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가 되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 때時 일事 (Issues)

루저 루저 하지만, 최강의 루저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대 루저가 되고 싶어서 혈안이 된 사람들입니다. 이를 위해서 방송에 나타나 루저짓을 하는 것도 마다않죠. 이런 황당한 사람들이 있나. 루저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격분해야 마땅할 판에.

이 분들은 미국 NBC 텔레비전이 방영하는 살빼기 경쟁 프로그램 'The Biggest Loser' 도전자들입니다. 그러니까, 루저는 루저인데, 여기서 루저는 인생 낙오자가가 아니라 몸에서 살을 뭉텅뭉텅 덜어낸(lose weight)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일부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루저가 됨으로써 루저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라고나 할까요. 결국 여기서 루저란 곧 위너죠.
이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는 일찌감치 다른 데다 썼으니 관두고, 말의 뜻과 사용을 시시콜콜 따지는 이 곳답게 루저(loser)라는 말의 뜻만 정확히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루저를 제가 가진 사전들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밑줄은 제가):

(Longman) loser: 1. a person who loses; 2. a person who is unsuccessful in life, esp. because of lack of personal qualities; a failure.

(Cambridge) loser: 1. a person or team that does not win a game or competition; 2. a person who is always unsuccessful at everything they do; 3. someone who is at a disadvantage as a result of something that has happened.

(Collins Cobuild) loser: 1. The losers of a game, contest, or struggle are the people who are defeated or beaten; 2. If you refer to someone as a loser, you have a low opinion of them because you think they are always unsuccessful; 3. People who are losers as the result of an action or event, are in a worse situation because of it or do not benefit from it.

첫 번째 뜻은 글자 그대로 어떤 특정한 승부에서 진 사람을 말합니다. 게임, 콘테스트, 스트러글처럼 분명히 승부가 갈리는 경쟁에서 목적의식을 갖고 이기려고 노력하다 진 사람을 뜻하는 것이죠.

둘째 뜻은 대체로 인생 낙오자입니다. 여기서는 always, everything 같은 부분이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을 루저로 낙인 찍으려면 그가 벌여온 모든 일이 대체로 실패하여야 합니다. 말하자면 결혼 3년만에 부인은 싫다고 떠나고 회사에서는 무능하다고 해고당했으며 투자한 주식은 걸레가 됐고 친구들은 모두 만나기를 기피하고 문단속을 안 해서 도둑까지 맞았으며 자동차를 혼자 고쳐보려다 다섯 배 돈이 들었고 이 모든 것을 잊기 위해서 밤마다 소주 두 병씩을 마시며 살다가 간 질환이 생겨 시름시름 앓는 정도가 되겠습니다.

뒤의 두 사전에만 나온 셋째 뜻은 어떤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 이것 때문에 손해를 본 사람을 의미합니다. 예문에 나온 것을 보면,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대형 투자가들이 루저가 되었다는 식입니다.

이 어떤 의미를 동원해 보아도 외모를 묘사하는 데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외모만 가지고는 루저가 될 수가 없는 것이죠. 거꾸로 말하면, 외모를 놓고 루저 운운 하는 것은 말의 뜻도 모르고 쓰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무개는 루저다'라고 할 때는 두 번째 뜻으로 씁니다. 그런데 이렇게 루저가 되기 위한 자격은 상당히 까다로움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나 보고 루저라고 손가락질 할 일이 아닙니다.

※ 이미지: The Biggest Loser 웹사이트 (본문에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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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뽀또 2009/11/14 18:34 # 삭제 답글

    결혼을 했다는 순간부터 이미 승리자라는 것이 최신 루저 트렌드(...)
  • deulpul 2009/11/15 02:47 #

    인생 승부는 길게 봐야죠.
  • 그거야 2009/11/14 20:38 # 삭제 답글

    사전적인 정의고 그냥 못나보이는 애들 보면 루저라고 흔히 표현합니다. 특히 뚱뚱한 친구들이 루저라고 자주 손가락질 받죠. 사전적인 '병신'과 욕설로서의 '병신'이 다른거나 마찬가지입니다.
  • deulpul 2009/11/15 02:47 #

    그게 잘못되었단 말이고요.
  • 꿈꿀권리 2009/11/14 22:44 # 답글

    항상 조심해야 할 것들 중의 하나가 '생물학적 결정론"이지요.
    가령 귀에서 턱까지의 각도가 예각을 이루면 범죄형이라든가(초기의 범죄학)
    눈꼬리가 처지면 바람둥이라든가.
    이런 식의 무자비하고 무식한 결정론은 살충제같은 분노를 뿜어내게 하지요.

