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섞일雜 끓일湯 (Others)

공무원이 뭔가 석연치 않은 일을 한다. 공공 서비스직이 곧 벼슬로 인식되던 예전 같으면, 공무원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예예하고 넘어갔겠지만, 요즘 세상이 어디 그런가. 주인은 주인 노릇을 해야 주인 대접을 받는 법이다. 그래서, 시민의 일상을 다루는 공무원의 태도나 대응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을 때, 이를 따져 묻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저쪽에서 "그렇게 규정되어 있다"라든가 "법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라고 하면 이쪽은 말문이 막히게 된다. 시민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다. 한편 공무원은 법률과 규정에 따라 공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공무원은 자기 업무와 관련된 규정을 잘 알테고, 시민은 그렇지 않다. 법에 따라 일하는 자가, 법과 규정이 그렇게 되어 있다는데 어쩌겠는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더라도, 공무원이 그렇다고 하면 일단 닭 쫓던 개처럼 말문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이런 점이 악용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당장 불리하고 옹색하니, 주인은 잘 모르는 '법'을 들먹이는 것이다. 시민들이 법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자신들이 하는 일을 은폐하거나 변명하거나 잘못을 두루뭉술 넘어가는 경우다. 다른 말로 하면 물론 기만이요 사기다. 무리한 짓을 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지, 요즘 곳곳에서 그런 이야기가 들린다. 비슷한 사례 하나.

외국에 살다 보니 한국에서 홀로 외롭게 지내시는 늙은 어머니에게 해 드릴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가끔 전화나 드리고, 일년에 한두 번 영양제를 부쳐드리는 게 고작이다.

지난 1월 초에 영양제를 보낼 때 일이다. 마침 연말연초여서, 어머니랑 비슷하게 늙어 가시는 이모님 네 분께 보낼 약도 함께 챙기다 보니 갯수가 좀 많아졌다. 공항에서 그냥 통과되면 다행이지만, 짐 목록에 갯수를 적어 놨으니 검사를 받고 관세를 물어야 할 가능성이 컸다. 짐이 많으니 세금 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홀로 계신 어머니가 그 뒷절차를 수행하는 일이 좀 난감해진다.

소포를 보내고 대엿새가 지났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부친 영양제 짐은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에서 개봉 검사를 받게 되었던 모양이다. 세관 신고 대상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시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걱정이 한 가득이다. '신고 대상'이라니, 얼마나 무시무시한 말인가. 지난 번에도 비슷한 일이 한 번 있긴 했지만, 어머니는 처음 겪는 일처럼 또다시 걱정하셨다.

이렇게 소포가 세관 신고 대상이 되면, 세관은 소포를 통관하기 위해 몇 가지 서류를 요구한다. 수취인이 작성해야 하는 '국제우편물 간이통관신청서'와 상품의 값을 증명하기 위한 상품의 구매 영수증이 그것이다. 통관 신청서는 어머니가 보내야 한다. 영수증은 여기서 내가 인천세관으로 보내야 한다. 받는 놈은 그냥 앉아서 받으면 되지만, 보내는 놈은 품깨나 파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소포를 주고받자는 사람은 세관 공무원이 아니고 발송자인 나나 수취인인 어머니이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긴 하다. 규정에 그렇게 되어 있으니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자.

영수증철을 뒤져 영수증을 찾아서 복사를 했다. 팩스 부치는 것이 일인데, 사무실의 팩시밀리로 개인적인 일과 관련한 국제 문서를 보내기는 싫었다. Kinkos를 찾아가 팩스를 보내는데, 석 장에 18달러를 달라고 했다. 어쨌든 어머니가 알려주신 번호로,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에 영수증 팩스를 넣었다. 규정에 그렇게 되어 있으니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자.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우체국 직원이 가져온 통관신청서를 작성해서 팩스를 보내셔야 했다. 늙은 어머니가 어디에서 팩스를 보낼 것인가. 어머니 집 주변에 팩스 보낼 수 있는 곳이 없나를 한참 찾다가, 우여곡절 끝에 집 근처의 사무실 한 곳에 가서 구차한 말을 함으로써 겨우 팩스 한 장을 보내실 수 있었다. 이것도 규정에 그렇게 되어 있으니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자.

