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를 위해 기도합시다, 시편 109장 8절 미국美 나라國 (USA)


오바마를 위해 기도하세요, 시편 109장 8절.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에서 위와 같은 문구가 돌아다니기 시작하더니, 자동차 범퍼 스티커와 티셔츠까지 나왔다. 큰 기대를 받으며 출발했으나, 기대한 만큼 힘을 못 쓰고 있는 오바마를 위해 기도하자는 간절한 요청일까. 세속 통치자의 성공을 종교에 빌고 있는 모양이 우스꽝스럽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런 강력한 지지자들이 있는 한 오바마는 외롭지 않을 듯하다.

... 라고 생각하면 완전한 오해다. 오바마를 위해 기도하자는 말까지는 좋은데, 그 뒤에 '시편 109장 8절'이라는 성경 출전이 달린 게 문제다. 109장 8절이 무슨 내용이길래? 찾아 보자.
그의 연수를 짧게 하시며 그의 직분을 타인이 빼앗게 하시며
May his days be few; may another take his place of leadership.
이게 무슨 말이냐. 재임 기간을 단축케 하며,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해 달라는 구절이다. 다시 말해, 오바마를 위한 간절한 기도를 간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문구는, 실상은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있는 기간을 줄여달라는 기도를 하자는 얘기다.

미국 대통령이 재임 기간을 다 마치지 못하는 방법은 세 가지 밖에 없다. 탄핵되거나, 사임하거나, 사망하거나. 말하자면 "오바마를 위해 기도하세요, 시편 109장 8절"은 오바마가 탄핵되거나 사임하거나 죽기를 함께 기도하자는 저주다. 이 구절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가 궁금하다. 구약성경의 해당 부분을 좀더 읽어 보자.

1. 내가 찬양하는 하나님이여 잠잠하지 마옵소서
2. 그들이 악한 입과 거짓된 입을 열어 나를 치며 속이는 혀로 내게 말하며
3. 또 미워하는 말로 나를 두르고 까닭 없이 나를 공격하였음이니이다
4. 나는 사랑하나 그들은 도리어 나를 대적하니 나는 기도할 뿐이라
5. 그들이 악으로 나의 선을 갚으며 미워함으로 나의 사랑을 갚았사오니
6. 악인이 그를 다스리게 하시며 사탄이 그의 오른쪽에 서게 하소서
7. 그가 심판을 받을 때에 죄인이 되어 나오게 하시며 그의 기도가 죄로 변하게 하시며
8. 그의 연수를 짧게 하시며 그의 직분을 타인이 빼앗게 하시며
9. 그의 자녀는 고아가 되고 그의 아내는 과부가 되며
10. 그의 자녀들은 유리하며 구걸하고 그들의 황폐한 집을 떠나 빌어먹게 하소서
11. 고리대금업자가 그 소유를 다 빼앗게 하시며 그가 수고한 것을 낯선 사람이 탈취하게 하시며
12. 그에게 인애를 베풀 자가 없게 하시며 그의 고아에게 은혜를 베풀 자도 없게 하시며
13. 그의 자손이 끊어지게 하시며 후대에 그들의 이름이 지워지게 하소서
14. 여호와는 그의 조상들의 죄악을 기억하시며 그의 어머니의 죄를 지워 버리지 마시고
15. 그 죄악을 항상 여호와 앞에 있게 하사 그들의 기억을 땅에서 끊으소서
이건 저주도 단순한 저주가 아니다. 오바마의 임기를 줄여 주시는데, 그게 사임이나 탄핵이 아니라 죽여버림으로써 그렇게 해달라는 저주가 아닌가. 이런 뜻은 8절의 바로 그 뒷구절에서 "그의 자녀는 고아가 되고 그의 아내는 과부가 되며" 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것도 모자라, 본인은 죽고 남은 식솔이 거지가 되고, 거지가 되더라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결국 후손이 끊어지게 해 달라고 철저히 저주한다. 세속의 욕으로 하자면 "이런 급살 맞아 뒈질 놈, 뒈지고 남은 자식들이 거렁뱅이 짓을 해도 피죽도 못 얻어먹고, 삼족이 씨가 마를 놈" 정도 되려나.

누구를 위해 기도하자는 아주 자애스러운 메시지 뒤에 이런 끔찍한 저주가 담겨 있다. 이건,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구호는 물론이고 '아무개 개XX' 같은 욕설과도 차원이 다르며, '복수할 거야' '떡을 돌린다'보다 훨씬 사악한 메시지요 선동이다. 그것도 성경이라는 종교적 텍스트를 빌려서 한다.





