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해서 디젤유를 넣었어요 섞일雜 끓일湯 (Others)

아는 분이 다급히 전화를 하셨다.

나: 어디세요?
그: 주유소인데요.
나: 무슨 일인데요?
그: 차에 디젤 기름을 넣었어요...

큰일났다. 가솔린 차에 디젤유를 넣었다니.

아시다시피 미국 주유소는 대부분 자기가 기름을 넣는 셀프 서비스다. 우리 동네에 수많은 주유소 중에서 직원이 기름을 넣어 주는 '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단 한 군데고, 물론 내가 그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은 없다. 예전에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얼떨결에 주유소에 들어갔더니 직원이 뛰어나와 기름을 넣고 앞 창을 닦아주는 바람에 불편해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자기가 직접 넣다 보니 이런 실수도 벌어지는 모양이다. 원래 디젤유와 가솔린은 급유기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고, 차 연료 탱크에 넣는 노즐의 사이즈도 조금 다르다. 모두 실수로 두 종류를 섞어 넣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게다가, 도심의 주유소에는 디젤 급유기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이삿짐 트럭인 U-Haul 같은 걸 빌려 쓴 뒤 탱크를 채워 돌려주려면, 디젤을 넣을 수 있는 주유소를 한참 찾아야 할 정도다.

아무리 그래도 실수는 벌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주에 따라 주유소나 급유기가 다른 경우가 있어서, 주를 건너뛰며 여행할 때 이런 사고가 가끔 생긴다. 또 한 이유가 있다.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실수를 잘 한다.

가솔린 차에 디젤유를 넣었을 경우, 가장 모범적인 정답은 디젤 기름이 들어간 것을 안 순간 이후로 자동차를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서비스 센터로 견인해 가는 것이다. 이미 상당한 거리를 운행했다면 좀 심각하다. 어떤 사람은 가솔린 자동차의 빈 탱크에 실수로 디젤 연료를 가득 채워넣고 한참을 달렸다. 뒤에서 연기가 많이 발생했는데, 괜찮아지겠지 하고 계속 달린 대인배였다. 퉁퉁거리던 엔진은 급기야 멈추고 말았다. 이 사람은 차의 주요 부품을 모두 갈아야 했으며, 이 수리에 5천 달러 이상 들었다.

적은 양이 들어갔을 때는 의견이 좀 갈린다. 이 경우는 급유를 하는 도중에, 잘못된 연료를 넣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경우다. 역시 모범 정답은 시동을 걸지 말고 서비스 센터로 끌고 가는 것이다. 서비스 센터에서는 연료통의 드레인 마개를 빼서 들어있는 디젤 연료를 모두 제거한 뒤, 필요하다면 연료 파이프 등을 빼서 청소하거나 교환한다. 이 작업에 드는 비용은 150~500달러 정도다.

사소한 실수 치고는 이 정도도 엄청난 출혈이다. 그래서 모범 정답 말고 흔히 쓰는 방법이 있다. 적은 양의 디젤유를 가솔린으로 희석하는 방법이다. 즉 이미 들어간 디젤 연료를 간이 펌프나 사이펀을 이용해서 최대한 빼내고, 가솔린으로 가득 채움으로써 남은 디젤유를 최대한 희석하는 것이다. 일부 주장에 따르면 10~20% 정도까지의 디젤은 엔진이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경우에도 처음에는 배기구에서 연기가 발생하지만, 곧 사라진다는 것. 물론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이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에게 전화를 주신 분도 이런 상황이었다. 얼떨결에 디젤 연료를 넣다가 아차! 하신 것이다. 탱크에 2갤런 정도가 들어갔다. 물론 시동은 켜지 않았다. 나는 깔끔하지만 비싼 해결책(차를 움직이지 말고 견인한 뒤 수리를 맡기는 방법)과 좀 귀찮고 약간의 위험이 따르지만 비용을 크게 절약하는 방법(디젤을 빼내고 고급 가솔린을 채워 움직이는 방법)을 모두 알려 주었다.

