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들어갈까, V-로드 두二 바퀴輪 (MCycle)

하루종일 우두커니 꼬마 눈사람
무엇을 생각하고 혼자 섰느냐
집으로 들어갈까 꼬마 눈사람
(강소천, '꼬마 눈사람' 2절)



눈사람은 아니고, 할리 V-로드(Rod)다. 누가 눈 쌓인 아파트 주차장에 버리고 갔다. 2002년 VRSCA다. 한 7년 탔을테니 지겨웠을까?

물론 정말로 버리고 간 것은 아니겠지. 그러나 버리고 간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밖에 없네. 낮에도 좀처럼 영상으로 오르지 않는 날씨에, 아무 옷도 입히지 않고 이렇게 밖에 내놓고 벌써 대엿새째다. 주변에 잔뜩 쌓인 눈이 정말 잔인하지 않은가. 게다가 바닥에는 얼음도 군데군데 깔려 있고. 아무래도 계실 자리가 아닌 듯하다.

VRSCA V-로드는 2002년에 1130cc V-트윈 수냉식 엔진을 달고 나온 할리의 새 식구다. 할리의 다른 모델과는 모양이 좀 다른 V-로드 계열의 최초 모델이며, 이후 다양한 변종으로 진화했다. 출시 당시 MSRP(권장소비자가격)은 17,000달러였다.



주차장에서 떨고 있는 저 분은 V-로드의 프로토타입답게, 특징적인 배기 파이프를 비롯하여 원형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흔한 앞유리 하나 붙이지 않았다. 뒷좌석 승차자를 위한 등받이를 하나 단 것, 앞의 방향 지시등이 포크로 내려온 것 정도다. 첫 타이어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이어 상태도 괜찮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모터사이클이 세 대 있는데, 셋 모두 250cc다. 혼다, 스즈키, 야마하가 각각 하나씩이다. 세 대는 모두 아파트 주차장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서 겨울잠을 자고 있다. 그런데 250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인이 난데없이 등장하시다니. 그것도 길이 눈과 소금으로 엉망인 한겨울에. 앞으로 언제 어떻게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들어올 때는 차나 사람이나 고생깨나 했음이 틀림없다. 아아, 누군가가 못할 짓을 했구나.

내일은 찬 비도 좀 내린다는데, 걱정이 된다. 정말 집으로 모셔오고 싶은 심정이다.

혹시 진짜로 버리고 간 것일까?

※ 두 번째 사진: totalmotorcycle.com (본문 중에 링크)

 

덧글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08/12/14 19:56 # 답글

    안장 밑에 휴발류 통을 달아 놓은거랑, 머플러 처리가 참 인상적이었었는데...
    그러고 보면 여기선 한번도 마주친적이 없네요
  • deulpul 2008/12/15 05:45 #

    미끄덩하면서도 힘 좋게 보이는 데에는 우람한 근육을 연상케 하는 머플러도 중요한 몫을 하는 듯 합니다. 연료통을 옮긴 것은 큰 변화지만, 그 결과 연료통이 작아져서 불평하는 목소리도 있었죠. 어쨌든 참 믿음직스럽게 보입니다.
  • isanghee 2008/12/15 00:37 # 삭제 답글

    설마 버리고야 갔겠습니까? ^^
  • deulpul 2008/12/15 05:42 #

    버리고 간 것 맞습니다. 열쇠는 대체 어디다 버렸나 찾고 있는 중... 하하.
  • 2008/12/15 21:2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12/16 16:44 #

    꿈이 많은 것도 재주라면 재주겠지? 남들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거 없다고 하는데, 나는 열 꿈 깨물어 안 아픈 게 없네그려...
  • foog 2008/12/15 21:56 # 삭제 답글

    이제 헬멧만 줏으시면 되겠네요! :)
  • deulpul 2008/12/16 16:47 #

    헬멧은 그냥 쓰던 HJC 쓰려구요. 헬멧까지 바라면 너무 도둑님 심보가 아닐까요? (이미...) 아니 근데 정말 비 쫄쫄 맞히는군요. 쥔이 뉘겨 대체.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