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구독료, 1년에 2달러 중매媒 몸體 (Media)

몇 주 전에 시사 주간지 <타임> 1년치 정기 구독을 신청했다. 이 잡지를 보려면 굳이 정기 구독까지 할 필요는 없다. 도서관이나 사무실에서도 언제나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정기 구독을 신청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1년치 56권의 정기 구독료가 2달러다. 쉬핑, 핸들링 비용은 물론 없고.

거저나 다름없이 보내 주는 셈이니 나야 좋지만, 이렇게 해도 되나 싶어 걱정이 된다. 물론 구독료 2달러는 어떤 사이트의 프로모션 결과로 나온 값이고, 약간의 차액을 이 사이트가 <타임>에 지불한다고 하긴 하는데, 그래도 너무 헐값이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각종 잡지의 구독료가 반값, 반의 반값, 반의 반의 반값, 그보다 더 싼 값으로까지 추락한 경우는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지금 우리 집에 들어오는 잡지는 <타임> 말고도 세 종이 더 있다. 셋 중 둘은 구독료를 내지 않는다. 그냥 넣어준다. 이렇게 해서라도 부수를 유지해야 광고를 받을 수 있고 잡지를 이어갈 테니 고육책인 셈이다.

이런 방법으로도 버티지 못해 결국은 휴간하거나 폐간하는 잡지도 드물지 않다. 작년 10월에, 미국 최초의 음식 및 와인 전문 잡지로서 68년 전통을 가진 월간지 <궈메이(Gourmet)>가 폐간을 발표했을 때, 먹는 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 놀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것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불릴 만했는데, 이 잡지가 그저 요리법이나 소개하는 매체가 아니라, 음식과 관련한 문화 전반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잡지가 없어짐으로써, 이 잡지에 실리던 날카롭고 격조 높은 칼럼과 비평들이 사라짐으로써, 음식은 그저 배를 불리는 소재로 한 발 더 전락해 버린지도 모른다.

미국은 잡지 천국이다. 서점은 물론이고 식품점에서도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수백 종의 잡지를 만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대중 잡지도 있지만, 대체 이런 걸 누가 볼까 싶은 전문지도 있다. 사실 지금의 매체 시장 구조에서 잡지의 적당한 역할은 전문지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관심사와 흥미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고, 최대 다수의 최대 침투를 목표로 하는 대중 매체가 담당하지 못하는 이 천차만별의 흥미를 잡지가 채울 수 있는 것이다. 미디어 구조에서 이른바 니치 마켓(niche market)을 담당한 셈이며, 그 덕분에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과 경쟁하며 공존해 올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 잡지의 폐간은 동시에 인류의 관심사 중 하나의 폐기이거나 거대한 축소라고 말해도 될 듯하다. 들판에서 새를 찾아보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 인디 음악에 몰두하는 사람들, 고대 전쟁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 특이한 종의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이런 주제를 다루는 잡지 말고 어디서 깔끔하게 정리된 정보를 얻고 자신의 취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인가. 잡지의 폐간은 한 세상의 종언일 수도 있을 것이며, 잡지들이 폐간되면서 세상은 획일화의 수렁으로 조금씩 더 진입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그동안 주간지 <타임>의 기사를 주로 온라인으로 읽어 왔다. 그러나 아주 오랜만에 이 잡지의 종이 버전을 커버-투-커버로 다시 접하면서, 내가 얻는 정보의 넓이나 깊이에 큰 차이가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온라인 기사는 내가 찾아서 들어간다. 필요한 것만 딱 찍어서 보고 나온다. 웹 페이지가 몇 개로 쪼개진 기사는 짜증이 나서 보다가 집어치울 때도 있다.

그러나 종이 잡지는 꼼꼼히 읽든 아니든 기사를 전체적으로 훑어보게 된다. 버스를 내려야 할 때라서 읽던 것을 중단하는 경우는 있어도, 페이지를 잘게 쪼개 놓아서 읽기를 포기하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잡지를 뒤적이다 보면, 지난 한 주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느낌을 얻게 된다.

