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 블로깅을 위한 낸시 플린의 조언 섞일雜 끓일湯 (Others)

낸시 플린(Nancy Flynn)이 블로그 원칙들에 대해 쓴 책을 읽다보니, 세상에는 조심해야 할 것이 참 많고, 블로깅도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개인 블로그보다는 기업 블로그를 대상으로 하여 꼭 명심해야 할 원칙 36개를 제시하는데, 개인 블로그 운영에도 많은 참고가 된다.

그 중에서 특히 새겨들을 만한 'tip' 몇 가지를 간추려 보자. 저자 플린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하는 말이지만, 각 항목 밑의 해설은 저자의 주장을 참고한 내 헛소리다.

1. 말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라. (Think before you speak in public.)

일단 입에서 나오면 되돌리기 어렵다. 말 한 번 잘못하면 신세 망친다. 물론 신세 망치는 줄도 모르고 잘못 말하기를 밥 먹듯 하는 사람의 경우는 예외다. 인터넷 공간은 수많은 사람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고, 그 중에는 비교적 똑똑한 사람도 놀랄만큼 많다.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말하면 즉각 반발을 불러오며, 더 나아가 치명상에 가까운 데미지를 입을 수도 있다. 나중에 삭제해도 소용없다.

2. 분별력 있게 미래를 생각하라. (Be discreet - be professional - be mindful of the future.)

블로그가 개인의 일기 같은 성격이 있다고 해도, 혼자 보는 일기장은 아니다. 지금 써 놓은 글 한 줄, 올려둔 사진 한 장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서구의 많은 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직원을 고용하기 앞서 지원자들의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을 열어 본다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흔히 글은 사람을 나타낸다고 한다. 우리가 사람을 처음 만나면 얼굴이나 옷차림을 본다. 나를 다른 사람에게 인식시키는 창이라는 점에서, 내 글은 내 옷이나 내 얼굴과 큰 차이가 없다.

3. 아프면 블로그질을 하지 말고 (정신)병원을 가라. (Need therapy? Don't write a blog; seek counseling instead.)

낸시 플린이 인용한 디지털마케팅서비스의 조사에 따르면, 50% 가까운 블로거들이 블로깅을 정신적 치료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외롭거나 우울하거나 화가 나거나 미칠 듯 할 때 블로그를 찾는다는 말이겠지. 또 31%의 블로거는 현실적인 걱정거리가 있을 때, 이를 해결해 줄 사람을 현실에서 찾지 않고, 대신 블로그를 쓰거나 남의 블로그를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물론 좋은 생각이 아니다.

4. 블로그를 분노를 배출하는 도구로 쓰지 말라. (Don't use your blog to let off steam.)

나도 열받아서 글 쓸 때가 많지만, 상당히 위험한 일임은 틀림없다. 열받으면 근거를 찾으려는 노력이 흩어진다. 할 말이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땅히 조심할 일. 입으로 하는 말싸움과는 달리, 블로그에서 벌어지는 격한 주장과 논란은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 이런 논란은 나와 남의 기분을 망치며, 장기적으로 내 명성을 해친다. 싸움닭은 보기에 재미있기는 하지만, 존경하기는 좀 어렵다. 사람 대 놓고 얼굴 마주보며 못 할 이야기는 글로도 쓰지 말라. 이건 내 지론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꾸로, 예컨대 전여옥을 비판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들지 않는 것이겠지.

5. 말을 조심하라. (Watch your language.)

이건 너무 당연해서 더할 말이 없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약간의 영향력이 생기고, 이를 남을 씹는 데 사용하고 싶은 충동을 갖게 된다. 또 '까'를 해야 튀어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권장할 일이 될지도 모른다. 포스팅거리가 없다고 (헛)소문이나 뒤쫓는다면, 더구나 그것을 위험한 언어로 표현한다면, 언젠가 엄청난 금액의 소송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소송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글을 쓰고 나면 포스팅 버튼을 누르기 전에, 소송의 시각으로 다시 한번 검토하는 자세를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를 위해서는 블로깅과 관련되는 주요 법안에 대해 대체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이 점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대로 보고 싶음.)

6. 익명에서 벗어나라. 자기 의견이 자신의 것임을 밝혀라. (Don't blog anonymously; stand behind your posted opinion.)

이건 나와 생각이 좀 다른 부분이다. 플린의 관심사가 기업 블로그인 점을 고려하면, 익명성을 배제하자는 주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익명성이 가지는 갖가지 부작용도 물론 있다. 플린은 익명성이 무책임하고 공격적이고 남을 괴롭히며 명예훼손을 일삼는 태도를 낳는다고 본다. 그렇지 않은 많은 사례도 있지만, 이런 주장을 완전히 부정하긴 어렵다. 어쨌든 익명 지지자든 실명 지지자든, 영원하고도 완벽하게 익명으로 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되면 다 드러난다. 더구나 한국의 어설픈 개인정보 보호 체계에서는, 익명성이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7. 다구리에 참가하기 전에 전후사정부터 챙겨라. (Do your homework before joining a blog mob.)

