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 미국美 나라國 (USA)

질질 미끄러지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걷는 것보다 미끄러지는 게 차라리 빠르고 안전하군요.

길바닥이 말 그대로 빙판입니다. 오전부터 계속 흐리더니 정오를 넘기면서 비가 내렸습니다. 겨울비는 겨울비인데, 낭만적이기보다 살인적입니다. 내리면서 바로 얼어붙는 어는비(freezing rain)이기 때문입니다. 비는 무엇에든 닿기만 하면 얼음으로 변합니다. 세상이 얼음으로 코팅되는 셈이죠. 눈을 치워둔 데는 말갛게 반질반질하고, 눈이 쌓인 곳은 희게 반질반질합니다. 오늘 밤에는 눈이 또 예보되어 있습니다.

추운 데서 떨고 있으면 따뜻한 남쪽 나라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얼마 전 다녀 온 샌디에고는 그야말로 천국이었습니다. 11월 끝무렵에도 낮밤이 70~50도F(21~10도C)였으니까요. 놀라운 것은 여름에도 이와 비슷한 온도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남쪽인데다 서쪽에 태평양을 끼고 있어서 천국다운 날씨가 나오는 것이겠죠.

일을 빙자해 갔지만, 온 동네를 걸어 돌아다니며 잘 놀았습니다. 이삼 일 그랬더니 샌디에고 관광 가이드도 할 수 있을 듯? 어느 날 저녁에는 한인 타운을 갔다가, 각기 숙소가 다른 네 명이 한 택시를 타고 돌아왔는데, 택시 기사에게 호텔, 모텔, 호스텔 네 개를 모두 정확하게 집어주는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다운타운에 있던 작고 조용한 공원.


이런 가로수 늘어선 거리도 지겨워질 날이 있을까요, 오래 살면?


태평양을 바라보는 거대한 호텔들 앞에는 요트 물결.


빨간 색 예쁜 전차가 야자수 가로수 사이로 땡땡땡 하며 다니는 거리.


샌디에고 공항은 도심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어서, 비행기가 빌딩 사이로 내리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홍콩 옛 카이탁 공항을 내리던 생각이 났습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비행기가 내리는 길 바로 밑을 지나게 되었는데,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바로 밑에서 보는 것은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밤이라 어두워서 흔들렸지만, 하드락 카페 샌디에고. 맛있는 맥주를 두어 잔 마시는 중이라서, ISO를 높여야 한다든가 하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포효하는 할리가 눈길을 끕니다... 라는 건 점잖은 표현. 벽에 붙은 글은 "We Like the Music Loud in This Here Band," 서브라임의 'Get Ready' 가사 중 일부입니다.


샌디에고의 명물인 거대한 Balboa Park에 늘어선 건물의 한 모서리.


왼쪽은 작은 도심 공원에 있던 쓰레기통, 가운데는 어느 횡단보도 옆의 신호 통제기, 오른쪽은 Balboa Park 안내 부스.


크고 작은 선인장이 잔뜩 들어서 있는 Desert Garden에서 마주친, 나무 같기도 하고 선인장 같기도 한 식물. 달리의 그림을 연상케 합니다. 울타리도 없고 관리하는 사람도 없고 그냥 사막 한 덩어리를 떼어 온 것 같아서 분위기 좋았습니다.


마지막은 동료가 찍은 사진으로, 다운타운의 한 건물에 그려진 대작 벽화 앞 장면. 왼쪽부터 지미 헨드릭스, 제니스 조플린, 존 레논, 짐 모리슨, deulpul입니다. 원래 deulpul 뒤에는 엘비스가 있었는데, 얼굴을 가린 게 미안해서 나중에 인터넷에서 용안을 찾아 되돌려 주었습니다...


 

덧글

  • 은혈의륜 2008/12/09 08:21 # 답글

    아는 형이 저기서 대학을 다니는데, 참 좋은곳에 사는군요(....)
  • deulpul 2008/12/09 09:09 #

    아니, 저기서 공부가 된답니까? 하긴... 공부하기도 좋긴 하겠군요. 눈 온다는 핑계로 오후 공부 때려치우고 귀가한 저를 보면...
  • 서산돼지 2008/12/09 09:33 #

    얼마전에 돌아가신 박춘호 교수님이 하와이대 시절을 말씀하시면서 아가씨 다리가 나무처럼 서있는 곳에서 공부가 되겠나고 하시더군요.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널린 곳에서 공부에 매진하기는 참 힘들겠어요.
  • 은혈의륜 2008/12/09 10:38 #

    UCSD인데, 공부하는데 별 문제는 일단 말을 듣고있으면 별 문제는 없는것 같은뎁쇼(...)
  • deulpul 2008/12/09 11:00 #

    서산돼지: 아가씨 다리가 나무처럼... 총총한 곳에서 공부에 성공하면 해탈에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하하-.

    은혈의륜: 아, 너무 부러워서 드린 말씀이죠, 물론. 살기 좋은 곳에서 공부하시는 형이 정말 부럽습니다. 이번에 시내를 쏘다닐 때 샌디에고 시티 칼리지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어찌나 눈길이 끌리던지요...
  • 2008/12/09 09:0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12/09 09:15 #

    가 보시면 좋아지실 겁니다. 살고 싶은 곳일 수도 있는데, 일부러 찾아가 살면 왠지 죄책감 비슷한 게 드는 게... 이런 곳으로 추방 당해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 2008/12/09 18:3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12/10 07:23 #

    어제 이 사진들 올려놓은 뒤,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오늘 학교들 문 닫았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안 닫았습니다. 최악이군요, 하하-. 메일은 보셨습니까?
  • 2008/12/10 17: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이뉴 2008/12/13 14:56 # 삭제 답글

    올해 초에 LA 근교의 리버사이드 라는 도시에서 지내면서 잠시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저기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곳은 눈에 익군요! SD에서 가본데라고는 코로나도 섬과 다운타운 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아는데가 나오다니 ㅎㅎ

    저도 겨울에 다녀오긴 했는데, 다운타운 쪽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서 그런지 살짝 한적한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렇게 보니 또 다르군요. 아.. 다른건 몰라도 그 코로나도 섬을 가는 다리는 한번 더 건너고 싶네요. :(
  • deulpul 2008/12/15 05:52 #

    아이고 그 다리, 말씀도 마세요. 해변에서 보니 그림처럼 보이길래 걸어서 접근할 수 있을까 하고 가봤는데, 가도가도 만나지지가 않는 겁니다. 마침 만난 경찰에게 물었더니... 다리에는 인도가 없어서 걸어서 지날 수 없다네요. 그러고 보니 걸어서 건너기에는 규모가 너무 클 뿐 아니라, 잘못하면 휙 날려 바다로 추락하기에 딱 적합한 모양이었습니다... 같은 곳을 지나셨다니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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