 경제 정책이라는 건 소수만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게 아니라 아래에서 위까지 모두 혜택을 보는 걸 의미한다는 게 내 생각이야. 그게 결국 상위층에도 좋은 거거든? 너 배관 가게 차린다고 했지? 너만 잘 먹고 잘 살면서 고객이 없으면 어쩔래. 장사 참 잘 되겠다. 다른 사람도 물이 새면 배관공 부를 정도로 좀 먹고 살아야 너 장사도 잘 될거 아냐? 모든 사람을 위해서 부를 좀 확산시키자구. 어쨌든 너 말이 뭔 말인지 알겠다. 너도 내 말 뭔지 알겠지?

조: 음, 뭐 이해는 하겠군.


그러나 조 식스팩이기도 한 무자격 배관공 조 더 플러머는 오바마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나중에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정책은 결국 성공한 것을 처벌하자는 것이라며, 단지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그건 사회주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단지 25만 달러 이상의 부분에 대한 할증이라는 것도, 세금 대부분이 사원 복지 형태로 환급된다는 것도 이해하지 않거나 못했죠. 현 세율보다 단 1달러만 더 내게 되어도 그는 오바마가 자신이 꿈꾸는 새 사업에 세금 폭탄을 던지려 한다고 생각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현재 배관공 조의 수입은 25만 달러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지금 상태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그는 감세 혜택을 보게 됩니다. 배관 가게 하다가 망해도 혜택을 봅니다. 가게는 차렸는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아 24만 달러만 벌게 되어도 혜택을 봅니다. 자기처럼 상위 5%에 진입하지 못한 일가 친척들도 모두 혜택을 봅니다.

이런 건 물론 생각 못하죠. 식스팩이니까.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한다든가,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한다든가 하는 것은 너무너무너무 어려운 일이라서 철학박사나 이학박사 학위쯤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죠.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세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연수 25만 찍는 조 더 플러머가 되는 것이 자랑스럽고 기쁘겠구만. 만일 오바마가 당선되면 세금 쥐꼬리만큼 더 내기 싫어서 그냥 조 식스팩으로 남아 있을 모양일세?

그런 식스팩의 어처구니없이 눈물 나는 엽기 행각에, 미국 최상류층을 대변하고 있는 공화당은 아주 기뻐하며 환호하고 있습니다. 당장 페일린 더 식스팩이 이렇게 말하고 있군요: "You know, we want to cut taxes because we think like Joe or Jane the plumber thinks, OK?," 이분은 배관공 조가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한다고 하는데, 결국 아무 생각이 없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마지막에 OK 봐라...

토론회에서 맥케인이 배관공 조를 언급할 때 들고 나와 문제삼은 말이 바로 오바마의 마지막 발언, '모든 사람을 위해 부를 확산시키자'는 것이었습니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무슨 말 하고싶어 하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죠. 그러나 한 국가 지도자의 경제 정책 원칙으로서,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단 말이냐. FTA 해서 오바마나 수입하면 안 될까? 여의도 300명과 등가교환 하는 것이죠.

잠시 테이프를 거꾸로 돌리면, 조 식스팩은 미국의 서민층, 장삼이사 갑남을녀를 말하는 것임은 전에 본 바와 같습니다. 알래스카 주지사 페일린은 자신이 서민층을 대변한다며, 열심히 일하는 조 식스팩들도 이제 목소리 좀 내야 하지 않겠냐고 눙쳤었죠. 그러자 저 배관공 조 같은 사람이 얄리얄리 얄랴셩한 목소리를 내며 화답하고 있군요.

조 식스팩이 맥주 여섯 병이나 여섯 캔 패키지에서 비롯된 말임은 거의 정설인 듯 합니다. 지난 주말, 오바마가 배관공 조와 설전을 벌이고 있을 무렵, 저는 옛날 영화 <실크우드(Silkwood)>를 다시 보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마침 조 식스팩 이미지에 딱 맞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진정한 조 식스팩이란:




큼지막한 텔레비전, 책 한 권 보이지 않는 배경, 벽에 걸린 총 두 자루까지, 소품마저 완벽합니다. 뭐 이게 마음에 안 드시면 이런 것도 있고.





