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 섞일雜 끓일湯 (Others)




겨울이면 한 번쯤 올리는 눈 소식. 올해는 좀 일찌감치 전해드립니다.

도시가 눈 속에 묻혔습니다. 완전히 정지된 도시가 됐습니다. 지금 시간은 아침 8시30분, 보통 때라면 출근하고 등교하는 차로 북적여야 하는데, 인적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이따금씩 눈을 치우는 차만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 겨울 내린 눈 다운 눈으로서는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어젯밤, 눈이 오기 시작할 때의 것이고 두 번째 사진은 오늘 아침 모습입니다. 오늘도 내내 눈보라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오늘 밤쯤이면 땅이 더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예상 강설량은 35cm 정도인데, 실제로는 조금 더 될 모양입니다. [덧붙임: 45cm 정도가 왔습니다.]

웬만한 눈이면 눈도 깜짝하지 않는 동네지만, 워낙 양이 양인지라 비상이 걸렸습니다. 초중고등학교는 모조리 문을 닫았고, 대학도 모든 수업을 취소했습니다. 대학까지 문을 닫는 경우는 이 곳에서도 드문 일입니다. 일반 직장도 대부분 하루 휴무하기로 결정했고, 각종 행사도 모두 취소됐습니다. 시내버스도 올 스탑입니다. 사실 이 곳으로서는 이 정도 눈은 많은 편은 아닌데, 짧은 시간에 급작스럽게 오는 바람에 온 도시가 긴장 상태입니다.

습기가 많은 눈이라, 젓가락처럼 가는 가지에도 착착 달라붙습니다. 나무들이 무거운 눈을 이고 축축 늘어졌습니다. 전나무 같은 상록수들은 가지가 땅에 닿았습니다. 앞 건물 옆에 서 있던 나무 하나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눈이 오는 날은 밤이 무척 밝습니다. 광원이 없이도 하얀 색만으로도 이렇게 밝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두워야 하는데 밝으니 아주 괴이한 느낌이 듭니다. 어제 밤, 두어 시간 동안 창 옆에 붙어 앉아서 세상이 하얀 덮개 속으로 묻혀가는 모습을 넋을 놓고 보았습니다. 천둥 번개가 치면서 눈이 쏟아지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이 눈은 언제나 녹을까요. 아마 녹기도 전에 다시 눈이 쌓이기를 반복해, 내년 봄이나 되어야 바닥을 온전히 다시 볼 수 있을 겁니다. 오늘 밤 눈이 그치면 강풍과 강추위가 예보되어 있습니다. 최저 기온 영하 20도C, 체감 온도는 영하 30도C 이하로 내려갑니다. 당분간 꼭 필요한 일 아니면 어디 나다닐 생각은 접어야겠습니다. 겨울잠 자는 곰이 따로 없겠군요.

[덧붙임] 나가보니 장관이자 난장판이군요. 온 세상이 흰 것으로 떡칠이 되어 있고,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들이 여기저기 쓰러지거나 꺾여 있습니다. 위의 사진들을 찍은 바로 집 앞에서도,


잠시 전만 해도 이렇게 아름다웠던 것이


이렇게 충격적인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맨 앞쪽 차는 지붕이 다 우그러졌고, 이 차를 포함해 적어도 세 대가 부서졌습니다. 자세한 피해는 눈과 나무를 치워봐야 확인될 모양입니다. 다행히 제 차는 여기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주변을 돌아다니며 쓰러질 듯 휘청휘청하는 나무들 눈을 좀 털어줬는데, 높은 데 쌓인 게 문제라서 역부족이었습니다. 여기 오래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 겪는군요. 저녁 뉴스를 보니, 이틀 동안 내린 눈으로는 사상 네 번째 기록이고, 대학이 문을 닫은 것은 20여 년 만에 처음이라는군요. 저녁밥은 전기가 끊어져서 긴급 연락을 하신 이웃과 함께 먹었습니다...

 

덧글

  • 2009/12/10 01: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9/12/10 04:02 #

    어휴- 이 곳에 계시면 딱이시겠군요. 이런 풍경이 아름답긴 하지만, 너무 길다는 게 문제입니다. 저는 위도상으로 부동항 블라디보스톡이나 설국 삿뽀로 정도 되는 곳에 있습니다...
  • 2009/12/10 08:0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9/12/10 13:27 #

    아, 바로 맞추셨습니다. 비슷한 지역이니 그쪽도 많이 춥겠죠? 추위 잘 이기시고 따뜻하고 안전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 김상현 2009/12/10 17:36 # 삭제 답글

    눈이 푸짐하게 내렸군요! 드뎌 그곳도 겨울이네요. 여기는 지난 주부터 진짜 겨울이죠. 그 전까지는 늦가을의 푸근한 (?) 분위기였는데 하룻밤새 기온이 15도 이상 곤두박질쳐서 요즘은 25도 안팎입니다. 영하. 이번 주말에는 영하 30도 수준까지 떨어질 거라는 예보...아내가 아주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정말 뼛속까지 스며드는 엄동설한이랍니다. 따뜻한게 더욱 그리운 계절. 공부 잘 하시고,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시고... (참 얼마전에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가끔 놀러오세요 ^^ http://stalbert.tistory.com
  • deulpul 2009/12/11 09:20 #

    영하 30도에 체감온도까지 더해지면 대체 얼마나 내려가는 겁니까. 으휴-. 추운 데 살다보니 체질만 엄동설한형으로 바뀌고 (한겨울에 서울 가면 지하철 안에서 저 혼자 가을 옷 입고 땀흘리고 있음...) 따뜻한 데 대한 그리움은 갈수록 더해집니다. 그래도 이렇게 추운 게 좋은 점도 하나 있죠: 봄을 자주 체험한다는 것. 섭씨로 0도 근처만 되면 아주 포근하게 느껴지는 게, 따뜻한 봄이 온 것이나 다름없다죠...
  • 김상현 2009/12/12 17:20 # 삭제 답글

    맞습니다. 이번 주말 기온이 영하 40도 선까지 육박했다가, 다음 주부터는 영하 15도선으로 올라간답니다. 그 소식을 들으니 (좀 과장해서) 봄이라도 온 기분이더라구요. 야. 이제 다시 날이 좀 풀리겠네, 라고... 하하. 눈이 내리는데, 날이 워낙 추워서 그런가 아주 가는, 밀가루 같은 눈입니다. 겨울 잘 나시기 바랍니다.
  • deulpul 2009/12/13 17:49 #

    고맙습니다. 그 곳에서도 건강하시고 운전도 조심하시고요. 새 블로그는 알찬 내용으로 꽉 차 있군요. 벌써 제가 몇 가지를 받아 먹었습니다. 이렇게 쓰시려면 시간 많이 뺏기지 않으시려나 걱정이 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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