디젤유(중유나 경유)와 가솔린은 연료 자체의 특성이 다르며, 각 연료를 쓰는 엔진의 구조도 다르다. 예컨대 디젤 엔진에는 점화 플러그가 없다. 디젤유가 분사되면서 자체적으로 발화하여 연소한다. 이렇게 구조와 작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잘못된 연료를 넣으면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분이 손상을 입는다. 굳이 따지자면, 가솔린 엔진에 디젤유를 넣은 것보다 디젤 엔진에 가솔린을 넣은 것이 더 큰 재앙이라고 한다. 가솔린 엔진은 디젤유를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지만, 디젤 엔진에 가솔린이 들어가면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된다는 것.

예전에 읽은 코믹한 기사가 있다. 어떤 사람들이 호숫가에 차를 대놓고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었다. 경찰이 달려가 확인해 보니, 가솔린 차에 잘못 넣은 디젤을 뽑아내 호수에 버리고 있던 참이었다.

내게 전화를 주신 분은 한밤중에 친구까지 불러 내어, 차를 밀어서 한적한 주차장으로 옮겨 놓으셨다. 다음날, 결국 서비스 센터에 연락해서 차를 끌어가게 했다. 서비스 센터는 견인을 포함한 수리비로 200달러를 내라고 했다. 이 정비소에 맡기기 전에 전화해 본 다른 정비소에서는 450달러를 요구했다고 한다. 200달러짜리, 혹은 450달러짜리 실수를 하는 데 든 비용은 디젤유 2갤런 값 5달러와 그 연료를 넣는 데 걸린 시간 약 30초였다.

[덧붙임] 경유 차량이 많은 한국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할 듯하다. 주유 전문가(?)들이 직접 넣어주기는 하지만, 이들도 종종 실수를 한다고 한다. 한국 상황에 더 맞는 도움말은 여기.

덧글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09/04/02 12:53 # 답글

    언제나 갈림길은 찰나에 나타나는것같네요.^^
  • deulpul 2009/04/03 02:28 #

    맞습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생사가 엇갈리는 순간도 있죠. 어떻게 보면 인생이란, 순간순간에 저지른 실수(결정)를 한참동안 뒷감당하면서 사는 일의 반복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 2갤런5달러 2009/04/02 13:01 # 삭제 답글

    당사자분은 가슴 아프셨겠지만 덕분에 유용한 정보 보고 가네요.

    근데 2갤런에 5달러가 자꾸 생각나요.
    ^^;
  • deulpul 2009/04/03 02:29 #

    그 분도 값비싼 교훈을 얻으셨겠죠? 2갤런 5달러는 언젠가 꿈 같은 주문이 될까봐 조마조마합니다...
  • kirrie 2009/04/02 14:45 # 삭제 답글

    2갤런이면 어느 정돈가요? .. 하면서 좀 다른 이야긴데, 미국은 어째서 표준도량형을 쓰지 않을까요.. ㅎㅎ;;
    (말은 이렇게 해도, '지상에서 1만미터!' 이러는 것 보다 '지상에서 3만 피트!' 하는게 느낌이 더 오는걸 보면 헐리웃 영화에 너무 많이 빠져 있는 것 같아요.;;)
  • deulpul 2009/04/03 02:40 #

    제 말이 그 말 아닙니까. 저 잘난 건 알겠는데, 왜 세상에 아무도 안 쓰는 걸 저 혼자 고집해서 쓰고 있냐고! 그것도 10진수로 딱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1갤런이 3.8리터쯤 되니까 2갤런이면 7.6리터이군요. 현재 저 사는 곳에서는 디젤유가 1갤런에 2.2달러, 휘발유가 2달러쯤 합니다. 리터로 환산하고 환율 1달러=1400원으로 계산하면, 휘발류는 리터당 740원, 디젤유는 리터당 810원 정도로 나오네요.
  • 댕글댕글파파 2009/04/02 15:29 # 삭제 답글

