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검색을 위한 전신 스캐너 논란 미국美 나라國 (USA)

미국 공항 검색대의 전신 스캐너(full body scanner, 혹은 millimeter wave scanner)는 현재 모두 19곳에 설치되어 있다.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폭탄 테러 기도'에 화들짝 놀란 미국 교통안전국(TSA)은 황급히 이 스캐너를 150대 더 주문했다. 모두 1천800만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스캐너들은 미국 전역의 공항에 곧 설치될 예정이다.



전신 스캐너의 전면 설치는 몇 가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데,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프라이버시
2. 효용성
3. 더 큰 그림

1. 누구나 할 것 없이 온 몸의 나신 이미지가 그대로 모니터에 떠오르는 검색 방법에 대해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염려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테러 방지나 보안 강화를 위해서라면 닥치고 프라이버시를 희생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보안 정키는 의외로 그다지 많지 않다. 심지어 스캐너를 만드는 사람도 "프라이버시에 대한 염려는 당연하다"라고 말한다.



미국 하원은 지난 6월, 이 같은 전신 스캐너를 공항의 기본 검색 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법안을 310 대 118로 표결 통과시켰다. 프라이버시 침해 정도가 크기 때문에 압도적인 찬성이 나왔다. 의원들은 특히 스캐너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적용된다는 점에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이 법안은 현재 상원에 계류중이며,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TSA는 스캐너를 기본 검색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이렇게 전신 스캐너를 검색대에서 기본 수단으로 쓰고 있는 미국 공항은 앨버커크(뉴멕시코), 라스베이거스(네바다), 마이애미(플로리다), 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 솔트레이크 시티(유타), 털사(오클라호마) 등 여섯 곳이다. 나머지 열 세 곳은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프라이버시에만 주목해 미친 듯이 반대할 수도 있고, 보안에만 천착해 미친 듯이 찬성할 수도 있다. 현실은 그렇게 극단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찬성론에서 말하는 필요성과 반대론에서 염려하는 프라이버시 문제 모두 귀담아 들을 만한 가치가 있으며, 현실은 이런 양측의 주장을 적절히 고려하여 합리적인 방향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예컨대

1) 얼굴은 흐리게 처리되어 나온다. (그래도 신체상의 '남녀 구별'은 뚜렷하다.)
2) 모니터링은 스캐너가 있는 곳이 아닌 다른 방에서 이루어진다.
3) 모니터 요원은 스캔 이미지를 빼낼 수 있는 카메라나 휴대전화를 몸에 지닐 수 없다.
4) 어떤 공항은 승객 자신이 전신 스캐너와 직접 손으로 검색하는 방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5) 스캔은 남녀 각기 따로 이루질 수 있다.
6) 스캔 시스템이 다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행동이 의심스러운 승객을 중심으로 해 다단계 심화 스캔을 할 수 있는 형식.

현재 1)~4)는 이미 시행중이고, 5)와 6)도 고려중이라고 한다.

2. 이 스캐너를 도입하면 '크리스마스 폭발물'을 걸러낼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한 <타임>의 결론은 "maybe"다. 잡아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스캐너를 만드는 제조업체는 모든 위험물을 검색해 낼 수 있다고 주장(pdf)하지만, 실은 이 스캐너는 깊숙이 은닉된 저밀도의 테러 물질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 이는 많은 전문가가 확인하고 있으며, 심지어 보안 스캐너 개발 업체에 참여했던 사람도 인정한다. 스캐너를 통한 보안 검색 정책에 비판적인 측의 주장의 핵심은 이처럼 스캐너 자체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테러리스트들이 다른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든가는 그 다음 문제다.

한정된 예산이 기계 구입에만 투입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스캐너는 한 대에 12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억3천600만 원짜리다. 여기에 기계를 돌리고 관리하는 데 드는 인건비가 또 든다. 유럽 모든 공항을 커버하려면 수천 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테러 대책은 스캐너를 사서 설치하는 것으로 완료되지 않는다. 어떤 기계도 완벽할 수 없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요원 훈련, 교육, 정보 체계의 재정비 역시 시급하다. 이번 '크리스마스 테러 기도'에서도 이런 기초 부분을 정비하는 일이 시급함이 다시 증명되었다.

문제는 이런 일은 겉으로 표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표를 내려면 뻑적지근한 기계들을 대거 설치하는 게 최고다. 책임 있는 보안 전문가들이 "미국의 대테러 정책이 기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형태로 나가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거액을 들이는데도 효과가 크지 않다면 같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아보는 것은 완전히 합리적인 접근이다. 잘못하면 스캐너를 만드는 회사 배만 불리고, 다시 새 스캐너나 새로운 검색 방법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TSA도 이번 스캐너 전면 도입이 효용성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 차원이라고 하지만, 이런 시험에도 천문학적 돈이 든다. 이와 관련해 어떤 이들은 9/11 이후 TSA를 비롯한 보안 당국이 갖가지 보안 기계를 사들이고 시험하면서 사기업의 배를 불렸다는 점을 비판하며, 이번 스캐너 확대 도입을 '공항 스캐너 사기(airport scanner scam)라고까지 부른다.

