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예송논쟁의 타이폴로지 때時 일事 (Issues)

이 논쟁에 끼어들어 한 마디씩 하고 있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노회찬과 조선일보를 말하는 듯하지만, 결국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1. 진보신당의 대표인 노회찬이 조선일보의 창간 기념일 행사에 간 일에 대한 논란은 몇 가지 개념적 포인트가 뒤섞여 있다. 이 글은 그 포인트를 구분함으로써, 이 사건 자체보다는 이 사건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을 정리하려는 것이다.

2. 이 사건이 벌어지기 이전부터, 이 사건과 관련한 두 축이랄 수 있는 노회찬과 조선일보에 대해 많은 사람은 이미 일정한 견해를 갖고 있다. 특히 이번 일에 대해 한 마디씩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그렇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한 선차적 견해가 이 사건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어하는 동기를 만들어 낸다고도 볼 수 있다.

3. 두 축 중 하나인 노회찬. 그를 긍정적으로 보아 온 시각과 부정적으로 보아 온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

3-1. 노회찬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그가 지향하는 정치 이념을 긍정하든가, 아니면 정치인 노회찬을 긍정하든가, 아니면 둘 다다. 여기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 진보신당 지지자들일 것이다. 진보신당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노회찬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3-2. 노회찬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의 배경은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첫째, 광화문에 성조기 들고 모이는 집단이나 어리버리연합 같은 극우파에게 노회찬은 그저 빨갱이 비슷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둘째, 현실 정치의 지형 때문에 노회찬과 그가 대표하는 당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포함되는 측은 민노당이나 노무현 지지자 등이다.

4. 이 사건의 다른 축인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

4-1. 조선일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 역시 정도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골수 지지자들이 있다. 이들은 조선일보가 지향하는 이데올로기를 체화한 사람들로서, 예컨대 몇십 년 동안 이 신문만 보아 온 한나라당원 같은 사람이다. 둘째는 이 신문이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좋다/최고다/읽을 만하다/보기 좋다/경제면이 좋다/편집이 좋다 따위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4-2. 조선일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포함되는 사람은 언노련, 언소주 같은 언론 관련 시민단체를 비롯해 안티조선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를 지지해온 사람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의 경향성에 반대하는 사람들 등이 폭넓게 포함된다. 조선일보에 대한 생각은 비슷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천차만별임은 말하나마나다.

이런 구분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려 보면 다음과 같이 된다. 이 그림은 노회찬 예송논쟁이 발생하기 전의 상황을 나타난 그림임에 주의해야 한다.


A: 노회찬과 조선일보를 동시에 긍정하는 사람들이다. 얼핏 보면 말이 안 될 것 같지만, 의외로 많다. 노회찬과 조선일보 모두가 부분적(partial) 지지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노회찬이나 진보신당의 지향점을 심정적으로 지지하면서, 조선일보가 편집이 뛰어나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런 경우다.

B: 노회찬에 부정적이고 조선일보에 긍정적인 사람들로, 범보수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렇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원들, 광화문 성조기파, 신종 정치 깡패들, 반북반핵, 그런갑제 등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숫자로는 제일 많을 것이다.

C: 노회찬에 긍정적이고 조선일보에 부정적인 사람들이다. 대체로 말해 진보신당 당원들, 당원이 아니라도 진보신당의 지향성에 동의하면서 조선일보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 등이 포함될 것이다.

D: 노회찬에게도 부정적이고 조선일보에도 부정적인 사람들. 이 부분은 범진보 그룹 중에서 노회찬 및 진보신당과 궤를 달리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된다. 노무현 지지자들이나 다른 진보 계열 정당들이 이에 포함될 것이다.

5. 이런 구분은 현실 정치 현상에 대한 추상적 개념화이므로, 당연히 많은 예외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서도 대체로 큰 그림으로 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저는 노무현 지지자이지만 노회찬도 싫어하지 않는뎁쇼?" "저는 진보신당 당원이지만 조선일보를 좋아하는뎁쇼?" 같은 질문은 하지 마시기 바란다.

6. 자, 저 타이폴로지에서 자기가 어디에 속하는가를 먼저 따져 보시기 바란다. B에 속하는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앉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업무상 필요해서라면 모를까. 그럼 당신은 대개 A, C, D 중 하나에 속할 것이다.

7. A에 속한 사람들. 이 사람들이 이번 예송논쟁을 보는 시각은 매우 뻔하다. 조선일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노회찬이 조선일보 창간 기념식에 간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서 좋은 신문으로부터 좀 배우고, 공당의 대표로서 인간관계도 좀 쌓고, 현실 감각도 익히고, 대인배스러운 모습도 좀 보여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노회찬이 기념식 참석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것을 얻었는가보다는, 노회찬이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행동을 보였다는 점에 더 주목한다. 이번 사건에서 이들의 판단 기준은 조선일보지 노회찬이 아니다. 결국 이 사건은 조선일보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강화해준 것으로 인식한다.

