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투데이, 1면 전면 광고? 중매媒 몸體 (Media)

미국 신문 USA 투데이는 그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보는 신문이었으나, 올해 조사에서 월스트리트 저널에게 1위를 내어 주었다. 그래도 이 신문을 보는 사람은 여전히 뉴욕 타임스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오늘 이 신문을 받아 보거나 가판에서 사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신문 1면이 전면 광고였던 것이다.

신문의 1면이 전면 광고? 이게 말이 되나? 1면이란 신문의 제호가 달리고 가장 중요한 기사들이 들어가는 면으로, 신문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전면 광고?




오늘자 신문 뭉치는 위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1면이 있어야 할 자리에 기사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짚 그랜드 체로키 광고가 실려 있다. 제호 밑에는 '광고'라는 알림말이 자그마하게 붙어 있긴 하다. 아래로 펼치면 다음과 같이 된다.




기사라고는 한 꼭지도 없는, 명실상부한 전면 광고다. 광고 내용은 둘째치고, 아무리 신문이 어렵고 힘들다고, 1면을 광고에게 내 주어서야 말이 되나... 하는 한탄이 나올 즈음, 뭔가 툭 하고 떨어진다. 켜켜이 쌓인 속지들인데, 그 속지에서 진짜 1면이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이렇게 나온 진짜 1면에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한 소식이 톱으로 올라 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멕시코 만 기름 유출, 아이티 사태 등의 기사가 실려 있다. 정상적인 1면이다. 페이지 수도 이 지면에서 A1로 시작한다. 그렇지. 그러니까, 1면에 전면 광고를 실었다기보다, 신문 전체를 광고 지면으로 싸 버린 것이다. 하지만 신문을 광고로 싸 버리면 이게 무슨 신문인지 알 수가 없으니 광고에다 제호를 달았는데, 그러다 보니 1면이 전면 광고처럼 되어 버렸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지만, 큰 이변이라면 이변일 수도 있다. 예컨대 가판대에서 이 신문의 얼굴은 자동차 광고로 깡그리 대치된다. 사람들은 제호가 달린 기사를 보는 게 아니라, 제호가 달린 광고를 본다. 기사가 아니라 광고가 신문을 대표한다. 주종 관계의 역전을 상징한다고 할까. '삽지 광고'가 아니라 '삽지 신문'이란 말이 나올 판이다.

아마 이 광고는, 보통 신문에서 가장 비싼 지면 중 하나인 섹션 뒷쪽 전면 광고보다 훨씬 비쌌을 것이다. 한 쪽짜리라도 그랬을텐데, 저 짚 체로키 광고는 무려 네 쪽이다. USA 투데이가 이런 형식의 광고를 한 것은 처음이고, 다른 신문이 이런 광고를 한 전례도 없는 듯하다. 어두워져 가는 신문 산업의 또 한 상징 같아서 보기가 기쁘지 않다.

 

덧글

  • Merkyzedek 2010/07/13 14:41 # 답글

    요새 인쇄 매체가 국내나 국외나 많이 힘든 것 같습니다.
  • deulpul 2010/07/14 08:06 #

    응, 나도 그렇게 느꼈어...... 요.
  • ㅈㅗㅅㅓㅇㄱㅕㅇ 2010/07/13 21:15 # 삭제 답글

    저그에 감염된 커맨드센터를 보는 듯 하여 씁쓸합니다..
  • deulpul 2010/07/14 08:06 #

    응, 나도 그렇게 느꼈어...... 요.
  • 2010/07/13 22:38 # 삭제 답글

    어느 병원에 가니 그 병원에 오는 환자들에게 특화된 광고면이 제일 첫면에 있는 잡지가 있더군요. 잡지 이름(이를테면 에스콰이어)만 있고 나머지는 피부주름크림 광고. 그 뒷장부터가 진짜 에스콰이어 표지. 깜짝 놀랐는데 그게 신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나 봅니다.
  • deulpul 2010/07/14 08:16 #