영수증 팩스를 보냈다고 어머니께 전화를 했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세관 직원과 통화를 했더니, 그가 말하길 병원에 가서 의사 소견서를 하나 떼어 보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니, 무슨 처방전 필요한 치료약도 아니고, 그저 비타민, 관절약 보내고 받는 데 무슨 의사 소견서며 진단서가 필요하단 말인가. 이것도 규정에 그렇게 되어 있으니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가?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에 국제 전화를 걸었다. 다음은 나와 세관 공무원 간에 오간 대화의 요약이다.

나: 이러저러한 상황입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병원에 가서 의사 소견서를 떼오라고 하셨다네요. 그게 왜 필요합니까?
그: 아, 그거 그냥 하나 떼서 보내 주시면 됩니다.
나: 받는 분은 그냥 하나 떼 보내달라고 하지만, 보내는 사람은 아주 피곤한 일인데, 그게 꼭 필요합니까?
그: 약이 갯수가 많아서 의사 소견서가 필요합니다.
나: 갯수가 많으면 관세를 물리면 되지 않습니까? 치료약도 아니고 그냥 비타민인데 왜 소견서가 필요합니까?
그: 글쎄, 그냥 병원 가셔서 간단히 사인 하나 받아 보내주시면 되거든요.
나: 그게 어디 말처럼 간단합니까? 연세 드신 분이 병원엘 가서 의사 만나 사인 하나 받아오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 같습니까?
그: 저도 사정은 딱하지만, 규정이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나: ......

여기서 나는 말이 좀 막혔다. 규정이 그렇게 되어 있다는 데 어쩔 것인가. 대체로 법이나 규정은 따르기만을 강요할 뿐, 개개인의 구차한 사정 같은 것은 별로 봐 주지 않는 것이다.

나: 규정이 그렇습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말이 좀 안되는 규정 같습니다. 규정 어디에 그렇게 되어 있습니까?
그: 관세법입니다.
나: 그 규정 좀 불러주시겠습니까? 무슨 법 몇 조 몇 항입니까?
그: 잠깐만요. (옆의 직원에게 하는 말인듯) 어이, 그거 좀 줘. 그거, 그거. (잠시 뒤)
그: 관세법 시행규칙 제45조 2항 1호입니다. 이에 따라 의사 소견서가 필요합니다.
나: .......

나는 다시 말이 막혔다. 내가 그처럼 관세법으로 밥을 먹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처럼 당장 법전을 손에 들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가 그렇다면 그런 게 아니겠는가.

나: 알겠습니다. 좀 납득이 안 가지만 어쩔 수 없군요.
그: 네, 그냥 하나 떼서 보내주시면 관세 납부하시고 곧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화를 끊었다. 이건 요약본이고, 실제 통화는 10분 가까이 되었다. 인천 세관에는 내가 쓰는 국제 전화가 통하지 않아서, 휴대폰으로 했더니 전화비가 11달러 정도 나왔다.

전화를 끊고 한참을 찾아보았다. 우선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의 홈페이지 '우편물 통관 절차'에는 의사 소견서 같은 서류를 내야 한다는 말이 없었다. 제출 서류로는 간이통관신청서와 가격 자료, 즉 영수증이 다였다. 보조 서류를 따로 보내야 한다든가 하는 말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법이 그렇다는데? 대법원의 법령 웹사이트에서 해당 규정을 찾아보았다. 세관 직원이 말한 관세법 시행규칙 제45조 2항 1호는 '자가 사용 인정 범위'를 규정한 항목이었다.


제45조 (관세가 면제되는 소액물품)
②법 제94조 제4호의 규정에 의하여 관세가 면제되는 물품은 다음 각호와 같다.<개정 2003.2.14, 2004.3.30>
1. 당해 물품의 총과세가격이 15만원 상당액 이하의 물품으로서 자가사용 물품으로 인정되는 것. 다만, 반복 또는 분할하여 수입되는 물품으로서 관세청장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것을 제외한다.


세관 직원이 말한 제45조 2항 1호는 보낸 물품이 면세되는 범위를 규정한 조항 중 하나다. 관세법 제94조 제4호(우리나라 거주자가 수취하는 소액물품으로서 기획재정부령이 정하는 물품은 면세 처리함)를 구체화하여, 면세되는 물품이란 총과세가격이 15만원 이하이고 (판매용이 아니라) 스스로 쓸 용도인 경우라는 점을 밝힌 규정이다. 다시 말하면, 총과세가격이 15만원 이상이거나 판매용으로 수입되는 경우는 과세 대상이라는 말이다.

