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즉물탄개 Revisited 섞일雜 끓일湯 (Others)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 (過則勿憚改)

이 공자님 말씀은 아마 이 블로그에서 세 번째나 네 번째로 우려먹고 있을 겁니다. 우려먹고 먹어도 여전히 새롭군요.

블로그들을 보다 보면 가끔 안쓰러운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블로거가 어떤 내용을 썼는데, 내용이 좀 잘못 됐습니다. 댓글에서 그 잘못에 대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 지적에 대해 블로거는 그래도 자신이 맞다고 강변합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생각이나 견해에 대한 잘못을 지적하고 고치기란 힘들거나 불필요하거나 무의미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견해, 생각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서도 저런 일이 벌어집니다. 뻔한 잘못인데 우기는 일이죠.
뻔한 잘못은 어떻게 벌어질까요. 한 인간이 세상의 모든 시시콜콜한 일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자기가 남보다 아주 많이 아는 분야가 있을 것이고, 남보다 조금 더 아는 분야가 있을 것이고, 남만큼 아는 분야가 있을 것이고, 남보다 모르는 분야가 있을 겁니다.

자기가 남보다 많이 혹은 조금 더 아는 분야만 주력하는 블로그라면 문제가 벌어질 일이 적겠지만, 어디 블로그질이 그렇습니까? 이 곳을 포함한 블로그 대부분이 짜장면에서부터 찌개, 돈까스, 초밥까지 한 곳에서 다 파는 변두리 식당 꼴을 하고 있죠. 뭐, 개인의 관심이란 게 다양할 수밖에 없으니 이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serious) 글을 쓰려면 블로거는 만물박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너럴한 블로그는 운영자가 만능이 되기를 강요하는 것이죠. 아니면, 자기 생활 대부분을 wiki와 지식in을 뒤지는 일로 보내야 할 겁니다. 어디 고용되어 돈 받는 프로 블로거라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삑사리는 운명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잘못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많이 쓰면 그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빨리 써도 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글꾼이 잘못될 가능성을 짊어지고 사는 것은, 축구 선수가 부상 당할 가능성을 안고 사는 것과 비슷합니다. 많이 나가면 다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집니다. 몸 안 풀고 급히 나가면 역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노련한 선수가 재주껏 부상을 피하듯, 세심한 블로거라면 잘못을 범할 가능성이 낮겠지만, 잠깐 한눈 팔면 넘어지고 다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글 내용의 잘못이란 필연적으로 벌어지게 마련이라면, 문제는 기왕 벌어진 잘못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되겠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유감스러운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뻔한 정답부터 말하면, 자신이 범한 잘못에 대한 지적과 비판을 고맙게 수용하고 자기 자산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정말 고맙지 않습니까? "저 색히 오늘도 삽질해 놨네 ㅄ" 하고 지나갈 수도 있는데, 굳이 시간 내서 덧글을 달아 지적해 준 것은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죠.

블로거 대부분이 이렇게 잘못에 대한 지적을 아름답게 수용하시는 편이지만, 어떤 블로거들은 안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지는 내심 고민하고 있으니 그냥 넘어가 주삼). 이런 과이역탄개(過而亦憚改, 잘못을 했는데도 오히려 고치기를 꺼린다)의 모습은 이른바 유명 블로거, 메이저 블로거에서 종종 볼 수 있고, 특히 계몽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블로그들이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계몽 블로그'들은 대체로 강력한 주장을 화두로 삼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을 이 계몽 화두에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계몽 화두의 눈으로 상이한 여러 상황을 보다 보니,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앗싸, 이것 봐라. 또 한 사례가 나타났다. 그러게 내 뭐랬냐."

또 메이저 블로그란 대개 포스팅 수가 많은 대량 생산 체제를 갖고 있죠. 블로거가 만물박사거나 하루종일 블로깅에 매달려 있지 않다면, 자잘한 잘못쯤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잘못을 인정하게 되면 쪽팔리는 정도가 좀 다릅니다. 마이너 블로그는 "지적 감사요, 님 짱드셈" 하고 넘어가면 되지만, 보는 눈도 많고 팬도 거느린 유명 블로그가 그러면 스타일을 심하게 구기게 됩니다.

그래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꼼수를 부리게 됩니다. 우선, 대응을 하지 않고 씹는 방법이 있는데, 손쉽기는 하지만 팬들이 동요하는 데미지가 좀 발생하죠. 그래서 비틀기 신공에 들어갑니다. 비틀기 신공의 가장 주요한 수단은, 사실의 잘못을 견해의 차이로 치환하는 것입니다. 분명한 사실의 문제를 견해로 바꿔버리는 것이죠.