    텍스트만 도려내어 마녀사냥을 하는 것 같은데 그 미녀사냥(?) 프로를 찾아보니
    키 큰 아가씨가 키작은 남자에 대한 자기 기호를 말하는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더군요.
    루저에 대한 개념이 사전적 용어와 맞지 않는데서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지요.
    그렇다고 제작진을 교체한 방송사 측도 웃기고
    아, 과민반응 시대 입니다.
    유자가 탱자가 되는 슬픈 사회상입지요.
  • deulpul 2009/11/15 02:56 #

    외모 때문에 선입관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특혜가 있습니다. "알고 보니 사람 괜찮데..."라는 반전 평가를 획득할 기회가 있는 것이죠... 도 슬픈 농담이고요. '범죄형'이라는 말이 그러한 억지 인식을 잘 반영하는 듯 합니다. 요즘 '미남형' 범죄자를 수배하는 많은 광고가 이러한 모순을 잘 보여주는 게죠.
  • 미고자라드 2009/11/14 23:02 # 답글

    파닥파닥 (..)
  • deulpul 2009/11/15 03:08 #

    토닥토닥... 미늘도 낚을 의사도 없는 태공망 낚시에 걸린 것은?
  • 마르스 2009/11/16 11:46 # 답글

    the biggest loser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요. 어떻게 초반과 후반이 차이가 나던지. 저 살 속에 파묻혀있던 골격들이 나오는게 신기.
  • deulpul 2009/11/18 17:36 #

    말씀 들으니 아주 생생히 실감이 나네요. 이런 before-after 비교 컨셉을 보면 (주로 살빼기라든가 성형이라든가 몸만들기... 따위지만) 외모 아닌 다른 것도 이렇게 분명한 차이가 날까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공부하는 사람은 사흘 만에 만나면 눈을 비비고 볼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저 분들이 살 빼려고 기울이는 노력 정도라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 pr1vacy 2009/11/17 03:35 # 삭제 답글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헷갈릴 때가 요즘처럼 잦은 경우도 달리 없었던 듯합니다. 한국의 '루저 발언 파문'을, 토론토에 계신 선배 - 들풀님께서도 잘 아시는 -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http://bomnamoo0420.tistory.com/119). 그래서 잠깐 둘러봤지요. 기가 막혔습니다. 그중 백미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하핫 참! 그래서 갑자기 오른 핏대를 감당 못하고 제 블로그에도 끄적여 봤습니다 (http://kevinmisc.blogspot.com/2009/11/blog-post.html). 들풀님도 그 이슈를 한 번 정면으로 다뤄보시죠. 이렇게 잽만 날리지 마시고... ^__^
  • deulpul 2009/11/18 17:54 #

    요즘 여러 모로 어이없어 하시는 모습이 잘 보입니다. 옛날,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잣대를 잘 벼리고 챙겨야 한다고 들은 게 생각납니다. 사실 것도 참 어려운 일이죠. 가끔 약간의 희망, 대개는 다량의 절망을 생산하는 세태에서는 말입니다. 그렇더라도, 유구한 핏대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 건강도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하하.

    링크해주신 글들 잘 보았습니다. 닐 포스트먼의 이야기는 정말 시사적이고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저도 한번 자세히 들여다봐야겠군요.

    아 참, 해당 프로그램과 관련해 제기된, 정신적 피해를 근거로 한 손해배상 청구나 언론중재 신청은 해당 발언자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고 방송사(KBS)를 상대로 한 겁니다. 좀 오바하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이 참에 언론에 대한 고발이 들불처럼 일어나서, 방송사를 비롯한 언론들이 어줍잖은 짓을 얼마나 일상적으로 저지르고 있는지를 우리 사회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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