패거리 공격은 기업이나 개인을 떡실신하게 만든다. 블로그 다구리에 잘못 걸린 기업은 명성이 추락하고 주가가 떨어지며 몇 명의 목이 날아가게 마련이다. 개인에 대한 다구리는 최악의 경우 인명까지 해칠 수 있다. 물론 아무 일 없던 듯 꿋꿋히 하던 삽질 계속하는 사람도 많지만. 어쨌든 이슈가 아무리 충격적이고 중요하더라도, 다구리에 참여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는 습관은 중요한 것 같다. 이렇게 '숙고된' 다구리라면 나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여론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표현되지 않는 의견은 의미 있는 의견이 아니다. 다만 님하 그 전에 생각&확인 좀. 이 부분은 플린의 말을 그대로 옮겨 보자:

개인이나 제품, 기업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판적이며 공격적인 포스팅을 올리기 전에, 모든 전후 사실을 챙겨 보았는지 확인하라. 온라인에서 읽은 모든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 소문이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휩쓸리지 말고, 당신의 주장이 신뢰할만한 소스로부터 나온 것인가를 재삼 재사 검토하라.

개인이나 기업을 향한 다구리에 대해서 이 말이 적용되는 것처럼, 다구리를 향한 다구리에 대해서도 이 말이 적용된다. 주장에 앞서 전후 사실을 확인해야 할 의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대중을 까는 경우라도 말이다. 사실, 특정인 한 명을 까기보다 특정되지 않은 다수 대중을 까기가 훨씬 쉽고 폼도 난다. 그러나 단지 대중의 집합적 비판/비난이라는 점만으로,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무조건 까여야 할 이유는 없다.

8. 할 말이 없으면 쓰지를 마라. (Don't comment unless you have something legitimate to add to the conversation.)

좀더 정확히 옮기자면, '기여할 말이 없으면 쓰지를 마라'가 되겠다. 자신의 의견을 하나 보태는 것도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절제 있게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무런 새로운 기여가 없는데도 시간과 정력과 저장 공간을 소모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낭비다. 플린은 "정당하고 시의적절하며 가치 있는 무언가를 토론에 더할 수 있을 때에만 쓰라"고 말한다. 약간 지나치게 엄격한 원칙인 듯싶지만, 부정하기도 어렵다.

9. 한 줌의 거짓도 없이 정직하라. (Be 100 percent honest.)

남을 잘 믿는 내 성격 탓이겠지만, 내가 보는 블로그 중에 거짓말을 하는 블로그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거짓을 내용으로 한 포스팅으로 블로그를 채우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 플린은 블로고스피어가 거짓을 적발해 내는 데 탁월한 장치라고 강조한다. 아닌 게 아니라, 영향력 있는 블로그에서 의심스러운 포스팅이 나온다면, 그게 밝혀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인터넷 흥신소의 수사력은 거의 무한하지 않은가. 굳이 거짓말이 탄로나서 매장당할 걱정이 아니라도, 글로 믿고 글로 사는 블로그 세계에서 글을 정직하게 써야 함은 그 시민이 되기 위한 가장 원초적인 의무가 아닐까 한다.

10. 맞춤법과 어법, 구둣점에 항상 주의하라. (Keep an eye on spelling, grammar, and punctuation.)

"너는 안 그래도 너의 독자들은 그러니까." 이게 플린의 한 줄 요약이다. 나는 아마 그런 독자 중 하나일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주장이라도, 맞춤법이 틀리면 일단 한 수 접고 보게 된다. 아무리 명문이라도 어법이 틀리면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고,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어법이 틀린 명문이란 게 있기나 하다면 말이다. 회사 상사들 앞에서 돌리는 파워포인트에 맞춤법 엉망으로 만들 사람은 없을 것이다. 블로그는 왜 그래도 되나. 내가 빤쭈 입고 편하게 누워서 포스팅하더라도, 읽는 사람이 모두 그렇지는 않다. 물론 블로깅 자체에 어느 정도의 진지함을 부여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서 하는 이야기다.

11. 독자와 덧글러를 존중하라. (Be gracious to readers and commenters.)

물론이죠. 덧글에 열심히 답글 다는 것도 이 이유 때문입니다. (갑자기 존칭 모드...) 읽히지 않는 블로그는 달리지 못하는 자동차나 마찬가지다. 또 덧글은 포스팅을 이끄는 힘이다. 찬성론이든 반론이든, 덧글을 다는 데에는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투자된다. 고맙지 않을 수 없다. 내 경우, 이미 알아챈 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답글의 길이는 대체로 덧글의 길이에 비례한다. 긴 덧글에는 긴 답글, 짧은 덧글에는 짧은 답글이라는 야박한 원칙이 있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긴 시간과 노력을 담아 주신 분들에 대해, 나 역시 그 비슷한 시간과 노력을 담아 답을 드리는 게 최소한의 도리라고 여기다 보니 그런 결과가 된다. 하긴, 긴 덧글이나 답글이 대개 반론과 해명, 혹은 보론 성격이라서 길어지지 않을 도리가 없기도 하다. 어쨌든 독자와 덧글러에게 감사하십시오.