이미지
오바마 - 조 더 플러머 사진: <타임즈>
영화 사진: <실크우드> 중에서
병으로 된 식스팩: 인터넷 어디선가



 

덧글

  • 은혈의륜 2008/10/17 12:24 # 답글

    이거 제목 보고 유튜브로 보고오니까 오바마가 참 침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하튼 저런게 우리나라에서도 보였어야 하는데 쩝쩝. 그나저나 번역 참 재밌게 하셨군요. ㅋㅋ
  • deulpul 2008/10/18 07:38 #

    오, 유튜브까지 보셨나요? 좌빨 오바마가 대중을 선동하는 장면을 채증한 동영상이군요...
  • 은혈의륜 2008/10/18 09:03 #

    꽤 많더라구요.
  • 시릴캣 2008/10/17 15:47 # 삭제 답글

    ......한국이나 미국이나 저런 이들이 문제임. 후샏.
  • deulpul 2008/10/18 07:39 #

    한국이나 미국이나 저런 이들이 희망이죠, 누구에게는.
  • 닥슈나이더 2008/10/17 16:02 # 답글

    아~~ 진짜 답이 없다능...
    저렇게 머리가 안돌아가는 사람은 절대 25만달러 못벌거라는.....
    그런데 이해하는 나는 벌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든다능...ㅠㅠ;;

    암튼 이 내용을 알고나니... 내가 미쿡에 사는 사람이라면..
    오바마 찍었을거라는 확신이듬....

    그런데... 지금은 한국사니.. 누가 되면 좋을지 고민됨....
  • deulpul 2008/10/18 07:40 #

    저는 개인적으로 저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지만, 25만 달러 벌겠다고 한 것은 오바마에게 집적대기 위한 페이크라고 생각합니다. 왜 하필 예상 소득이 딱 25만~26만이냐구, 글쎄.
  • sandmeer 2008/10/17 16:55 # 답글

    맨 마지막 사진의 식스팩(...)은 정말로 멋지군요. ^^;
  • deulpul 2008/10/18 07:41 #

    300 군단이 부럽지 않은 장대한 식스팩이었습니다.
  • 알라스카 2008/10/17 20:49 # 삭제 답글

    사실 tax는 핑계 같아요. racism 이라던가.. 뭐... 그런거 아니겠어요?
  • deulpul 2008/10/18 07:44 #

    인종주의를 가지지 않았을까는 증거도 없으니 저희의 편견일 수도 있겠고, 공화당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떻게든 오바마와 현피 한판 뜨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정상인이라면 오바마에게 설득 당하고 캐관광... 이라고 할텐데, 쟤는 도무지.
  • 에바 2008/10/17 20:53 # 답글

    저는 저 배관공 씨가 정말 가게라도 차리려는 줄 알았어요. 그것도 아니고 그냥 훤소리였다..
    제가 오바마인 것도 아닌데 참 골치가 아파오네요-┏
  • deulpul 2008/10/18 07:47 #

    페이크 혐의가 느껴지긴 하지만, 그냥 해본 소리라는 보도도 나오나요? 혹시 보셨다면 알려주십시오. 우리 마음 같아서는 쟤들은 그냥 버리고 가고 싶지만, 친철한 바마씨는 토론 내내 열심히 설득하려고 하는군요. 사실 그게 현재 우위를 유지하는 동력인지도 모릅니다만.
  • 2008/10/17 20:5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10/18 07:51 #

    유권자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바람에 이른바 국개론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실은 이게 아주 정상적인 그림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정상적이라는 게 물론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고, 말씀대로 위에서 열심히 공작한 결과라는 것이죠. 언제 자세히 볼 기회가 있었으면 싶습니다.
  • Harry 2008/10/18 07:52 # 답글

    미국이 이대로 "배관공 조"로 가득한 나라로 가득차버리는것도 나쁘진 않을듯하네요. 망하게 내버려두면 알아서 잘 실수하겠죠.. 뭐..
    아.. 그러면 이제 중국한테 갈굼당하는 건가요? =ㅅ=
  • deulpul 2008/10/18 08:06 #

    아니 지상에 구현된 천년왕국인 미쿡님이 망하면 우린 어쩌라굽쇼? 그런 천치신명이 노할 말씀은 입에 담지도 마십시오. 미국의 특수성은 역시, 우리와는 정반대로, 국민은 대체로 바보라도 몇몇 난 놈들이 나라를 기가 막히게 끌고 간다는 점이라서, 배관공 미장공 목공 김공 이공 박공 우글우글해도 나라는 그냥 그럭저럭 잘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르죠. 우여곡절 끝에 페일린이 대통령까지 된다면 보장은 못합니다.
  • 은혈의륜 2008/10/18 09:03 # 답글

    페일린이 대통령이 되면 의회가 탄핵할겁니다(....) 이쪽은 우리나라보다 결단성이 있잖아요. 탄핵하면 좀 그러니까 일단 니가 물러나는걸로 포장하는데 너 탄핵, ㅇㅇ 이런 사례도 있고 말이죠.
  • deulpul 2008/10/25 14:57 #

    댓글 남기신 걸 이제야 봤군요. 그건 아시아 어떤 나라 일부 의원들이 더 결단성이 있죠. 쟤들은 포장해서 봐주고 하는데 얘들은 얄짤없이 그냥 짜릅니다. 아주 새콤해요. 그 중 절반 이상은 자기가 뭐 하는지도 모르고 나서서 문제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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