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고 사랑하는 못 섞일雜 끓일湯 (Others)





못 예술(nail art): 관련 사이트 1, 관련 사이트 2

하찮은 못이 이런 울림을 자아낼 줄은 몰랐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못을 이리저리 구부려 의인화한 것인데, 차가운 쇠못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이 생생히 흘러나오다니 참 놀랍다.

망치를 벤치 삼아서 홀로 앉아, 바로 옆에서 즐거워하는 커플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보는 솔로 못에게서는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이 풍겨 나온다(맨 위). 다가가서 손이라도 내밀고 싶은 마음이 솟아난다. 집 앞 나무 계단에 앉아 있는 두 못은 커플 같기도 하고 조손(祖孫) 같기도 한데, 후자로 보면, 할아버지 못이 손자에게 세상의 지혜를 자상하게 가르쳐 주는 정겨움이 물씬물씬 솟는다.

자동차 운전자가 목을 빼고 밤거리의 여인과 흥정을 하는 장면은 적당히 퇴폐적이고 적당히 음습하다. 병 들어 죽어가는 여인 (혹은 아이) 옆에 앉아 병자를 하염없이 들여다 보는 못의 절망적인 표정을 보라(가운데). 세상의 온갖 시름이 모두 담겨 있지 않은가. 권력에 굴종하는 인간 군상, 아니 못 군상도 등장하고, 봉춤 추는 여인과 무대 밑의 남성이 다정다감한 눈길을 지그시 주고받는 장면도 인상적이다(맨 밑).

못은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매개체로서 적당한 재료인가. 이 작품들은 작은 쇳토막에 의미를 불어넣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의인화된 못이란, 사지가 생략되고 오로지 작은 머리와 길쭉한 몸 하나로 존재하는, 말하자면 플라나리아 같은 존재다. 이러한 단순성 때문에 오히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하고도 간결하게 드러난다. 고등동물 인간의 뜨겁고도 복잡한 감정이 편형동물 같은 단순한 재료를 통해 차갑고도 절제된 형태로 표현된다. 이러한 모순이 이 작품들이 주는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독창성의 근거가 되는 듯하다.

이것은 조형 작품이라기보다 화면 안에 의미를 응축해 넣은 2D 시각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못과 소품, 배경이 모두 작품에 중요한 요소로 참가하고, 이런 요소를 사진으로 찍어 표현해서 완성한 작품, 즉 결국 사진 작품이다. 사진가는 Vlad Artazov인데, 체코공화국 작가라는 것 말고는 다른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이런 기발한 작품들을 보면, 언제나 그 착안의 독창성과 무한한 상상력에 놀라게 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흔한 일상도, 세상의 경이로움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각으로 본다면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은 모양이다. 길에 떨어져 뒹구는 못 한 개, 나무 한 토막에서도 인간에 대한 성찰을 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보이는 것의 새로움이 아니라, 보는 이의 새로운 시각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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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8월 15일 « camino @ iPhone 2009-08-15 04:31:07 #

    ... to)2009-08-14 09:12:19 날씨가 좋다고 감격한 마당에 체한건지 하루종일 고생했다. 이제야 정신이 든다.(잡담)2009-08-14 21:31:45 ‘울고 웃고 사랑하는 못’(링크 블로그)2009-08-14 21:35:24 몸이 영 별로다. 연일 에어컨 바람 속에 처 박혀 있어 그런가 싶다. 좀 쉬고, 놀아야겠는데 시간이 별로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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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쯤... 얻기 위해조금, 구부러진 너와,좀 덜 구부러진 나는낮게더 가까이 보잘 것 없는 서로를 의지하는 것....===참고)delpul 블로그 http://deulpul.egloos.com/1938336못예술nailart : http://zizdoc.com/2009/01/05/vlad-artazov-27-images/http://www.designs ... more

덧글

  • 러움 2009/08/14 10:40 # 답글

    예전에 철사를 가득 꼬아 만들어낸 같은 학교 디자인과의 작품을 봤을 때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어요. 철사를 뭉쳐 만들어낸 꼬깔을 쓴 아이의 형상이 어찌나 외로워보이던지 계속 보게끔 만들더라구요. 말씀대로 그것이 평소에는 전혀 따뜻한 감흥을 갖지 못하던 소재이기 때문에 더욱 사람에게 놀라움으로 감동을 주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 좋은 사진과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deulpul 2009/08/14 13:51 #

    그러셨군요. 철사나 못이나 모두 면보다는 선의 개념인데, 가득 꼬았다면 양감이 붙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못들이 단선이라면, 꼬아 붙인 철사는 왠지 뼈대의 느낌인데요, 어릴 때 찰흙 공예 하면서 항상 철사를 감아 뼈대를 삼았기 때문일지도요. 여하튼 선이든 뼈대이든 모두, 구차한 것 다 떨어버리고 엑기스만 남겨 간직하고 있는 이미지로 와 닿는군요, 제게는.
  • 작무 2009/08/14 14:38 # 답글

    인간에게서 표정을 벗겨내면 못과같이 생긴 감정만이 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진입니다.
  • deulpul 2009/08/14 16:08 #

    햐... 댓글 쓰시니 바로 시(詩)가 되는군요. 그런 생각은 해 보지 못했습니다만,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말씀 듣고 다시 보니 느낌이 새롭군요.
  • 언럭키즈 2009/08/14 17:30 # 답글

    단순한 못으로도 저런 감정을 나타낼 수 있다니.. 참 대단하군요.
  • deulpul 2009/08/16 00:56 #

    그렇죠? 역시 중요한 것은 소재가 아니라 만드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2009/08/15 05:2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9/08/16 00:55 #

    아, 의미를 거의 정확히 짚어내셨군요. 저는 알아채기가 좀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친절한 말씀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 김상현 2009/08/15 06:47 # 삭제 답글

    예술적 창의성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 참 감탄스럽기 그지 없는 작품들이구나. 유머러스한 면도 적당히 섞여 있고... :)
  • deulpul 2009/08/16 00:58 #

    정말 그렇죠? 유머도 빛나고요. 체스를 두다 메이트를 당해 놀라 일어선 사람, 아니 못 표정을 좀 보세요, 하하-.
  • 2009/08/16 21:5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9/08/17 14:25 #

    그... 글쎄요. 말씀 듣고 찾아보니 같은 소재를 쓴 게 조금 나오네요, 정말. 느낌은 많이 다름니다만. 여하튼 그 분의 작품이나 저술 세계는 제 취향은 도저히 아니군요.
  • 2009/08/17 14:4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9/08/17 14:50 #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말씀 듣고 찾아보다가, 예전의 그 사건이 어떻게 끝났나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당시 세 측의 주장이 팽팽해서 소송까지 갈 기세였는데, 그 뒤로는 나온 소식이 없군요...
  • 2009/09/09 18:57 # 삭제 답글

    좀 생뚱맞습니다만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필요치 않는 세부를 걷어냄으로써 진정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 deulpul 2009/09/11 14:12 #

    공감합니다. 잘라내면 명확해진다는 진리는 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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