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 김병현 섞일雜 끓일湯 (Others)

아무 것도 해준 적 없고, 아무 것도 해 받은 적 없고, 일면식도 없고, 이렇다하게 팬이라 할 만한 정도도 아닌데, 나는 야구선수 김병현을 생각하면 괜히 안스럽고 안타까워서 마음이 짠해진다. 왜 그런 것일까.

그를 생각하면 월드시리즈에 등판해서 홈런을 맞고 마운드에 쪼그려 앉던 모습이 떠오른다. 경기중에 관중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려 큰 물의를 빚은 모습도 떠오른다. 언론과 친하지 못해, 언제나 모난 인간으로 그려지는 그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마 그는, 치밀하고 절제된 스타일이라기보다 단순하고 즉흥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2003년 11월의 이른바 기자 폭행 사건 때, 해당 신문은 김병현을 넋을 잃은 악마와 같은 모습으로 묘사했다(오른쪽). 신문은 일방적으로 폭행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김병현의 말은 이 신문이 1면에 깔은 피해 진술서와는 사뭇 달랐다.

아마 내가 김병현에게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이 사건 직후 김병현이 쓴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라는 편지 때문인 듯 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대인기피증, 정신이상, 인성교육 덜 되고 가진 것 힘밖에 없어서 사람 폭행하고 다니는 김병현입니다"로 시작하는 이 편지는, 그가 미국에서 겪은 일에 대한 소회와 최근 벌어진 폭행 사건의 전모를 자신의 처지에서 소상히 밝혔다.

나는 그의 편지를 읽으면서, 비록 덜 여물고 덜 익긴 했어도 강단 하나는 제대로 갖추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의 편지는 성숙되지 못한 그의 인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처럼 읽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비계 빼고 삼겹살 빼고 뼈다귀에 꼭 필요한 근육만 달린 야구선수의 몸처럼 단순하고도 명료한 메시지로 보였다.

그의 편지의 상당한 부분은 언론 비판이다. 폭행 사건은 그냥 개인 간의 충돌로 우발적으로 벌어진 게 아니라, 김병현이 언론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이 폭발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이 글을 보고 계실 기자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여러분들의 관점이 변화하지 않으면 저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할 때, 세상 참 어렵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 그의 메시지가 단지 그 혼자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되며,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사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마치, 기자회견 자리에서 바지 지퍼를 내린 나훈아의 분노가 이해되듯이 말이다.

아니, 이런 느낌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적어도 이런 문제에 관한 한 김병현을 이해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김병현에게 철이 덜 들었다거나 미성숙하다고 낙인찍는 것은 공정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냥 김병현의 성격이고 스타일이다. 김병현 백년 묵혀봐야 박찬호 안 된다. 역도 마찬가지다. 타인을 이해하려면 그 자체로 이해해야 할 일이며, 그 뒤에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의 개성을 던져버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야만적이다. 운동선수라고 이런 상식에서 예외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래도 김병현도 조금씩 변해가기는 할 것이다. 자신의 주장이 있다면 그것을 좀더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배워가게 될 것이다. 누구나 그렇다. 사람 사이에서 자신의 생각을 마찰 없이 표현하고 관철하는 방법은 매우 어려운 기술이며, 나도 여전히 배우는 과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 덧붙이자면, 누구나 남들이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지만, 남들은 나와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나는 당연히 이럴 것으로 보고 움직였지만, 남들은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마운드에 서면 타자가 어떤 볼을 고르고 어떤 타격이 나올지 치밀하게 예상하고 고려해야 하지 않은가. 인간 세상도 그렇다. 내가 볼을 던져 잡으려면 상대방을 읽고 예상하고 그 뜻을 짐작해야 한다.

그리고 맞춰줘야 한다. 그게 내가 사는 길이고 내가 원하는 길이라면 말이다. 마치 내야 플라이로 맞춰 잡듯이 말이다. 남과 맞춰 살지 않으려면 지독한 고독을 각오해야 한다. 현실에서 이는 대부분 열외나 낙오로 귀착된다는 사실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것은 매우 고통스럽고 피곤한 인생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레,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길을 택하게 된다. 내가 그렇게 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그 필요성, 그 효용성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오랜만에 그의 소식을 들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니라서 안타까웠다. 그가 화려하게 재기할 수도 있었던 기회가 무산되었다는 소식,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해 문제를 꼬이게 한 듯한 정황을 들으니 아쉽다. 물론 나는 100% 확신컨대, 이번 경우에도 김병현은 언론 보도에 나오지 않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사정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방은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역시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천둥과 먹구름, 찬 무서리를 겪고 나서야 국화꽃이 피듯이 그의 야구 인생이 다시 화려하게 꽃 피어, 기쁜 소식으로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 이미지: 옛날 어딘가에서 잡아둔 것.

 

덧글

  • Mr.Met 2009/02/18 13:31 # 삭제 답글

    저 스포츠 신문에서 김형현 죽이기 했던 생각이 나네요;
    아무튼 김병현선수는 참 독특한 캐릭터이긴합니다..
  • deulpul 2009/02/18 14:08 #

    저도 보고 눈살 찌푸렸던 기억이 납니다. 벌써 5년이나 된 이야기군요. 네, 호오를 떠나서 참 특이한 선수입니다.
  • fusionk 2009/02/18 20:12 # 삭제 답글

    그냥 힘만 세고 자신이 약자라고 생각하는 돼지고기일뿐입니다...자신이 한일에 대해
    재대로 수습한적도 없고 자신이 피해자인냥 ....
  • deulpul 2009/02/19 11:56 #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런 생각이 들질 않네요. fusionk님이 갖고 계신 것과 같은 근거가 없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 hweelang 2009/05/01 16:49 # 삭제

    당신도 만만치 않은 분 같네요 ㅋㅋ 정확한 정황을 모르고서 사람보고 돼지고기라니..
    정확한 이유를 가지고도 쉽게 사람한테 내뱉지 못하는 말입니다. 굿데이기자 측근이라도 되는 것 같은데 언론의 횡포에 동참하는 어리석은 사람되지 마시길
  • silent man 2009/02/20 20:31 # 삭제 답글

    능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선수였는데, 세상 사는 법(더 정확히는 관계를 유지하는 법)에 너무도 서툴렀던 게 아닌가 싶어 참 안타까워요. 하긴 제가 남 말 할 입장은 아니군요. 사회부적응?! 쩝...
  • deulpul 2009/02/22 09:35 #

    저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그 비슷한 삶을 살아와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김병현과는 동병상련인 겐가...
  • 가브리엘 2009/03/21 11:49 # 답글

    사진 보니 정말 폭력적이군요. 신문사가 한 사람에게 이렇게 큰 폭력을 휘두르다니 다시 한 번 화가 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
  • deulpul 2009/03/22 14:43 #

    이른바 폭력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이 전혀 다르지만, 어쨌든 저런 사진 올려놓고 보니, 정말 김병현이 뽕이라도 했는지 눈이 홱 돌아가서 입에 거품 물고 달려들었던 것처럼 되지 않습니까. 뒤에 시뻘건 물감칠은 대체 뭐냐... 기자가 경찰에게 얻어맞으면 호외라도 발행해야잖겠습니까. 자꾸 이러면 언론을 싫어하는 김병현 처지가 점점 더 이해가 되지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가브리엘님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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