8. D에 속한 사람들. 이 사람들도 이번 사건이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 이 사람들은 노회찬을 비판/비난만 하면 된다. 진보 정당 대표가 그럴 수 있느냐는 점잖은 나무람에서부터 본색을 드러냈다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다양한 소리가 나오는데, 본질적으로 이 사건 때문에 자신들의 인식이 달라진 점은 없다.

9. 노회찬 예송논쟁 사건을 통해, A 그룹은 조선일보를 긍정적으로 보아 온 자신들의 인식을, D 그룹은 노회찬을 부정적으로 보아 온 자신들의 인식을 재확인할 뿐이다. 이번 사건은 그 인식에 아무런 임팩트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이 왜 문제가 되는지, 왜 치열한 논란거리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A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그렇다. 이들이 이 사건에 대해 한 마디 하는 것은, 노회찬과 조선일보 사이에 벌어진 모순에 대해 뭔가를 설파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결국은 조선일보에 대한 자신의 전폭적이거나 제한적인 지지를 노회찬의 행동을 통해 재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들이 이 예송논쟁의 긍정적 가능성에 기여할 부분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10. 문제는 C다. 노회찬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왔으나, 부정적 대상인 조선일보 창간 기념일에 참석해 버림으로써 부조화가 생겼다. 노회찬의 행동은 이들의 인식 내부에 모순을 만든 셈이다. 모순은 해결되어야 한다. 노회찬을 버리든지 조선일보를 싸안든지, 그 사이에서 적정한 접점을 만들어 내든지, 어떤 형태로든 모순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기울어져야 한다.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이며, 이것은 개인의 인식에서도 그렇고, 예컨대 진보신당의 당내 논쟁에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가장 격렬히 토론하고 가장 치열하게 논쟁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C 그룹이다. 거꾸로 말하면, 이번 예송논쟁을 놓고 가장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사람들은 C 그룹이다. 모순이 벌어졌고, 어떤 식으로든 모순을 해결해야 할 문제의식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논쟁은 이들의 세계관 안에서 당연한 것이며, 그런 점에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다. 이들과 다른 세계관/현실 인식/가치 체계를 갖고 있는 A나 D 그룹이 비웃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

11. 이런 분석이 암시하듯, 이번 일과 관련하여 표출되는 견해는 매우 다양한 생각과 견해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노빠들이 게거품을 문다'든가 '원리주의자, 근본주의자들이 분노한다'라는 생각이 얼마나 어이없는 단순화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생각은 복잡한 현실을 자신의 단순한 틀에 끼워 맞춰 이해하려는 편의주의적인 접근에 지나지 않는다. 또 조선일보에 반대하는 다양한 견해를, 해당 신문을 폐간시키자는 극단론 하나로 몰아서 치부하는 것도 현상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천박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12. 이 타이폴로지는 모든 도식화가 그렇듯 단순화의 위험이 있다.

13. 노회찬 및 진보 신당과 조선일보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 이번 일을 겪으며 노회찬이 좋아지거나 싫어진 사람들은 이 그림으로 설명이 안 된다.

 

핑백

  • 모순과 위선사이 : 투표 & 선거 시즌 2010-03-08 15:18:13 #

    ... http://deulpul.egloos.com/3129429http://chanblog.kr/472노회찬의 조선일보 방문을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다가 문득 선거 시즌이 다가왔다는걸 깨달았다.투표는 꼭 해야 하는 ... more

덧글

  • sonnet 2010/03/08 09:56 # 답글

    이런 도식이라면 A,B,D쪽은 C가 자중지란을 어떻게 해소하는지에 흥미를 갖고 관찰 중이라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C가 분열을 일으켜 일부가 A,B,D로 넘어올 수도 있는 것이고, 또 그렇지 않다 해도 앞으로 C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 어떤 통찰력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 deulpul 2010/03/08 10:15 #

    넵, 의미 있는 말씀입니다. 말씀하신 점에서 보면, 이번 일은 C 이외의 그룹에게는 다양한 측면에서 무척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 셈이겠지요. 문제는 C 그룹 당사자들이 이번 일에서 무엇을 얻고 어떤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가 아닐까 합니다. 말씀 들으니 한나라당의 자중지란이 일으키는 구도와 비슷한 느낌도 드는군요.
  • 아이군 2010/03/08 14:49 #

    제가 보기에는 '노빠를 공격한다'라는 이상야릇한 선택지를 선택한것 같습니다.

