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부엉이, 갈리아의 수탉 섞일雜 끓일湯 (Others)

논객 미네르바 덕분에 미네르바의 부엉이, 그 비유가 등장한 헤겔의 [법철학]까지 심심찮게 거론된다. 아래 인용문은 영역판 [법철학] (The Philosophy of Right) 서문 중 끝에서 두 번째 단락이다. 영역본의 표준으로 간주되는 T. M. Knox 번역본 중 해당 부분을 옥스포드판에서 옮겨 적었다. 밑에 한글 중역(重譯)은 평이한 '자연어'로 옮겨본 것이다.


One word more about giving instruction as to what the world ought to be. Philosophy in any case always comes on the scene too late to give it. As the thought of the world, it appears only when actuality is already there cut and dried after its process of formation has been completed. The teaching of the concept, which is also history’s inescapable lesson, is that it is only when actuality is mature that the ideal first appears over against the real and that the ideal apprehends this same real world in its substance and builds it up for itself into the shape of an intellectual realm. When philosophy paints its grey in grey, then has a shape of life grown old. By philosophy’s grey in grey it cannot be rejuvenated but only understood. The owl of Minerva spreads its wings only with the falling of the dusk.

(세상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통찰함에 있어 한 마디 덧붙일 것이 있다. 모든 철학은 항상 현장에 너무 늦게 등장한다. 세상에 대한 사유인 철학은, 실재(實在)가 자랄대로 다 자란 뒤 잘리고 시든 다음에야 나타난다. 마치 역사로부터 배우는 방식이 그렇듯, 이상(理想)은 현실이 성숙하고 나서 비로소 나타나며, 또한 이상은 자신의 방식으로 현실을 파악하고 재구성하여 지성의 왕국을 형성한다. 철학이 자신의 회색을 현실에 칠할 때, 삶은 이미 노쇠해진 뒤다. 철학에 의해 회색으로 덧칠된 현실은 새로 젊어질 수 없으며, 오로지 인식의 대상이 될 뿐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깔리고 나서야 날개를 편다.)


철학의 색깔이 왜 회색인가. Knox는 헤겔의 '회색'이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다음과 같은 대사를 상기시킨다고 역주에 밝히고 있다.

My worthy friend, grey are all theories
And green alone life’s golden tree

내 친구여,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오직 푸른 것은 소중한 생명의 나무뿐이라


한편, 헤겔의 [법철학]을 비판한 마르크스의 [헤겔 법철학 비판] 하고도 [서설] (Contribution to the Critique of Hegel's Philosophy of Right)은 종교 비판이기도 한데, 다음과 같은 단락으로 끝난다. Annette Jolin과 Joseph O'Malley가 함께 영역한 캠브리지판이다. 역시 한국어 중역은 되도록 평이하게 옮긴 것이다.


Let us summarize:

The only practically possible emancipation of Germany is the emancipation based on the unique theory which holds that. In Germany emancipation from the Middle Ages is possible only as the simultaneous emancipation form the partial victories over the Middle Ages. In Germany no form of bondage can be broken unless every form of bondage is broken. Germany, enamored of fundamentals, can have nothing less than a fundamental revolution. The emancipation of Germany is the emancipation of man. The head of this emancipation is philosophy, its heart is the proletariat. Philosophy cannot be actualized without the abolition [Aufhebung] of the proletariat; the proletariat cannot be abolished without the actualization of philosophy.

When all the intrinsic conditions are fulfilled, the day of German resurrection will be announced by the crowing of the Gallic cock.

(이제 정리하자. 독일의 해방은 인간이 그 자체로 최고의 존재임을 견지하는 이론 위에서만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다. 독일이 중세로부터의 해방된 것은, 중세를 극복하는 다양한 부분적 해방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모든 족쇄가 끊어지지 않는 한 어떠한 족쇄도 끊어질 수 없다. 독일의 해방은 인간의 해방을 의미한다. 그 해방의 머리는 철학이며, 심장은 프롤레타리아다. 프롤레타리아의 폐지(지양) 없이 철학은 현실화할 수 없으며, 철학의 현실화 없이 프롤레타리아는 폐지될 수 없다. 모든 내부적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독일의 부활의 날은 갈리아 수탉의 고고성으로 시작될 것이다.)


미네르바 때려 잡고 황혼에 날아 오르는 부엉이 날개 꺾다가, 암흑의 세상 계명성 반짝일 때 홰를 치며 세상 잠을 깨우는 갈리아의 수탉 부를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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