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상담을 받아야 할 국어상담소 섞일雜 끓일湯 (Others)

전국애널써킹대회 소식을 듣고, 대회를 소개하는 사이트를 가 보았다.

기가 막힌다. '진짜 깬다'라고 하고 싶지만, 국어 문제를 다루는 포스팅이라 순화했다. 4대강 운운하는 토론 주제 이야기가 아니다. 주제는 주제라치고, 국어 기관의 사이트 맞는지 놀랍다.

전국 국어문화원 연합회 사이트다. 국어문화원은 국립국어원 산하 기관으로, 일상의 국어 생활에서 부딪치는 언어 문제를 상담해 주는 기관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래 이름은 국어상담소였는데, 작년부터 국어문화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국어기본법과 그 시행령에 따른 법정 기관이다.

국어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열정이 얼마나 끓어 넘쳐서 상담을 해오길래 전국에 '상담소'가 16개나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일단 넘어가자.

명색 국어를 다루는 국립 기관 홈페이지에서 잘못 쓴 국어가 숱하게 발견된다.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 보지도 않았다. '토론왕 선발 대회'를 홍보한 게시물만 보았는데도 그렇다. 이를테면,

* '국어 대회의 취지'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도 국어 능력이 부족해서 자기의 의사 표현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거나 상대의 의견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여 사회생활과 공동체 생활에 여러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
- 일본말투인 '-의' 남발 현상이 뚜렷하다. 이 문장에 나오는 '-의'는 모두 빼야 한다.
- 역시 일본말투인 '-하고 있다'도 신나게 쓰였다.
- 문제점을 일으키는 경우는 없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지.
- '사회생활' 해놓고 '공동체 생활' 했다. 띄어쓰기를 잘 모르면 일관성이라도 있어야 한다.


* '토론왕 선발 대회의 목적'에서:

국민의 국어 능력은 개인이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발표하고 상대의 의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을 길러 주고자 한다.
- 비문(非文). 말이 안 된다. '국민의 국어 능력은' 과 '하는 것을 전제로'를 빼야 제대로 된 말이 된다: "개인이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발표하고 상대 의사를 정확하게 이해하여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을 길러 주고자 한다." 아무리 봐도 명문이라서 하나도 버리기 아깝다면 "국민의 국어 능력은 개인이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발표하고 상대 의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을 길러 주고자 한다." 정도도 될 수 있다.


* 본문에서 '토론왕 선발 대회' '토론왕 선발대회'를 혼용한다. 또 '긍정 팀' 하고 바로 밑에서 '부정팀' 한다. 역시 띄어쓰기의 일관성조차 지키지 못한 사례들. 띄어쓰기는 국어 표기법의 중요한 한 요소다. 우리네는 틀릴 수 있어도, 국어를 다루는 국립 기관이 제멋대로 써서야 곤란하지.


* '토론왕 선발 방식'에서:

제4회 토론왕 선발대회는 충북대학교에서 예선 본선을 치룬다.
- '치룬다'는 치른다의 오기. 기초적인 맞춤법도 틀렸다.


* 대회 장면을 보여준다는 동영상 페이지를 누르면 아무 것도 없다. 없는 것은 없다치고:

동영상이 삭제 되었거나 존재하지 않습니다. 관련 동영상을 보실려면 선택해 주십시오.
- '삭제 되었거나'의 바른 표기는 '삭제되었거나'(띄어쓰기). '보실려면'은 오기. '보시려면'이 맞는 표현.


* 대회 참가자의 팀 이름에는 영어 등을 쓰지 못하도록 해 놓고, 자기들은 '팀' 하고 '갤러리' 한다. '편' '사진 모음' 같은 말 쓰면 어디 덧나나. 팀 이름을 국어로만 제한한 진정성이 의심되며, 그저 국어 대회니까 국어 이름을 강요한 듯한 인상.


참가자가 제출한 토론 제안서를 평가하는 기준이 "어문 규정에 맞는가,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고 있는가, 논술문에 합당한 논리 전개를 하였는가"란다. 누가 누구를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국어를 어법에 맞게 쓰기가 만만치 않고, 실수는 누구나 하게 마련이지만, 명색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마련했다고 하는 "국어관련 가장 권위있는 대회"(여기서도 띄어쓰기 틀림)를 알리는 홍보 사이트가 이 모양 이 꼴이다. 한글날을 앞두고, 정말 어이가 없다.

핑백

  • 추유호's encyclopedia : 전국 애널 서킹 대회 2009-10-08 20:29:30 #

    ... 전국 애널 서킹 대회 by windy 국어 상담을 받아야 할 국어상담소 by deulpul 한글날을 앞두고 별 잡것들이 나를 웃게 만든다. '국립국어원' 후원이라 돼 있는데, 과거 '놈현스럽다'를 신조어에 등록한 짓거 ... more

  • ^@#%&$ : 한글날? 공휴일? 어? 진짜? 2009-10-09 04:13:54 #

    ... 이새끼들이 누굴 봉다리 핫바지로 보나. 좆까라 시바- _-어디서 약을 팔어! --http://deulpul.egloos.com/1956631 병신드립도 가지가지. 후쌛http://lameproof.com/ 한글날 하루전에 언플드립.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PS. 난독 ... more

