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출신 위기의 주부들 섞일雜 끓일湯 (Others)


우리 남편은 짐승이에요. (벨)
우리 남편은 아직도 호박 따위나 몰고 있다구요. (신데렐라)
우리 남편은 애를 7명이나 낳고 내팽개쳤어요. (스노우화잇)
우리 남편은 나보고 망사 스타킹 같은 걸 입으라네요. (에리얼)
휴, 말도 말아요. 난 남편 있을 땐 그냥 쓰러져 자는 척 한다니까요. (오로라)

세상의 가장 한 가운데서 모든 사람의 선망을 받으며 반짝반짝 빛나던 공주들도, 나이가 들면 다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된다. '나이가 들면' 이란 말은 시간이 흐른다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한 남편의 아내가 되면'으로 새기는 것이 더 적합한지도 모른다.

한때 강남은 물론, 수도권 일대에서 빅6로 명성이 자자하던 다섯 언니들이 벨 언니 집에 모여서 계를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지금의 삶이 얼마나 따분하고 우중충한지를 서로 토로하게 됐다. 강남의 밤 거리를 누비던 공주로 살 때는 얼마나 화려했었던가.

클럽 '미녀와 야수' 출신 은 남자들이 이렇게 안 씻고 사는 동물들인 줄 몰랐다. 속옷도 잘 안 갈아입고, 잘 씻지도 않는다. 총각 때는 향수 냄새 솔솔 풍기던 사람이 이렇게 짐승처럼 바뀔 수가 있나. 주말이 되면 잠만 자는데, 그 양상이 꼭 겨울잠을 자는 짐승 꼴이다. 놀토가 끼면 내리 이틀을 잔다. 그런 건 다 좋으니, 한때 미소가 흐르던 그 입가에 김치찌개 국물이나 제발 좀 안 흘렀으면 좋겠다.

'유리 구두' 출신 신데렐라는 남편이 여전히 대기업 말단 사원인 게 불만이다. 그래도 장래성 있고 안정적인 것 같아서, 돈 싸들고 오는 그 많은 남자들 다 마다하고 결혼했는데, 장래성은 개뿔, 지금도 호박 같은 X차나 타야 한다. 지난 추석에 친정 갔다가 돌아올 때 차 시동이 안 걸려서 얼마나 창피했던가. 싸가지 없는 동서가 은근히 싱글싱글한 것도 보기 재수없다. 얼굴 피부가 하루가 다르게 망가져 간다. 아, 한때는 번쩍번쩍하는 외제차 아니면 타질 않았었는데. 시집간다고 가게 그만 둘 때, 마담 언니가 너 잘 살 수 있겠냐고 걱정스레 묻던 게, 이제야 이해가 된다.

'독 든 사과' 출신인 스노우화잇은 애를 일곱이나 낳았다. 옛날 업소 다닐 때 웨이터 일곱을 거느렸는데, 일곱 수가 운명인지 애도 쌍둥이 한 쌍을 포함해 연년생으로 일곱이 나왔다. 문제는 남편이 애를 낳는 일만 쪼금 도와줬을 뿐, 돌보는 일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거다. 애 한둘 보는 것도 장난이 아닌데, 일곱이라니! 이사가면 동네에서 유치원 이사온 줄 안다. 하루종일 애들이랑 씨름하다 보니 악 밖에 안 남았다. 백설처럼 곱던 얼굴도 기미가 가득이다. 온종일 보채는 애들은 애가 아니라 애물단지고, 새벽에 나갔다가 밤에 술이 떡이 되어 들어오는 남편은 남편이 아니라 웬수다.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영화보러 극장 가본 게 대체 언제인지.

'언더 더 시'의 막내 에리얼은 남편이 좀 뵨태다. 언니들은 에리얼 보고 좋겠다고 하지만,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어제도 밤새도록 망사 스타킹을 신기고 벗기고 찢고 별 짓을 다 했다. 잠을 못 자니 사람이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다. 요즘은 별별 카메라며 캠코더를 사 모으는 게, 영 수상하다. 제정신인가 싶다. 결혼 전에 가게 언니들이랑 사주며 궁합 보러 갔을 때 그랬다. 궁합이 잘 맞아서 남편이 아주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행복은 된장, 날마다 밤이 오는 게 무섭다.

