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수치는 왜 부풀려질까 섞일雜 끓일湯 (Others)

진중권이 최근에 한 '싹둑싹둑 민주주의' 강연 기사를 보니 다음과 같은 부분이 나온다:

"경제를 보면 위에서 아래로의 방식 뿐이다. 경제 성격이 다른데 왜 아직도 '삽질'에 집착하는가. '4대강 살리기'에 어떤 '첨단 테크놀로지'가 있는가. 30조 원을 들여서 해야할 만큼 우리가 부족한 것이 그것인가. 한국 사회 대졸자가 87%다. 인력이 너무 고급화되어 있다. 그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자기가 1970~1980년대 유명해진 대로 토목 건설을 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대졸 학력을 가진 사람이 87%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 기사에서 잘못 기재된 것이 아닌가 싶어, 이 강연을 깔끔하게 정리한 글을 찾아보니 해당 부분이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하고 있는 것은, 4대 강 사업 한다고, 한반도 대운하 판다고 그러는 거지요. 우리나라 지금 대학 졸업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90%에 가깝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적당한 일자리를 주어야지 삽질거리 좀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되나요?
여기서는 90%에 가깝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87%와 거의 유사하다. 해당 발언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강연 동영상을 걸어 봤으나, 이틀 동안 14분 플레이되는 엄청난 버퍼링 때문에 꺼 버리고 말았다.

우리나라 인구 중 대졸자가 87%라거나 9할에 육박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통계청의 2005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15세 이상 국민 3천800만 명 중에서 2년제를 포함해 대졸 이상의 학력을 지닌 사람은 1천60만 명 정도로, 27.9%다. 졸업자뿐 아니라 재학생, 중퇴자 등, 이른바 대학 물을 조금이라도 먹어본 사람을 모조리 합쳐도 1천406만 명으로 37.0%다. 2005년 통계지만 서너 해 사이에 이 수치가 세 배 가까이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지금 대학 졸업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90%에 가깝다"는 말은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현실과 차이가 나도 엄청나게 나는 말이다. 두루뭉술하게 '엄청나게 많다'나 '대부분이다'라고 한 게 아니라 87%로 딱 부러지게 말했다면 무슨 자료에 근거했을 텐데, 무엇인지 궁금하다.

대학 졸업자 비율은 2005년에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전여옥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김어준씨: "대통령을 다시 뽑는다면 이번에는 대학 나온 사람을 뽑겠다는 글을 쓰신 적이 있는데... "
전여옥 대변인: "네. 저는 지금도 그 신념을 갖고 있어요. 왜 그러냐면 우리 국민의 60%가 이미 대학을 나온 국민이에요."
여기서 전여옥은 국민의 60%가 대학을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말은 거짓이었음이 곧 드러났다. 2005년 당시에 기댈 수 있던 통계치인 2000년 인구 조사 자료를 보면, 25세 이상 인구 가운데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은 24.3%였다. 25세가 아니라 전여옥 말대로 '국민'을 기준으로 했다면 그 비율은 훨씬 더 떨어졌을 것이다.

전여옥은 노무현을 비판하기 위해 잘못된 수치를 댔고, 진중권은 이명박을 비판하기 위해 잘못된 수치를 댔다. 물론 대중 강연에서 개인 자격으로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말한 진중권의 발언과,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라디오 방송에서 상대방을 인신공격하기 위해 말한 전여옥의 발언 사이에는 그 무게와 발언 의도에서 현저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대졸 인구 비율과 관련해 잘못된 수치를 인용하고 있다는 점은 둘 다 마찬가지다.

대졸자 비율을 부풀려 주장하거나 생각하는 것은 대졸자보다 훨씬 많은 비대졸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전여옥은 (몇 차례에 걸쳐 똑같은 말을 한 것으로 보아) 그렇게 믿고 있는 게 틀림없으며, 진중권도 아마 그렇게 믿고 있는지 모른다. 왜 유독 대졸자의 수치가 이렇게 오해되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눈에 보이는 특징, 자기 시대에 자기 주변에서 눈에 띄는 현상만을 일반화하고 당연화하면서 살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소외된 계층들은 잊어버리고 말이다. 지금도 탄광에서 탄을 캐내며 사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덧글

  • Ha-1 2009/10/19 14:24 # 답글

    청년들 기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대강 사업은 오히려 탄광에서 탄을 캐내며 사는 이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나 제공해줄 수 있지요. 외국인이 변수가 되겠지만. 고귀한 일자리를 만드는 건 민간 기업이 할 일이겠습니다만...
  • deulpul 2009/10/19 14:45 #

