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단골 질문과 그 숨은 의도 섞일雜 끓일湯 (Others)

저는 대학을 재수하지는 않았으나 직장은 재수했습니다. 한 회사를 지원해 면접까지 갔다가 낙방하고, 1년 뒤에 다시 지원해서 가까스로 붙었습니다.

면접장에 들어갔더니 회사 관계자 7, 8명이 앉아 있고, 그들의 테이블에서 좀 떨어진 곳에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이것은 면접을 당하는 지원자에게 무척 위압적인 구조입니다. 가뜩이나 쫄게 마련인 피면접자는 노골적인 1대 다(多) 구조에서부터 일단 한 수 지고 들어갑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나머지 하고 싶은 이야기, 준비한 이야기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별로 바람직한 면접장 배치가 아닙니다.

면접에서 질문을 받으면 그 질문에 대답하기도 바쁩니다. 그러나 면접관들은 어떤 질문을 던지면서, 그 질문에 대한 대답 액면보다는 다른 것을 체크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숨긴 의도'를 알아야 내가 'most outstanding, must-have' 지원자임을 효과적으로 세일즈를 할 수 있겠죠. 예로부터 지피지기면 백전불패.

면접에서 아주 흔하게 나오는 질문과 그 질문을 하는 면접관들의 실제 의도는 무엇인지 정리한 기사가 MSN.com에 실렸습니다. 서구 취업 문화에서 나오는 이야기지만, 우리 처지에서도 참고할 사항이 많아서 주석을 붙여 간단히 옮겨 봅니다.

1. Tell us about yourself. (당신 자신에 대해 간단히 말해 보세요.)
질문의 의도: 이 사람은 무엇이 남들과 다른가? 우리가 왜 이 사람을 뽑아야 하는가?


우리(한국) 면접은 face-to-face로 능력을 추가 테스트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기 때문인지, 이렇게 광범위한 질문을 통해 응시자가 스스로 자신을 서술하는 질문이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어떻게 보면 뜬금없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일대기를 풀어내란 말인가? 물론 아니죠. 이 질문의 의도는, 왜 수많은 응시자 중에서 당신을 골라 채용해야 하는가 이유를 대란 뜻입니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 자신의 경험과 성과를 중심으로 하여 서너 가지 'selling points'를 준비해 두라는 것이 MSN의 조언입니다.

2. What are your greatest strengths? (당신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질문의 의도: 이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조언은 간단합니다: Sell yourself. 응시자가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고 판매하지 않으면 누구도 그렇게 해 주지 않습니다. 예닐곱 가지 포인트를 미리 준비해 두라고 하는군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자칫 저 혼자 잘났다고 뻐기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확신에 차면서도 겸손한(confidently humble)' 태도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3. What are your greatest weaknesses? (당신의 가장 큰 약점은 무엇인가요?)
질문의 의도: 이 사람은 얼마나 솔직한가? 자신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평가하는가?


이 질문은 좀 곤혹스럽습니다. 잘 대답하면 자기 약점을 까발리는 셈이 되고, 대충 대답하면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죠. MSN은 자신의 단점을 현실적으로 말하되, 너무 길게 대답하거나 지나치게 강조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저는 약점을 말한 뒤 그를 상쇄할 수 있는 간단한 단서를 붙이는 정도가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컨대 "무엇을 좋아하면 아주 빠지는 성격이 있습니다. 그래서 만화 200권, 게임 50편을 모은 오덕입니다..." 라기보다 "무엇을 좋아하면 아주 빠지는 성격이 있습니다. 한편 그래서 어떤 분야에 전문가 못지 않은 안목을 갖게 될 때도 있습니다"하고 눙치는 편이 상수.

4. Why are you interested in working here?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습니까?)
질문의 의도: 이 사람은 우리 회사를 위해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할 것인가? 이런 일에 열정을 갖고 있는가?


주저리주저리 이유를 말하기 쉬운데, 짧고 간단하면서도 핵심을 말하라는 조언입니다. 내가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회사에 얼마나 충성할 수 있는지 보여주면 되겠습니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이 여기서 일하고 있습니다" 따위는 별로 인상적이지 않다고 하네요. 그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음을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가며 보여주는 대답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Why should we hire you? (우리가 왜 당신을 뽑아야 하죠?)
질문의 의도: 이 사람은 우리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는가? 자신을 제대로 세일즈하는가?


1번과 비슷합니다. 한국의 최근 추세는 모르겠지만, 서구에서는 이런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아주 자연스럽게 합니다. 역시, 자신이 입사하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설득력있게 강조하되, 오만해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6. Where do you see yourself five years from now? (5년 뒤에 당신의 모습은 어떨까요?)
질문의 의도: 이 회사에 잠깐 있다가 다른 데 갈 사람은 아닌가? 안정적인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스스로 자신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가?


한두 해 있다가 다른 곳으로 옮길 사람을 뽑을 회사는 없죠. 지원하는 회사의 최고 사원이 되는 것이 5년 뒤의 목표라고 이야기하면 대개 좋아한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지원할 때에는 그런 정도의 마음가짐을 갖지 않습니까?

7. What are some of your hobbies? (취미는 무엇인가요?)
질문의 의도: 이 사람은 얼마나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는가? 일 말고 다른 어떤 데 관심이 있는가? 그 관심은 일의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종류의 것인가?