덧글

  • 언럭키즈 2009/10/08 20:08 # 답글

    사람들이 자주 틀리는 문법 표현이긴 하지만 국어문화원 이름을 달고 저러는 건 좀.. 깨네요.
  • deulpul 2009/10/08 20:15 #

    그러니까요. 국어에 관한 한 최고 권위를 가지는 모범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실망스럽군요.
  • 언럭키즈 2009/10/08 20:28 #

    조금 찾아보니, 동영상 부분은 '국어 문화 운동 본부'(http://www.barunmal.com/)란 사이트 하위 사이트인 '토박이들의 말씀 방송'(http://www.mssm.kr/)이란 사이트가 저지른 실수네요.
    업어치나 메치나 국어 관련 홈페이지가 저지른 오류란 건 변함없군요.
  • deulpul 2009/10/08 20:57 #

    아, 그렇군요.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관리 감독 책임을 물어야 하나... 어쨌든 한통속. 그런데 말씀해 주신 사이트를 보니, '소설 문장 비평'이라든가 '사투리 대회' 따위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네요...
  • sandmeer 2009/10/08 22:59 # 답글

    저는 국립국어원의 가나다 전화와 상담 게시판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 저걸 보는 순간 갑자기 국립국어원과도 "굿바이 아디오스 사요나라" 하고싶어 집니다. -_-;;;
  • deulpul 2009/10/10 08:53 #

    전화와 게시판은 내가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므로 계속 사랑하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인사하시면 국어원으로부터 혼날 수도 있습니다.
  • 최윤성 2009/10/08 23:30 # 답글

    많이 웃기는 했지만, 부끄럽네요.
  • deulpul 2009/10/10 08:56 #

    저희야 학생이니까 '바담 풍' 하면서 배우는 것이고, 선생님께서는 '바람 풍'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 mooyoung 2009/10/08 23:46 # 답글

    그래요. 영어공부하다보면 어느새 토익책이나 토플책에 나오는 번역(?)체를 쓰게되고, 그저그런 번역서만 읽다보면 스스로도 단어나 말의 한계가 느껴져서 답답하기도 합니다. 국립국어원이니 비난받아 마땅하죠. 하지만, 들풀님이 고치신 글은 매끈, 깔끔하다고는 느껴져도 국어원의 원문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니 참~ 스스로 생각해도 뭐 그렇습니다. 그래서 들풀님이 살짝
    얄미워진다능 ~~ㅎㅎ
  • deulpul 2009/10/10 09:03 #

    죄, 죄송합니다. 한참 전에, 작고하신 김현 선생 글이 외국어식 문장 형식인데도 잘 소화된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던 일이 생각납니다. 어디가 그렇고 어디가 아닌지의 경계를 잘 읽어내지 못했던 탓이죠. 지금도, 제가 쓴 것을 제가 읽으면 번역투는 물론이고, 비문에 가까운 어색하고 꼬인 문장 투성이인데, '블로그니까 그냥 봐주셈' 하며 내빼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고백합니다...
  • LaJune 2009/10/09 00:41 # 답글

    휴.... 동네 길가에 붙은 전단지 따위의 맞춤법까지는 뭐라고 하기 그렇지만 최소한 공공의 성격(...)을 띈 방송, 그것도 뉴스에서 (무려 뉴스!!!) '~않지 않았다'는 표현이 나오는걸 보면 속이 뒤집어지다못해 몸치인주제에도 덤블링 백번은 할 거 같아지지 말입니다. ㅇ<-<
  • deulpul 2009/10/10 09:09 #

    잘들 하도록 높은 기대를 받고 있는 데서 틀리거나 잘못하면 배신감이 더 크게 마련인 모양입니다. 방송의 오락 프로그램 자막은 정말 대책 없고요, "-않지 않았다"라고 말하려면 혀가 제대로 구르지 않지 않습니까?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자연스럽다고 느끼지 않지 않습니까? 그렇게 불편한데도 왜 그렇게 말하지 않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 -_- 2009/10/09 16:39 # 삭제 답글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해대는 완장질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x만한 권력이 있다고 지들이 표준어의 입법자인양 거들먹거리는 꼴이 우습지도 않네요. 짜자앙면 좌장면 드립이나 사글세 삭월세 드립같은거. 원칙도 학문적 근거도 없이 언어민중의 말사용을 제약하려는 파쑈적인 행태가

    이런데서 본색을 드러내는거 아닙니까. 저 붉은 앞잡이들. ㅋㅋㅋ

    제발 국어학하는 애들좀 수출합시다. 덤핑으로. 한국어 알파벳표기도 통일못해서
    외국인들에게 1920년대 라이샤워 시스템을 가져다 쓰지 않으면 한국말도 못가르치는 현실 좀 바로잡으면 덧납니까. 허구한날 19세기식 역사언어학이나 디벼파고 통시적 공시적 음운변화조차도 혼동하고...

    상상플러스식의 자막세뇌교육에 길들여진 맞춤법 트롤들이나 양산하는
    국어연구원,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deulpul 2009/10/10 09:16 #

    헉 아주 시원시원하게 의견을 써 주셨군요. 짜장면은 저 혼자 짜장면이라고 쓰고 있고, 삭월세나 설겆이는 쓰라는 대로 쓰고는 있지만, 지금도 수긍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국어가 실상에서 통용되는 언어에 너무 예민하게 영향 받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반은 농담이지만, 요즘 보면 어쩌면 정말 수출도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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