    일본을 공격한다 삘이긴 한데 의외로 여기저기서 많이 쓰이는 거 같네요. 그나저나 sonnet님 블로그에서 예전에 봤던

    우리를 그렇게 멍청하다고 생각하다니 오산이다. 우리는 그보다 10배는 더 멍청하단 말이다.

    를 실시간으로 볼 줄은 몰랐습니다.
  • 고르기아스 2010/03/08 12:18 # 답글

    진보정당의 대표가 조선일보를 기념하는 행사에 갔다는 건 전례가 없던 일로, 어떤 식으로든 해명 내지 정당화가 필요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이번 노회찬 대표의 행동에 대한 비판들을 싸잡아서 조선일보를 절대적 악으로 놓고 최종결전을 벌이자는 세계관으로 환원하고, "유연해지자!" 혹은 "당신은 지금 조선일보가 모 재판관들에게 하는 똑같은 색깔론을 벌이고 있다." 라고 훈계하는 것이야 말로 경직성과 유연성의 선악의 아마겟돈이고 유연성 / 경직성 색깔론이라고 보입니다. 선악의 아마겟돈이 아닌 정치는 갈등을 드러내고,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보는데, 노회찬 옹호론자(?)들은 정치를 강조하면서 '아예 제기해서는 안 될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보는 듯 해서 조금 불편하더군요. 아무튼 이번 논쟁을 계기로 진보정당 내에서 발전적인 대 언론관, 대 조선일보 관이 도출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더 중요한 건 이용길 부대표가 아예 파기하겠다고 나오고 있는 5+4 연대 건인데...)
  • deulpul 2010/03/09 08:55 #

    넵, 말씀 잘 들었습니다. 본문하고 직접 관련은 없지만, 큰 맥락에서 비슷한 생각입니다. '정당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 Earthy 2010/03/08 16:06 # 답글

    제 입장에서는 이 타이폴로지가 지나친 단순화라고 밖에 못 하겠네요. 흐음.

    저는 노무현 지지자였고...
    동시에 진보신당에도 지지를 보내는 한편 노회찬 대표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현재도 당적은 일단 돈을 안 내는 단순 회원 입장입니다만, 국참당이지만...
    지난 총선 때 당 투표를 진보신당에 찍었던 입장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생각하고요.

    그런 입장에서는 정말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아야 될 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그냥 "저 사람이 저기 왜 있나..."정도 밖에는 못 했지만요...;;;
  • deulpul 2010/03/09 08:32 #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시든간에, 노회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오셨다면 열 기준으로 왼쪽에 서시는 겁니다. 노무현 지지자라고 다 오른쪽이 아니며, 노회찬에 대한 태도를 열의 기준으로 삼았음을 다시 상기해 보시면 됩니다. 행 기준에서는 저 신문에 대한 태도가 빠져 있으셔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 유형화는 C 계열과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논란에 참여함으로써, 불필요한 혼란이 생기는 것을 가닥 잡기 위해 만들어 본 겁니다.
  • FELIX 2010/03/08 16:48 # 답글

    C에 속하지만 노회찬 전 의원의 조선일보 방문은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불편한건 그 지지자들의 리액션이지요. 참 비싼밥 먹고 저런 논쟁이나 하고 있냐라는 생각이랄까요.
  • deulpul 2010/03/09 08:50 #

    네, C 안에서 이번 일을 보는 시각 중 하나를 가지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글은 문제의 일에 대해 직접 판단한 글은 아니며, 따라서 본문과 좀 관계 없는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몇 가지 이유에서 그냥 웃고 넘어가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말씀은 나중에 할 기회가 있을 것이고요. 왜 이 일을 예송논쟁에 비유했겠습니까. 지금 생각하면 대체 상복을 1년 입냐, 3년 입냐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참 비싼 밥 먹고 그런 논쟁이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죠. 그러나 당시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닐 겁니다. 이번 일도, 그냥 단순하게 정당 대표가 신문사 기념일 갈 수도 있는 거지,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진보신당의 가치, 이념, 역사, 정체성, 당원이나 지지자의 지향성, 문제의 신문이 해 왔고 하고 있는 일, 더 나아가 현실 정치적인 임팩트 등을 모두 생각하면,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봅니다. 충분히 논의되고 이를 계기로 하여 정당의 정체성이나 대중 노선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싼 밥 먹고서 '비싼 밥 먹고 이런 논쟁이나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합니다, 저는.
  • yrf4ha3 2010/03/09 13:46 # 삭제

    그냥 어떻게든 저 모델에 끌어맞추려고 오버좀 하지 마세요;; 잘만든 모델도 아니면서 되게 그러시네.
  • deulpul 2010/03/09 14:13 #

    yrf4ha3: 에이- 딴 생각이 있으면 말을 하면 되지. 생각이 없으면 말을 말든가. '모델에 끌어 맞추려고'의 근거를 대시면 지청구를 들어는 드리겠습니다.
  • 2010/03/08 16:4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3/09 09:08 #