맞선 보는 자리도 아니고 소개팅도 아닌데 지원자의 취미가 진지하게 궁금할 리는 없죠. 되도록이면 지원하는 일과 관련된 취미 활동을 거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합니다. 그저 일이 필요해서 지원하는 응시자가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살아 숨쉬는 인간임을 느끼게 하는 점도 중요합니다. 독서, 취미, 음악 감상... 식으로 그저 대답하지 말고,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블로그질...은 도움이 될까요?

8. Would you be willing to pursue an extra certificate or credential? (업무 이외의 일이 주어져도 잘 해낼 수 있겠습니까?)
질문의 의도: 일에 대한 이 사람의 태도는 어떤가? 얼마나 융통성 있는 사람인가?


주어진 자기 일만 딱 하고 입 씻는 사람을 좋아하는 회사는 별로 없습니다. 물론 이런 질문에 "못하겠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왜 그런지를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덧붙이는 게 중요합니다. 다양한 전문 분야를 배울 수 있으며, 이것이 나의 중요한 직업적 목표 중 하나라고 언급하는 정도가 무난하다고 합니다.

9. What were you hoping we'd ask today, but didn't? (오늘 우리가 물어볼 것으로 기대했으나 빠진 질문이 있습니까?)
질문의 의도: 이 사람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기만의 특수한 재능을 갖고 있는가?


면접자에게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업무와 관련해서나 일반적으로나 자신만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을 강조할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제가 제출한 포트폴리오에 대한 말씀이 없으셔서 섭섭했습니다. 포트폴리오 몇 쪽을 보시면..." 하면서 실질적인 증거와 연결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10. Do you have any questions for us? (우리에게 질문할 것이 있습니까?)
질문의 의도: 이 지원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충분히 지원을 준비했는가?


1번, 4번, 5번, 7번과 더불어 단골로 나오는 질문이며, 면접 끝에 거의 빠지지 않고 붙는 질문입니다. 정말 뭐 궁금한 게 없나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도 지원자에 대한 평가는 계속됩니다. 모르거나 관심이 없으면 질문도 없을 수밖에 없죠. 충분히 준비했다면 물어볼 말이 별로 없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게 아니라 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회사와 관련한 대여섯 가지 질문을 미리 준비해 둡니다. 이미 알고 있거나 면접 중에 답이 나온 사항이라도 다시 질문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좋은 인상을 줍니다. 절대 "궁금한 점은 이미 다 말씀해 주셨기 때문에 (혹은 이미 다 알고 왔기 때문에) 별로 질문이 없습니다" 라고 말하지 말라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면접 과정에서는 자연스럽고 사려 깊은 태도로 대답을 하되, 미리 연습한 티를 내서는 안 됩니다. 면접관의 질문에 신중하게 대답하는 속에서, 본인이 얼마나 준비된 응시자인가, 또 이 자리를 얼마나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가를 보여주면 됩니다. 그냥 시험 삼아 지원하는 사람을 뽑아 놓으면 얼마나 많은 문제가 생기는지 면접관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 자리에 꼭 취업이 되어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가짐은 면접의 성공과 합격의 충분조건은 아니더라도 필요조건임에 분명한 듯 합니다.

혹독한 면접 하면 <코러스 라인(A Chorus Line)>의 면접을 빼놓을 수 없죠. 피도 눈물도 없는 마이클 더글러스가 브로드웨이 백댄서를 뽑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 영화인데, 살인적 면접 과정이 생생합니다. 아예 영화 전체가 면접 과정입니다. 더글러스는 상투적인 대답만을 하는 지원자들을 두들겨서, 피눈물이 흐르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구합니다. 결국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지원자도 있고 첫 경험을 말하는 지원자, 어두운 가족사를 떠올리는 지원자도 있습니다. 지원자들이 "I really need this job..." 하고 노래하는 장면이 생각나는군요.

 

덧글

  • 은혈의륜 2008/11/17 12:19 # 답글

    3번 질문의 답이 절 슬프게 합니다.....오...오덕이 어때서! 엉엉.
  • deulpul 2008/11/17 14:29 #

    아, 그냥 오덕으로 가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전문가 못지않은 안목을 지녔다'로 순화(?)하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요...
  • 후유소요 2008/11/17 14:11 # 답글

    아... 취업 준비하는 과 동기들이 보았으면 좋겠어요'ㅁ'* 괜찮으시면 출처를 밝히고 퍼가도 될까요?
  • deulpul 2008/11/17 14:29 #

    넵, 물론입니다.
  • isanghee 2008/11/17 14:33 # 답글

    저도 I really need a job 상태입니다.. 흑.
  • deulpul 2008/11/17 14:39 #

    좋은 결과가 있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힘 내십시오.
  • 2008/11/18 09: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12/02 17:42 #

    메일을 봐 주십시오.
  • 2008/11/24 15:2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12/02 17:43 #

    댓글 보자마자 했습니다-.
  • astraea 2008/11/30 23:24 # 삭제 답글

    내일 면접 보러가는데...
    면접 보러가기전에 다시 한번 숙지하고 가야겠어요;
  • deulpul 2008/12/02 17:59 #

    이런, 답이 너무 늦었군요. 좋은 결과를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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