3. 최근의 비행기 테러 기도 때문에 다시 불고 있는 보안 패닉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한정된 자원을 공항 검색대에 쏟아붓고 있지만,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만 노리란 법이 없다는 점이다. 비행기 테러는 한 방으로 거의 완벽하게 목표물을 몰살시킬 수 있고, 9/11 같은 특수 임무 때문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테러가 비행기 테러는 아니다. 어차피 폭탄을 터뜨려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그게 굳이 민간 항공기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쇼핑 몰, 운동 경기장, 시장, 철도, 관공서, 도서관... 어디든 가능하다. 유럽에서 벌어진 대형 테러들을 기억해 보라.

역시 테러를 막는 최선의 방책은 테러를 불러일으킨 일부터 돌아보는 게 아닐까 싶다.

※ 이미지: 라이브릭, <타임>
※ 스캐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뉴스 동영상 Live Demonstration of Body Scanners


 

덧글

  • 긁적 2010/01/10 10:53 # 답글

    그렇죠. 테러를 일으킬 마음이 안 들게 해야 테러가 없어지지 -_-....
    원래 어디로 떨어질 지 모르는 드랍십 막으려면 전 멀티에 성큰으로 도배를 해야할텐데 -_-
  • deulpul 2010/01/11 07:58 #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다는... 성큰으로 도배하려면 미네랄이 바닥날텐데, 그러다가 배틀 크루저 오면 어쩌냐는... 제가 말하고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 긁적 2010/01/11 09:58 #

    그렇죠. 성큰으로 도배하면 미네랄이 바닥나서 다른데에 구멍이 뚫리는거죠.
    센터가 뚫린다던가, 추가 해처리가 어렵다던가
    -_-......
  • deulpul 2010/01/11 11:18 #

    아,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은, 스타를 모른다고 뼁끼치는 중인 거딥니다... 허허허
  • 지나다가 2010/01/10 11:27 # 삭제 답글

    근데 테러도 저런거 만드는 단체가 조작해서 벌 일 수 있다는걸 알아야 할것이고
    돈과 권력만있으면 사실 얼마든지 가짜를 만들어서 여론상황을 반전 시킬 수 있다는걸 ..
  • deulpul 2010/01/11 08:02 #

    너무 영화를 많이 보신... 은 아니고, 정말 기계적 시스템에만 의존하면 다른 곳의 집중력이 약화되고 퇴화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CIA 자살 폭탄 사건의 장본인도 'triple spy'라고 평가되고 있는 판이죠.
  • 언럭키즈 2010/01/10 14:04 # 답글

    남한테 원한은 잔뜩 사놓고 맞기 싫다고 가드 올리는 모양새죠;
  • deulpul 2010/01/11 07:57 #

    아주 적절한 비유입니다. 가드 열심히 올리는데, 상대방은 벨트 아래 금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상황.
  • 쩌비 2010/01/13 09:38 # 답글

    3번째 의견에 동의합니다. 비행기만 노리란 법있나. 저 스케너로도 다 잡진 못하는 군요.
  • deulpul 2010/01/13 15:25 #

    글게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 해 주면 또 살판났다고 쇼핑 몰, 경기장, 시장 입구, 도서관 입구, 기차역 따위에 전신 스캐너 전면 설치하러 나설까봐 걱정됩니다...
  • 김상현 2010/01/13 10:01 # 삭제 답글

    맞는 말씀 - 그 병인을 찾아야 근본적인 완치도 가능하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에 - 정부뿐 아니라 미국 국민 다수 -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죠. 저는 모든 보안 대책의 초점이 공항에만 집중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설령 그 보안대책이 미국을 드나드는 모든 관문에 골고루 분산된다고 해도 핵심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고요. 저는 이들의 히스테리에 가까운 보안 대책이 실제 보안이나 테러범을 막거나 잡겠다는 의도보다는 전시 효과, 특히 대중의 '안전하다는 심리', '정부가 우리의 안전을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 안심이다'라는 그릇된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는 데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 문제가 프라이버시 문제와 직접 연관되어 있어서 제 블로그에 몇 번 올렸습니다. 시간 나시면 들러주셔요 ^^ http://stalbert.tistory.com/41; http://stalbert.tistory.com/48
  • deulpul 2010/01/13 15:35 #

    아, 미리 잘 짚어서 말씀해 주셨군요. 가시적 보안 조처의 면피성 전시 효과와, 떡대로 상징되는 보안 정책의 삽질 및 해악에 대해 100% 동의합니다. 모든 대책을 공항에만 집중시키는 것은 저도 이해할 수 없는데, 아마도 한번 호되게 당해 봐서 그런 모양입니다. 게다가 이 색들은 구멍 구멍에서 2, 3류 외국인만 잘 막으면 된다는 의식을 가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
  • 김상현 2010/01/14 04:42 # 삭제 답글

