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엮어 책으로 만든 사전을 쓰지 않은 지가 한참 됐다. 웹 사전 덕분이다. 간혹 한 단어의 뜻을 다양하게 찾아야 할 일이 있을 때나 펼쳐 볼까, 일상적으로는 인터넷 사전을 쓴다. 웹 사전이 종이 사전을 압도하는 몇 가지 장점이 있지만, 내게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오는 것은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웹 사전 중에서는 네이버 사전을 쓴다. 몇몇을 비교해 본 결과, 경험적으로 가장 좋은 결과를 보여준 게 네이버 사전이었다. 사전에 수록되어 있지 않을 것 같은 표제어도 나와 있는 경우가 있어서, 이럴 때는 기특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네이버 사전은 나의 웹브라우저에서도 아주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즐겨찾기 정도가 아니다. IE 오른쪽 위에 돌출시킨 'Links' 메뉴 세 개 중에서 하나가 네이버 사전이다. (나머지 둘은 지메일과 핫메일이다.)
사전이 필요한 경우는 주로 영어와 씨름할 때인데, 네이버 사전을 디폴트로 하다시피 하는 바람에, 국어사전이든 백과사전이든 모두 네이버 사전을 쓰게 된다. 그만큼 기특하고 대견하다.
바로 오늘까지 그랬다.
오늘 발견한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네이버 영어사전이 바뀌었나보다. 내 쿠키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면 요 며칠 사이에 바뀐 것이리라. 바로 얼마 전만 해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이 변화는 사람을 아주 환장하게 만든다.
우선 사전의 표제어 창이 달라졌다. 표제어가 대문짝만하게 커졌으며, 그전에도 그랬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여하튼 표제어를 음절 단위로 쪼개 놓았다. 거기까지는 좋다고 하자. 웬 낯선 발음기호가 달려 있는 것이다. 국제음성기호를 쓰기로 한 모양인데, 요즘은 학교에서 이런 기호로 가르치는지 몰라도, 낯설고 불편하다.
뭐 그것도 좋다고 하자.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주장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단어 하나 집어 넣으면, 뜨는 게 부지하세월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기가 막혀 펄쩍 뛸 정도인지, 다음의 데이터를 보자.
단어 A: 21초
단어 B: 23초
단어 C: 23초
단어 D: 21초
단어 E: 25초
단어 F: 21초
단어 G: 23초
시간이 별로 없어서 이 정도만 실험을 해 봤다. 단어 하나 뜨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22.43초다.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중학생 단어에서부터 전문 용어 단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집어 넣어 보았다.
1분에 단어 세 개도 못 찾는다...
한편, 같은 단어들을 야후 사전에 집어넣으면 나오는 시간은 언제나 1초가 걸리지 않는다. 60 대 3, 즉 20 대 1의 비율이다. 네이버의 다른 사전, 이를테면 국어사전 등은 여전히 4~5초 정도면 나온다. 영어사전만 이런 삽질이다.
이런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단어 하나 집어넣고 20초 동안 멍청히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일이 얼마나 속터지는지, 비슷한 경험을 해 보신 분들은 잘 알리라. 20초 동안 멍청하기만 하면 괜찮은데, 잡생각이 들면서 집중력이 흩어지고 만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모르겠다. 네이버 사전이 전에도 다른 사전에 비해 조금 느리긴 했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분명 사전 디자인을 바꾸면서 발생한 변화인 듯싶다. 네이버 사전 공식 블로그에는 이번 변화와 관련한 언급이 전혀 없다. 네이버 영어사전에 변화가 생긴 게 사실이라면, 공식 블로그 담당자가 게으르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아래 '덧붙임' 참고)
인터넷 속도가 빠른 한국에서는 문제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쓰는 인터넷이 빠르다고 해도, 한국 고속망보다는 아마 느릴 것이다. 네이버 사전은 빠른 (대개의) 이용자만 고려하고 느린 (소수의) 이용자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바람직한 운영 방침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제 인터넷이 느린데 누굴 탓하냐고 할 수 있다. 전에는 안 그랬고, 딴 데도 안 그렇다. 게다가, 이 인터넷으로 임플란트며 변강쇠며 온갖 잡다한 요소가 지뢰밭처럼 깔린 신문 사이트도 별 불편없이 들어가고, 넷플릭스 스트리밍 영화도 본다. 단어 하나에 20초가 뭐냐, 20초가.