비유하자면, 학술지에서 논문을 볼 때,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인 키워드가 들어간 논문만 찾아 보는 경우와, 저널을 정기 구독하여, 책이 도착할 때마다 대충이라도 훑어보는 경우의 차이랄까. 전자의 방식은 급하게 자기 논문을 쓰는 데 활용하기는 손쉬울지 몰라도, 관련 학계에서 어떤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와 같은 큰 흐름을 읽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신문 두어 개, 잡지 서너 개는 염소처럼 종이로 씹어 소화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잡지 한 권, 기사 한 꼭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인간들의 노동을 상상해 보면, 커피 한 잔 값도 되지 않는 몇 달러, 몇 천원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공짜에 가까운 정도로 프로모션을 하는 잡지 중에는 구독하기가 좀 그런 매체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플레이보이>나 <맥심>도 거저나 다름없이 구독할 수 있는데, 이건 아무래도 집으로 배달시키기가 좀 그렇네. 여러 이유로.


※ 잡지 판매대 이미지: 이곳

 

덧글

  • 들꽃향기 2010/03/11 04:46 # 답글

    "학술지에서 논문을 볼 때,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인 키워드가 들어간 논문만 찾아 보는 경우와, 저널을 정기 구독하여, 책이 도착할 때마다 대충이라도 훑어보는 경우의 차이랄까. 전자의 방식은 급하게 자기 논문을 쓰는 데 활용하기는 손쉬울지 몰라도, 관련 학계에서 어떤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와 같은 큰 흐름을 읽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이 말씀에 매우 공감합니다. 사실 저희 학과에서도 종종 지적되는 것이, 온라인 DB의 사용법을 학생들에게 알려준 이후로, 개별 레포트나 과제에 대한 자료자체의 양적 이용력은 매우 증가하였지만,

    논쟁-논의나 거시담론, 그리고 학계의 동향 등을 필요로 하는 분야나 참고사항에서는, 이용력은 커녕 이를 염두에 두는 것 자체도 뒤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파생되어, DB가 제공해주는 수많은 자료들을 학생들 스스로가 통제하지 못하고, 딱 '논의의 중심이 되는' 논문과 연구들을 찝어내지 못한다는 문제도 존재했었죠.

    거기에 키워드 명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경우, 키워드 명이 다르더라도 동일한 콘텐츠를 다루는 연구와 논문에 대한 접근력은 극악할 정도로 떨어지더군요....ㄷㄷ


    실제로 저만 해도 '과제'가 아니라, 나중에 '하나의 글'을 쓴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DB검색이 아니라, '***잡지에서 XXX에 관한 논문을 읽었었지'라는 기억이 우선 떠오르더군요. ㄷㄷ

    개인적인 사설이 길어졌습니다만;; 그런 경험 때문인지 인쇄매체......특히 그것이 잡지와 같이 '유기적인 통시성'을 가지고 이루어질 때의 이득은...단순한 DB만으로는 얻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들풀님의 글과 지적이 진심으로 와닿네요.
  • deulpul 2010/03/11 12:11 #

    저렇게 쓰기는 했지만, 사실 제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편한 쪽에 자꾸 익숙해지다 보니, 기본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거든요. 옛날에는 검색어를 폭넓게 넣지 않아서, 비교적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의미 있는 연구들이 빠져버릴 뻔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편한 만큼 항상 trade off가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유기적인 통시성'이란 말씀 속에 많은 게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 2010/03/11 05:0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3/11 12:17 #

    사실 잡지란 한 호 한 호가 완결된 상품이니, 매력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잘 버리지를 못합니다... 저 말고도 그런 분들 많을 테죠? 인터넷판으로 잡지를 보려면 내가 이야기를 들으러 열심히 찾아가야 하는데, 종이 잡지는 자기가 먼저 다가와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 것도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kirrie 2010/03/11 09:10 # 삭제 답글

    한 두해 전 장르소설 전문 잡지 판타스틱이 의욕적으로 무려 '월간'지로 출발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계간지로 전환 되었다가 작년에는 그마저도 폐간되느니 출판사가 바뀌느니 하고 말이 많았지요. 뭐, 다시 올해 초부터 월간지로 재출간 되기 시작하긴 했습니다만 (출판사가 시공사라 거시기 한 부분은 조금..)..

    미국에서 SF가 양적, 질적으로 저자나 독자의 세를 늘릴 수 있었던 것은 1920~30년대에 이르는 이른바 '펄프잡지의 황금시대'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이 시기에 훌륭한 편집자가 훌륭한 작가들을 발굴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제야 시작이죠.