세관 직원이 의사 소견서를 떼어 오라고 한 것은 아마도 '자가 용도'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러나, 적어도 그가 제시한 관세법 시행규칙 해당 조항에 따르면 이는 말이 되지 않는 요구다.

내가 보낸 소포의 경우, 총과세 가격이 15만원 이상이므로 관세 납부 대상이 된다. 그래서 태평양 양쪽에서 팩스를 보내고 온갖 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일단 과세 대상이면 관세의 측면에서 자가 사용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조항에 따르면, 자가 사용 여부를 따지는 것은 15만원 이하로서 면세 대상인 물품에 대해서이다. 15만원 이하라도 판매용으로 반입되는 물품은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왜 이미 과세 대상이 되어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물품에 대해 자가 사용/상용 여부를 따지며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인가. 세관 직원은 이런 규정 때문에 의사 소견서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해당 규정 어디에도 이런 부가 서류를 요구하는 조항은 없었다.

다른 관련 문서를 찾아보니, 건강식품의 경우 '과세 가격 15만원 이내에서 6병까지 면세 통관'이라고 되어 있었다. 역시, 15만원어치가 넘고 6병을 초과하므로 과세 대상이고, 그래서 통관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았는가. 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 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요구하는가.

이렇게 '법 공부'를 하고 나니 화가 치솟아 견딜 수가 없었다. 당장 다시 전화를 걸고 싶었으나, 어머니가 말리셔서 그만 두었다.

길이 미끄러워서 잘 나다니시지도 않던 어머니는, 영하 20도 아래로 뚝 떨어진 다음 날, 늦게 가면 환자가 많아서 한참 기다릴까봐 아침 일찍, 20분을 걸어서 병원엘 가셔서, 30분을 기다려 의사를 만나고 소견서에 사인을 받고, 나에게는 말씀하시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다시 꽁꽁 언 거리를 20분 동안 걸어 집으로 오셔서, 다시 그 사무실에 가서 구차한 말씀을 하여, 이 의사 소견서를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에 팩스로 보내셨다.

그리고 감기가 걸리셔서 일주일을 앓아 누우셨다.

혹시 내가 알아본 법이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면 지적해 주시면 고맙겠다. 그러면 이 글은 바로 삭제하겠다. 그게 아니라면, 시민이 규정을 잘 모른다는 점을 빌미로 하여, 얼토당토않은 규정을 대며 불필요한 서류를 요구한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은 단체로 한 10년 쯤 더 살게 된 줄 아시기 바란다. 어머니가 앓아 누우신 동안 내가 쏟아 부은 욕을 처먹으면 그 정도 기간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듣지도 못할 욕이나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덧글

  • 행인2 2009/02/09 18:48 # 삭제 답글

    1. 관세에 대해 억울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관세사나 변호사에게서 상담을 받으시면 됩니다. 우리 나라는 행정법치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님이 말씀하신대로 공무원이 법규를 위반하여 부당한 행위를 강요하였다면 징계 내지 형사처벌합니다, 할 수 있다가 아니고 그냥 "합니다". 심지어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내리더라도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실 수도 있죠.

    2. 흥분을 가라 앉히고 님이 언급한 문서를 다시 보세요.

    자가사용인정기준.

    의약품 총6병 (6병 초과의 경우 의약품 용법상 3개월 복용량)

    님은 보낸 물건을 영양제라고 생각했지만 세관공무원은 의약품으로 봤습니다. 문제가 생긴다면 이 부분이겠네요. 의약품이라면 명시된 대로 "3개월 복용량"에 한해 간이통관이 가능하니까요. 간이통관이 아니라면 정식수입통관절차를 밟아야 하고 훨씬 더 비용과 시간이 걸리게 되어 있습니다. 님은 당연히 어머님께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건데 왜 이런 "얼토당토 않은 규정을 대며 불필요한 서류를 요구"하는가라며 불평하지만, 세관공무원이 관련 서류를 챙기지 않으면 처벌 받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공무원 뿐만이 아니고 회사원이라도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죠.

    3. 제가 보기엔 관세공무원이 님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려고 한 듯 한데, 님은 왜 그렇게 흥분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혹시 님은 수입이란 게 원래 무료로 아무 절차 없이 오케이 하는 것쯤으로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야 공무원들이 "뭔가 석연치 않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다시, 행정법치주의를 상기시켜드립니다. 공무원은 국회의원이 법률로 제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할 수 없습니다.