    의도된 것이었는지 우연의 일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광고 주목도를 높이는 데에는 아주 성공한 광고겠군요. 갈수록 집요해지는 광고들을 보면 좀 오싹할 때도 있습니다...
  • 김상현 2010/07/14 01:55 # 삭제 답글

    잡지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돼온 방식이죠. 제가 구독했던 비즈니스위크가 종종 그랬고, 지금 보는 이코노미스트도 종종 앞뒷면을 감싼, 가외의 표지 형태로 광고가 붙어 옵니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신문도 꽤 오래전부터 그랬던 것 같네요 - 문제는 아마 제가 둔감해서, 흠, 이렇게도 광고를 할 수 있구나, 얼마나 받았을꼬? 하고 스쳐가듯 생각하는 선에서 그쳤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광고의 침투 방식이 하도 전방위적이고 도발적이고 노골적이고 뻔뻔해서, 더이상 그런 식으로 광고를 붙여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떨 때는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생각도 합니다. 기사에 광고가 붙은 게 아니라 광고에 기사가 액세서리로 붙은... 사실 유에스에이투데이의 광고 방식에 대해, 저는 별로 불만 없습니다. 찌라시가 신문 사이에 끼어 온 게 아니라, 신문 밖에 노출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니까요 ㅎㅎ.

    다만 제가 정말 기분 나쁘게 생각하고, 저널리즘의 윤리는 고사하고 기자의 가장 기본적인 자존심마저 오래 전에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확신하게 만드는 것은 한국 신문들의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앞에 말씀드린, 주객전도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미디어오늘 웹사이트에 가보셨나요? 기사 한두 꼭지 읽어보셨나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느 게 주고, 어느 게 객인가요? 저는 화가 나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더군요. 기사 내용은 조중동의 비윤리성을 씹는 내용인데, 그 기사 중간중간에, 글의 흐름을 뭉턱뭉턱 끊어먹으면서, 젖 키우고 싶냐? 오늘 밤에 나 한가하거든? 이 교정할래? 허릿살은 빼고 젖은 키우고...궁금하지? 같은 광고가 툭툭 튀어나오는데, 정말 미디어 오늘에다 '너나 잘해라 *발!' 하는 상소리가 절로 나오더이다.

    미국 언론, 그리고 이곳 캐나다의 언론을 보면, 그래도 광고와 기사 사이에 선을 그으려는 노력을 여전히 경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사를 툭툭 끊는 짓도 없어요. 무엇보다 그 언론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허리 아래 내용과 연관된 역겨운 저질 광고도 없지요.

    저는 그렇습니다. 그런 형태의 광고로라도 신문들이 살아남는다면, 하여 균형 잡힌 기사를 계속 내보낼 수 있다면, 저는 괜찮다고. 하지만 미디어오늘이나 조선일보, 한겨레 같은 신문의 웹사이트가 보여주는 작태라면, 저는 그 회사들 자체가 이미 '책임있는' 언론임을 포기했기 때문에, 망해도 싸다고 봅니다. 아니, 안망하고 잘 나가도, 이미 언론으로서의 공신력을 잃었다고, 아니 자진해서 버렸다고 보기 때문에 가서 볼 생각도, 돈 없으니 돈좀 주세요 - 한겨레처럼 - 해도 주머니를 뒤져볼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 deulpul 2010/07/14 08:21 #

    미디어오늘의 그 웹사이트 모습은 '미디어의 오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한 거라는... 은 농담이고요. 말씀하신 점은 이미 많은 사람이 뼈저리게 느끼고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하기도 했는데 도통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더하는 양상입니다. 많은 한국 인터넷 매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고요. 어려운 줄은 알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말씀대로 소탐대실입니다. 곧 한번 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 2010/07/14 09:4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7/14 10:06 #

    내일은 좀 나을지... 걱정이네요.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