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를 떠나보내다 두二 바퀴輪 (MCycle)

모터사이클을 처분했다. craigslist.org에 내 놓은 지 한 달만에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팔 작정을 하고 리스트에 내 놓은 뒤 처음 찾아 온 사람은 다른 주에서 온 50대 부부였다. 아저씨는 가와사키 1100을 타는 라이더였는데, 아줌마가 최근에 면허를 땄다고 했다. 아줌마가 처음 타기에 편한 모터사이클을 찾아서 세 주(州)를 돌고 있다고 했다. 모터사이클용 트레일러가 달리지 않은 SUV를 타고 왔길래, 어떻게 가져갈 생각이냐고 물었더니 아저씨가 직접 몰고 갈 생각이라고 했다. 고속도로로 간다고 해도 500km인 길을 말이다.

내 모터사이클을 보고 마음에 들어 했는데, 한 군데 더 보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그것까지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갔다. 그날 밤 늦게 전화가 왔는데, 마지막으로 본 게 좋아서 그걸 사겠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하기는. 살지 말지는 살 사람 마음이니 하나도 안 미안하다. 사람들이 서글서글한 데다, 못 사게 됐다는 연락까지 줄 정도로 예의가 있어서, 비록 팔지는 못했지만 거래를 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그 뒤 연락을 해 온 사람은 인도 출신의 젊은 부부였다. 모터사이클을 원하는 사람은 남편이었다. 두 사람은 인도에서 5년을 사귀다 결혼했는데, 연애할 때 항상 두 사람이 함께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녔다고 한다. 내 야마하를 시험 드라이브할 때에도 두 사람이 함께 탔다. 그 모습이 보기는 좋았는데, 둘이 타기에는 뒷시트가 조금 작아서 은근히 걱정이 됐다. 인도에서 여자는 항상 옆으로 앉아서 남자의 허리를 잡고 탄다고 한다. 미국에서 그렇게 다소곳한 자세로 수줍게 타는 사람은 없다. 이들은 곧 미국식으로 바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 사람들에게 차를 넘기기로 했다. 애초에 내가 매겨 놓은 값보다 훨씬 깎였지만, 그래도 딜러(한국으로 치면 '센터')에게 트레이드 인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두어 달 전에 딜러에게 가서 모터사이클을 보이고 값을 물어봤더니, 상태가 좋네 어쩌고 하면서도 시세의 절반 정도로 후려치길래 두말 않고 돌아나온 적이 있다.

인도 부부에게 팔기로 구두 약속을 하고 난 뒤에, 또다른 사람이 "I am very interested in" 하며 연락을 해 왔다. 이렇게 나오는 사람에게는 아주 쉽게 팔 수 있다. 모터사이클을 찾는 사람이라면 스펙을 이미 다 알게 마련이고, 문제는 상태와 값인데 두 가지 모두에서 이 차는 끌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람과 거래를 한다면 틀림없이 값을 더 잘 받을 수 있겠지만, 모터사이클은 갈 곳이 정해져 버렸다. 이미 팔렸다고 정중하게 말해 주었다.

지난 일요일에 몰고 가서 새 주인에게 넘겨 주었다. 등록증에 서명을 해서 건네 주고 몇 가지 서류 작업도 끝내고 번호판을 떼어 내었다. 5년 동안 동고동락까지는 아니더라도 애지중지하던 놈을 떠나 보내려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남의 것이 된 모터사이클에 앉아서, 새 주인에게 사진을 좀 찍어 달라고 했다.

원래 계획은 이 모터사이클을 처분하고 업그레이드를 하려던 것이었다. 염두에 두었던 것은 혼다 쉐도우 스피릿(750)과 야마하 V스타 커스텀(650)이었다. 배기량은 혼다 쪽이 조금 높지만, 야마하는 크루저 디자인을 정말 잘 뽑아서, 저항하기가 어렵다. 한때 딜러샵을 돌며 얘들을 보러 다니던 즐거움을 누린 적도 있다. 어쨌든 이 계획은 중지되었다. 잠정 중지가 될른지 영원히 중지가 될른지는 모르겠다.