예컨대 한 블로거가 사람들 말을 듣고 "이명박은 쥐다"라고 썼습니다. 이 때, 블로거는 이명박이 정말 설치류에 속하는 한 동물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디 '지나가다'가 "이명박은 속이야 어쨌든 겉은 포유강 영장목에 속하는 인간입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 "아, 그렇습니까? 저는 몰랐는데 다시 한번 봐야겠군요" 하면 될 일을 "이명박이 인간이라니, 당신 꼴보수지?" 하고 응대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더 지저분한 방법인데, 잘못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 대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이명박은 쥐라고 말하지 않는가" 라든가 "누가 평생 그렇대? 청와대 들어오고 나서 쥐랬지" 라든가 하는 식입니다. 잘못이 명백하다면 이런 시도는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고, 해당 블로거가 얼마나 찌질한지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밖에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는 더욱 지저분하고도 고전적인 방법인데, "당신은 뭘 잘했어?" 입니다. "로그인도 안했구만..." 이라든가. 이건 예를 더 들지 않아도 쉽게 아시겠죠?

그러나 어떻게 꼼수를 부리고 비틀어도, 잘못은 일단 잘못입니다. 이것은 "앗 뜨거라" 하고 있는 해당 블로거 자신이 잘 알 겁니다.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 눈에는 일단 벌어진 잘못과, 그것에 구차하게 대응하는 두 번째 잘못이 모두 잘 보입니다.

뻔한 잘못을 놓고도 궁색한 곁가지를 꺼내며 우기는 블로거는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반대로, 잘못에 대한 지적이 있으면 고맙게 듣고 고치는 블로거에게는 믿음이 갑니다. 저는 이런 블로거가 훨씬 믿음직스럽습니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잘못 그 자체는 사실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그 뒤가 문제죠. 그 뒤의 행동에서는 잘못을 다루는 자세, 글과 생각을 전개하는 자세, 사람과 소통하는 자세, 더 나아가 세상을 사는 자세가 드러납니다.

명백한 잘못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 고맙게 여기고 겸허히 좀 고칩시다, 우기지좀 말고. 틀려서 창피한 것이 아니라, 틀렸는데도 우기는 게 진정으로 창피한 일 아니겠습니까.

덧글

  • deca 2008/12/04 12:12 # 답글

    논어는 수 백 만 년 전에 책껍데기를 만지작거려봤던 기억만 나네요.
    저 말씀 적어서 붙여놓고 잊어버릴만하면 콕콕 찔러 정신차려야겠습니다.

    블로그질도 사람이 하는지라 여러가지 경우가 많더군요.
    글을 읽어내려오면서 살아오는 기억들이...OTL
  • deulpul 2008/12/04 14:44 #

    글을 써내려가면서 살아오는 기억들이... _OTL

    논어는 좋습니다. 예전에 미국 올 때, 전공 책은 다 버리고(랄 것도 없었지만) 왔어도 논어는 붙들고 왔습니다. 왜 그랬나 몰라 젡... 요즘 세태를 염두에 두고 읽어보면 거의 판타지 장르 소설로 읽히는 점도 좋군요...
  • 현재진행형 2008/12/07 10:53 # 답글

    수천년도 전에 사신 공자님 말씀이 아직도 들어맞는 걸 보면, 사람은 바뀌지 않는 동물인가봅니다.

    조금 많이 다른 이야기인데, 논어를 원전으로 읽으시나요? 저는 무식한 이과생이라 한문이 짧아서, 원본은 읽기가 힘들고 번역본을 구해 보고 싶은데 어느 판본이 좋은 지 모르겠어요.
  • 자그니 2008/12/09 02:45 #

    보통 논어-책에는 한자와 해석이 병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 deulpul 2008/12/09 09:05 #

    고전이 좋은 이유는 시대를 뛰어 넘어 감동을 주기 때문이라고 하니, 훌륭한 선생님의 말씀이 좋은 이유도 시대를 초월해 인간에게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산 책을 지금도 보고 있는데, 물론 자그니님 말씀대로 원문에 해석 풀이가 달려 있는 것이죠. 고전이라서 아무 것이나 고르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발하게 해석한 종류는 빼고요.
  • 자그니 2008/12/09 02:44 # 답글

    저도 왠지 논어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 deulpul 2008/12/09 09:08 #

    시대에 역행하셔서야 되겠습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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