    그럴지도요. 밑의 말씀은 무슨 말씀인지 잘 이해가...
  • 긁적 2009/10/19 14:37 # 답글

    음..;; 30세~35세만 따로 뽑는다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제 부모님 세대는 대졸자가 매우 적었고 우리 세대는 많으니까요. 그리고 인용하신 통계는 15세부터 포함인데, 15세에서 24세 까지는 대졸자가 전무할겁니다.
  • deulpul 2009/10/19 14:46 #

    그럴지도요. 당연히 대졸이 안 되죠, 그 연령대에서는. 그래도 본문에 쓴 것과 같은 차이를 만들어 주지는 않겠죠? 한국 인구도 맞고요.
  • 긁적 2009/10/19 14:50 #

    적어도 87%는 절대 안되겠죠 -_-;;;; 음.; 30-35세만 뽑는다면 60%까지는 가능하지도 않을까요.;
    아니 근데 중궈워리어가 자료인용을 잘못하다니 이거 의외인데요.
  • deulpul 2009/10/19 16:20 #

    연령대별 학력 통계는 찾기가 만만치 않을 듯 합니다...
  • 긁적 2009/10/19 18:28 #

    쩝. 그게 문제긴 하지요 =_=;; 여튼 저 사람들이 제대로 된 통계자료에 기반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건 확실해 보입니다.
  • deulpul 2009/10/19 18:38 #

    넵, 듣는 사람들이 그대로 믿어버리면 곤란하지 않을까 합니다.
  • kalms 2009/10/19 16:06 # 삭제 답글

    전여옥의 인용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전 국민이라고 분모를 명기했으므로 명백하게 스스로도 속은 것 같구요.
    진중권의 경우는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을 분모로 하면 문맥에 더 맞을 거 같고
    통계치도 더 가까와 질 것 같습니다만...
  • kalms 2009/10/19 16:10 # 삭제

    1. 한국 사회 대졸자가 87%다
    2. 우리나라 지금 대학 졸업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90%에 가깝습니다
    3. 우리 국민의 60%가 이미 대학을 나온 국민이에요

    음 진중권도 전체인구의 ... 라고 썼었네요.
    전여옥은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고
    진중권에게는 직접 물어보고 싶당.
  • deulpul 2009/10/19 16:21 #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고 = 완전 동의.
  • 긁적 2009/10/19 18:29 #

    '록타'라고 해주면 되려나요.
  • deulpul 2009/10/19 18:35 #

    긁적: 하하하- 오크까지는 알아도 록타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검색해보고 웃네요. (http://todayhumor.co.kr/board/view_temp.php?table=voca&no=1691) 말이 통하지 않는다와 정확히 어울리는 말이로군요...
  • 닥슈나이더 2009/10/19 16:14 # 답글

    뭐.. 예전에 학생시절에 뉴딜 정책에 대해서 배울때...

    일자리를 늘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왜? 그거는 일요직일 뿐이잖아... 라고 의심하던 저같은 바보같은 아해도 있었는데요 뭘..
  • deulpul 2009/10/19 16:36 #

    일용직이란 말씀이겠죠? 일용직 형태의 고용이라도, 거대한 실업 상황에서는 찬밥 더운밥 따질 때가 아니었겠죠. 물론 1930년대 이야기입니다만.
  • 홍선화 2009/10/19 16:22 # 삭제 답글

    몇가지 사후적 설명은 가능하겠지만, "전체인구의" "90% (또는 87%)" 이 둘중 하나가 분명 틀린것이겠죠. 진씨의 경우, 왠지 빠르고 현란한 논리가 갖는 그늘같다는 생각이... 전씨는 또 다른 슬픈 이야기가 될것같구요.
  • deulpul 2009/10/19 16:39 #

    네, 어딘가에서 삑사리가 난 듯 합니다. 잘 지내시죠?
  • 아르 2009/10/19 16:32 # 답글

    <시사IN> 지난 호에서 대학과 %에 대 한 두 가지 진술이 기억납니다.

    - "대중의 학력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지금 고졸자의 87%가 대학에 간다. … " (via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01 : [거꾸로 희망이다 - 시즌 2] 진중권 강연 요약 기사)

    - "권영길 의원도 “고교 진학률이 99.7%이고, 대학 진학률이 84%인 나라에서 고교를 마치지 않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학업 중단은 그 자체로 빈곤과 불안정 노동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 … " (via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83)

    이 두 가지 기사를 보고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 대학진학률은 고교생의 84~87% 정도로 보면 대략 맞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87% 라는 수치가 여기서 한 번 나오네요. 참고가 되실까 하여 알려드립니다.
  • deulpul 2009/10/19 16:49 #

    고맙습니다. 이제 의문이 풀리는군요. 진중권은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을 대졸자 통계로 잠깐 착각한 모양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전여옥의 60%'를 비판한 <미디어오늘>의 기사(본문에 링크되어 있습니다)에서도

    대학과 관련해 60%를 넘는 통계도 있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이 그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통계조사'에 따르면, 2004년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당해년도)이 81.3%에 달한다. 재수생을 포함한 대학 진학자 전체 숫자는 고교 졸업생 수를 넘었다(101.0%).

