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슬점은 55도입니다 섞일雜 끓일湯 (Others)

여름이 되니 덥습니다. 날씨만 더우면 괜찮은데, 습도가 높은 날은 무더워서 지내기가 훨씬 힘듭니다. 습도가 높으면 땀이 잘 증발하지 않아서 불쾌한 느낌이 듭니다. 이른바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것이죠.

미국에서는 뉴스 일기예보에서 불쾌지수나 습도 대신 이슬점(dew point)을 씁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배웠던 이슬점 기억하시죠? 시험 볼 때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곧잘 틀리곤 했던 이슬점이 저녁 뉴스마다 매일 나옵니다. 일년 내내 온도와 함께 나오는 예보 지표인데, 보통 때는 별로 언급을 안 하고 지나가지만, 요즘 같은 때는 대개 한 번씩 언급하며 쾌적하다든가 불쾌하다든가 하고 예보합니다. 왜 이슬점을 지표로 쓰는지, 무슨 의미인지 감이 좀 오지 않았는데, 이 참에 확실하게 정리를 좀 하고 넘어갑니다.



이슬점은 공기 중에 수증기가 가득 차서(포화 수증기 상태) 이슬이 생기기 시작하는 온도입니다.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서 습도가 높으면 이슬점이 높게 나타납니다. 이슬은 주로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맺히는데, 공기 중에 물기가 많으면 온도가 높더라도 이슬이 맺힌다는 겁니다. 이처럼 이슬점은 습도(상대 습도)와 관계가 있습니다. 이슬점이 높을수록 습도가 높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상대 습도가 100%가 되면 '이슬점 = 현재 기온'이 됩니다. 공기 중에 수증기가 가득 차서, 현재 온도보다 1도만 낮아도 물이 맺힌다는 것이죠.

또 이슬점은 온도의 형식으로 표시되지만, 실제 온도와 직접 관계가 없고 오로지 수증기의 양에 의해서만 결정됩니다. 일정한 부피의 공기 안에 일정한 양의 수증기가 있으면 기온이 어떻든 이슬점이 결정되는 것이죠. 이슬점의 개념이 '온도가 내려갈 때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온도'라고 되어서, 마치 기온 변화에 따라 이슬점이 달라지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이건 정의상으로만 그렇다는 것이고 일정 온도, 일정 기압에서 이슬점은 오로지 대기 중의 수증기 양에만 관련이 있습니다. 온도가 변하면 실제로 이슬이 맺히거나(내려갈 때) 맺히기 어렵게 되거나(올라갈 때) 하지만, 일단 해당 조건에서의 이슬점은 고정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겁니다.

이렇게 실제 기온, 그리고 이와는 독립적인 이슬점 간의 차이를 통해 상대적인 습도의 정도, 더 나아가 상쾌함-불쾌함까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령 일기예보에서 내일의 이슬점을 섭씨 18도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온도는 30도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럼 두 지수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상대 습도가 낮아서 비교적 상쾌한 날이 됩니다. 반면 이슬점은 똑같이 18도인데 온도가 20도라고 하면, 온도가 낮아도 습도가 매우 높은 끈적이는 날이 됩니다. 온도가 30도이든 20도이든, 이슬점은 똑같이 18도입니다.

이슬점에 따른 상쾌함-불쾌감의 정도는 대충 아래와 같다고 합니다:


결국 '이슬점이 높다 = 습도가 높다 = 불쾌하다' 이렇게 되겠습니다. 습도가 높으면 왜 불쾌할까요. 물론 땀이 잘 증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 몸은 땀이 나와 증발하면서 냉각되는데, 이슬점이 높고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못해 몸이 시원해지질 않고 과열됩니다. 몸을 식히러 나온 땀은 증발하지 못하고 끈적거리거나 몸에서 흘러, 불쾌감을 더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등에서 물이 줄줄 흐른다'는 말은 이런 상황을 체험적으로 표현한 것이죠.

참고로, 대기 중의 수증기는 액체(이슬)가 아니라 고체로도 맺힐 수 있습니다. 예컨대 어느 날 이슬점이 섭씨 5도였는데 밤에 온도가 영하 5도로 떨어졌습니다. 해당 온도에서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양을 초과하는 수증기는 모두 응결되어, 공기보다 차가운 대지에 맺히게 됩니다. 그런데 온도가 영하이므로 얼음 형태로 맺힙니다. 이게 서리입니다.

한 시점에서 이슬점은 온도보다 높을 수 없습니다. 온도와 같은 게 최고치입니다(상대 습도 100%). 온도가 떨어지면 수증기는 응결되어 방출되고 이슬점은 다시 낮아집니다.

습도, 불쾌지수, 이슬점 모두 공기 중의 수증기 양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습도와 이슬점은 공기 중의 수증기 양을 표현하는 다른 방식입니다. "습도가 몇 %다"라는 말로 여름 날씨의 불쾌한 정도를 표현하는 데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슬점을 따져 기온과 견주어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신기하군요. 대기 지표로서의 이슬점은 서리, 안개를 쉽게 예상할 수 있고 구름이 형성되는 것도 같은 원리라서, 항공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고 합니다.


※ 미국이라도 지역에 따라 일기예보에서 습도(상대 습도)를 지표로 사용하는 곳도 있을 수 있습니다.
※ 이미지: azcentral.com, 아래 표: 위키


 

덧글

  • ethan 2012/08/18 21:54 # 삭제 답글

    아하! 그래서 웨더체널 어플에 그게 있었군요... 우리나라가 좋네요 계산 다해서 말해주고... 이건 감을 잡아야하니ㅎㅎ 잘배우고갑니다:)
  • deulpul 2012/08/21 15:58 #

    네, 이건 익숙해지기 나름인 것 같기도 합니다. 섭씨 대신 화씨 쓰고 센티미터 대신 인치 쓰는 인간들인 걸요. 미국에 처음 오면 체감 날씨와 화씨 숫자가 직접적으로 대응되는 감이 생기기 전까지는 화씨 숫자를 대충 섭씨로 환산해야 감이 잡히는 것도 비슷한 일이겠지요. 예보 방송이나 사이트에 따라 % 습도를 명기하는 곳도 많은 것 같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