당분간 야후 사전으로 바꿔 쓴다. 영원히 그럴지도 모른다. (혹시 빠르고 좋은 사전 사이트 아시는 분들은 가르쳐 주십시오.)
[덧붙임] 오늘 아침에 보니 네이버 사전 공식 블로그에 영어사전 개편 소식이 나왔다. 글 올린 시간을 보니 29일 8시19분으로 되어 있다. 13시36분으로 등록된 이 글보다 몇 시간 앞서서 작성된 셈이다. 내가 쓴 글은 한국 시간으로 7시30분쯤에 작성하기 시작해서, 중간에 딴 일 하다가 1시 넘어서 올렸다. 즉 쓰기 시작할 때에는 공지가 없었다. 올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확인해 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사전 개편이 언제 이루어질지도 공지되지 않은 터라, 글 쓰는 바로 그 사이에 개편 소식이 올라올 줄은 몰랐다. 어쨌든 이 글 본문에서 공식 블로그가 게으르다고 한 것은 취소다.
공식 블로그의 개편 소식에 달린 덧글이 지금까지 1백 개가 넘는다. 대부분이 새로 바뀐 사전이 불편하다는 지적이고, 로딩이 늦다는 지적도 많다.
개편 하면서 첫 번째로 내세운 게 "너무 많은 정보에 놀라지 마세요. 대폭 추가된 컨텐츠"다. '너무 많은 정보'는 쓸모 없는 정보라는 것은 상식이다. 한 페이지에 다 우겨넣지 말고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층위를 두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련 이미지' 같은 것을 잡다하게 때려넣었으니 로딩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놀랍지도 않다. 예컨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미국식/영국식 발음 구분을 필요로 할 것인가. 옵션으로 넣어야 할 부분이었다.
광고를 없앤 부분은 정말 칭찬하고 싶다. 나는 네이버 사전 오른쪽에서 번쩍거리며 정신을 다 빼놓는 자사 광고가 거슬려서, 사전을 자주 필요로 하는 작업을 할 때에는 플래시 로딩을 강제로 끄는 프로그램을 실행해 놓고 한다.
사람이란 무엇이든 익숙해지게 마련이고, 그렇게 일단 익숙해 있는 사람에게는 어떤 변화든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다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그러나 이번 개편은 정말 익숙해지기 어렵다. 예고도 없었던 모양이다. 미리 사용자들의 반응을 점검해 보는 과정은 왜 모두 생략하는지 모르겠다.
단어 로딩 속도는 지금도 계속 체크하고 있는데, 20초는 기본으로 다 넘고, 30초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네.
웹 사전 중에서는 네이버 사전을 쓴다. 몇몇을 비교해 본 결과, 경험적으로 가장 좋은 결과를 보여준 게 네이버 사전이었다. 사전에 수록되어 있지 않을 것 같은 표제어도 나와 있는 경우가 있어서, 이럴 때는 기특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네이버 사전은 나의 웹브라우저에서도 아주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즐겨찾기 정도가 아니다. IE 오른쪽 위에 돌출시킨 'Links' 메뉴 세 개 중에서 하나가 네이버 사전이다. (나머지 둘은 지메일과 핫메일이다.)
사전이 필요한 경우는 주로 영어와 씨름할 때인데, 네이버 사전을 디폴트로 하다시피 하는 바람에, 국어사전이든 백과사전이든 모두 네이버 사전을 쓰게 된다. 그만큼 기특하고 대견하다.