    하고, 전여옥의 잘못을 추적해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교육통계조사' 2007년 자료는 http://www.keris.or.kr/news/nw_general.jsp?No=1&gbn=view&ix=7533 에 있는데,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 최근 통계는 여기 나와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한글 문서라서 저는 열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나저나 그렇게 흘러가는 통계 수치를 눈여겨 보고 기억해두신 분도 다 있어서 놀랍네요.
  • 긁적 2009/10/19 20:45 #

    헐. 이게 근거군요. 감사합니다. ^^
  • 아르 2009/10/20 11:31 #

    지금-여기을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지표들은 일부러 기억하려 하는 편입니다. 양적 측정치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흐름이나 추세를 파악하는 데는 나름 유용하게 쓰인다고 생각합니다. 저건 <시사IN> 같은 잡지에서 동일한 지표 항목이 두 가지나 나와 기억하기가 더 쉬웠던 것 같습니다.

    링크해주신 2007년 자료에서는 07년도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진학률을 82.8%로 제시하고 있습니다.(via http://pds15.egloos.com/pds/200910/20/40/b0000640_4add1a3547457.jpg , 진학률과 취학률을 구분한 자료라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말글에 있어 개념의 엄밀성은 참 중요한 듯합니다.) 권영길, 진중권의 발언은 이 자료에 근거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 deulpul 2009/10/22 14:28 #

    아르: 내용을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문제를 생각하다 보니, 이렇게 높은 대학 진학률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정부 들어서고 나서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전부터 있어왔던 구조적인 문제... 같은 것을 함께 떠올리게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 홍선화 2009/10/19 16:56 # 삭제 답글

    앗! 잘.... 지낼려고 합니다 ...만. 좋은 가을보내시길.
  • deulpul 2009/10/19 17:53 #

    네, 여문 수확 거두시는 계절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알바트로스K 2009/10/19 17:47 # 답글

    고졸자 < 대학입학정원 인 현 상황에서 두 사람의 발언 자체의 취지야 이해가 가지만...
    둘다 대화의 밑밥을 좀 더 잘 깔았어야 하지 않나 싶긴 하군요
  • deulpul 2009/10/19 17:57 #

    진사마는 위에 아르님이 찾아주신 것처럼, 자기가 앞서 고졸자의 대학 진학 수치로 말한 바 있으므로 단순 실수랄 수 있겠고, 전사마는 한 인터뷰에서 세 번이나 그렇게 말했다고 하니 실제로 그렇게 믿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뒤에 사실을 알고 나서 어떻게 했는가는 묘연.
  • 언럭키즈 2009/10/19 20:44 # 답글

    정말.. 통계란 이름으로 장난 좀 안 쳤으면 좋겠습니다.
    진중권씨는 말이 잠깐 헌 나온거라쳐도 전사마는.. OTL
  • deulpul 2009/10/20 09:15 #

    네, 그래서 이렇게 믿거나 말이 헛나온 배경이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 vv 2009/10/19 21:54 # 삭제 답글

    그 수치는 전체 인구 중 대학 졸업 인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학률을 말하는 것인데, 진학률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구만.

    진학률은 전체 고등학교 졸업생 중 2,3년제 전문대, 4년제 대학교, 기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의 수를 말하는 것인데, 자기가 잘못 이해해놓고 남탓을 하면 되나.
  • deulpul 2009/10/20 09:17 #

    주어가 없으므로 무효.
  • Cernie 2009/10/20 07:48 # 삭제 답글

    재미있는 지적이네요.
    진학률과 대졸자비율은 전혀 다른 수치인데 그걸 마구 섞어 써서 저런 황당 발언들이 나온거군요.
  • deulpul 2009/10/20 09:18 #

    그렇게 된 모양입니다.
  • 2009/10/20 13:2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9/10/22 14:16 #

    아이코, 한 발 늦으셨군요, 하하-. 그러나 이렇게 눈 밝은 분들이 많다는 게 참 놀랍습니다. 고맙습니다.
  • 2009/10/20 23: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9/10/22 14:24 #

    십여 년 전만 해도, 군대 가면 크게 놀라는 일 중 하나가, 대학생이 이렇게나 드물었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생들은 대학생들끼리 노니까 잘 몰랐죠. 대학 진학률이 80% 이상인 세상이 되었으므로 지금은 사정이 좀 달라졌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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