12. 얼굴 두께를 키워라. (Develop a thick skin.)

그렇다고 나에게 앙심을 품고 틈만 나면 흠집내려 드는 이들에게까지 모두 무골호인이 되기는 어렵다. (이 블로그에는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기업 블로그든 개인 블로그든, 블로그로서 유명해지면 독자 중 일정한 비율은 반드시 부정적이 되게 마련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거꾸로 말해, 고정적인 안티가 생기면 유명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블로그에는 불행히 아직까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이런 부정적 독자에 대한 플린의 조언은, 우리가 쓰는 말과 너무나 비슷해서 실감이 쏙쏙 난다. 플린에 따르면, 블로그 세계에서 대놓고 욕하는 진상들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1) 무시하고 극복하는 것이며(블로거 본인이 어른이 되어야 한다), 또 2) 충성도 높은 독자를 잘 챙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후안무치의 세계로까지 들어가면 곤란하다. 얼굴이 두꺼워질 필요가 있다는 것은, 근거없이 작정하고 비난하려 달려드는 경우에 대한 말이다. 내가 분명히 저지른 잘못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에는 변명 말고 머리를 수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그러면 잘못이 공인되어도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고 자긍심을 잃지 않는 별종 같은 존재로 전락할 뿐이다. 그래서야 어디 사람 꼴이라고 할 수 있나. 블로그는 접으시라. 대신 여의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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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0/01/30 11: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1/31 14:38 #

    저도 그렇습니다. 자주 들여다보게 될 것 같습니다.
  • 2010/01/30 16:0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1/31 14:38 #

    네, 얼마든지 좋습니다.
  • 소시민 2010/01/30 18:20 # 답글

    2번 같은 경우에는 국내 기업도 그렇게 되가는 추세인지 문득 궁금해지는군요.

    공무원 공채때도 본다면 강한 정치성을 띈 글을 자주 올린 분들은 좀 불리할지도 모르겠네요.
  • deulpul 2010/01/31 14:44 #

    한국에서 신입사원 채용 때 블로그나 싸이월드 따위를 점검해 본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우리 인터넷 문화가 익명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민노씨 2010/02/01 13:34 # 삭제 답글

    인용구보다는 그에 대한 들풀님의 논평이 훨씬 더 재밌네요. :)
    사실 인용구는 대부분 식상한 조언같다는 생각이 들고, 이견이 생기는 부분도 많아서요.
    문득 관련글을 써보고 싶단 생각도 듭니다. ㅎ

    추.
    간만에 RSS리더에서 빠져나와 트위터 링크소개로 들어왔는데, 블로그 지붕이 바뀌었네요?
    아주 멋집니다.
  • deulpul 2010/02/01 14:35 #

    네, 정말 이제는 다시 강조하기도 새삼스러운 주지의 원칙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다만 저는 저걸 옮겨오면서 최근의 여러 블로그 사건을 떠올릴 수 있었고, 안다고 다 실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생각할 수 있어서, 스스로 경계를 삼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 중에는 저와 생각이 조금 다른 것도 몇몇 있었습니다. 지붕 바뀐 것을 처음으로 appreciation 해 주셨군요! 트럭에 실린 복숭아가 정말 탐스럽지 않습니까?
  • 민노씨 2010/02/01 18:09 # 삭제 답글

    처음에는 저 복숭아를 복숭아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어린왕자 사는 작은 별 같은 뭐 그런 행성 같은 건가..
    태양을 표현한건가... 이랬습니다. (ㅡ.ㅡ;;)

    탐스런 복숭아였군요. : )
  • deulpul 2010/02/03 11:01 #

    하하, 그러고 보니 그렇게 보이기도 하네요. 저 그림은 밴드 올맨 브라더스의 앨범 'Eat a Peach'의 자켓 디자인인데, 옛날 제가 좋아하던 카페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 그려진 벽화입니다. 저 그림이 지금도 남아 있는지 모르겠군요.
  • 민노씨 2010/02/02 10:27 # 삭제 답글

    추.
    제가 착오가 있었네요.
    RSS는 계속 부분 공개를 하고 계셨던가요? ^ ^
    지금 확인해보니 부분공개라서요.
    (딱히 부분공개를 고수하시는 연유가 계신지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들풀님글은 (거의) 항상 직접 읽었던 것 같습니다.
  • deulpul 2010/02/03 11:15 #

    아, RSS는 말씀대로 부분 공개로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글을 쓰면서 고려한 여러 시각적 장치와 함께 노출하고 싶어서인데요. 예컨대 위에서 말씀하신 블로그 지붕이나 사이드바 같은 것도 모두 글에 (혹은 글쓴이에게) 일정한 속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도 RSS 글을 볼 때, 전문 공개를 한 블로그라도 거의 모두 해당 블로그로 직접 가서 봅니다. 그래야 글을 배경과 함께 제대로 챙겨 읽은 듯한 느낌을 받거든요. 블로그를 잡지와 비슷한 성격이 있는 것으로 여기다 보니 그런 습관이 생긴 듯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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