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달려, OK Go 섞일雜 끓일湯 (Others)




음악보다는 기발한 뮤직 비디오로 더 많이 알려진 '오케이 고(OK Go)'. 이 밴드의 뮤직 비디오는 적어도 세 번 이상을 보게 하는 마력이 있는 듯하다. 처음에는 음악이 잘 들리지 않고 눈만 열심히 볼거리를 쫓는데, 두 번째나 되어야 음악이 들린다. 세 번째쯤 되면 음악과 화면 속에서 디테일을 찾으려는 나를 발견한다

오케이 고는 가장 유튜브적인 밴드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뮤직 비디오는 일류 배우도, 화려한 그래픽도 등장하지 않는 소박하기 짝이 없는 UCC 스타일의 뮤비지만, 유튜브를 통해 입소문으로(정확히 말하면 링크 소문으로) 알려지며 전세계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뒷마당에서 막춤추는 비디오 'A Million Ways'(2005년)는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수백 편의 모방작을 낳았으며, 운동 기구 트레드밀 8대를 갖다 놓고 찍은 'Here It Goes Again'(2006년)은 2006년 유튜브 '가장 창의적인 비디오' 상과 2007년 그래미 단편 뮤직 비디오상을 받았다.

이런 명성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지난 1월에 내 놓은 새 앨범 'Of the Blue Colour of the Sky'에 수록한 곡 'This Too Shall Pass'의 뮤직 비디오 역시 반응이 뜨겁다. 바로 위의 비디오다. 정교하게 설계한 장치가 세상을 파괴로 이끄는데, 화면을 정신없이 오가는 쇠구슬을 쫓다 보면 시간이 언제 지나는지도 모른다.

이 뮤직 비디오는 로스앤젤레스의 2층 짜리 창고 건물에서 촬영한 것인데, 장치를 설치하고 시험하는 데 몇 달이 걸렸다고 한다. 장치의 설계와 설치에는 예술과 테크놀러지를 융합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예술 집단 '신 랩(Syyn Lab)'이 함께 참여했다.

볼거리로 따지면 이 비디오도 좋지만, 같은 곡으로 만든 '마칭 밴드 버전'도 있다. 내가 이쪽이 조금 더 호감이 가는 것은, 아무래도 인간 냄새가 진하게 나기 때문이겠지. 이 뮤비에는 노틀담 대학 마칭 밴드 팀을 비롯해 200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마지막에 뛰어나온 아이들이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밴드 오케이 고의 뮤직 비디오가 늘 그렇듯, 두 뮤직 비디오 역시 한 번도 편집을 하지 않은 '원 테이크'로 촬영되었다. 4분 가까운 영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을까 짐작이 된다.

눈을 잠시 쉬고 귀를 귀울이니, 이들은 "Let it go, this too shall pass" 하고 노래한다. 그렇지,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 일이 있는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지 않아도, 철없는 어린애들은 언젠가는 자신의 과거를 부끄러워 할 것이고, 노회한 늙은이들은 머지않아 땅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모든 것을 흘려 보낼 관조를 갖기는 쉽지 않지만,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명백한 진리를 부정하기도 어렵다.

[덧붙임] 오케이 고를 가장 유튜브적인 밴드라고 했는데, 유튜브 없는 오케이 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주(3월10일)에 오케이 고가 거대 음반사 EMI와 결별을 선언하고 독자적인 음반사를 차리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This Too Shall Pass'의 두 뮤직 비디오 중에서 '마칭 밴드 버전'이 더 좋았으면서도, 이 블로그에 직접 끌고 오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비디오는 임베드(imbed)가 허용되지 않는다. 아니, 오케이 고, 유튜브로 떠 놓고, 이제 유명해지니 규제를 하려 하나? 아니다. 임베드를 못 하게 막은 것은 밴드가 아니라, 음반사 EMI다. 이 비디오는 오로지 유튜브의 링크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으며, 오케이 고가 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곡으로 다시 만든 '기계 장치 버전' (흔히 루브 골드버그(Rube Goldberg) 기계 장치라 불리는)은 보험회사 '스테이트 팜'의 후원을 받았다. 그래서, 맨 처음 도미노가 시작될 때, 멤버 팀 노드윈드가 움직이는 빨간 색 자동차에 스테이트 팜 로고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보험회사 스테이트 팜은 그들의 후원으로 만든 뮤직 비디오가 유튜브에 오르든, 사람들이 임베드로 끌고 가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케이 고는 이 기계 장치 버전에 대해 임베드 공개를 할 수 있었다.

임베드를 허용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엄청났다. 기계 장치 버전을 임베드로 공개한 첫 날에 1백만 명이 이 비디오를 보았으며, 이런 추세는 일주일 동안 계속 되었다. 비디오 공개 뒤 이레 동안 매일 1백만 명이 비디오를 본 것이다. 팀 노드윈드에 따르면 이러한 폭발적인 반응은 임베드를 통해 널리 공유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딴 살림을 차렸다. 음악 만들고 싶으면 만들고, 비디오 만들고 싶으면 만들고, 책 쓰고 싶으면 쓰고, 이들을 온라인에 올리고 싶으면 마음대로 올리고 싶어서. 물론 다른 말로 하면, 홍보를 자기 방식대로 하고 싶어서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여러 모로 인터넷적이고 유튜브적인 밴드라 아니할 수 없다.

