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공격 본성과 전쟁 섞일雜 끓일湯 (Others)


하워드 진이 이른바 인간의 공격적 본성과 그 정치적 함의에 대해 말한다. 유튜브에 가면 눈이나 귀가 즐겁게 마련인데, 이번에는 머리가, 마음이 즐겁다. 값진 영어 공부 하는 셈치고 들어볼 만하다. 아래는 요약. (여담이지만, 평생을 살면서 키워 온 강한 주장을 이렇게 부드럽게 조곤조곤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도 참 인상적이다.)

전쟁에 대해 논쟁하다 보면, 반드시 나오는 말이 있다. '싸우고자 하는 것, 공격성은 인간의 본성이다'라는 말이다. 과연 그런가?

1. 군대 있을 때의 내 경험으로 보면, 사람 죽이고 싶어서 환장한 전우들은 드물었다. 심지어 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우리는 죽이도록 훈련 받았을 뿐이다. 우리는 선(善)을 위해서 싸우는 중이며, 그러므로 적을 죽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교육 받았을 뿐이다. 남을 죽이고자 하는 본능에 사로잡힌 사람은 거의 없었다.

2. 역사를 보면, 많은 사람이 내재적인 공격 본성에 따라 전쟁을 요구해서 전쟁이 시작된 경우는 전혀 없다. 전쟁을 요구하고 준비하는 사람은 언제나 지도자들이다. 우리가 타인을 죽이고 싶어 몸부림쳐야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면, 왜 기를 쓰고 징병을 해야 하는가.

국민을 전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1) 프로퍼갠더와 2) 강제 징병이 필수적이다. 우선 전쟁이 선(善)을 위한 것이라고 매우 열심히 설득해야 한다. 국민의 목숨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프로퍼갠더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둘째, 징병을 강요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처벌한다. 강력한 위협을 가해야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동원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공격적 본성, 타인을 죽이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다면 이런 노력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3. 인류학적 연구를 보면 인간에게 공격적 본성이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나오지 않는다. 원시 부족에 대한 연구를 봐도, 공격적인 성격의 부족이 있는가 하면 평화스러운 부족도 있다. 어떻게 보든 공격성은 보편적이지 않다. 상황과 환경에 영향을 받을 뿐이다.

저명한 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에서는 인간의 공격 본능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의 책을 읽고 나서도 나는, 역시 인간의 공격성이란 본성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환경의 결과임을 확신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공격적'이라는 말은 모호하지 않은가. 공격성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4. 결국, 인간에게 공격적 본성이 있으며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그 때문이라는 믿음의 정치적 결과는, 끔찍한 전쟁의 책임을 시민 개개인에게 떠넘기게 되며, 실제로 전쟁을 원하고 일으키는 지도자들의 책임은 면제해 준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런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정책 결정자들에 대해 물어야 하는 책임을 희석시키고, 모든 잘못을 자신들에게로 귀책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덧글

  • EE 2009/09/12 23:31 # 삭제 답글

    이 일은 진화생물학의 "모듈"개념에 대한 이해 불일치 때문에 문제가 되는게 아닐까 싶네요.. 생물학자들이 인정하는 본성이란 어디까지나 어떤 조건이 주어졌을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반응(유전자에 의해 형성된)이니까요. 서로 문장을 다르게 썼을 뿐, 에드워드 윌슨의 말도 결국 하워드 진의 말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나저나 평화스러운 부족이 있고 공격적인 부족이 있다는 말은 학자로서 별로 인용할 예시(특히 과학자들에게)는 못 되는듯 싶습니다.
  • deulpul 2009/09/13 10:02 #

    네, 그래서 진은 윌슨을 읽고 나서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두 번째 말씀은 어떤 점에서 그렇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너무 단순화했다는 말씀일까요. 이 영상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라는 점에서 편하고 알기 쉽게 이야기한 점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인터뷰에서 진은 인류학자 콜린 턴불(http://en.wikipedia.org/wiki/Colin_Turnbull)의 'forest people'과 'mountain people'을 인용하면서 저런 말을 합니다. 제가 너무 간단하게 간추리는 바람에 그런 인상을 받으셨나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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