'잠 자는 숲속' 퀸카 오로라도 다른 사람들과 사정이 비슷한데, 나름대로 남편 다루는 법을 터득했다. 뭐냐. 주침야활이다. 낮에 만화 보고 게임 하고 동인지 좀 손보다가, 남편 퇴근해서 올 때쯤 되면 잔다. 남편은 집에 와서 좀 투덜대다가, 지가 밥 해먹고 텔레비전 보다가 잔다. 그럼 오로라가 일어날 시간이다. 밤새 서핑, 블로깅, 쇼핑, 온라인 게임 하다가, 남편 일어날 때쯤 되면 다시 잔다. 그럼 남편은 일어나서 좀 투덜대다가 다시 지가 아침밥 해 먹고 출근한다. 그럼 오로라는 낮 두 시쯤 되서 일어난다.

화려했던 날들을 뒤로 하고, 다들 이렇게 살고 있다. 그러고 보면 결혼이라는 것이 무덤까지는 아니더라도 꼭 정답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세상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아 참, 청담동 '알라딘' 퀸카 재스민은 시어머니 아프다고 시집에 가서 밥 해야 한다고 해서 못 나왔다.

※ 이미지: Mother Goose & Grimm by Mike Peters


 

핑백

덧글

  • MCtheMad 2009/11/07 15:30 # 답글

    포카혼타스 라는 얼굴 까만 아가씨 소식이 궁금하네요 -ㅅ-
  • deulpul 2009/11/07 16:10 #

    포카혼타스('네이키드 유에스' 출신), 제인('정글' 출신), 뮬란('오리엔탈' 출신), 에스메랄다('빠리쟌느' 출신), 앨리스('이상한 나라' 출신), 티아나('프린스 프로그' 출신) 등 2진 언니들 소식도 들어오는대로 곧 전해 올리겠습니다. 들어올 리가 없지만 말입니다...
  • 校獸님ㄳ 2009/11/07 18:13 # 답글

    ㅋㅋ 재밌네요. 저도 후속편을 기다립니당
  • deulpul 2009/11/09 12:14 #

    후속편이 나올 리가 없지 말입니다. 희한한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세상이라 장담은 못 드립니다만... 그나저나 닉에서 벨 남편 당첨이시군요, 하하-.
  • capcold 2009/11/07 18:25 # 답글

    !@#... 아, 찾으시는 오리지널 소스는 Mike Peters의 Mother Goose & Grimm (http://www.grimmy.com/archives.php?archive=MGG) 2006.1.1.일자입니다 :-)
  • deulpul 2009/11/09 12:24 #

    아, 고맙습니다. 본문에 달아 두었습니다. 역시 사계의 전문가는 다르십니다. 관련 정보가 바로 나오는군요.
  • soylatte 2009/11/07 20:32 # 답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바로 아까까지 자는척 했다는게 아니라 평소에 차라리 자는척한다는 게 맞는 번역인듯 합니다. 과거형이 아니라 단순현재로 써있으니까요. 조금 뉘앙스가 다를 것 같아서 덧붙입니다 :)
  • deulpul 2009/11/09 12:30 #

    아무래도 그렇겠죠? 내용을 좀 수정해 두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은백희 2009/11/07 20:38 # 답글

    2진 언니들도 기대되네요.... 들어온다면 말입니다.
    특히 다소간 진취적 여성상을 보여 주었던 뮬란 쪽은 정말 궁금해지는데요??
  • deulpul 2009/11/09 12:42 #

    글쎄 곗날이나 돼서 Mike Peters가 하는 카페에라도 모여야 근황을 확인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남의 집에 불쑥 가정방문을 할 수도 없고... 뮬란 언니는 워낙 꿋꿋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이라서 남편을 두들기면서 잘 살고 계신다는 소문이 있긴 있습니다만.
  • LaJune 2009/11/08 01:22 # 답글

    으허허헣ㄱ.... ㅇ<-<
    그저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요... ㅠㅠ
  • deulpul 2009/11/09 13:03 #

    그럴 땐 얘기를 해 보십시오. 거울 속의 나하고...
  • jackson 2009/11/09 10:28 # 삭제 답글

    남자 입장에서 보면, 이쁜것들 다 필요업다는.. 해석 ^^;
  • deulpul 2009/11/09 13:03 #

    에이, 설마요. 평강언니 같은 성공 사례도 많습니다...
  • 쩌비 2009/11/10 09:40 # 답글

    망사가 상상력을 자극해 주긴하겠지만, 변태까지는 아닌듯,...ㅋㅎ
  • deulpul 2009/11/10 14:12 #

    아무리 친한 언니들이라도 못할 말이 있지 않을까요?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