바로 오늘까지 그랬다.
오늘 발견한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네이버 영어사전이 바뀌었나보다. 내 쿠키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면 요 며칠 사이에 바뀐 것이리라. 바로 얼마 전만 해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이 변화는 사람을 아주 환장하게 만든다.
우선 사전의 표제어 창이 달라졌다. 표제어가 대문짝만하게 커졌으며, 그전에도 그랬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여하튼 표제어를 음절 단위로 쪼개 놓았다. 거기까지는 좋다고 하자. 웬 낯선 발음기호가 달려 있는 것이다. 국제음성기호를 쓰기로 한 모양인데, 요즘은 학교에서 이런 기호로 가르치는지 몰라도, 낯설고 불편하다.
뭐 그것도 좋다고 하자.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주장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단어 하나 집어 넣으면, 뜨는 게 부지하세월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기가 막혀 펄쩍 뛸 정도인지, 다음의 데이터를 보자.
단어 A: 21초
단어 B: 23초
단어 C: 23초
단어 D: 21초
단어 E: 25초
단어 F: 21초
단어 G: 23초
시간이 별로 없어서 이 정도만 실험을 해 봤다. 단어 하나 뜨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22.43초다.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중학생 단어에서부터 전문 용어 단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집어 넣어 보았다.
1분에 단어 세 개도 못 찾는다...
한편, 같은 단어들을 야후 사전에 집어넣으면 나오는 시간은 언제나 1초가 걸리지 않는다. 60 대 3, 즉 20 대 1의 비율이다. 네이버의 다른 사전, 이를테면 국어사전 등은 여전히 4~5초 정도면 나온다. 영어사전만 이런 삽질이다.
이런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단어 하나 집어넣고 20초 동안 멍청히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일이 얼마나 속터지는지, 비슷한 경험을 해 보신 분들은 잘 알리라. 20초 동안 멍청하기만 하면 괜찮은데, 잡생각이 들면서 집중력이 흩어지고 만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모르겠다. 네이버 사전이 전에도 다른 사전에 비해 조금 느리긴 했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분명 사전 디자인을 바꾸면서 발생한 변화인 듯싶다. 네이버 사전 공식 블로그에는 이번 변화와 관련한 언급이 전혀 없다. 네이버 영어사전에 변화가 생긴 게 사실이라면, 공식 블로그 담당자가 게으르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아래 '덧붙임' 참고)
인터넷 속도가 빠른 한국에서는 문제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쓰는 인터넷이 빠르다고 해도, 한국 고속망보다는 아마 느릴 것이다. 네이버 사전은 빠른 (대개의) 이용자만 고려하고 느린 (소수의) 이용자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바람직한 운영 방침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제 인터넷이 느린데 누굴 탓하냐고 할 수 있다. 전에는 안 그랬고, 딴 데도 안 그렇다. 게다가, 이 인터넷으로 임플란트며 변강쇠며 온갖 잡다한 요소가 지뢰밭처럼 깔린 신문 사이트도 별 불편없이 들어가고, 넷플릭스 스트리밍 영화도 본다. 단어 하나에 20초가 뭐냐, 20초가.
당분간 야후 사전으로 바꿔 쓴다. 영원히 그럴지도 모른다. (혹시 빠르고 좋은 사전 사이트 아시는 분들은 가르쳐 주십시오.)
[덧붙임] 오늘 아침에 보니 네이버 사전 공식 블로그에 영어사전 개편 소식이 나왔다. 글 올린 시간을 보니 29일 8시19분으로 되어 있다. 13시36분으로 등록된 이 글보다 몇 시간 앞서서 작성된 셈이다. 내가 쓴 글은 한국 시간으로 7시30분쯤에 작성하기 시작해서, 중간에 딴 일 하다가 1시 넘어서 올렸다. 즉 쓰기 시작할 때에는 공지가 없었다. 올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확인해 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사전 개편이 언제 이루어질지도 공지되지 않은 터라, 글 쓰는 바로 그 사이에 개편 소식이 올라올 줄은 몰랐다. 어쨌든 이 글 본문에서 공식 블로그가 게으르다고 한 것은 취소다.
