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딜레탕트 정권 때時 일事 (Issues)

국정원, 대통령 풍자 설치작품 철거 압력
MB얼굴 담긴 설치미술, 국정원 압력에 전시중단
'4대강 반대 미술작품' 철거 논란
"대통령 얼굴 들어갔다" 전시 미술품 퇴출 위기

무슨 작품이길래 그런가? 광주의 전시장까지 가기는 어려우니 아쉬운대로 여기서 감상해 보자.





보도에 따르면, 이 작품이 내 눈에, 그리고 전국의 많은 사람 눈에 띄게 된 것은 오로지 예술을 사랑하는 정부, 그 밑에서 역시 예술을 사랑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국정원의 공이다.

이 작품은 민미협과 광주 민예총이 4대강 사업 비판을 위해 마련한 ‘江강水원來’전의 전시 작품 중 하나인 '삽질 공화국'이다. 미술가 김병택의 작품으로, 이명박이 혀를 내민 얼굴 그림 170여 장(삽날)과 보수 신문들의 제호(자루)를 붙여 만든 가로 120㎝, 세로 550㎝ 크기의 설치 미술품이라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작품은 현재 철거를 요구받고 있으며, 그러한 일이 벌어지게 된 계기는 '광주시에 출입하는'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전화 통화라고 한다. 나는 이 국정원 직원이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거나 할 일 무지하게 없는 작자라는 생각이 들기 이전에, 예술을 사랑하는 그의 딜레탕티즘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의 따스한 관심 덕분에 평범한 이 작품은 전국구로 승화하는 중이다. (평범하다는 말은 미술 작품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이명박의 삽질에 대한 숱한 비판 중 하나라는 의미다.) 전두환 독재 정권이 임옥상 같은 미술가를 탄생시켰듯, 새로운 인기 작가가 새로 탄생되는 중인지도 모른다. 이 모든 공은 국정원 덕분이다.

다만 이러한 사태에 격노해야 할 측은 청와대며 이명박이다. 생각해 보자. 이미 삽질한다고 누구나 알고 있는 사람을 삽질로 형상화하여 제한된 공간에서 전시한 미술 작품이 이명박에게 더 해롭겠나, 아니면 낄 데 안 낄 데 가리지 않고 나서서 전시회를 방해함으로써 문제의 작품을 전국민에게 관람시키는 결과를 빚었고, 더 나아가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까지 박탈하는 말종 정권이라는 낙인을 제 주인에게 찍어준 국정원의 행태가 이명박에게 더 해로운 것이겠나.

아무리 봐도 국정원은 이명박 안티다.

정상적인 민주 사회의 정보 부처라면 현행법마저 어기며 덜떨어진 작태를 감행한 직원을 징계 처분해야 마땅할 일이고, 국가보다 정권에 충실하는 개의 처지에서 보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주인을 물어뜯은 결과를 가져온 데 대해 징치를 해야 마땅할 일이다.

이번 일로 참여 작가들이 큰 충격을 받아 할 말을 잃고 있다고 한다. 작가 김병택씨는 지금 당장은 답답하고 기막히겠으나, 미술을 사랑하는 정권의 보살핌 속에 작가로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중이니, 축하를 받아야 마땅한 상황으로 여기시길 바란다.

※ 이미지: 링크된 신문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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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꿈꿀권리 2009/12/05 10:05 # 답글

    詩人도 예언한 바 있는
    '저문 江에 삽을 씻고'의 그 4대강 삽질이
    예술로 승화된 걸 그 직원이 단박에 '알아 보고'
    mb삽 단독 특허를 내기 위한 국정원의 흉계일지도...
  • deulpul 2009/12/06 02:47 #

    "흐르는 것이 물 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언젠가, 좋아하던 사람과 일주일에 시 한 편씩을 외우기로 약속했을 때, 맨 처음 고른 시가 이 시였습니다. 물론 그 때에는 이 시가 '애먼 江에 삽을 씻고'로 변주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이제 그 화자도 좀 뒤바뀌었으면 싶습니다.
  • 언럭키즈 2009/12/05 10:22 # 답글

    순교자/유명인 만들기의 달인들이지 말입니다.
  • deulpul 2009/12/06 02:50 #

    밤이 깊고 어둠이 짙으면 여린 불들도 밝게 빛나는 법이겠죠?
  • 2009/12/05 10:4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9/12/06 04:38 #

    그 사건도 그렇네요. 이와 정반대되는 모습이 어떤 것일까를 잠시 생각해 보다가, 불과 몇 년 전에 그런 반대 모습을 일상적으로 보고 살았음을 깨달았습니다.
  • 오옹 2009/12/05 12:14 # 삭제 답글

    진짜 이 정부는 유명인 만들어주는데 달인인듯하네요
  • deulpul 2009/12/06 04:47 #

    상처로 이루어지는 영광이랄까요. 모두 나중에 정치적 상이(傷痍) 시민으로 인정해 급수를 따져 보상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누렁별 2009/12/05 15:22 # 답글

    국정원이 문화부 소속인가요? (크크크) 소수의 관객만 보고 말았을 작품을 전국민에게 널리 알려주신 국정원 직원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deulpul 2009/12/06 04:53 #

    그러게요. "(사진) 찍지 마 씨바 성질이 뻗쳐서 씨..." 하는 작자라면 "(작품) 걸지 마 씨바 성질이 뻗쳐서 씨..."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자유와 진리를 향해 무명의 헌신을 하겠다는 분들이 그럼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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