    제가 읽은 프라이버시/보안 관련 책중 하나에 이스라엘 사례가 나옵니다. 이곳은 미국처럼 첨단기술에 목메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면서도 미국 같은 이른바 '보안 사고'가 거의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그렇게 사방에서 욕을 먹고 증오하는 이웃나라들이 둘러싸고 있는데도 말이죠. 저자는 그 비결중 하나로 공항 검색 요원을 들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들에 대한 훈련을 그야말로 철저하게 시킨다고 합니다. 사람의 인상이나 말투, 표정, 말할 때의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입 모양을 통해 그의 진실성, 그가 테러범일 위험성을 '감지'해낼 수 있도록 훈련한다는 것인데, 그 효과가 만점이랍니다. 결국 어떤 첨단 기술도 잘 숙련되고 민감하고 관찰력 뛰어난 사람의 '감'을 따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미국도, 캐나다도 괜히 세금 갖다 애먼 데 처바르는 삽질을 하지 말고, 이스라엘처럼 갔으면 차라리 더 낫겠습니다. 얼마전 공항에서 겪은 일인데, 호호백발 백인 부부가 그것도 바퀴 달린 크러취(이걸 목발이라고 할 수도 없고...)를 끌고 힘겹게 금속탐지기 문을 통과하는데, 몸에 달린 장신구며 주머니의 모든 소지품을 비웠는데도 삑삑 하는 거예요. 이 할머니가 엉덩이에 쇠를 박아 그럴 거다, 라고 하는데도, 그리고 누가 봐도 테러나 범죄와는 전혀 무관하고, 설령 유관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과연 그럴 힘이나 있을까 싶은 이 호호백발 할머니 할아버지 -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둘다 백인이었습니다 - 인데도, 이 정신나간 검색원이 몇번이나 금속탐지봉으로 온몸을 몇 번이나 훑어대고, 그래도 계속 소리가 나니까 팔 다리 벌리게 하고 몸 뒤짐을 하는 겁니다. 그러느라 한 5분 소요한 것 같아요. 바로 뒤에 서서 그 가관을 보고 있자니 정말 미치겠더군요. 그처럼 상식도, 사람을 보고 분별할 만한 지적 수준과 관찰력과 판단력도 없는 자갈들을 데려다 놓았으니, 혹은 제대로 훈련시키지 않았으니, 알몸 투시기 같은 골 때리는 해법에 기댈 수밖에요... 미국 좀 놀러가보려고 했는데, 요즘 하는 짓거리 보니 비행기 타기는 진작에 글러버린 것 같습니다. ㅠ_ㅠ
  • deulpul 2010/01/14 09:37 #

    아아, 정말 눈물콧물 다 나는 사례로군요. 뒤에서 보시면서 졸도 안 하신 게 다행입니다. 정말 저희 같은 핏대들은 자진(自盡)해서 쓰러지고 말겠군요. 수퍼 계산대에서 꾸물럭거리는 것만 봐도 기절할 지경인데...

    이스라엘 이야기도 잘 읽었습니다. 결국 사람이 재산이고,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이죠. 제가 본 것 중에서는, 유럽에서 종종 일어나는 테러가 왜 미국에서는 그다지 벌어지지 않을까에 대한 탁견이 있었습니다. 국제 테러라는 현상도 역시 심리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들여다 볼 게 많지 않을까 합니다. 공항에서 보신 사례도, 그 직원은 스스로 자기 직무를 수행한다고 할지 몰라도, 인간 요소를 빼놓고 기계식으로 일을 하다 보면 그 꼴 나는 것이겠죠.

    스캐너 설치해 둔 공항에서 승객들에게 감상이 어뗘? 하고 물어보면, 안전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응하겠다는 대답이 대다수라고 합니다. 이런 꼴로 나가다 보면, 얼마 전 신문 만평에 났듯이, 검색대 컨베이어 위에 외투, 신발, 지갑 따위에 더해 빤쭈 벗어 올려놓아야 할 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그나마 훨 낫다고 생각하시고 여행 많이 다니십시오, 하하-.
  • 명랑이 2010/01/23 00:54 # 답글

    저렇게 공항 검색대를 열심히 막았는데 대합실에서 생화학 테러가 발생하면 얼마나 민망할까요? (...)
  • 공항맨 2010/01/23 01:44 # 삭제 답글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항검색을 많이 비교하는데 사실 좀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죠.
    일단 규모면에서 두 나라의 항공산업이 상대가 안됩니다.
    이스라엘엔 상업공항이 총 12밖에 없습니다. (국제:2, 국내:10) , 자국 항공사 8개, 이스라엘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는 50개정도 밖에 안됩니다. 그러니 가장 효과적인 사람에 의한 검색에 기댈수 있죠. 미국 전체 공항과 취역 항공사에 대한 검색을 이스라엘 처럼 하자면 거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인력은 아무리 잘사는 미국이라지만 감당할수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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