공식 블로그의 개편 소식에 달린 덧글이 지금까지 1백 개가 넘는다. 대부분이 새로 바뀐 사전이 불편하다는 지적이고, 로딩이 늦다는 지적도 많다.
개편 하면서 첫 번째로 내세운 게 "너무 많은 정보에 놀라지 마세요. 대폭 추가된 컨텐츠"다. '너무 많은 정보'는 쓸모 없는 정보라는 것은 상식이다. 한 페이지에 다 우겨넣지 말고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층위를 두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련 이미지' 같은 것을 잡다하게 때려넣었으니 로딩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놀랍지도 않다. 예컨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미국식/영국식 발음 구분을 필요로 할 것인가. 옵션으로 넣어야 할 부분이었다.
광고를 없앤 부분은 정말 칭찬하고 싶다. 나는 네이버 사전 오른쪽에서 번쩍거리며 정신을 다 빼놓는 자사 광고가 거슬려서, 사전을 자주 필요로 하는 작업을 할 때에는 플래시 로딩을 강제로 끄는 프로그램을 실행해 놓고 한다.
사람이란 무엇이든 익숙해지게 마련이고, 그렇게 일단 익숙해 있는 사람에게는 어떤 변화든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다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그러나 이번 개편은 정말 익숙해지기 어렵다. 예고도 없었던 모양이다. 미리 사용자들의 반응을 점검해 보는 과정은 왜 모두 생략하는지 모르겠다.
단어 로딩 속도는 지금도 계속 체크하고 있는데, 20초는 기본으로 다 넘고, 30초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네.
덧글
저도 2009/12/29 16:29 # 삭제 답글
deulpul 2009/12/29 17:51 #
긁적 2009/12/29 18:23 # 답글
네이버 영어사전의 문제가 아니라,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한국이랑 연결되는 빠른 회선 하나가 끊겨서 느린 쪽으로 우회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음...;;; 핑테스트를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해보니 안 되네요 -_-... DDOS 공격을 막으려고 이렇게 해놓은 것 같기도 하고..;;
음..;; 음..;; 음..;; 회선 검사를 할 방법이 없나 -_-;;;;
네이버측에 문의해보세요 ^^;;;;;;;;;;;;;
혹시 '저도'님이 deulpul님과 비슷한 지역이시면, 네트워크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deulpul 2009/12/30 01:51 #
김미영 2009/12/30 22:10 # 삭제 답글
헉... ㅜㅜ 광고뺀것 빼곤 (전 오른쪽에 사람얼굴이 대문짝 만하게 나온거 무서웠습니다..)맘에 드는게 하나도 없네요.. 한국에서도 정말 느리구요. 눈에 딱들어오는 사이즈도 예전이 낫다는 생각뿐이고. daum 하고 비슷하게 바뀌었네요.... daum 사전이 별루여서 네이버 썼었는데.. 둘이 비슷해 졌네요... 게다가 영영사전을 옵션으로 봐야한다니 이런 황당함이..
지금까지 단어장에 추가한 내 단어들이 아까울뿐... 아무래도 사전 갈아타야 할 것 같내요..ㅜㅜ
deulpul 2010/01/03 15:36 #
mooyoung 2009/12/30 23:45 # 답글
deulpul 2010/01/03 15:39 #
옹달샘 2010/01/01 19:56 # 삭제 답글
deulpul 2010/01/03 15:44 #
김상현 2010/01/04 09:11 # 삭제 답글
deulpul 2010/01/04 16:13 #
2010/01/05 22:16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deulpul 2010/01/08 16: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