현직 대통령이 비명횡사하고 그 자식들이 빌어먹는 거지가 되라는 저주를 담은 메시지. 당장 경을 칠 일 같은데, 표현의 자유가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미국에서는 이런 문구를 차에 붙이고 다닌다고 처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문구가 쓰인 제품이 논란이 되자, 티셔츠나 스티커를 팔던 온라인 업체들이 이 물품들을 목록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보기에 따라서 대통령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하겠다고 위협하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 드레이크 목사에서부터 비롯되었겠지만, 성경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하고 오바마에 대한 증오와 연결시킨 이들은, 스스로 매우 기발한 생각이라고 만족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들은 '오바마를 위해 기도하라' 뒤에 109장 8절과 그 뒤의 저주를 은밀히 깔아 넣으며 미소짓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 109장의 증오와 저주가 어디서 나왔나까지 생각해 봤다면, 자신들이 하는 짓이 얼마나 멍청한지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시편 109장의 저주는 어디서 비롯되었나. 위에서 인용한 부분을 보면, 시편은 그 이유를 2, 3절에서,

2. 그들이 악한 입과 거짓된 입을 열어 나를 치며 속이는 혀로 내게 말하며
3. 또 미워하는 말로 나를 두르고 까닭 없이 나를 공격하였음이니이다
하고, 또 인용 부분 바로 뒤인 16절에서,

16. 그가 인자를 베풀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가난하고 궁핍한 자와 마음이 상한 자를 핍박하여 죽이려 하였기 때문이니이다
한다. 성경적인 해석이 아니라 일상적인 해석으로 보자면,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까닭도 없이 남을 미워하고 공격하고, 가난하고 못 사는 사람들을 핍박했다는 게 이유다. 이게 오바마에게 달릴 수 있는 혐의인지, 아니면 그 전임자에게 더 어울리는 것인지는 정치적 편견만 벗어나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이 스티커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더 잘 적용되는 문구인지도 모른다.

문제의 문구가 오바마를 해치겠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이 문구의 애호가들은 "오바마가 재선을 못하게 해 달라는 뜻이다"라고 눙치고 있다고 한다. 재선 이야기 나올 때가 아니지 않은가. 선거 때도 아니고 말이다. 그냥 솔직히,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뜻이겠지. 하긴 어떤 미국 목사는 대놓고 "오바마가 하루속히 죽기를 바란다, 낙태되었어야 할 인간, 죽어서 지옥에 가길 기도한다"라고 공공연히 떠벌리고 있고, 페이스북에서는 "오바마가 암살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설문 조사가 벌어지는 판이라,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범퍼 스티커 이미지, 티셔츠 이미지, 온라인 성경
 

핑백

  •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 미국 번호판에 두부(tofu)는 허용되지 않는다 2010-09-21 10:11:30 #

    ... 스티커를 붙일 수 있다는 사실로서 합리화된다. 자기 차에라면 현직 대통령을 욕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녀도 정부로부터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부시를 탄핵하라' '오바마에게 저주를' 같은 범퍼 스티커는 일찌기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자동차 뒷면이 온갖 메시지 스티커로 가득 찬, 할 말 무지하게 많은 자동차도 드물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 more

덧글

  • 언럭키즈 2010/01/09 22:01 # 답글

    어쩌면 오바마가 아직도 전쟁을 멈추지 않았으면서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급진주의자들이 저러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르죠.
    ...거짓말이지만.
  • deulpul 2010/01/10 10:12 #

    크게 실망한 사람들이 많지만, 저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보다는 부시 재임의 일등공신이었던 복음주의자들의 성향이라고 봅니다.
  • 소시민 2010/01/09 22:06 # 답글

    그러라고 쓴 성경이 아닐텐데요...
  • 나인테일 2010/01/10 01:43 #

    구약의 이런저런 부분들은 저러라고 쓴 성경이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특히 시편 아주 살벌하지요. 다윗 영감님의 데스노트인지라...
  • deulpul 2010/01/10 10:14 #

    성경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쓰이는 것은 분명 오용이나 남용이나 악용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 카스미 2010/01/09 22:12 # 답글

    기득권의 반발인가요?
    딱히 오바마가 뭘 한건 없는 것 같은데. 설마 의료보장 건 때문인가요;
  • deulpul 2010/01/10 10:18 #

    가지가지겠지요. 낙태나 동성애에 격렬히 반대하지 않아서 싫고, 의료개혁 해서 싫고,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니 싫고, 테러 응징에 적극적이지 않아서 싫고, 정부를 키우려고 해서 싫고, 내 자유를 침해해서 싫고, 내 돈을 빼앗아가서 싫고, 도시 출신이라서 싫고, 민주당원이라서 싫고, 이름이 오사마 비슷해서 싫고, 피부가 검어서 싫고... 옳거나 그른 온갖 신념이 이런 증오를 낳는 게 아닐까 합니다.
  • anonymous 2010/01/10 00:44 # 삭제 답글

    국내도입이 시급합니다.
  • 누렁별 2010/01/10 01:29 #

    가카 이름만 바꾸면 딱이죠. 불티나게 팔리겠네요.
  • deulpul 2010/01/10 10:23 #

    동아시아 버전으로는 8절보다는 2절, 16절이 인상깊게 다가옵니다.
  • 긁적 2010/01/13 17:14 # 답글

    에효. 우리 하나님이 저딴거 하라고 하셨던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 deulpul 2010/01/14 10:18 #

    상관없어요. 앞을 가리는 눈물은 쫙 쪼개면 된다는...
  • 악의축 2010/01/15 02:04 # 삭제 답글

    도덕성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소위 보수주의자들의 사고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이죠. 특히나 기독교철학을 생활의 기반으로 삼는 다는 남부보수주의자들이 인종차별에는 더욱 앞장서죠.. ㅋㅋ
  • deulpul 2010/01/15 15:21 #

    어떤 신념은 선별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고, 이럴 때의 신념은 없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부뿐 아니라 저어기 꼭대기 알래스카에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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