    제가 면허증을 이번에 따서 차에 대해 잘 모르는데 저런 상상을 하면서 어떻게 되나 생각은 했는데 실제로 발생하는군요. @.@
  • deulpul 2009/04/03 02:42 #

    네, 흔하지는 않지만 벌어지기는 한답니다. 면허 따신 것 축하드립니다. 안전 운전 하세요-.
  • 예스맨 2009/04/02 15:48 # 삭제 답글

    안녕하셔요...ㅋㅋㅋ ^^*
    [덧붙임] 경유 차량이 많은 한국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할 듯하다. 주유 전문가(?)들이 직접 넣어주기는 하지만, 이들도 종종 실수를 한다고 한다. 한국 상황에 더 맞는 도움말은 여기.

    말씀하신 [여기] 클릭하시면 나오는 티파워 [http://www.t-power.co.kr] 사이트의 과리자
    입니다. 갑자기 티파워 홈페이지에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혹시나 또 로보트가...
    싶어서 확인해보니...이 블로그에서 링크가 되어서 들어오신 분들이 많아서 이네요...

    오신김에 두루 두루 많이 둘러 보시고요.... 홈피의 글들은 출처만 밝혀주시면 많이 퍼가셔도 됩니다. 정보란...나눌수록 값진것 입니다. ^^*
    덕분에 저도 블로그 잘 둘러보고 갑니다. ^^*
  • deulpul 2009/04/03 02:44 #

    아, 직접 방문까지 해 주셨네요. 유용한 정보를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 Harry 2009/04/03 13:27 # 답글

    저도 고등학교때 처음 면허를 따고 똑같은 실수를 해본적이 있습니다. 해결책으로 저렴한 방법을 쓰고 별 탈없이 졸업할때까지 잘 몰고다녔던걸로 기억하는데요... 아무래도 tolerance가 높은 (정교하지 못한) 미국차라서 오히려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전자장비가 빵빵하게 들어가있는 요즘의 차들에게는 좀더 심각한 데미지가 갈수도 있는 실수이겠네요.. 정교함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게 아이러니합니다.. :)
  • deulpul 2009/04/05 06:15 #

    이 글 쓰면서 "저도 그런 실수 한 적 있어요 T.T" 하시는 분은 나오지 않기를 바랐는데, 결국 나오셨군요, 하하-. 별 문제가 없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원래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작성해 두면, 막상 삑사리가 났을 때 대책이 좀 안 선다는 점이 곤란하죠. 사람이든 차든, 좀 허허실실하게 주는 대로 받아 먹는 미덕도 있긴 있는 듯 싶습니다.
  • 2009/04/06 11: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예스맨 2009/04/10 17:17 # 삭제 답글

    대한민국에서는 가솔린차에는 디젤 주입구가 굵어서 안들어갑니다.
    그런데 반대로 디젤에는 가솔린 주입구가 쑥 들어갑니다.ㅋㅋㅋ

    중요한것은 가솔린에 디젤유 넣어도 문제지만...
    요즘나오는 crdi디젤차에 가솔린 들어가면 바로 견적 200-300 나옵니다.
    그래서 주유할때 시동을 오프하면...계산이 잘못된것 알고 시동걸기전에
    바로 견인해서 밥통만 세척하거나 교환만 해도 큰 피해는 줄일수 있습니다.
    시동 오프하고 주유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

    그리고...주유소에서 탱크로리가 기름 내릴때... 주유하지 마시고 딴데 가시길...
    기름 내릴때 저유탱크가 뒤집히면서 불순물이 많이 주입될수 있습니다.

    도움 되는 정보이길... ^^*
  • 2009/06/02 10:2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9/06/10 20:3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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