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비서관, L 비서관 때時 일事 (Issues)

청와대 비서관 또 '기강 해이'

최근 청와대 조직에서 크고 작은 구설이 계속 나오는 모양이다. 사람이 여럿 모여 살면 별 사람 다 있게 마련이고, 더구나 거기가 맨 위부터 법 알기를 필요한 대로 늘였다 줄였다 해 쓸 수 있는 고무줄로 아는 동네니, 윗 기사에서처럼 제주도 학회에 갔다든가 하는 정도는 애교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애교라도 잘못은 잘못이고 삽질은 삽질이다.

기사 맨 마지막에,

이에 대해 현 비서관의 상관인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은 "학술대회는 현 비서관의 업무 영역이다. 비용도 현 비서관에 대해선 학회에서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 사람은 스스로 모순된 말을 하고 있다는 거 아는지? 국가 공무원이 자기 업무를 수행하는데 왜 비용을 남이 대? '한국재정학회'가 정부 조직일 때에만 박수석의 말은 사리에 맞다. 학회에 참석한 것보다, 민간 조직에게 공무원의 업무비를 물린 게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에는 청와대 비서관이 업무 영역을 놓고 "활극을 벌였다"는 기사들이 나왔다. 여기서 문제의 비서관은 'L비서관'으로 이니셜 처리됐다. 왜 학회 비서관은 현진권 비서관이고 소동 비서관은 L 비서관인가? 학회 간 건 비교적 떳떳한 일이고 폭언 소란은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서인가? 현 비서관은 그냥 비서관이고 L 비서관은 "대통령과 같은 고향 출신이고, 대선 때 핵심 조직이었던 선진연대 출신이어서 정권 실세들과 가깝기 때문"인가?

가깝든말든, 권력 핵심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끼리, 내자동 술집 외상값을 놓고 싸운 것도 아니고, 업무 라인을 놓고 공개적으로 갈등을 보인 것은 대중이 알아야 할 중요한 공공 사안이다. 이런 기사에 이니셜을 쓰는 것은 직무 유기다.

청와대 참모 조직 중에서 위에 언급된 프로필에 맞는 사람은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이다. 신동아 기사에 따르면, 이비서관은 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이명박 서울시장이 대권 프로젝트를 가동할 때 고향 후배라는 인연으로 "대권을 위해 돕겠다"라고 자청해 나섰다고 한다.

기사들은 "폭언 소동" "활극" 이야기만 다루었을 뿐, 정작 이비서관이 무슨 일로 'C 행정관'과 임종룡 경제금융비서관에게까지 "막말"을 했는지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여기서 제대로 된 저널리즘과 선정주의 저널리즘이 갈린다. "활극" 기사 중 하나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려 있다:

일방적인 기사는 믿지 마세요. 제가 알고 있는 L 비서관은 적어도 그렇게 무모한 사람이 아닌 줄 압니다. 어릴적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며 자기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을 배신하지 않고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오늘에 비서관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중략) 노사문제에 있어 혼신을 다해 일하고 있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 당하고 권모술수로 인해 추진하고 있는 일들이 물거품이 되게 생긴다면 어떤 사람이 그냥 있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이 썼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어쨌든 이렇다면 무슨 문제를 놓고 갈등했는지를 밝혀야 할 필요가 더욱 커진다.

앙꼬가 빠졌으니 '"노사 문제에 혼신을 다해 일한다"라는 말을 근거로 하여 짐작을 해 보자.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국책 기관인 노동연구원의 수장이 "헌법에서 노동 3권을 빼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제대로 된 나라라면 위헌 사상과 발언으로 당장에 목이 날아가도 부족할 위인들이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어이없고 기막힌 세상 아닌가. 그러니 노조위원장 출신인 L 고용노사비서관은 이런 자들에 맞서 노동계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혼신을 다해 매진하실 것으로 본다. 이번 "활극"도 그런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것이겠지, 틀림없이?

덧글

  • 언럭키즈 2009/10/28 23:44 # 답글

    공무원 출장비는 분명 나라에서 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 '학회'에서 주는걸까요...
  • deulpul 2009/10/28 23:50 #

    공무원이 아닌가보죠...
  • 정치부기자 2009/10/29 01:21 # 삭제 답글

    L비서관은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 맞습니다. 포항 구룡포 출신으로 아이엠에프 이후 사라진 평화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이죠. 금융노조 파견자로 있을때 한국노총 이용득 전 위원장하고도 호흡이 잘 맞았죠. 그래서 캠프 들어간 이후 한국노총과 정책연대도 이끌어 내고.

