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도표와 숫자 중매媒 몸體 (Media)

심각한 건 알겠는데 왜곡은 안 되죠에서 답글을 쓰다가 든 생각.

1. 경향신문의 문제의 그래프는 결과적으로, 의도한 왜곡이라기보다는 수치를 그래프로 옮기는 과정에서 엄밀하게 플로팅을 하지 못한 데서 나온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도표를 바로 수정했기 때문에 든 생각이다. 이런 왜곡이 흔히 벌어지는 다른 언론도 이처럼 신속히 수정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의도적인 왜곡이 아니라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숫자나 도표는 누가 다루든 실수하기 쉽고, 그 실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쉬운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왜곡을 의도적으로 한다면 이는 해당 언론의 신뢰도에 너무나 큰 타격이 되기 때문에, 솔직히 제 정신을 가진 언론사라면 이런 일을 의도적으로 벌이는 데가 있을까 싶다.

2. 막대 그래프에서 y축의 밑단을 물결선 등으로 생략하고 차이가 나는 부분만을 보여주는 경우가 흔하다. 이것은 전체 값이 큰 수치를 그림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데서 나온 고육책이지만, 어디까지나 편법이다. 많은 독자는 생략을 고려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도표를 보기 때문에, 잘못된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더구나 이렇게 밑을 자르면 개별값 간의 차이가 실제보다 과장되어 나타나게 된다. 바로 그게 밑을 자르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래프의 밑동을 절대 잘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런 경우, 즉 전체 값은 크고, 개별값 사이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긴 하지만 그 차이가 의미가 있어서 보여 주어야 할 경우, 막대 그래프보다는 꺾은선 그래프를 쓰는 게 정답이다. 꺾은선 그래프는 기저(y=0)에서부터 위로 공간을 채우며 올라오는 그래프가 아니므로, 기저에 대한 강박에서 훨씬 자유롭다. 꺾은선 그래프를 보는 사람들은 통계값의 변화 추이에 주목하지, 각각의 값의 크고 작음에 주목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치 변화(=추이)를 보여주는 게 도표의 목적이라면 꺾은선 그래프는 좋은 대안이 된다.

문제의 지방채 잔액 추이를 꺾은선 그래프로 그리면 다음과 같이 된다. 별다른 혼동을 일으키지 않고도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3. 숫자는 요물이다. 숫자는 흔히 진실을 객관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흔하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숫자를 골라 쓰는 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기자 출신 언론학 교수인 에릭 마이어의 다음과 같은 말은 무척 흥미롭다.

내가 기자로 근무하고 있을 때, 우리 회사에는 다음과 같은 관행이 있었다. 폭설이 쏟아지면 우리는 지역 보안관 사무실로 전화를 한다. 이 사무실은 도시 주변의 간선도로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이 내린 그 날, 도로에서 접촉 사고가 얼마나 났는지를 물어 본다. 그 결과, 뉴스 보도는 항상 다음과 같은 식이었다: "20센티미터의 폭설이 쏟아진 오늘 하루, 출퇴근 차량은 거북이 걸음을 했으며, 도로에서는 모두 28건의 접촉 사고가 벌어졌다."

어느 날 나는, 눈이 내리지 않은 맑은 날에 도로에서 얼마나 많은 접촉 사고가 나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놀랍게도 보안관 사무실이 내놓은 대답은 48건이었다. 눈이 오는 날보다 맑은 날에 사고가 더 많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 뒤 뉴스 보도는 "20센티미터의 폭설이 쏟아진 덕분에 오늘 하루 접촉 사고가 20건이나 줄어들었다"라고 해야 할 지경이 되었다.

"모두 28건의 접촉 사고가 났다"는 말은 "폭설 때문에 사고가 늘어났다"는 말의 다른 (좀더 뉴스다운) 표현이다. 이것은 눈이 오면 도로에서 접촉 사고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반영한 진술이다. 기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이 오면 사람들이 차를 갖고 나오지 않거나 혹은 더욱 조심한다는 또 하나의 상식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것은 거짓말이나 왜곡은 아니지만, 숫자로 제시되는 사실의 기술에는 함정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덧글

  • deca 2010/07/20 05:44 # 삭제 답글

    Edward Tuffe의 The Visual Display of Quantitative Information이라는 책이 떠오르네요. 물론 이 사람의 책은 그래프에 대한 책이긴한데, 내용 중에 그래프[도표]라는 것이 얼마나 왜곡된 정보[혹은 인상]를 전달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그래프라는 도구가 가지는 유용성은 물론이고 예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지만요^^
  • deulpul 2010/07/23 14:55 #

    도서관에서 고색창연한 책을 펼쳐 보노라니, 그림으로 정보를 나타내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경계가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ow to Lie with Statistics와 함께 일별해 보았는데,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을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夢影 2010/07/23 17:50 # 답글

    지도, 도표, 그래프, 통계... 그림으로 정보를 나타내는 것들은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왜곡된 이미지를 전파하기 쉽죠. 새삼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맨날 논문마다 그래프나 표 틀린 거 못찾아내서 발제때 깨지곤 했는데.. ^^;
  • deulpul 2010/07/24 08:07 #

    데이터를 분석하는 논문에서는 새로운 발견이 대개 표나 그래프로 표현이 되게 마련인데, 그런 의미에서 논문의 핵심을 압축해 보여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리뷰어들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게 표나 그래프라고 합니다. 더 나아가, 표나 그래프에'만' 주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죠...
  • 호연 2010/07/28 15:46 # 삭제 답글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받아 들이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인다는 것이 현대 커뮤니케이션 학의 (충격적인) 정설이지요. 이성을 받들고 추구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것이 불가능함이 증명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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