    투표는 하셨나요?
  • deulpul 2009/02/10 14:43 #

    바쁘실텐데 이렇게 길게 댓글을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 주신 말씀을 1) 핵심 이슈와 2) 주변 이슈로 나누어 살펴볼까요. 우선 1)번 부터 해봅시다.

    인용하신 "우선 자가사용인정기준 의약품 총6병 (6병 초과의 경우 의약품 용법상 3개월 복용량)"은 어디서 긁어 오셨는지 밝혀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본문에서 문제 삼은 관세법 시행규칙 제45조 2항 1호에는 그런 말이 없습니다. '다른 문서를 찾아보니' 라고 한 것은, 한 의류 수입상의 홈페이지에서 통관 절차를 대략 소개해 둔 것을 인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정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세관 직원이 제게 말한 조항에는 그런 말이 없다는 것이죠. 있다면 무슨 하위 세칙 같은 데 있을텐데, 그랬다면 제게 그걸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단위 작업장에서 벌어진 구체적인 노동 환경 문제를 문의한 데 대해 "헌법 제32조에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하면 말이 됩니까?

    "님은 보낸 물건을 영양제라고 생각했지만 세관공무원은 의약품으로 봤습니다" 라뇨? 행정법치주의 강조하시는 분이,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는 상황이 괜찮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무엇이 의약품이고 무엇이 건강식품인지 규정한 데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식약청 분류에 따르면 비타민이나 글루코사민은 건강기능식품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게 세관 적용과 다르다면, 신봉하시는 행정법치주의가 일관성도 없이 개판되고 있는 점을 매우 염려하셔야 할 듯 하고요.

    설령 비타민이 의약품이라 치고 그게 더 까다롭다고 합시다. 의약품의 양이 3개월 복용량이 넘으면 면세고 나발이고간에 간이통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어디서 보신 것인가요? 관련 근거를 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래를 잘 읽어 보세요. 간이통관 규정인데, 아마 굉장히 낯이 익으실 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 면세통관범위 초과의 경우에는 요건확인대상. 다만, 환자가 질병치료를 위해 수입하는 건강식품은 의사의 진단서에 의거 타당한 범위내에서 요건확인 면제.
    - 면세통관범위라 하더라도 CITES규제대상물품의 성분(예:사향 등)이 포함된 경우에는 요건확인대상.
    - 구입한 의약품인 경우에는 면세통관범위라 하더라도 관할 광역시장 또는 도지사의 추천필요. 다만, 자가치료용인경우 환자의 진료병원 소재지의 시· 도지사 추천

    면세 통관 범위(예를 들어 6병)를 넘는다고 해서 자동으로 정식 수입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게 아니라는 점, 의사의 진단서는 환자가 건강 식품을 질병 치료를 위해 반입하는 경우에 필요하다는 점, 의약품인 경우는 말씀하신 대로 "6병 이하면 통과 오케이"가 아니라 조금 더 까다롭다는 점 등을 알 수 있습니다. 비타민을 '질병 치료'를 위해 먹는 사람도 있긴 있겠습니다만.

    자, 여기서 '요건 확인 대상'이 무엇인지, '요건 확인'이 무엇인지가 문제가 될텐데요. 이 분야에 대해 잘 아시는 듯 하므로 아마 좋은 답을 주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제 2)번 주변 이슈로 갑니다.

    "관세에 대해 억울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관세사나 변호사에게 상담 받으면 된다." 이 말씀은 관세사 홍보용 멘트로는 적당할지 몰라도, 제 경우는 별로 해당 사항이 없군요. 관세 부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 행정 과정의 소소한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행인2님 같으면 불필요한 것처럼 보이는 서류 하나 내라고 귀찮게 했다고 변호사 찾아가서 거액 지불하고 상담하겠어요? 앞뒤를 좀더 생각해 보시고 경우에 맞는 말을 하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억울하면 법대로 처리하라는 말은, 책상 앞에 앉아서 시험 공부할 때는 그런 소리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현실에 발가락 하나라도 담가 보았다면, 그렇게 교과서대로 하기가 쉽지 않음을 잘 아시게 되죠. 아, 공무원들은 잘 모르긴 합니다. 경찰 공무원이 교통 위반 딱지 잘못 끊은 것을 바로잡으려고 정식 소송을 제기해 상처뿐인 승리를 거둔 사람들 이야기 들어본 적 있죠? 이 분들도 하도 기가 막혀서 이렇게 나서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야 합니다. 그냥 똥 밟았다고 치고 몇 만원 내는 게 현실적으로는 훨씬 낫죠.