    계속 정기구독 해야지해야지 하면서도 미루고 있다가, 오늘 들풀님 글 읽고 판타스틱을 드디어 정기구독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잡지의 폐간은 한 세상의 종언..'

    이 말이 너무 와닿습니다.
  • deulpul 2010/03/11 12:24 #

    넵, 한 번도 보지는 못했지만 소식은 많이 들은 잡지입니다. 발매 중지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시 속간되고 있는 모양이군요. 잡지로서는 물론이고,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다행이네요. 취미 전문 잡지의 경우 발행부수가 1만 부가 채 안 되는 것들도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완소' 잡지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구독을 축하... 드려야 하는 거죠?
  • 2010/03/11 12: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3/11 16:34 #

    미국 주소로만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혼란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한국 쪽에 비슷한 조건이 나오는 경우가 있으면 알려드릴께요.
  • 2010/03/12 12:2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3/15 13:25 #

    링크가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아서 지웠습니다. 두 항목 아래 댓글을 참고해 주십시오.
  • -_- 2010/03/15 06:51 # 삭제 답글

    학창시절 타임이 가지고 있던 위상과
    지금의 상태와는 큰 차이가 있는거 같습니다.

    가끔 훑어보면 그다지 새로운 논의는 없고
    보수적인 논조만 눈에 띄고 잘 안 읽게 되더군요
  • deulpul 2010/03/15 18:03 #

    답이 늦었습니다. 그렇게 보셨습니까. 예전에도 특히 논조가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는 영어 공부 교재로 많이들 봤죠. 독해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심심풀이로 <타임>을 읽는 사람들을 무지하게 부러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터넷 등등의 영향으로 무게감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2010/03/15 12:2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3/15 13:48 #

    실험해 보았더니 링크가 죽었군요. 아마 인터넷 구매자만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에 잘못된 경로로 접근해서 그런 모양입니다. 다른 문제는 없을 듯 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각종 인터넷 프로모션 리뷰들을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멍청한지 종종 깨닫게 됩니다. 분명히 여러 가지 계약 사항이 적혀 있는데, 이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하고 주장합니다. 프로모션을 억셉하기 전에 먼저 파인 프린트를 제대로 읽고 책임과 혜택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죠. 계약에 적혀 있는 걸 읽지도 않고 덜컥 물었다가, 뒤늦게 지적하며 사기라면 곤란하죠.

    이 잡지 프로모션도 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널렸습니다. 그 중 절반은 "일년(혹은 석 달) 정기 구독 뒤에 캔슬하지 않으면 자동 연장된다"라는 계약 사항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거나, 캔슬 연락처를 무시하고 기록해 두지 않은 사람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경험도 없이 이 사람들의 사기 주장을 듣고 "thank you so much, 나도 걸릴 뻔 했다"하고 덩달아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들입니다.

    인터넷에 다양한 스캠이 성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기의 무책임함을 사기로 돌려서는 안 되죠. 비공개님과는 전혀 관계 없는 말씀이고, 안심하시라고 드린 말씀입니다, 하하-.

    문제의 구독은 나중에 인터넷으로 물건 구입하시면서 Bizrate 프로모션 뜰 때를 이용해 보십시오. 워낙 흔한 프로모션이니 쉽게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Bizrate 사이트에서는 해당 프로모션이 없는 것 같습니다.
  • sarah 2010/03/20 00:33 #

    친절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사기라고 주장만 하고 왜 사기인지 이유를 적지 않아서 그 점이 좀 의아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 푸른노트 2010/03/17 09:33 # 삭제 답글

    답글이 늦었습니다. 제 경우 결제 버튼을 누르면 계속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프로모션이 끝났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 deulpul 2010/03/27 14:34 #

    다른 좋은 기회가 있으면 꼭 알려드리겠습니다.
  • 항상천사 2010/03/18 14:05 # 삭제 답글

    어느사이트 들어가야 타임 2달러 구매인가요? 그리고 맥심은 어떻게 해야 무료 구매인가요? 좀 갈챠 조욤......
  • deulpul 2010/03/27 14:35 #

    위의 위 답글 참고하십시오. 아무래도 실용 정보 방향으로 글을 썼어야 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좋은 기회가 있으면 함께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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