    네, 급히 수정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거다란 2010/03/08 17:39 # 삭제 답글

    진보적 여론 주도층이 대부분 c라서 분류가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 deulpul 2010/03/09 08:20 #

    A 그룹도 의외로 많습니다.
  • 2010/03/09 09:0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3/09 09:34 #

    헉, 제가 적은 다른 답글을 읽으시기 전에 쓰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 긴 말씀 아주 고맙게 잘 들었습니다. 이번 일 하나로 해당 정치인과 그가 속한 정당에 대한 지지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철회하는 분들은 저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풀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대로, 타협은 김대중이고 승부는 노무현이죠. 김영삼도 감 하나는 좋았습니다. 모두 현실 정치에서 일정한 지분을 갖고 예술을 해온 사람들입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극단적인 해결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오죽하면 그런 생각을 할까 싶기도 하지만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대립쌍이 존재하는 상대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상대의 절멸은 나의 절멸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범죄는 처벌되어야 하지만, 모든 범죄자를 처형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다만, 하도 가치고 흐려지고 기준도 없어지고 절대적 상대성만이 최고의 가치 기준이 되어가는 세상이라, 다양한 염려들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문득, 김영삼식 타협의 최고봉인 3당 합당이 떠오릅니다. 주린 배를 끌어안고 따라 온 팀원을 졸지에 군사 독재의 찌끄레기들과 같은 부류로 만들어 버린 일, 그런 타협으로 이루고자 한 목적, 그걸 합리화하려던 무수한 현실론들... 무슨 말씀을 드렸는지 저도 횡설수설이군요. 신중하고 사려 깊은 말씀 다시금 고맙습니다. 잘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pyrexia 2010/03/09 20:21 # 답글

    정치인 노회찬의 조선일보 창간기념식 참석 소식을 듣고 불편했던 이유는 제자신도 그 사건이 탐탁치 않았던 것보다는 곧 구설수에 오를 것이라는 점이 더 컸습니다. 구설수는 크게 두가지인데 하나는 C그룹에 속한 사람들간의 소모적 논쟁이고 하나는 다른그룹의 비난이나 냉소입니다. 바라시는대로 C그룹에서 생산적인 토론이 이루어진다면 바랄게 없지만 전례를 볼때 요원해보인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 deulpul 2010/03/11 04:41 #

    말씀하신 두 가지 모두 동의합니다. 제 경우는 그 자체도 납득하기 어려운 데다가, 그런 두 가지 이유까지 더해지니 영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일 뻔하게 벌어질 줄 알면서, 뭘 크게 얻겠다고 그랬는지도 알 수 없었고요. 어쨌든 대충 봉합은 되고 있는 듯합니다만, 두고두고 음미해 볼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 김상현 2010/03/10 01:38 # 삭제 답글

    타협은 김대중, 승부는 노무현, 감은 김영삼...신문 헤드라인 감입니다 ㅎㅎ. 타협이든 감이든 승부든, 그것이 본래의 목적과 원칙을 저해하는 차원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하고 막는 일이 현실에서는 가장 어려운 모양입니다. 수많은 사례가, 무엇보다 비극적으로는 한국 대중을 대표하고 이끈다는 정치판에서 그러한 변질과 왜곡이 너무나 자주 자행되어 왔지요. 대의를 위해 소의를 희생한다는 말과 달리, 그 반대의 경우가 또한 너무나 자주 벌어지는 현실, 현실의 정치판에서, 노회찬-조선일보 논쟁이 어떤 방향으로 풀려갈지 자못 궁금하네요. 좋은 글, 사려 깊은 답글,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 deulpul 2010/03/11 04:51 #

    네, 그 사이를 나누기가 참 어렵습니다. 협상과 타협이 야합으로 넘어가는 지점을 찾기가 말입니다. 그 경계가 불투명해지다보면 세상에 합리화할 수 없는 일이 없고, 그 결과 이른바 변절하고 훼절한 정치인들이 생겨나는 것이겠죠. 더구나, '그게 무슨 문제냐. 다 제 살 길 찾는 거 아니냐'는 식의 몰가치적이고 극단적인 현실주의가 악령처럼 넘실거리는 세상이라서, 작다면 작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이 나오는 게 아닐까도 싶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2010/03/20 23:5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3/27 14:44 #

    원래 단순한 그림의 장점이자 단점이 그런 것이겠죠. 이번 일이 전체적으로 긍정성보다는 부정성을 촉발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해당 인물에 대한) 긍정성조차도 (특정 그룹에 대한) 부정성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여력이 되어서 그런 점도 좀 살펴보았더라면 좋았겠습니다만...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