    말씀대로 행정이 법규에 따라 착착 돌아가면 오죽 좋겠습니까. 그건 이상이고요. 현실에서는 법규가 커버하지 못하는 회색 영역 투성이이고, 문제가 생기면 관련 법규가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그리고... 흥분은 무슨? 이런 상황에 턴온되는 독특한 취향도 아닌데 무슨 흥분을 하겠습니까. 그저 화가 났다는 것인데, 행인2님이 제 경우라면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을까 한번 생각해 보세요. 하긴 특정 연령층은 역지사지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긴 합니다만.

    "수입이란 게 '무료'로 아무 절차 없이 오케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글이 나왔겠습니까? 제 이야기는 아닌 듯한데, 혹시 자책하시는 겁니까? 다시, 생각 좀 하면서 말씀 하시면 더욱 '오케이'고요.

    에... 그리고, "공무원은 국회의원이 법률로 제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은, 무슨 취지로 한 말씀인줄은 알겠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는 말이군요. 행정입법 아시죠?

    앗다, 답글 길다, 허허허.

    마지막으로, 끝에 투표 여부는 왜 물으셨을까요? 전후 맥락을 밝히지 않고 소리를 내시면 그 의도에 대해 오해를 사게 됩니다. 마치 제가 이렇게 묻듯이 말이죠:

    그래서... 우찌 밥은 먹고 다니냐?
  • mooyoung 2009/02/09 21:59 # 답글

    행인2님의 글이 열받게 만들어서(왜냐면 최근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영양제냐 의약품이냐 일단 떠나서 '편의'라는 것이 어떤 관점에서 편의냐는 거다. 늘 인터넷이 주위에 있고, 팩스가 있고 전화가 있는 사람이 팩스란것도 생소하고, 인터넷볼려면 처음 동네 골목을 누벼야 하고 전화는 그들이 일할 시간에 할 수가 없고 등등, 환경은 모두 다르고, 그에 대한 인지도 다르다. 지가 생각하기에 편한것이 다른이에게 편하다는 생각은 지멋대로, 편한 생각일 뿐이지 않겠습니까?
  • deulpul 2009/02/10 08:53 #

    그래서 행정편의주의란 말이 나온 것이겠지요. 많이 나아지긴 했습니다만, 아직도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행정 하는 사람들은 대체 일가 친척들이 모두 행정하는 사람만 있는가... 언제나 궁금합니다.
  • isanghee 2009/02/10 16:49 # 삭제 답글

    하여간 공무원의 이현령 비현령이란...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다행히(?) 택배업체 직원이 받는 사람이 당할 고초를 미리 알려줘서
    글루코사민이랑 센트럼 다 빼고 보냈답니다.
  • deulpul 2009/02/12 10:17 #

    예전에 어딘가에서 공무원의 재량권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한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업무나 부서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관련 법규가 현실과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겠죠. 다행이셨네요, 정말. 그러나 영양제 빼면 여기서 뭐 갈 것도 없는데... 흑.
  • 김승훈 2013/03/14 11:50 # 삭제 답글

    본문을 보면서는 안타깝다 하고 말았는데
    첫번째 댓글과 그 답글을 보고 깊은 빡침이 몰려오네요...
    어떻게 이 글 작성하신 이후 시간이 좀 지났는데
    이후로는 세관 공무원과 마찰을 빚을 일이 없으셨는지요
  • deulpul 2013/03/18 06:09 #

    불행인지 다행인지, 위의 경우처럼 직접 접촉할 일은 다시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 ppp 2017/05/10 23:32 # 삭제 답글

    남일같지가 않아서 댓글 남기네요..

    물건 다 뜯어놓고, 망가뜨려놓고 여기서 그랬다는 증거 있느냐? 소포 개봉은 법이 그렇다 불만 있으면 법적 조치 하라~ 8년이 지난 지금도 썩으면 썩었지 좋아지진 않은 듯 합니다.

    과세 대상도 아니었으나 너무 괘씸하여 법조인 통해 법적 조치 진행중입니다.

    정권도 바뀌었겠다 벌점 제도 도입으로 책임감 없고 국고나 좀먹는 인간 추물 공무원들 전부 해고 시켰으면 좋겠네요.
  • deulpul 2017/05/14 11:25 #

    '법이 그렇게 되어 있다'면 법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긴 하네요... 사연은 잘 모르겠지만 많이 속상하셨던 모양입니다. 잘 처리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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