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버스 운전사의 나이는? 중매媒 몸體 (Media)

서울에서 운행중이던 천연가스 버스의 연료통이 폭발해 사람들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큰 사고로 번지지 않아 다행이다. 사고로 다친 분들이 빨리 낫기를 바란다.

사건 사고 기사는 그 긴급성 때문에 기초적 사실이 잘못 서술되는 경우가 흔하다. 대표적인 것이 사건 사고 관계자의 나이다. 사고 기사에서 관계자 나이는 거의 언제나 틀려 있다고 보면 된다. 나이를 아예 밝혀 쓰지 않으면 모를까, 밝힌다면 정확해야 하는데 아주 흔하게 틀린다. 이 버스 폭발 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이 사건을 보도한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겨레신문을 보자. (다른 신문은 귀찮아서 찾지 않았다.)

사고 버스를 운전하던 운전사의 나이가 세 신문에 모두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 경향신문은 "... 송모씨(52)가 몰던 241B번 시내버스가 폭발했다"라고 했고, 동아일보는 "사고 버스 운전사 송재수 씨(51)는..."라고 했으며, 한겨레신문은 "송아무개(53)씨가 운전하던 대원교통 241B번 천연가스 시내버스가..."라고 했다. 세 신문에 묘사된 운전사의 나이는 51~53세로 제각각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 기사에서 인상적인 것이 또 하나 있다. 사건 관계자를 기사에서 익명 처리하는 방식이 무원칙하다는 점이다. 이 사건 기사들에 등장하는 관계자나 관계측의 실명이 어떻게 거론되는지 일별하면 다음과 같다.




경향신문은 버스 운전사와 부상자를 익명 처리했으며, 목격자는 실명으로 썼고 버스 회사 이름도 밝혔다. 동아일보는 운전사, 부상자, 목격자 모두 이름을 밝혔으나 버스 회사는 이니셜 처리했다. 한겨레신문은 버스 운전사와 부상자 모두를 익명 처리했으며 목격자는 인용하지 않았고 대신 '성동소방서 관계자' '환경부 관계자'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서를 익명으로 인용했다.

이러한 기술 방식은, 설령 각 언론사 내부에는 실명 및 비실명 표기와 관련한 원칙이 있더라도 그게 일관되어 적용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한국 언론 전체를 아우르는 명확한 원칙이 없음을 잘 보여준다.

어떤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인가. 사실에 충실함을 사명으로 하는 언론의 존재 이유를 대전제로 하고, 꼭 익명으로 써야 할 경우를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한 원칙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익명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명 처리하는 것이다. 익명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란 실명을 밝힐 경우 개인의 명예나 인격권이 훼손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범죄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 익명 보도를 전제로 하여 취재원이 취재에 응했을 경우, 언론사는 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

버스 사고 기사에서 운전사, 피해자, 목격자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 각각의 명예나 인격권을 훼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의 경우 약간의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실명 보도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배가 바다에 빠져 희생자가 발생했을 때의 보도에서 피해자를 '김모씨, 최모씨, 박모씨' 등으로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버스 회사 이름을 익명 처리한 것은 타성적 관행 말고는 전혀 합리화할 수 없다.

우리 언론은 대체로 익명에 너무 쉽게 안주한다. 공공성이 분명한 사건의 기사에서도 영문자 이니셜을 손쉽게 쓰곤 한다. 명예훼손 소송 같은 데 휘말리지 않으려는 노력일 수도 있지만, 무원칙한 타성임도 부정하기 어렵다.

한겨레신문의 '관계자' 시리즈는 이 같은 점을 잘 보여준다. 무슨 관계자들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이들은 각 기관의 공보 담당자인가? 사고 처리에 직접 관여하거나 사고와 관련한 부서의 장인가? 실무 직원인가? 해당 기관 건물의 청소부인가? 당연한 말이지만, 불필요하게 타성적으로 쓰이는 익명 처리는 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보도 기사들이 실명 보도를 원칙으로 하고 익명 처리를 예외로 두어야 하는 것은, 사실 보도가 언론의 존재 이유이며 이름을 밝히는 것은 사실 보도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기사 맨 끝에 '김아무개 기자'라고 바이라인을 다는 기사는 없지 않은가.

 

덧글

  • ㅁ군 2010/08/10 17:29 # 답글

    남대문 방화사건때도 영 중구난방이었죠
  • 욕구不Man 2010/08/10 17:57 # 답글

    한겨래는 모든 표기를 한글로 한다는 원칙때문에 김모씨 같은 경우 김 아무개씨라고 쓰고 그 외의 한자식 표기도 다 한글로 고쳐쓰지요. 그 부분에서 차이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 맛있는쿠우 2010/08/10 18:37 # 답글

    동아일보-_-; 정작 감춰주어야 할 건 공개하고 공개해야 할 건 감춰주는군요
  • 평민 2010/08/10 20:07 # 답글

    한겨레와 자웅을 겨루는 조선일보가 빠졌네요. 거기도 뭐 죄다 이니셜에 빠질수 없는 관계자들이 난입해서 신뢰도를 까먹기 일수인듯.

    보다보면 전혀 문제소지가 없는 발언도 관계자들을 소환하던데 기사가 아닌 소설을 쓰려는 편의성이라든지 혹시나 문제되면 최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등의 면피의 소지 등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 tanato 2010/08/10 20:52 # 답글

    운전사나 회사는 익명으로 처리하는게 소송방지바람(..)에 의해 그럴 수 있고, 목격자 관련해서는 인터뷰 따면서 물어보면 되는건데 급하다보니 못물어보거나 귀찮아서 떼먹을 수도 있고. 피해자 같은경우는 굳이 익명으로 나갈 필요는 없고 오히려 실명으로 나가야 하는데 익명으로 나가는거보면 쫌 그렇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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