이륜 카테고리도 없애야 할까 싶다. 쓰고 싶은 글도 많았고, 이미 적잖이 써서 은밀하게 쌓아 두기도 했는데... 라이딩 클래스를 들은 이야기, 미국의 교육자 중에도 유격 조교 같은 사람이 있음을 깨닫게 해 준 실습 강사들, 미국의 면허 시스템, 각종 법제, 모터사이클을 보러 다니면서 겪은 이야기, 책 일고여덟 권에서 읽은 이야기, 두 종의 전문 잡지에서 얻어 들은 이야기, 길에서 느낀 이야기, 오며 가며 만난 라이더들 이야기, 온 몸에 문신한 서비스 센터의 여자 정비사 캐서린 이야기, 모터사이클을 타고 북반구를 돌고 온 이완 맥그리거 이야기, 그보다 70년 전인 1930년대에 비슷한 일을 한 선구자 이야기, 또다른 매니아 제이 르노 이야기, 실현하기 어려웠던 꿈 이야기, 직접 본 사고 이야기, 직접 겪은 사고 이야기...

소형을 불과 몇 년 탔던 초보 라이더였지만, 길지 않았던 길 위의 시간은 많은 생각과 느낌과 경험을 안겨 주었다.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가질 수 없었고, 그런 세계가 있다는 것조차 알 수 없었던 것들이다. 앞으로 절대 잊지는 않겠지만, 대개는 기억의 갈피와 구글 도큐먼트에 그냥 저장해 두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온몸을 씻어주던 바람, 심장의 박동과 공명하던 배기음, 헬멧에 부딪치던 벌레들, 굴곡로에서의 간질간질한 스릴, 독한 담배 연기처럼 중독성이 강했던 배기 가스 냄새... 모두 안녕이다.

한 시대가 끝났다.

 

덧글

  • 우유차 2010/08/04 14:12 # 답글

    안녕, 그 시대에.
    언젠가는 추억 속 사진을 꺼내듯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기를.
  • deulpul 2010/08/04 14:29 #

    함께 작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좀 놔둬서 푹 삭으면 비린내가 약간 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 러움 2010/08/04 15:15 # 답글

    이 카테고리의 글을 마이밸리의 시간차 공격() 탓에 한 번도 못 봤었는데 하필 마주한 첫 글이 떠나보내는 내용이군요. 써두신 그 마음을 다 쫓을 길은 없지만 정든 것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추억이란게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어서 그런지 덩달아 아련해지는거 같아요. :)
  • deulpul 2010/08/05 23:57 #

    네, 누구나 언젠가 정든 무엇인가를 떠나 보내야 하고, 이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늘어나는 경험이 되는 양 싶습니다. 이미 서른 즈음에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하니, 마흔 즈음, 쉰 즈음, 여든 즈음에는 얼마나 많은 이별을 하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 2010/08/04 23:5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8/05 23:59 #

    아니요, 아직 좀 남았습니다만, 말씀하신 점도 한 이유이긴 합니다. 저는 아마 그 때쯤이 무척 바쁠 때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짧은 미래조차 기약할 수 없는 이 생활.
  • 2010/08/05 01:1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8/06 00:05 #

    그런 험한 일을 다 하시는군요, 하하-. 그래도 술집이 문을 닫아서 술을 마시지 않게 된다는 것은 너무 하시지 않습니까. 아마도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말씀이겠죠. 하긴 술도 좋은 사람이 있고 좋은 술집이 있고 좋은 때가 있어야 마실 만하긴 합니다만... "어느 순간에는 다시 맞이하게 되는" 이 말씀이 정말 듣기 좋습니다.
  • 2010/08/10 00:2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8/10 14:26 #

    그러고 보면, 그 집은 독특한 아우라가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근처에 한두 번씩 들어가 본 술집도 많았지만 그 집에 안착한 것은 우연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 집 말고 또 다른 단골 술집이 있었는데, 다 쓰러져 가는 건물의 아주 작은 다락방에 있었던 술집이었습니다. 거기서 맨날 카스, 하이트만 펐는데도 행복했던 걸 보니, 말씀대로 좋은 술이나 좋은 인테리어는 모두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뒤에 해 주신 말씀을 듣자니 노래 'Time in a Bottle'이 생각납니다. 사실 그런 병은 우리 머리 속에 한두 개씩은 들어 있지 않나 싶은데, 시간이 흐르면서 향내가 약해지는 게 아쉽죠. 소설은 언젠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 2010/08/10 20:1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0/08/12 06:32 #

    말씀 듣고 바로 DVD 대여 목록 최상위에 예약해 두었습니다. 알지 못하던 영화였는데, 좀 찾아보니 매우 유명한 작품이었군요. 영화 좀 본다 하면서도 고전엔 약한 약점이 바로 드러났네요. 잘 살펴 보고, 기회가 되면 감상문도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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