 

공유하기 버튼

 

핑백

  • 열심히 살자. : 후웁 2010-03-15 15:36:49 #

    ... 아오 확그냥 2. This too shall pass 나에게 중요한 말이로구만 OK go 라는 그룹이 만들었다는데 난 음악은 잘 모르니 설명은 여기서 =ㅅ= (클릭) 소리 끄고 보고 있어도 머어엉 해진다 ㅋㅋㅋ 제발. 좀. pass. 3. 굇수님하께오서 함 보자 하신다 음 언능 본문 수정해서 다시 보내드려야지 듀는 ... more

덧글

  • 피그말리온 2010/03/14 13:17 # 답글

    와, 정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네요.
  • deulpul 2010/03/15 02:50 #

    음악은 어디로...? 의 걱정이 조금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일렉 기타에 달린 숟가락으로 병을 두들기는 장면에서처럼 음악과 싱크로가 잘 맞아서, 큰 문제는 없다 싶기도 하고요.
  • 김상현 2010/03/14 14:42 # 삭제 답글

    와 정말 대단하네요 - 그 창의성. 이걸 준비하느라 얼마나 많은 토론과 고민과 노력과 시간이 들어갔을지... 굉장합니다.
  • deulpul 2010/03/15 02:53 #

    정말 4분짜리 찍기 위해 몇 달 준비하는 일이라면, 스스로 재미있게 여기지 않으면 못 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런 도미노 과정은 어릴 때 '요철 발명왕' 보면서 연습장에 한 번씩 그려보곤 했죠...
  • deca 2010/03/14 16:38 # 삭제 답글

    예전에 뒷뜰에서, 트레드밀에서 찍었던 것에서 엄청난(?) 발전이네요.
    개인적으로는, 들풀님 말씀처럼, 마칭밴드 버젼이 저도 더 끌립니다.
  • deulpul 2010/03/15 03:02 #

    밴드 자체도 발전을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음악성이야 전문가가 아니니까 잘 모르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이들의 음악을 알게 되고 즐기고 하니까요. EMI로부터 독립하고 자신의 음반사를 차리기도 했군요. 본문에 조금 추가했습니다.
  • 라쿤J 2010/03/15 09:44 # 답글

    아 이거 생각이상으로 재밌는데요?!
  • deulpul 2010/03/15 15:29 #

    저도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 메탈의신화 2010/03/15 14:04 # 답글

    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그런 뮤직 비디오내요 ㅋㅋ 재밌어요
  • deulpul 2010/03/15 15:30 #

    아이디어 하나는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데 멤버들은 자신들이 이런 아이디어로 꽉 차 있다고 하니, 어디까지 나올지 궁금해지는군요.
  • 눌눌 2010/03/15 15:31 # 답글

    멋지네요 ㄷㄷㄷ
  • deulpul 2010/03/15 15:39 #

    그렇죠? 그런데 몇 개월 동안 저거 하고 앉아 있다면 좀 무서울지도... 예전에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좀 무섭게 보인 것처럼 말입니다...
  • squamata 2010/03/15 22:40 # 답글

    곡 자체도 멋지다는 게 늘 경악스럽네요
    유쾌함에 더욱 좋은 분들.
  • deulpul 2010/03/19 01:14 #

    정말 보고 나면 퍽 유쾌해지는 마력이 있습니다...
  • 최야옹♩ 2010/03/16 08:58 # 답글

    와 저 Here It Goes Again 뮤비보고 멎지다고 생각햇는데 아이디어 정말 나이스!굿잡!
    앞으로가 궁금해요 얼마나 더 멎진 뮤비가 나올지~
  • deulpul 2010/03/19 01:15 #

    저도 궁금합니다. 그런데 팬들은 기대 수준을 점점 더 높여가게 마련이니, 이를 만족시키는 일도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 잉여아 2010/03/16 10:04 # 답글

    저도 이 밴드 좋아하는데! 메인에서 보고 들어왔어요:D 전 뮤직비디오를 본적은 없고 지인의 추천으로 노래만 들었었는데.. 뮤직비디오 찾아봐야겠네요><

    저는 A Million ways 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합니다. 오프닝에 나오는 기타의 밴딩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듣기만 하면 왠지 흥분되는..(어이)
    그런데 뮤직비디오가 이렇게 흥미로울 줄은 몰랐네요. 좋은 정보 알아갑니다!

    (링크해갈게요:D)
  • deulpul 2010/03/19 01:16 #

    이 밴드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셔서 사실 좀 놀랐습니다. 제가 너무 볼거리에 치중해 이 밴드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동영상 없이 음악만 들어도... 그 장면이 떠오르는 걸 어떡해요...
  • 나디르Khan★ 2010/03/18 02:39 # 답글

    omg 음악도 뮤직비디오도 대단해요. 좋은 포스팅 감사해요
  • deulpul 2010/03/19 01:17 #

    함께 즐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