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를 살피지 말고 사실을 쓰라 중매媒 몸體 (Media)

"설마 헌재가 또 관습헌법 운운할까요?"

중에서,

천 의원은 깊은 고민에 빠진 사람처럼 보였다. 명색이 법무부장관까지 한 정치인인데 헌법재판소가 상상초월 판결을 해버린다면 그걸 후대에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적이 걱정되는 눈치였다. 87년 민주항쟁의 결실로 탄생한 헌법재판소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춤춘다면 과연 그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인가 골몰하는 것 같았다.
이것은 기사가 아니다. 한 개인의 관찰기이고 에세이일 뿐이다.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의 입을 통해서 해야 한다. 그가 그렇게 말했으면 자기 생각인 것처럼 표현해서는 안 된다. 칼럼이 아닌 기사에서 보여줘야 할 것은 기자의 생각이 아니라 취재원의 말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헌재 결정을 기다리며 헌재 대문 앞에서, 혹은 절에서 엎드려 절을 하는 사진들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인간의 일을 인간이 결정하는 지극히 세속적인 절차를 놓고, 탈속의 영험에 기대야 하는 현실이 참 딱하다. 1만 배, 1천 배, 108배를 한다든가 종이학을 접는다든가 하는 게 그렇다. 이 또한 매우 한국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

어머니가 절에 들어가 수능 1백일 기도를 아무리 정성껏 올린다고 해도, 정작 당사자가 공부 안 하고 나자빠져 있으면 좋은 결과가 나올 리가 없는 것이다. 얼마 있으면 세상에 나올 결정은, 1만 배나 1천 배를 하는 어머니의 치성이 먹혔다거나 부족했다거나가 아니라, 공부 해야 할 당사자가 제대로 공부를 했는가 아닌가를 보여줄 뿐이다. 위 문제의 '기사'는 맨 마지막까지 "하늘은 이들의 기도를 들어주실까"라고 수필을 쓰고 있지만, 우리는 하늘이 이들의 기도를 들어 줄지 궁금한 게 아니라, 학생이 공부를 제대로 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덧글

  • 언럭키즈 2009/10/28 23:31 # 답글

    수능은 운의 영역이 있으니 기도를 할 만 하지만 헌법재판 가지고 저러는 건 좀 아니군요;;
    그나저나 내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의문입니다.
  • deulpul 2009/10/28 23:48 #

    딴 일을 안 하고 그런다면 문제겠지만, 다른 노력을 할 만큼 다 해오신 분들이라서, 진인사한 뒤 대천명의 자세를 가지시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문제는 헌재 결정이 천명이 아니라는 것인데...
  • capcold 2009/10/29 03:33 # 답글

    !@#... 오마이가 본격관심법텔레파시기사™를 걸러내는 능력만 장착해도 언론으로서의 품질이 두 단계는 레벨업될텐데 참 아쉽죠. // 관습헌법보다, 헌재가 "국회에서 일어난 일은 국회에 머문다" 라는 식으로 퉁치는게 가장 현실성있는 파국일 듯 합니다. 즉 황당함으로 웃음을 짓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
  • deulpul 2009/10/29 04:46 #

    그러게 말입니다. 오대표기자는 매체의 색깔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이것은 색깔 이전에 언론으로서의 위상과 관련되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 황당함으로 웃음을 짓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사례가 이미 있었으니 걱정입니다. 뭐든 처음이 어렵지, 일단 스타일 구겨진 상태에서는 쪽팔림도 내성이 생기는 법이라서... 저도 1만배는 그렇고 1천배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군요.
  • 푸코 2009/10/29 16:28 # 삭제 답글

    정말 위의 문장은 기사가 아닌 소설이군요. 비참하게도 헌재판결은 "권한침해 있지만 신문법 유효." 결국 1만배는 무효. 정말 가공할 '쪽팔림 내성'이군요.
  • deulpul 2009/10/30 05:04 #

    위대한 염원도 한낱 동전 부스러기에 대한 집착을 당하지 못하는 게 당신들의 천국의 논리인 모양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을 할 수 있지만 감구(感狗), 감돈(感豚)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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