    문제는 집권 이후 이용득 같은 개성파는 필요가 없다는거, 그래서 이용득을 팽시키고 한나라당 한국노총 몫 비례대표로 헐렁한 강석천이 들어가 금뱃지를 달았죠. 이용득은 어금니를 꺠물고 장외로 밀려났고.

    문제는 한국노총에서도 골아픈 라인을 이영호 비서관이 앞서 정리해버리고 나니, 자신의 효용도 떨어졌다는 것.

    이 부분은, 한국노총이 얼마전에 폭로하기도 했는데.. 현재 노동법 개정 문제를 청와대 경제수석실-기획재정부 라인에서 가져가버린 것습니다. 엠비 청와대에서 사회라인이 원래 찬밥이긴 하지만 도가 넘어선 것이죠. 여기서 그래도 노동계 출신인 이영호 비서관이 폭발해 한 따까리 한 것. 저 위의 댓글에 '어려운 시절..배신하지 않고 ..'부분과 '노동계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부분은 가당찮기 까지 한 오바지만 다른 부분은 대체로 맞다고 볼수도 있겠네요
  • deulpul 2009/10/29 04:38 #

    내막을 자세히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말씀 듣고 찾아보니, L 비서관 사태는 노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복수 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정책이라는 중요한 이슈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 기사들에서는, 청와대 경제팀과 일부 경제 관료가 이 문제를 전담하겠다고 나서며 노동계는 물론이고 정부의 관련 부서도 찍소리 못하게 일을 벌이려는 정황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노총에 따르면, 지난 8월 기획재정부의 고위 정무직 N씨는 경제단체 고위 책임자와 관료들에게 '노사관계 제도개선은 이제 우리가 맡아서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복수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선 "모든 노동개혁은 노동부나 노사정위원회가 아니라 자신들이 주도할 것이므로 이에 거스르지 말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청와대의 주요 인사와 일부 경제 관료들이 작당하여 노동조합 말살 정책을 몰아부치는 이같은 행태가 사실이라면, 이는 독재정부 시절에 봐왔던 경제부처 마피아들의 행태와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정부의 반노동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청와대 경제팀과 경제부처의 밀실 노동운동 말살정책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2천만 노동자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로 인해서 국정이 파탄나고 경제가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된다면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심판이 따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네요. 노동운동도 70년대 시점으로 돌아가 새로 시작해야 할 판인가봅니다. 대선 때 생각도 나고요.

    http://www.jabo.co.kr/sub_read.html?uid=29473&section=sc3&section2=
    http://www.labortoday.co.kr/News/View.asp?arId=91953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380999.html
  • 정치부 기자 2009/10/29 11:25 # 삭제 답글

    복수노조, 전임자 건 맞고요. 저 위에 나오는 N씨 등이 어용노조 유지하기 떄문에 복수노조 허용되면 죽는 줄 아는 삼성 같은 곳에 가선 "복수노조 방해하지 마라", 나름 노조랑 딜이 되는 현대차 같은데 가선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협조해라"는 식으로 '조정'활동도 했다는데..

    한국노총도 할 말이 없는 것이 국회에 이화수, 강성천 같은 물통들을 보내놓고(현기환, 김성태는 그나마 머리라도 돌아가죠) 또 그나마 똘똘한 이용득을 앞장서서 몰아내고 역시 '물'과인 장석춘을 위원장으로 올리며 스스로 무장해제해놓았다는거죠. 지역 노종 단위에선 떡고물에 입 찢어지게 좋아하고. 하지만 토사구팽이야말로 만고불면의 진리아니겠습니까? 이제와서 민주노총이랑 연대하니 마니 해봤자...

    흥미로운 것은 위 기사에 나오는 기획재정부 고위 정무직 'N'씨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청와대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핵심역할을 한 인사라는 것. 꽤 총애를 받았었죠. 하긴 컨트롤 타워인 윤진식, 윤증현도 마찬가지 이력의 소유자지만.
  • deulpul 2009/10/29 12:52 #

    역시 배경 설명 고맙습니다. 기사에서나 기사에 원자료를 제공한 노총 소스에서 모두 '고위 정무직 N씨'라고 한 것은 '알려졌다', 즉 명확한 사실 확인이 안 되어서겠죠? 이렇게 엄청난 국가 중대사에 얽혀 있는데, 좀더 확인한 뒤에 실명으로 밝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와 인물정보 포털에서 이 사람을 찾는 데 3분 걸립니다. 독자들이 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나저나 정부의 노조 무력화 정책은 뜨거운 감자가 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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